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판례<대포통장거래, 보이스피싱>】《타인명의의 예금통장(대포통장)을 거래한 경우 전자금융거래법위반죄로 처벌받을까?(대법원 2013. 8. 23. 선고 2013도4004 판결)》〔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타인 명의의 예금통장(대포통장) 등을 거래한 경우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죄 성립 여부(대법원 2013. 8. 23. 선고 2013도4004 판결)>
1. 판결의 요지
【판시사항】
[1] 전자금융거래법상 처벌대상인 ‘접근매체의 양수’의 의미 및 접근매체의 명의자가 양도하거나 명의자로부터 양수한 경우에만 처벌대상이 되는지 여부(소극)
[2] 피고인이 갑으로부터 건네받은 을 명의의 통장 등 접근매체를 병이 지시하는 성명을 알 수 없는 사람에게 ‘양도’하였다고 하여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피고인의 행위는 접근매체의 양도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이와 달리 보아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에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전자금융거래법 제49조 제4항 제1호에서 말하는 접근매체의 양수는 양도인의 의사에 기하여 접근매체의 소유권 내지 처분권을 확정적으로 이전받는 것을 의미하고, 단지 대여받거나 일시적인 사용을 위한 위임을 받는 행위는 이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타당한데, 같은 법 제6조 제3항 제1호는 접근매체의 양도, 양수행위의 주체에 제한을 두지 않고 있으므로 반드시 접근매체의 명의자가 양도하거나 명의자로부터 양수한 경우에만 처벌대상이 된다고 볼 수 없다.
[2] 피고인이 갑으로부터 건네받은 을 명의 통장 등 접근매체를 병이 지시하는 성명을 알 수 없는 사람에게 양도하였다고 하여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피고인은 단순히 접근매체를 사기 범행의 공범들 사이에서 내부적으로 전달하였다기보다 접근매체를 매수한 후 전부를 다시 매도하여 중간 차익을 얻는 행위를 업으로 한 점, 전화금융사기 범행의 특성상 유기적으로 연결된 범죄집단과 달리 행위자들 사이에 충분히 접근매체의 거래가 이루어질 수 있는 점, 접근매체의 유통 과정은 취득자가 접근매체를 이용하여 임의로 전자금융거래를 할 수 있음을 전제로 하고 있고 그에 대하여 일정한 가액도 수수되고 있는 점, 전자금융거래법은 전자금융거래의 법률관계를 명확히 하여 전자금융거래의 안전성과 신뢰성을 확보함에 입법목적이 있어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죄와 사기죄는 보호법익이나 입법목적을 달리하는 점 등을 감안할 때, 피고인의 행위는 접근매체의 양도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이와 달리 보아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에 전자금융거래법상 접근매체 양도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한 사례.
2. 사안의 개요
⑴ 타인 명의의 예금통장 등 접근매체를 매수하여 전화금융사기조직에 판매한 사안이다.
⑵ A 씨 등은 사무실까지 차려 놓고 B 씨 등에게서 C 씨 등 개인 및 법인 명의로 발급된 은행 예금통장, 비밀번호, 현금카드 등의 전자금융거래 접근매체를 계획적, 조직적으로 매수하였다.
⑶ A 씨 등은 위 통장 등을 퀵서비스를 통해 D 씨 등에게 보내주고 돈을 받는 등으로 다시 판매하였다.
⑷ 그 후 위 통장 등은 보이스피싱(Voice phishing, 사기전화)을 비롯한 전화금융사기조 직원들에게 넘겨져 대출, 조건만남 등을 빙자한 다수의 사기 범행의 입출금 수단으로 사용되었다.
⑸ A 씨 등은 접근매체의 양수 또는 양도로 인한 전자금 융거래법 위반으로 기소되었다.
3. 이 사건의 쟁점 및 결론
가. 쟁점
⑴ A 씨 등은 B 씨 등에게서 C 씨 등 명의로 발급된 은행 예금통장, 비밀번호, 현금카드 등의 전자금융거래 접근매체를 매수하였다가, 이를 D 씨 등에게 다시 판매하였다.
⑵ 그 후 위 통장 등은 전화금융 사기조직원들에게 넘겨져 다수의 사기 범행의 입출금 수단으로 사용되었다.
