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정보/의료과오 의료소송

【의료소송에서 인과관계 증명완화에 관한 법리<진료상 과실이 인정된 경우 진료상 과실과 환자의 사망 등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를 추정하는 요건 및 기준>】《환자 측이 의료행위 당시 진료상 과실로 평가되는 행위의 존재를 증명하고, 과실이 환자 측의 손해를 발생시킬 개연성이 있다는 점을 증명한 경우, 진료상 과실과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가 추정되는지 여부(대법원 2023. 8. 31. 선고 2022다219427 판결)》〔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

윤경 대표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2025. 3. 26. 14:01
728x90

의료소송에서 인과관계 증명완화에 관한 법리<진료상 과실이 인정된 경우 진료상 과실과 환자의 사망 등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를 추정하는 요건 및 기준>】《환자 측이 의료행위 당시 진료상 과실로 평가되는 행위의 존재를 증명하고, 과실이 환자 측의 손해를 발생시킬 개연성이 있다는 점을 증명한 경우, 진료상 과실과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가 추정되는지 여부(대법원 2023. 8. 31. 선고 2022219427 판결)》〔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1. 의료소송에서 인과관계 증명완화에 관한 법리(대법원 2023. 8. 31. 선고 2022219427 판결) [이하 판례공보스터디 민사판례해설(V-), 전보성 P.407-412 참조]

 

. 의료소송상 증명책임

 

청구원인을 채무불이행책임이든 불법행위책임이든 무엇으로도 구성할 수 있음

 

불법행위책임의 경우 과실의 존재는 피해자가 주장해야 하지만, 채무불이행책임의 경우에도 의료진의 주의의무 위반, 즉 과실은 환자 측에서 증명해야 함

 

진료계약상 의료진이 부담하는 채무는 결과채무가 아니라 수단채무이기 때문에(대법원 1993. 7. 27. 선고 9215031 판결), 채무불이행책임으로 구성하더라도 채권자인 환자 측에서 과실을 증명해야 함

 

나아가 손해배상청구권의 다른 요건사실, 손해의 발생, 과실과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의 존재도 환자 측에서 증명해야 함(대법원 1995. 3. 10. 선고 9439567 판결)

 

. 인과관계의 추정

 

대법원 2023. 8. 31. 선고 2022219427 판결은 인과관계의 증명을 완화하는 새로운 법리를 설시하였음.

어떻게 새로운 것인지를 알려면 의료소송에서 인과관계를 어떻게 추정해 왔는지 기존 법리를 살펴볼 필요가 있음

 

의료소송에서는 보통 2가지의 방법(1유형, 2유형)으로 인과관계의 증명을 완화하고 있음

 

. 1유형

 

의의

 

먼저 간접사실에 의하여, 과실로 평가되는 행위의 존재 및 그 인과관계 2가지를 함께(동시에) 사실상 추정하는 방법임(대법원 2000. 7. 7. 선고 9966328 판결)

 

중요한 간접사실로는, 의료행위와 나쁜 결과 발생의 시간적 근접성, 부위의 근접성(치료 부위와 나쁜 결과 발생의 원인이 된 신체 부위 사이), 다른 원인의 개입가능성 배제, 통계적 관련성 등이 있음

 

과실과 인과관계는 별개의 요건사실이기 때문에, 일단의 간접사실에 의해서 과실을 추인하고, 다시 일단의 간접사실에 의해서 인과관계를 추인하는 것이 원칙임. 그러나 대법원은 의료소송에서 과실과 인과관계를 구분하여 증명책임을 완화한다는 엄밀함은 보이지 않았고, 여러 가지 간접사실에 경험칙을 적용하여 과실과 인과관계를 한꺼번에 추정하였음

 

법리 적용상 제한점

 

㈎ 위 판결(대법원 2023. 8. 31. 선고 2022219427 판결)에 견줘서 1유형 사건의 특수성은 과실 있는 행위를 특정하지 않고도 과실을 추정한다는 데 있음

 

