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겨울 주말 점심에는 얼큰한 라면이 땡긴다.] 【윤경 변호사 법무법인 더리드(The Lead)】
아침 운동을 하고 들어왔다.
2시간 동안 걸었다.
얼큰한 라면이 땡긴다.
사실 난 라면을 거의 먹지 않는다.
어릴 적부터 라면을 먹으며 자랐기 때문에 라면에 대한 추억은 너무 많다.
늦은 저녁 출출할 때 ‘양은 냄비’에 라면을 넣고 끓인 후 냄비 뚜껑에 라면발을 올려 놓고 호호 불면서 먹는 맛은 정말 일품이다.
노랗고 자잘한 기름이 동동 뜬 국물에 대파와 계란이 어우러지고, 그 속에 든 곱슬곱슬한 면발을 건져 먹는 그 맛 말이다.
그런데 고달픈 하숙생 시절에 너무 많은 라면을 자주 먹은 탓인지 어느 순간 라면이 싫어졌다.
라면의 너무 진하고 강한 풍미, 팍 쏘는 조미료의 기운, 짜고 인공적인 맛에 어느 순간부터 거부감이 들었다.
결혼 후부터는 아주 오랫동안 인스턴트 라면을 피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쌀밥에 된장찌개나 김치찌개를 먹는 것이 더 좋기 때문이다.
죽을 때가 되면, 안 먹던 옛날 음식이 당기는 모양이다.
어릴 적 어머니가 해주시던 음식 중 유독 싫어하는 것이 2개 있었다.
‘새우젓 계란찜’과 ‘동지팥죽’이 그것이다.
어머니는 계란찜 요리에 꼭 새우젓을 넣으셨는데, 젓갈 냄새가 너무 싫어 ‘새우젓 계란찜’은 내가 가장 싫은 음식 중 하나였다.
친구들에게 물어보니, 창피하게도 계란찜에 새우젓을 넣어먹는 집은 우리집 뿐이었다.
또 다른 하나가 바로 ‘동지팥죽’이다.
단팥죽은 맛이 있는데, 소금간을 해서 먹는 ‘짭짤한’ 동지팥죽은 맛이 없었고, 특히 그 안에 들어 있는 ‘찹쌀 새알’은 미근거리는 식감이 좋지 않아 기피하는 음식이었다.
대학에 합격하여 서울로 유학을 온 후부터 오랜 기간 그 두 음식에 대한 기억은 내 뇌리에서 잊혀져 갔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몇 년전 어머니가 돌아가신 이후부터 그 두 음식이 너무 먹고 싶은 것이다.
우리 아이들은 질색을 하지만, 난 이제 계란찜에 새우 육젓을 넣고 요리한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이상한 요리법이지만, 나에겐 아련한 추억과 향수가 담겨 있다.
어머니가 해주시던 두부찌개가 유독 생각나는 겨울 아침이다.
이젠 더 이상 어머니의 음식맛을 접할 수 없다.
아쉬움에 얼큰한 라면으로 대신한다.
말린 버섯과 파를 듬뿍 넣고, 계란을 풀었다.
어머니의 손맛은 아니다.
살아계셨을 때 잔뜩 먹어둘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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