⑶ A 씨 등은 접근매체의 양수 양도로 인한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죄로 처벌받을까?
(4) 이 사건의 쟁점은, 통장모집책이 대가를 지급하고 제3자 명의의 통장을 제공받은 행위가 전자금융거래법상 접근매체의 양수에 해당하는지 여부(적극) 및 통장모집책이 대가를 지급받고 제3자 명의의 통장을 제공한 행위가 전자금융거래법상 접근매체의 양도에 해당하는지 여부(적극)이다.
나. 대법원의 판단
⑴ A 씨 등이 접근매체의 소유권 내지 처분권을 확정적으로 이전받아 이를 다시 이전하였으므로, 전자금융거래법상 처벌대상인 ‘접근매체의 양수 또는 양도’에 해당한다.
⑵ 따라서 A 씨 등은 전자금융거래법 제49조 제4항 제1호, 제6조 제3항 제1호에 따라 처벌된다.
4. 사안의 분석 및 대상판결의 판시내용
가. 관련 규정
● 전자금융거래법 제2조(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10. “접근매체”라 함은 전자금융거래에 있어서 거래지시를 하거나 이용자 및 거래내용의 진실성과 정확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사용되는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수단 또는 정보를 말한다.
가. 전자식 카드 및 이에 준하는 전자적 정보
나. 전자서명법 제2조 제4호의 전자서명생성정보 및 같은 조 제7호의 인증서
다. 금융회사 또는 전자금융업자에 등록된 이용자번호
라. 이용자의 생체정보
마. 가목 또는 나목의 수단이나 정보를 사용하는 데 필요한 비밀번호
● 전자금융거래법 제6조(접근매체의 선정과 사용 및 관리)
③ 누구든지 접근매체를 사용 및 관리함에 있어서 다른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다음 각 호의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단서 생략]
1. 접근매체를 양도하거나 양수하는 행위
● 전자금융거래법 제49조(벌칙)
④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1. 제6조 제3항 제1호를 위반하여 접근매체를 양도하거나 양수한 자
나. 사안의 분석
⑴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 에 관한 법률’을 위반하여 타인 명의로 은행 예금통장(차명 계좌 통장)을 발급받아 사용하는 경우에는 통장의 명의인과 실제 사용자가 서로 다르게 된다.
이와 같은 형태로 발급되어 사용되는 통장을 속칭 ‘대포통장’이라고 부르는데, 흔히 보이스피싱을 비롯한 전화금융사기 또는 탈세 등의 범죄에 악용되고 있다.
⑵ 명의자가 아닌 사람이 은행통장 등 접근매체를 거래한 경우도 전자금융거래법에서 금지하는 ‘접근매체의 양수 또는 양도’에 해당할 수 있다.
전자금융거래법 제49조 제4항 제1호에서 말하는 ‘접근매체의 양수’는 양도인의 의사에 기하여 접근매체의 소유권 내지 처분권을 확정적으로 이전 받는 것을 의미하고, 단지 대여받거나 일시적인 사용을 위한 위임을 받는 행위는 이에 포함되지 않는다.
그런데 전자금융거래법 제6조 제3항 제1호는 접근매체의 양도, 양수행위의 주체에 제한을 두지 않고 있다.
따라서 반드시 접근매체의 명의자가 양도하거나 명의자로부터 양수한 경우에만 처벌 대상이 된다고 볼 수 없다.
⑶ A 씨 등의 행위는 ‘접근매체의 양수 또는 양도’에 해당하여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죄로 처벌된다.
접근매체 전부를 제공받고 그에 따라 정해진 대가까지 지급하였다.
또한 A 씨 등이 달리 대여받거나 일시 사용을 위한 위임을 받았다고 볼 만한 사정도 없었다.
따라서 A 씨 등이 B 씨 등에게서 접근매체를 제공받은 것은 전자금융거래법에서 금지하는 ‘접근매체의 양수’에 해당한다.
⑷ 한편 A 씨 등은 단순히 접근매체를 사기범행의 공범들 사이에서 내부적으로 전달하였다기보다는 접근매체를 매수한 후 다시 D 씨 등에게 매도함으로써 중간 차익을 얻는 영업을 하였다.