이에 따라 과실과 인과관계를 동시에 추정하면서 여러 과실 있는 행위 중 실제 발생했던 행위가 무엇인지 특정되지 않는 경우, 불특정 과실을 인정하거나(대법원 1980. 5. 13. 선고 791390 판결), 과실 있는 행위의 선택적 인정을 한 초기 판례들이 있음(대법원 1993. 7. 27. 선 고 9215031 판결, 대법원 1995. 3. 10. 선고 9439567 판결, 대법원 1995. 3. 17. 선고 9341075 판결)

 

이 때문에 하급심 재판례 중에는 의료상 과실 있는 행위가 무엇인지 특정하지 않은 채 간접사실들을 모아 과실과 인과관계를 추정하는 경우가 있었음

 

이에 대해 대법원은 의사의 과실로 인한 결과 발생을 추정할 수 있을 정도의 개연성이 담보되지 않은 사정들을 가지고 막연하게 나쁜 결과에서 의사의 과실과 인과관계를 추정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의사에게 무과실의 증명책임을 지우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반복적으로 판시함(대 법원 2022. 12. 29. 선고 2022264434 판결).

 

즉 나쁜 결과가 의료행위로 인하여 발생하였다는 것만으로 과실을 추정할 수 없다는 데 주의할 필요가 있음.

그 의미는 나쁜 결과가 의료상 과실 있는 특정의 행위로 발생하였어야 한다는 뜻임.

나아가 그 특정된 행위는 과실로 평가될 수 있어야 함

 

. 2유형

 

의의

 

의료상 과실 있는 행위가 증명된 경우 과실과 중한 결과 사이의 인과관계를 추정하는 것임(대법원 1995. 2. 10. 선고 9352402 판결)

 

㈏ ① 의료행위 과정에서 일반인의 상식에 바탕을 둔 의료상 과실 있는 행위를 증명하고, 다른 원인의 개입가능성 배제를 증명하면 됨

 

1유형에서는 의료과실이라는 개념이 별도의 증명 대상이 아니라, 인과관계와 뭉뚱그려 추정하기 위한 간접사실의 하나 정도의 의미에 불과하였다면, 2유형에서는 일반인의 상식에 바탕을 둔 의료상 과실 있는 행위를 먼저 증명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는 데 특징이 있음

 

의료소송에서 실제 증명의 대상

 

의료상 과실 있는 행위의 증명에 성공하면, 그 자체로 인과관계 문제가 해소되는 경우가 많음

 

다른 원인의 개입가능성, 예컨대 기왕력이나 특이 체질이 있는 것이 아닌 한 이를 직접 증명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의료진의 과실 이외에는 나쁜 결과를 발생시킬 다른 원인이 없다는 식으로 소극적으로 주장증명하는 방법이 흔히 사용되며, 과실이 증명되면 그것만으로 족한 경우가 많음

 

법리 적용상 제한점

 

의료과정에서 주의의무 위반의 잘못을 인정할 수 없거나, 단지 의료행위 이전에 실제 발생한 결과의 원인이 될만한 건강상 결함이 없었다는 사정을 증명하는 것만으로는 의료상 과실을 추정할 수 없음(대법원 2003. 11. 27. 선고 200120127 판결, 대법원 2009. 6. 23. 선고 200631436 판결)

 

. 과실과 인과관계의 구분 모호성

 

주의의무 위반은 결과예견의무와 결과회피의무로 구성되며 둘 중 어느 하나라도 위반하게 되면 과실을 긍정할 수 있음

 

결과를 예견하지 못하면 결과 회피도 할 수 없는 것이 경험칙일 것이므로 과실은 쉽게 인정됨. 그러나 결과를 예견했더라도 발견한 결과를 회피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판단되는 경우에 의료진의 과실을 인정할 수 있을지 신중한 접근이 필요함.

 

후자의 경우 그것이 과실 문제인지, 인과관계 문제인지 구분이 어려움. 그 때문에 실제 의료소송을 다루다 보면, 과실의 존재 문제와 인과관계의 문제를 엄격히 구분하지 않은 채 양자를 한꺼번에 심리할 때가 있고, 그 때문에 1유형과 같이 과실과 인과관계를 동시에 추정하는 방법론이 생겼다고 생각함

 

. 위 판결(대법원 2023. 8. 31. 선고 2022219427 판결)의 새로운 판시와 의미

 

판시 내용

 

