[핀란드 출장 계획안을 만들다.]【윤경변호사】
1999년 2월에 연구법관으로 임명된 적이 있다.
연구법관제도가 생기자마자 제1호 연구법관으로 발령받았다.
소속은 서울중앙지방법원이면서 법원행정처의 지시를 받아 연구과제를 수행하였는데, 사무실은 사법연수원(현재 서울중앙지방법원 북관 자리)의 교수실로 지정되었다.
연구과제가 주어져 6개월의 임기가 끝나면 연구보고서를 제출해야만 했다.
한 마디로 난 잊혀진 망실법관이었다.
나에게는 월급명세서도 전달되지 않았다.
총무과 직원조차도 서울중앙지법 소속인 내가 사법연수원 쪽의 사무실에 근무한다는 사실을 몰랐기 때문이다.
당연히 소속법원의 모든 행사에 관하여도 참석 연락을 받지 못했고, 참석하지도 않았다.
사법연수원에서도 나는 소속법관이 아니라서 연수원의 어떤 행사에도 참석할 필요가 없었다.
그저 사무실에서 주어진 과제에 대해서 연구만 했을 뿐이다.
비서가 딸린 방에서 혼자서 커피마시고 연구하다가 지겨우면 아무 때나 퇴근해서 놀았다.
면 티에 청바지를 입고 다녔는데 어느 누구도 내 출퇴근을 체크하지 않았고, 내 업무를 간섭하는 사람도 전혀 없었다.
4개월 정도 지나자 몸이 쑤시고 지겨워졌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유럽출장계획안”였다.
법원행정처에 전화를 걸어 연구과제를 완성도 있게 끝내기 위해서는 유럽출장이 필요하다고 하자, 사법정책연구실장님이 연구기간이 다 끝나는 마당에 무슨 유럽출장이냐며 핀잔을 준다.
그러면서 일단 출장계획서를 제출하면 검토해 보겠다고 한다.
즉시 제출하자 이틀 만에 결재가 떨어졌다.
출장비 500만 원과 함께.
당시로서는 꽤 큰 돈이다.
난생 처음으로 영국, 프랑스, 독일, 스위스로 날라가 각국의 법관들을 만났다.
지금도 기억에 남는 너무 좋은 경험였다.
오늘 핀란드, 노르웨이, 스웨덴 출장계획안(6-7월)을 만들었다.
그때와는 달리 이제는 내가 결재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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