전화금융사기 범행의 경우 유기적으로 연결된 범죄 집단과 달리 행위자들 사이에 충분히 접근매체 거래가 이루어질 수 있고, 접근매체의 유통 과정에 취득자가 접근매체를 이용하여 임의로 전자금융거래를 할 수 있음을 전제로 일정한 돈이 수수되고 있다.
이러한 사정을 감안하면, A 씨 등이 접근매체를 D 씨 등에게 매도한 것은 전 자금융거래법에서 금지하는 ‘접근매체의 양도’에 해당한다.
⑸ 접근매체를 대여받거나 대여하는 행위도 처벌될 수 있다.
2015. 1. 20. 개정된 전자금융거래법은 제6조 제3항 제2호, 제3호에서 ‘대가를 수수, 요구 또는 약속하면서 접근매체를 대여받거나 대여하는 행위 또는 보관 , 전달, 유통하는 행위’와 ‘범죄에 이용 할 목적으로 또는 범죄에 이용될 것을 알면서 접근매체를 대여받거나 대여하는 행위 또는 보관, 전달, 유통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이를 위반한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제49조 제4항 제2호).
다. 대포통장 명의자의 형사책임
대포통장 명의자의 형사책임을 살펴 보자.
자신의 예금통장이 사기 범행에 이용되리라는 사정을 알고도 자신의 명의로 은행계좌를 개설하여 타인에게 양도함으로써 타인이 피해자를 속여 돈을 위 계좌로 송금하게 하는 방법으로 사기 범행을 저지른 경우, 예금통장을 개설하여 넘겨준 대포통장의 명의인은 전자금융거래법상 접근매체 양도죄 외에 형법상 사기방조죄의 형사책임도 진다(대법원 2010. 12. 9. 선고 2010도6256 판결).
5. 보이스피싱 사기죄
가. 범죄유형
⑴ 피싱(phishing)은 '개인정보(private data)'와 '낚시(fishing)'를 뜻하는 영어를 합성한 조어이다.
보이스피싱(voice phishing)은 전화를 통하여 상대방의 신용카드 번호 등의 개인정보를 불법적으로 알아낸 뒤 이를 범죄에 이용하는 전화금융사기 수법을 말한다. 처음에는 국세청 등 공공기관을 사칭하여 세금을 환급한다는 빌미로 피해자를 현금지급기 앞으로 유도하는 방식이었으나, 이 같은 수법이 널리 알려진 뒤에는 피해자가 신뢰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사전에 입수한 개인정보를 활용하는 등 다양한 수법들이 등장하고 있다.
⑵ 보이스피싱의 주요 범죄유형은 다음과 같다.
① 국세청이나 국민연금관리공단 등을 사칭하여 세금·연금 등을 환급한다고 유혹하여 현금지급기로 유인하여 피해자 스스로 대포통장 계좌로 이체시키는 형태
② 신용카드사·은행·채권추심단을 사칭하여 신용카드 이용대금이 연체되었다거나 신용카드가 도용되었다는 구실로 은행 계좌번호나 신용카드 번호를 입력하도록 요구하여 대포통장 계좌로 이체시키는 형태
③ 자녀를 납치하였다거나 자녀가 사고를 당하였다고 속여 부모에게 돈을 요구하는 형태
④ 동창회·종친회 명부를 입수한 뒤 회비를 송금하도록 요구하는 형태
⑤ 대학입시에 추가로 합격하였다며 등록금을 입금할 것을 요구하는 형태
나. 죄명 및 적용법조
⑴ 사기죄
⑵ 컴퓨터 사용사기죄(형법 제347조의2)로 기소하는 것도 가능
다. 재판 특징유형
⑴ 대부분의 피고인이 범행을 부인함
보이스피싱 범죄인줄 모르고 단순 심부름을 하였을 뿐이라고 부인하는 사례가 많음.