대법원 2023. 8. 31. 선고 2022219427 판결 : 환자 측이 의료행위 당시 임상의학 분야에서 실천되고 있는 의료수준에서 통상의 의료인에게 요구되는 주의의무의 위반 즉 진료상 과실로 평가되는 행위의 존재를 증명하고, 그 과실이 환자 측의 손해를 발생시킬 개연성이 있다는 점을 증명한 경우에는, 진료상 과실과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를 추정하여 인과관계 증명책임을 완화하는 것이 타당하다. 여기서 손해 발생의 개연성은 자연과학적, 의학적 측면에서 의심이 없을 정도로 증명될 필요는 없으나, 해당 과실과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하는 것이 의학적 원리 등에 부합하지 않거나 해당 과실이 손해를 발생시킬 막연한 가능성이 있는 정도에 그치는 경우에는 증명되었다고 볼 수 없다.

 

특기할 판시사항

 

진료상 과실로 평가되는 행위

 

2유형에서 대법원은 과실 있는 행위를 일반인의 상식에 바탕을 둔 의료상 과실 있는 행위의 존재를 증명해야 한다고 판시했는데, 위 판결(대법원 2023. 8. 31. 선고 2022219427 판결)진료상 과실로 평가되는 행위의 존재를 증명해야 한다고 판시한 것에 눈길이 감

 

전자의 의미를 대법원이 명시적으로 밝힌 적이 없기 때문에, 그 해석에 관해서 여러 의견이 분분함. 그중 유력한 견해는 임상의학 분야에서 실천되고 있는 의료수준에서 통상의 의료인에게 요구되는 주의의무를 위반하였음이, 반드시 다른 의사의 전문적 증언이나 감정(촉탁)에 의하여서 할 필요는 없고, 의학서적논문, 약품 설명서에 의해서라도 인정할 수 있는 과실 있는 행위라고 해석함

 

개연성 이론

 

인과관계의 존재는 경험칙에 비추어 어떠한 사실이 어떠한 결과를 초래하였다고 시인할 수 있는 고도의 개연성을 증명함으로써 할 수 있고, 통상인이라면 의심을 품지 않을 정도로 진실성의 확신을 가질 수 있는 것이어야 함(대법원 1990. 6. 26. 선고 89다카7730 판결)

 

② 위 판결(대법원 2023. 8. 31. 선고 2022219427 판결)은 증명의 정도로서, 고도의 개연성이 아니라 그냥 개연성만을 요구함.

양자에 어떠한 차이가 있는지는 위 판결(대법원 2023. 8. 31. 선고 2022219427 판결)이 설명하지 않기 때문에 추측할 수밖에 없음

 

우리나라 판례상 환경소송에서 처음으로 언급된 개연성 이론은 침해행위와 손해 사이에 인과관계가 존재하는 상당 정도의 가능성이 있다는 증명으로 족하다고 함(대법원 1974. 12. 10. 선 고 721774 판결)

 

이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가 상당한 정도의 가능성이라는 것인지 개념 자체가 모호하여 법관의 자의를 용인하게 되고, 인과관계의 증명도를 낮출 경우 피고의 반증에 필요한 증명도도 함께 낮아지게 되어 증명책임 경감의 효과가 크지 않다는 비판이 있음

 

이러한 비판에 당면하여 신개연성 이론이 생겨났음. 즉 인과관계 인정에 필요한 증명 대상을 유형화하고 그 중 원고가 증명할 범위를 축소경감하여 인과관계를 일응 추정시키되, 피고는 간접반증책임을 부담시킴으로써 원고의 증명책임을 완화시킨다는 것임

 

⑥ 위 판결(대법원 2023. 8. 31. 선고 2022219427 판결)은 기존 판례에서 볼 수 있는 1유형이나 2유형의 증명 대상 중에서 진료상 과실로 평가되는 행위, 그러한 특정의 과실이 손해를 발생시킬 개연성2가지를 증명하면 인과관계의 존재를 추정하되, 의료진은 다른 원인의 개입 가능성을 증명함으로써 면책될 수 있는 것임

 

. 이 사건(대법원 2023. 8. 31. 선고 2022다219427 판결) 사안의 특성

 

개복한 뒤 수술용 가위를 환자의 뱃속에 넣고 꿰매어 나쁜 결과가 발생했다면 과실과 나쁜 결과 사이에 인과관계는 분명할 것임. 이러한 사안에서는 인과관계의 문제는 과실의 증명 문제로 해소되어 버릴 것임

