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윤경/수필

[최고의 향은 자연의 향이고, 사랑하는 사람의 체취다.]【윤경변호사】

윤경 대표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2016. 8. 28.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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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향은 자연의 향이고, 사랑하는 사람의 체취다.]【윤경변호사】

 

<좋은 향기는 긴장된 마음을 이완시켜 준다.>

 

아이들이 여행에서 돌아오면서 선물을 사왔다.

향수 ‘펜할리곤스(Penhaligon's)’다.

 

미국 유학시절 묘한 경험을 했다.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들어가니 어디선가 향긋한 냄새가 났다.

로스쿨 교수님 방이나 백화점에 가도 좋은 냄새가 났다.

향긋한 냄새는 기분을 좋게 만든다.

 

그 이후 냄새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토바코향, 가죽 냄새, 풀잎 냄새, 나무 타는 냄새, 커피향 등 다양한 냄새를 맡고 체험하는 것이 즐겁다.

 

영화 “향수 : 어느 살인자의 추억(Perfume: The Story Of A Murderer, 2006)”이란 영화를 보고 나서 향수에 더욱 관심을 갖게 되었다.

 

처음 접한 것은 크리드(Creed)의 '어벤투스(Aventus)'와 딥띠끄(Diptyque)의 ‘탐다오(Tamdao)’였다.

한 번도 맡아보지 못한 기분 좋은 향을 접했을 때의 그 황홀함은 매우 컸다.

위 영화의 주인공 ‘장 바티스트 그루누이(벤 위쇼 Ben Whishaw 분)’의 느낌이 그대로 전해지는 듯했다.

 

그 뒤로 아닉 구딸(Annick Goutal), 조 말론(Jo Malone), 펜할리곤스(Penhaligon's)를 순차로 접하게 되었다.

지금은 아닉 구딸의 ‘닌페오미오(Ninffeo Mio)’와 펜할리곤스의 '엔디미온(Endymion)'을 즐겨 쓴다.

 

기분 좋은 향을 맡고 있으면, 마음이 편해지고 심지어 예민하게 날이 서 있는 신경마저 부드러워 진다.

탑 노트(Top Note)와 미들 노트(Middle Note)를 거쳐 나오는 잔향(Base Note)이 오묘하게 변화하는 것을 후각으로 느끼면, 마치 한편의 오페라를 감상하는 느낌이다.

긴장되어 있는 마음을 이완시켜 준다.

 

또르도 냄새 맡는 것을 아주 좋아한다.

잠자리에 누우면, 또르가 달려와 킁킁거리며 여기저기 내 옷 냄새를 맡는다.

심지어 손등과 머리칼 냄새를 맡으면서 핥기 시작한다.

또르는 내 머리 피지가 잔뜩 묻은 베개를 엄청 좋아한다.

베개에 침을 잔뜩 묻혀 놓는다.

 

역시 이 세상 최고의 향은 자연의 향이고, 사랑하는 사람의 체취다.

구수한 된장찌개 냄새나 고기 굽는 냄새 역시 내 기분을 좋게 만들고, 어린 아이들의 비릿한 볼 살 냄새도 좋다.

목욕 안한 또르의 털냄새도 구수해서 너무 좋다.

 

사랑하는 사람의 비누향이 약간 가미된 살 냄새는 최고의 향이다.

그런 체취는 어떤 최고급 향수도 따라갈 수 없는 가장 완벽한 냄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