국제적 조직범죄인 경우가 많음. 예컨대, 콜센터의 운영은 중국에서, 현금 송금과 대포통장의 개설은 한국에서 하는 등 그 역할이 분담되어 있는 방식임
⑵ 대포통장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음
대포통장 수집책, 전화통화책, 모집책, 현금인출책, 환전책 등으로 나뉘어 점조직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수사나 범인검거에 어려움이 큰 범죄임
⑶ 공범간의 전화통화내역을 분석하면 가담정도 파악에 도움이 됨
최정점에 있는 주범은 그 바로 아래급인 모집책과 사이에서만 통화를 하고, 모집책은 주범과 사이 및 말단의 현금인출책과 사이에 공히 통화를 하며, 말단의 현금인출책은 중간의 모집책과 사이에서만 통화를 하는 경향이 있음. 주범과 현금인출책 사이에는 통화기록이 거의 없는 것이 특징임
라. 대포통장 명의대여인의 죄책
⑴ 보통은 전자금융거래법 제49조를 적용하여 기소되지만, 상습적인 대포통장 명의대여인의 경우에는 사기죄의 방조범으로 기소되기도 함
⑵ 그러나 대포통장 명의대여인은 자기는 사기범들과 관계가 없고 그들의 신원조차 모른다고 부인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사기죄의 방조범을 유죄로 인정하기는 쉽지 않음(대법원 2009. 5. 14. 선고 2008도10676 판결 : 피고인이 친형 명의로 개통한 휴대폰을 판매한 성명불상자에게 다시 이른바 ‘대포통장’을 판매하였다는 사실만으로는 피고인이 성명불상자가 이를 이용하여 타인을 기망하고 금원을 편취하리라는 구체적인 사실을 미필적으로라도 인식하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
마. 예금통장과 비밀번호가 전자금융거래법상 접근매체인지 여부
대법원 2010. 5. 27. 선고 2010도2940 판결 : 전자금융거래법 제2조 제10호에 정한 ‘접근매체’라고 하기 위해서는 전자금융거래계약의 체결이 전제되어야 한다. 금융기관의 창구에서 입출금 및 통장정리만이 가능할 뿐 전자금융거래법 제2조 제8호의 전자적 장치를 통한 거래는 할 수 없는 예금통장, 비밀번호 등은 위 법에서 말하는 ‘접근매체’로 볼 수 없음
바. 대포통장 명의인의 금전인출과 죄책
⑴ 대포통장 명의인이 금전을 인출하여도 은행에 대한 절도죄나 사기죄는 성립되지 아니함
◎ 대법원 2009. 12. 10. 선고 2009도8776 판결 : 피고인이 발급받아 제3자에게 교부하여 준 속칭 ‘대포통장’의 명의인으로서, 그 계좌로 송금되어 온 금전을 인출하기 위하여 일단 위 통장의 분실신고를 하여 계좌거래를 정지시킨 다음 위 통장을 재발급받는 방법으로 위 금전의 인출을 시도한 행위는 자신의 명의로 된 은행계좌를 이용한 것이어서 애초 예금계좌를 개설한 은행의 의사에 반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절취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원심의 판단은 정당함
◎ 대법원 2010.5.27. 선고 2010도3498 판결 : 송금의뢰인(피해자)이 수취인(대포통장 명의인)의 예금계좌에 계좌이체 등을 한 이후, 수취인이 은행에 대하여 예금반환을 청구함에 따라 은행이 수취인에게 그 예금을 지급하는 행위는 계좌이체금액 상당의 예금계약의 성립 및 그 예금채권 취득에 따른 것으로서 은행이 착오에 빠져 처분행위를 한 것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결국 이러한 행위는 은행을 피해자로 한 형법 제347조의 사기죄에 해당하지 않는다.
⑵ 처음부터 위와 같은 의도로 보이스피싱 사기단에게 대포통장을 판매하였다면, 판매행위에 대하여 전자금융거래법위반죄 및 사기죄로 의율할 수 있는 경우가 있음
⑶ 대포통장에서 금전을 인출하는 행위에 대한 기소시 적용 죄명이 최근 다양해지고 있음
대포통장 실제 사용인에 대한 보관자 지위에서 횡령죄로 기소하거나 실제 피해자들을 상대로 한 점유이탈물횡령죄로 기소하는 사례, 장물취득죄로 기소하는 사례도 있음
사. 피해자 환부
⑴ 보이스피싱으로 피해자로부터 편취한 금원 중 압수된 현금은 피해자 환부가 필요함
⑵ 대포통장 계좌에 입금된 채 남아있는 금원에 대하여 피해자 환부를 요구하는 사례도 있으나, 장물이라고 보기에는 어려우므로 형사소송법 제333조 제2항에 따라 환부하기는 곤란함
⑶ 대한법률구조공단에서 경찰청과 공동으로 전화금융사기 피해자 원스톱 구조절차를 시행 중에 있으므로 이를 활용할 것을 참여관 등을 통하여 권유함
아. 몰수
피고인이 한국에 체류하기 위해 환전하여 소지한 돈은 편취물이 아니므로 몰수할 것은 아님. 이 점을 간과하여 압수된 물건을 전부 몰수하는 사례가 종종 있음
6. ‘사기이용계좌’ 명의인의 사기피해금 임의인출행위에 관한 판례 [이하 대법원판례해설 제118호 배정현 621-645 참조]
가. 계좌명의인이 사기피해금을 인출한 행위
대법원은 계좌명의인이 사기피해금을 인출한 행위에 대하여 은행에 대한 사기죄, 절도죄, 사기피해자에 대한 장물취득죄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한 바 있다.