 

사안에서는 마취 담당 의사가 감시 및 처치 주의의무를 위반한 것이 문제되었음. 아마도 다른 수술방에서 마취 업무를 수행 중이었던 것으로 보임. 그러한 과실이 있다고 하여 반드시 환자에게 심정지가 발생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었던 것으로 보임(적시에 대처했다고 하더라도 심정지 결과를 방지하지 못했을 수 있다는 뜻). 그렇다고 하여 심정지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증도 없음

 

이러한 사안에서는 위 판결(대법원 2023. 8. 31. 선고 2022219427 판결)이 말하는 새로운 법리를 적용할 경우, 나쁜 결과와 과실 사이의 인과관계를 쉽게 추정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함

 

1심이나 원심 모두 새로운 인과관계 추정 법리를 고려하지는 않은 것 같으나, 대법원이 사안의 특성을 포착하여 새로운 법리를 설시한 것으로 생각됨

 

향후 의료소송 실무상 인과관계 추정을 위해서, 과실을 직접 증명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1유형, 과실을 직접 증명한 경우에는 2유형이나, 위 판결(대법원 2023. 8. 31. 선고 2022219427 판결) 법리를 원용할 것으로 보임

 

2유형과 위 판결(대법원 2023. 8. 31. 선고 2022219427 판결) 법리의 차이는, 전자는 다른 원인의 개입가능성이 없다는 것을 환자 측이 증명해야 하고, 후자는 그 증명 대신 손해 발생의 개연성을 증명해야 한다는 데 차이가 있음. 개념상은 구분 가능하지만, 의료소송의 특성상 분리하여 심리하기는 어려운 면이 있을 것임. 위 판결(대법원 2023. 8. 31. 선고 2022219427 판결) 법리가 적용되는 사안은 향후 판례가 집적되어야 명확하게 판별될 수 있을 것임

 

. 관련 형사사건

 

한편 동일한 의사(마취 담당)의 업무상과실치사가 문제된 사건(대법원 20211833 판결)에서, 대법원은 위 판결(대법원 2023. 8. 31. 선고 2022219427 판결) 선고와 같은 날, 정반대의 취지, 즉 사망과 과실 사이에 인과관계가 증명되었다고 볼 수 없다고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하였음

 

업무상과실을 긍정하면서도, 형사사건에서 인과관계를 증명할 책임은 검사에게 있는데,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의 증명이 부족하다고 보았음

 

대법원은 다른 원인의 개입가능성이 존재한다는 점을 의료진이 증명해야 한다고 판시했는데, 위 판결(대법원 2023. 8. 31. 선고 2022219427 판결)1심이나, 원심판결 이유를 보면, 다른 원인의 개입가능성 여부를 심리한 흔적이 드러나지 않음

 

기록을 볼 수 없어서 조심스러운 면이 있지만, 만약 다른 원인의 개입가능성 여부를 심리하지 않았다면, 대법원이 상고기각을 할 것이 아니라 그 점을 다시 심리할 필요가 있다며 파기환송을 할 수도 있었을 것임. 그런데도 그냥 상고기각을 한 것은 같은 날 선고된 형사사건에서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탓에 환송을 받을 민사법원도 인과관계를 부정하여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지 않을 것을 걱정한 것이 아닌가라고 추측해 봄

 

⑸ 위 판결(대법원 2023. 8. 31. 선고 2022219427 판결)에 따르면 인과관계의 증명책임을 누가 지느냐에 따라, 민사판결과 형사판결의 결론이 서로 달라질 수 있다는 것임. 의료과실로 인한 업무상과실치사상 형사사건에서 관련 민사판결이 선행되어 있으면, 그 결론을 좇아 기소가 되고 판결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있음

 

그러나 위 판결(대법원 2023. 8. 31. 선고 2022219427 판결)에 따르면 증명책임 부담에 따라 민·형사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형사법원이 무조건 민사판결 결론을 추종해서는 안 될 것임

 

자. 환자 측이 의료행위 당시 진료상 과실로 평가되는 행위의 존재를 증명하고, 과실이 환자 측의 손해를 발생시킬 개연성이 있다는 점을 증명한 경우, 진료상 과실과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가 추정되는지 여부(대법원 2023. 8. 31. 선고 2022다219427 판결)

 

 위 판결의 쟁점은, 진료상 과실이 인정된 경우 진료상 과실과 환자의 사망 등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를 추정하는 요건 및 기준이다.

