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의미】《여행은 ‘그냥 나로 머무는 것’, ‘존재 자체를 허락받는 시간’이다.》〔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나에게 여행은,
단순히 ‘어디로 가는 것’이 아니라 ‘나를 잠시 벗어나는 일’이다.
여행을 떠나는 순간,
익숙했던 이름들이 사라지고,
모든 것이 낯설고 새로워진다.
그 낯섦 속에서 우리는
자신의 본모습과 마주하게 된다.
사람들은 흔히 "여행은 힐링이다"라고 말하지만,
여행은 충돌이다.
내가 가진 가치관이 다른 문화와 부딪치고,
내가 믿고 있던 ‘정상’이 다른 세계에서는 ‘예외’일 수 있다는 걸 알게 된다.
그 불편함 속에서, 밴댕이 소갈머리 같던 내 생각은 조금씩 넓어진다.
그리고 또 하나.
여행은 시간의 밀도를 바꾸는 마법이다.
일상에서는 한 달이 뭉뚱그려 스쳐 가는데,
여행 중 하루는 몇 겹으로 접혀서 마음속에 남는다.
처음 보는 거리, 낯선 언어, 길가의 노을 하나까지도 기억에 오래 머물러.
결국 여행이란,
내가 살아 있다는 걸 다시 느끼기 위한 감각의 리셋이 아닐까.
여행에서 나는 아무것도 깨닫지 않는다.
당나귀가 여행을 떠난다고 해서 말이 되어 돌아오지 않듯,
여행이 사람을 특별하게 바꾸어줄 거라는 기대는 하지 않는다.
나는 그저 잠시,
무거운 일상의 짐을 내려놓는 법을 배워갈 뿐이다.
세상은 생각보다 너그럽고,
그 아름다움은 대단한 교훈 없이도
그 자체만으로 충분히 경이롭다.
산의 능선이 하늘에 물들고,
해가 지는 강가에서 낯선 바람이 스칠 때,
그 순간이 내게 말한다.
‘지금 살아 있는 것만으로도 좋지 않느냐’고.
여행이 내게 가르쳐준 게 있다면,
그건 이런 것이다.
내가 먼저 마음을 열면,
세상도 조용히 문을 열어준다.
깨달음을 찾기보다,
그저 삶의 속도를 조금 늦춰보고 싶을 때
나는 다시 길 위에 선다.
그 길 위에서 나는 더 이상 아무것도 되려 하지 않는다.
그냥 나로, 한 사람으로 충분하다는 것을 느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