⑴ 은행을 피해자로 한 사기죄
대법원 2010. 5. 27. 선고 2010도3498 판결은 수취인이 은행에 대하여 예금반환을 청구함에 따라 은행이 수취인에게 그 예금을 지급하는 행위는 계좌이체금액 상당의 예금계약의 성립 및 그 예금채권 취득에 따른 것으로서 은행이 착오에 빠져 처분행위를 한 것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은행을 피해자에 대한 사기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하였다.
⑵ 은행에 대한 절도죄
대법원 2009. 12. 10. 선고 2009도8776 판결은 ‘대포통장’의 계좌명의인이 금전의 인출을 시도한 행위는 자신의 명의로 된 은행계좌를 이용한 것이어서 애초 예금계좌를 개설한 은행의 의사에 반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절취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하였다.
⑶ 사기피해자에 대한 장물취득죄
대법원 2010. 12. 9. 선고 2010도6256 판결은 본인 명의의 계좌를 성명불상자에게 양도함으로써 사기범행을 방조하였다는 사실로 사기방조죄로, 사기피해자로부터 그 계좌로 송금된 돈을 인출함으로써 장물을 취득하였다는 사실로 장물취득죄로 기소된 사안이다. 위 판결은 사기방조죄를 유죄로 판단한 원심을 유지하면서, 장물취득죄에 대하여는 본범의 사기행위는 본범에게 편취금이 귀속되는 과정 없이 사기방조범인 피고인이 피해자로부터 피고인의 예금계좌로 송금받아 취득함으로써 종료되는 것이고, 그 후 피고인이 자신의 예금계좌에서 위 돈을 인출하였어도 이는 예금명의자로서 은행에 예금반환을 청구한 결과일 뿐 본범으로부터 위 돈에 대한 점유를 이전받아 사실상 처분권을 획득한 것이 아니라는 이유로 인출행위를 장물취득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하였다.
나. 횡령죄로만 기소된 경우
횡령죄로만 기소된 사안에서, 돈을 송금한 사기피해자 또는 접근매체 양수인에 대한 횡령죄 성립을 인정한 하급심판결은 대부분 그대로 확정되어 왔다.
대법원은 별다른 법리 설시 없이 ① 사기피해자에 대한 횡령죄를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을 수긍한 바 있고(대법원 2014. 11. 27. 선고 2014도11897 판결 등), ② 성명불상의 접근매체 양수인에 대한 횡령죄 성립을 부정한 원심을 수긍한 바도 있다(대법원 2014. 11. 27. 선고 2011도14691 판결).
다. 횡령죄 외에 사기죄(공범 포함)로도 기소되어 사기죄가 유죄로 판단된 경우
⑴ 대법원 2011. 2. 10. 선고 2010도17016 판결
위 판결은 처음부터 계좌가 사기범행에 사용될 것임을 알고 계좌의 접근매체를 양도하였다는 사실을 인정하여 사기방조죄를 유죄로 인정하였으나, 횡령죄에 대하여는 사기피해자와 사이에 위탁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아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원심이 정당하다고 하였다.
⑵ 대법원 2017. 5. 31. 선고 2017도3045 판결
위 사건의 원심은 사기방조죄를 유죄로, 횡령죄를 무죄로 판단하였다.