 

 진료상 과실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다른 경우와 마찬가지로 손해가 발생하는 것 외에 주의의무 위반, 주의의무 위반과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가 인정되어야 한다.

그러나 의료행위는 고도의 전문적 지식을 필요로 하는 분야로서 환자 측에서 의료진의 과실을 증명하는 것이 쉽지 않고, 현대의학지식 자체의 불완전성 등 때문에 진료상 과실과 환자 측에게 발생한 손해(기존에 없던 건강상 결함 또는 사망의 결과가 발생하거나, 통상적으로 회복가능한 질병 등에서 회복하지 못하게 된 경우 등) 사이의 인과관계는 환자 측뿐만 아니라 의료진 측에서도 알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러한 증명의 어려움을 고려하면, 환자 측이 의료행위 당시 임상의학 분야에서 실천되고 있는 의료수준에서 통상의 의료인에게 요구되는 주의의무의 위반 즉 진료상 과실로 평가되는 행위의 존재를 증명하고, 그 과실이 환자 측의 손해를 발생시킬 개연성이 있다는 점을 증명한 경우에는, 진료상 과실과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를 추정하여 인과관계 증명책임을 완화하는 것이 타당하다. 여기서 손해 발생의 개연성은 자연과학적, 의학적 측면에서 의심이 없을 정도로 증명될 필요는 없으나, 해당 과실과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하는 것이 의학적 원리 등에 부합하지 않거나 해당 과실이 손해를 발생시킬 막연한 가능성이 있는 정도에 그치는 경우에는 증명되었다고 볼 수 없다.

한편 진료상 과실과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가 추정되는 경우에도 의료행위를 한 측에서는 환자 측의 손해가 진료상 과실로 인하여 발생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여 추정을 번복시킬 수 있다.

 

 환자(1942년생 남자) 오른쪽 어깨 전층 회전근개파열과 어깨충돌 증후군 소견으로 전신마취 아래 관정결 시술을 받던 중 수 차례 혈압상승제 투여에도 불구하고 저혈압 증상이 반복되다가 사망하였고, 부검에도 불구하고 사인이 밝혀지지 않았다.

 

 대법원은, 진료상 과실로 인한 손해배상 사건에서 인과관계 추정에 관한 위 법리를 새로 설시하고, 이 사건에서 마취과 전문의에게는 응급상황에서 간호사의 호출에 즉시 대응하지 못한 진료상 과실이 있고, 원심판결 이유 및 기록에 나타난 제반 사정을 고려하면 만약 마취과 전문의가 간호사 호출에 대응하여 신속히 혈압회복 등을 위한 조치를 하였더라면 저혈압 등에서 회복하였을 가능성도 상당하다고 보이므로 진료상 과실은 망인의 사망을 발생시킬 개연성이 있으며, 따라서 피고 측에서 망인의 사망이 진료상 과실로 인하여 발생한 것이 아니라 다른 원인으로 인하여 발생한 것이라는 점을 증명하지 아니하는 이상, 진료상 과실과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를 추정할 수 있다고 판단하여 피고측 상고를 기각하였다.

 

 반면 같은 날 선고된 업무상과실치사 형사사건(20211833)에서는 진료상 과실과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에 대한 증명 부족을 이유로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하였다.

 

2. 의료행위에 관한 주의의무 및 의료과실과 결과발생 사이 인과관계(대법원 2023. 10. 12. 선고 2021213316 판결) [이하 판례공보스터디 민사판례해설(V-), 전보성 P.537-540 참조]

 

. 의료소송상 증명책임

 

 청구원인을 채무불이행책임이든 불법행위책임이든 무엇으로도 구성할 수 있음

 

 불법행위책임의 경우 과실의 존재는 피해자가 주장해야 함

 

 진료계약상 의료진이 부담하는 채무는 결과채무가 아니라 수단채무이기 때문에(대법원 1993. 7. 27. 선고 9215031 판결), 채무불이행책임으로 구성하더라도 채권자인 환자 측에서 과실을 증명해야 함