2017도3045 판결은 사기방조죄에 관한 상고이유를 배척하는 한편 자신 명의 계좌의 접근매체를 양도함으로써 사기범행을 방조한 자에 대해서는 접근매체 양도 이후에 이루어진 사기피해금 인출행위에 대하여는 따로 사기피해자에 대한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하면서 횡령죄에 관한 원심의 판단에 불가벌적 사후행위 등에 관한 법리 를 오해한 위법이 없다고 하였다.
라. 판례의 태도
횡령죄 성립 여부와 관련한 상고이유를 판단한 대법원 2017도3045 판결, 2017도3894 판결의 태도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6. 대법원 2017도3045 판결, 2017도3894 판결의 적용 범위 [이하 대법원판례해설 제118호 배정현 621-645 참조]
가. 불가벌적 사후행위
대법원 2017도3045 판결, 2017도3894 판결은 전자통신금융사기(이른바 보이스피싱 범죄)의 범인이 피해자를 기망하여 피해자의 돈을 사기이용계좌로 송금․이체받은 후 사기이용계좌에서 사기피해금을 인출한 행위는 사기죄(공범) 외에 따로 횡령죄를 구성하지 않고, 이는 사기범행에 이용되리라는 사정을 알고서도 자신 명의 계좌의 접근매체를 양도함으로써 사기범행을 방조한 종범이 사기이용계좌로 송금된 피해자의 돈을 임의로 인출한 경우에도 마찬가지라고 하였다.
그 취지는 사기의 범인(공범 포함)이 사기범행의 결과 편취한 돈을 보유하는 것은 사기피해자의 소유권을 침해한 위법한 상태가 계속된 것에 불과하지 사기피해자를 위하여 사기피해금을 보관하는 것으로 볼 수 없고, 사기범행으로 편취한 돈을 인출한 행위는 이미 유죄로 판단된 사기범행의 실행행위에 포함되거나 사기범행이 예정한 행위에 해당하므로 사기(방조)죄가 성립하는 것과 별도로 횡령죄가 성립할 수 없다는 것이다. 불가벌적 사후행위라는 취지이다.
피해자가 다르면 새로운 법익침해가 있다고 보아야 하므로 위 판결은 우선 공소사실상 사기피해자가 횡령 피해자로 되어 있는 경우에만 적용할 수 있다.
또한 사기피해금을 인출한 계좌명의인이 선행된 사기범행에 가담하였다고 평가된 경우, 즉 사기죄의 범인(공범 포함)임이 소송에서 증명된 경우에만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나. 사기죄로 기소되지 않은 경우에도 사기범행에 가담하였는지를 심리하여 횡령죄 성부를 판단할 수 있는지 여부
사기의 공범으로는 기소되지 않고 사기이용계좌에서 사기피해금을 인출한 행위에 대해서만 횡령죄로 기소된 경우에도 법원이 사기범행에 가담한 사실(사기범행에 이용되리라는 사정을 알고도 자신 명의 계좌의 접근매체를 양도한 사실)을 인정한 후 2017도3045 판결, 2017도3894 판결을 원용하면서 계좌명의인과 사기피해자 사이에 위탁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횡령죄를 무죄로 판단한 하급심도 보인다.
이 문제는 ① 사기죄로 처벌되는지와 무관하게 기망에 의해 타인의 재물을 점유하게 된 경우에는 위탁관계 자체를 인정할 수 없는 것인지, ② 선행 범행에 가담하였다고 볼 만한 정황이 있음에도 후행의 재물처분행위만을 기소할 수 있는지, 후행의 처분행위만을 기소한 경우 법원이 공소장에 기재되지 않은 부분을 고려하여 후행의 처분행위를 ‘불가벌’이라고 할 수 있는지와 관련된 문제이다.
계좌명의인이 자신의 계좌에 자신과는 아무런 법률관계 없이 송금․이체된 돈(제3자의 사기로 인한 사기피해금 등)을 영득할 의사로 인출한 행위에 대하여만 횡령죄로 기소된 경우 계좌명의인이 그 돈의 송금인을 기망하여 돈을 송금하게 한 것인지 또는 제3자의 사기범행에 가담하였는지 여부를 직권으로 심리하여 그에 따라 횡령죄 성부를 판단할 것은 아니다.