 

 나아가 손해배상청구권의 다른 요건사실, 손해의 발생, 과실과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의 존재도 환자 측에서 증명해야 함(대법원 1995. 3. 10. 선고 9439567 판결)

 

. 과실과 인과관계의 동시 추정 법리  = 원심이 전제한 법리

 

 의의

 

 간접사실에 의하여, 과실로 평가되는 행위의 존재 및 그 인과관계 2가지를 함께(동시에) 사실상 추정하는 방법임(대법원 2000. 7. 7. 선고 9966328 판결: 원심이 인용한 선례)

 

 중요한 간접사실로는,  의료행위와 나쁜 결과 발생의 시간적 근접성,  부위의 근접성(치료 부위와 나쁜 결과 발생의 원인이 된 신체 부위 사이),  다른 원인의 개입가능성 배제,  통계적 관련성 등이 있음

☞ ③에 관하여 대상판결과 원심 판단이 갈렸음

 

 과실과 인과관계는 별개의 요건사실이기 때문에, 일단의 간접사실에 의해서 과실을 추인하고, 다시 일단의 간접사실에 의해서 인과관계를 추인하는 것이 원칙임. 그러나 대법원은 의료소송에서 과실과 인과관계를 구분하여 증명책임을 완화한다는 엄밀함은 보이지 않았고, 여러 가지 간접사실에 경험칙을 적용하여 과실과 인과관계를 한꺼번에 추정하였음

 

 법리 적용상 제한점

 

 과실, 인과관계 동시 추정 법리의 특수성은 과실 있는 행위를 특정하지 않고도 과실을 추정한다는 데 있음

 

 이에 따라 과실과 인과관계를 동시에 추정하면서 여러 과실 있는 행위 중 실제 발생했던 행위가 무엇인지 특정되지 않는 경우, 불특정 과실을 인정하거나(대법원 1980. 5. 13. 선고 791390 판결), 과실 있는 행위의 선택적 인정을 한 초기 판례들이 있음(대법원 1993. 7. 27. 선고 9215031 판결, 대법원 1995. 3. 10. 선고 9439567 판결, 대법원 1995. 3. 17. 선고 9341075 판결)

 

 이 때문에 하급심 재판례 중에는 의료상 과실 있는 행위가 무엇인지 특정하지 않은 채 간접사실들을 모아 과실과 인과관계를 추정하는 경우가 있었음

 

 이에 대해 대법원은 의사의 과실로 인한 결과 발생을 추정할 수 있을 정도의 개연성이 담보되지 않은 사정들을 가지고 막연하게 나쁜 결과에서 의사의 과실과 인과관계를 추정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의사에게 무과실의 증명책임을 지우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반복적으로 판시함(대법원 2022. 12. 29. 선고 2022264434 판결)

 

 즉 나쁜 결과가 의료행위로 인하여 발생하였다는 것만으로 과실을 추정할 수 없다는 데 주의할 필요가 있음. 그 의미는 나쁜 결과가 의료상 과실 있는 특정의 행위로 발생하였어야 한다는 뜻임. 나아가 그 특정된 행위는 과실로 평가될 수 있어야 함

 

 그러면 위 판결(대법원 2023. 10. 12. 선고 2021다213316 판결 사안에서 문제가 되는 특정한 의료행위는 무엇인지 살펴봄

 

. 원고들이 주장한 의료진 과실과 원심 판단

 

 불필요한 기관흡인 시행  ×

 과산소화 상태를 만들지 않은 상태에서 기관흡인 시행  ×

 기관흡인 시행 중 식도로 잘못 삽관 → ○

 산소포화도 저하시 응급조치 잘못 → ○

 과다한 멸균생리식염수 주입  ×

 

. 다른 원인의 개입 가능성에 관하여

 

 산소포화도 저하의 다른 원인으로 기흉의 가능성이 있었음

 

 원심은 의무기록이나 부검기록에서 기도유출 정도의 기도손상이 있었다는 정황을 찾아볼 수 없다고 판단함. vs. 대상판결은 부검감정서에는  다수의 공기집(subpleural blebs)이 보인다고 기재”, “원심의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장에 대한 진료기록감정촉탁 결과를 보면,  기관 흡인이라는 통상적인 자극으로 공기집이 터져 기흉으로 악화되었을 가능성을 망아의 사망원인으로 들고 있다고 판시함

 

 위 부검감정서나, 진료기록감정촉탁 결과 모두 원심이 배척하지 않은 증거들임. 결국 원심이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에 의하더라도, 산소포화도 저하의 원인으로 기도발관 잘못 외에 기흉의 가능성이 있었음

 

 원심이 위 증거자료를 취신할 수 없다고 보았다면, 배척하는 이유를 판시할 필요가 있었는데, 그러한 판단을 생략하고 기흉 가능성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음

 

 그 밖에 기관흡인 시 튜브 삽관과 발관상 주의의무 위반 잘못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사정들도 있었음

 

 결국 의료진의 과실을 긍정하기 어렵기 때문에, 원심이 전제한 대법원 9966328 판결 법리를 원용하기 어려운 사안으로 생각됨

 

. 의료사건 심리 시 유의점

 

 대상판결 이유를 보면, 마치 항소심 판결이유와 같은 느낌을 받게 됨. 그렇게라도 파기하는 이유는 의료과실이 존재하는 판단을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임

 

 전문심리위원 의견을 구두로라도 꼭 들어볼 것

 

 대법원 민사신건조에서 모든 의료사건 검토 시 의사 출신 연구관의 의견 조회를 필수적으로 거치고 있음에 유의. 법원의 판단은 규범적인 것이나, 그 전제가 되는 의료 과실 존부에 관한 판단이 임상의학과 동떨어져 있으면 곤란함

 

바. 의사가 의료행위를 할 때 요구되는 주의의무의 정도 및 주의의무의 판단기준이 되는 ‘의료수준’의 의미와 평가방법(대법원 2023. 10. 12. 선고 2021다213316 판결) 

 

 폐쇄형 기관흡인이 시행된 이후 망아의 상태가 악화되어 사망한 사건이다.

 

 위 판결의 쟁점은,  의료인의 의료행위에 관한 주의의무 판단방법,  의료과실과 결과 발생 사이의 인과관계 판단방법이다.

 

 의사가 진찰치료 등의 의료행위를 할 때에는 사람의 생명신체건강을 관리하는 업무의 성질에 비추어 환자의 구체적인 증상이나 상황에 따라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요구되는 최선의 조치를 취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고, 의사의 이와 같은 주의의무는 의료행위를 할 당시 의료기관 등 임상의학 분야에서 실천되고 있는 의료행위의 수준을 기준으로 삼되 그 의료수준은 통상의 의사에게 의료행위 당시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고 또 시인되고 있는 이른바 의학상식을 뜻하므로 진료환경 및 조건, 의료행위의 특수성 등을 고려하여 규범적인 수준으로 파악되어야 한다(대법원 1992. 5. 12. 선고 9123707 판결, 대법원 2004. 10. 28. 선고 200245185 판결 등 참조).

한편 의료행위는 고도의 전문적 지식을 필요로 하는 분야로서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으로서는 의사의 의료행위 과정에 주의의무 위반이 있는지 여부나 그 주의의무 위반과 손해발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는지 여부를 밝혀내기가 매우 어려운 특수성이 있다. 따라서 환자에게 발생한 손해에 관하여 의료상의 과실 이외의 다른 원인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간접사실들을 증명함으로써 그와 같은 손해가 의료상의 과실에 기한 것이라고 추정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그 경우에도 의사의 과실로 인한 결과 발생을 추정할 수 있을 정도의 개연성이 담보되지 않는 사정들을 가지고 막연하게 중한 결과에서 의사의 과실과 인과관계를 추정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의사에게 무과실의 증명책임을 지우는 것까지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2007. 5. 31. 선고 20055867 판결, 대법원 2009. 12. 10. 선고 200822030 판결 등 참조).

 

 소아청소년과 병동 간호사인 피고보조참가인이 망아의 가래를 제거하기 위하여 폐쇄형 기관흡인을 시행하였는데 이후 망아의 말초산소포화도가 저하되며 상태가 호전되지 않고 사망에 이르게 되자 이에 대한 손해배상을 구하는 사건이다.

 

 망아에 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감정서에는 망아의 폐가 위축되어 있고 폐렴과 더불어 폐실질에 다수의 기종성 변화와 가슴막 아래에 다수의 공기집(subpleural blebs)이 보인다고 기재되어 있고,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장에 대한 진료기록감정촉탁 결과를 보면 이 사건 기관흡인 이전에 심한 모세기관지염으로 인한 말초 기관지의 염증, 고유량산소, 기계호흡 등에 의한 폐포벽의 손상으로 망아의 폐에 기종성 변화가 이미 진행된 상태에서 이 사건 기관흡인 직후 망아에게 이차성 기흉이 발생하여 산소포화도가 저하되었으며, 이것이 긴장성 기흉(tension pneumothorax)으로까지 발전되면서 상태가 호전되지 못하여 망아가 사망에 이르게 되었다는 것임

 

 원심은 이 사건 기관흡인 직후 망아의 산소포화도가 저하된 원인에 관하여, 기흉의 경우 기도손상이 있어야 하나 망아에게서 기도손상의 정황이 없다는 이유로 기흉을 원인에서 배제하며 기관 내 튜브가 발관된 사정만을 원인으로 판단하였다.

 

 대법원은, 망아의 폐 상태를 고려하면 반드시 망아에게 기도손상이 있어야만 기흉이 발생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므로 원심판단과 같이 기흉을 원인에서 쉽게 배제하기는 어렵고, 따라서 피고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려면 먼저 망아의 산소포화 기관흡인 당시 망아의 기관 내 튜브가 발관되었다는 사정이 증명되어야 하고, 그러한 튜브 발관이 의료진의 과실로 발생한 것이라는 사정이 인정되어야 하며, 튜브의 발관과 망아의 급격한 산소포화도 저하 사이의 인과관계, 피고 병원 의료진이 신속하게 발관된 튜브를 재삽관하지 못한 과실로 망아의 상태가 악화되었다는 사정, 이러한 과정과 망아의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가 증명되어야 하나 이러한 사정에 대한 증명이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였다.

 

 

 

 

 

 

 

 

'법률정보 > 의료과오 의료소송' 카테고리의 다른 글

【판결】《의사의 환자에 대한 진료상 주의의무의 내용 및 진단상의 과실 유무를 판단하는 기준(대법원 2023. 7. 13. 선고 2020다217533 판결)》〔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0) 2025.01.26
【판결<의료소송, 의료과오소송>】《수인한도를 넘는 현저히 불성실한 진료인지 판단하는 기준/의료진이 일반인의 수인한도를 넘어서 현저하게 불성실한 진료를 행한 경우, 위자료 배상책임을 부담하는지 여부 및 이에 대한 증명책임과 판단기준(대법원 2023. 8. 18. 선고 2022다306185 판결)》〔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0) 2024.12.27
【판례<의료과실, 의료과오소송>】《의료진이 경피적 배액술 외에 외과적 배액술을 실시하지 않은 것에 과실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한 사례, 의사가 진찰ㆍ치료 등의 의료행위를 할 때 요구되는 주의의무의 정도를 판단하는 기준 및 의사의 질병 진단 결과에 과실이 없다고 인정되는 경우 그 요법으로서 취할 조치에 관한 의사의 재량의 범위, 환자에게 발생한 나쁜 결과에 관하여 의료상의 과실 이외의 다른 원인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간접사실들을 증명하는 방법으로 인과관  (0) 2024.10.31
【판례<의사의 설명의무의 상대방>】《미성년자인 환자에게 의료행위에 관한 설명을 하지 않은 것에 대하여 설명의무 위반으로 손해배상을 구할 수 있는지 여부(원칙적 소극)(대법원 2023. 3. 9. 선고 2020다218925 판결)》〔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0) 2024.09.01
【의료과오책임, 의료과실, 설명의무위반, 의사의 설명의무의 상대방, 의사의 주의의무, 보호의무, 의료과실의 인정에서 추정으로의 전환, 입증책임완화에 따른 의료과실의 의미와 판단기준】《안내렌즈삽입수술 후 황반원공 발생사건, 수술 후 이상 증상이 있을 때 의사의 책임 여부, 의사의 설명의무 이행시기》〔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0) 2024.07.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