법원이 횡령죄에 대한 심리 도중 피고인이 처음부터 타인을 기망하여 그의 재물을 보유하게 된 것으로 보이더라도, 사기죄가 성립하는 경우, 즉 사기죄로 기소되어 유죄로 판단된 경우가 아닌 한 그 타인과의 위탁관계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다.
7. 계좌명의인이 그 계좌에 입금된 사기피해금을 임의로 인출한 경우 횡령죄가 성립 여부 [이하 대법원판례해설 제118호 배정현 621-645 참조]
가. 사기피해자에 대한 횡령죄 성립
계좌명의인이 인출한 돈은 당연히 사기피해금과 동일한 돈으로 평가될 수 있는 경우임을 전제로 한다.
또 사기이용계좌에서 사기피해금을 인출한 피고인은 사기죄(공범 포함)로는 처벌되지 않은 경우(사기죄로 기소조차 되지 않았거나 기소되었어도 무죄로 판단된 경우)임을 전제로 한다. 사기죄로도 동시 기소(병합심리 포함)되어 주된 범행인 사기죄가 유죄로 판단된 경우에는 사기피해금 인출행위에 대하여는 사기피해자에 대한 횡령죄가 따로 성립한다고 볼 수 없다.
이 경우 사기피해자에 대한 횡령죄가 성립한다.
사기피해자(송금인)와 계좌명의인 사이에 신의칙상 위탁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
제3자 명의 사기이용계좌에 사기피해금이 송금되었어도 사기피해자가 그 돈에 대한 권리를 상실하였다거나 그 돈을 접근매체를 양수한 사기범의 돈으로 볼 수는 없다.
계좌명의인과 접근매체 양수인 사이에는 보호할 만한 위탁관계가 없으므로 접근매체 양수인을 피해자로 볼 수 없다.
나. 사기죄로의 기소된 경우 처벌 여부와 횡령죄
대법원 2016. 2. 19. 선고 2015도15101 전원합의체 판결의 쟁점은 사기이용계좌에서 사기피해금을 인출한 피고인은 사기(방조)죄로는 처벌되지 않은 경우(기소조차 되지 않았거나 기소되었어도 사기범행이 증명되지 않아 무죄로 판단된 경우)임을 전제로 한다.
사기죄로도 동시 기소되어 주된 범행인 사기죄가 유죄로 판단된 경우에는 대법원 2017도3045 판결, 2017도3894 판결이 설시한 법리에 따라 이후의 사기피해금 인출행위에 대하여 사기피해자에 대한 횡령죄가 따로 성립한다고 볼 수 없다.
한편 이 사건과 달리 횡령죄로 기소되기 전에 사기죄로 별도 기소된 경우에는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가 문제된다.
사기의 공소사실이 유죄로 되면 횡령의 공소사실(편취한 재물을 소비․처분한 사실)은 사기죄에 흡수되어 별도로 성립할 수 없고, 사기죄가 무죄로 된 경우에만 횡령죄가 성립할 수 있으므로, 사기와 횡령의 공소사실은 양립할 수 없는 관계에 있다.
그런데 판례는 A, B 공소사실이 양립할 수 없는 관계에 있는 경우, 규범적으로는 양 공소사실의 동일성이 인정된다고 하여 공소장 변경을 허가해야 한다고 하거나, A 공소사실에 대한 약식명령의 기판력이 B 공소사실에 대한 미친다고 보아 면소를 선고한 조치가 옳다고 한 바 있다(대법원 1998. 6. 26. 선고 97도3297 판결, 대법원 2012. 5. 24. 선고 2010도3950 판결).
만일 사기이용계좌에서 사기피해금을 인출한 행위에 대하여 사기피해자에 대한 횡령죄로 기소하기 전에 별도로 그 사기피해금의 편취행위와 관련하여 사기범행의 공범으로 기소되었던 경우에는 횡령의 공소사실에 대해서는 공소를 기각하거나(형사소송법 제327조 제3호), 면소판결(형사소송법 제326조 제1호)을 하는 것이 타당하다.
사기이용계좌에 사기피해금을 인출한 행위에 대하여 사기피해자에 대한 횡령죄로 기소된 경우 처리방안은 다음과 같다.
8. 제3자명의 사기이용계좌(대포통장) 명의인이 그 계좌에 입금된 보이스피싱(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금을 인출한 경우 횡령죄 성립 여부(대법원 2018. 7. 19. 선고 2017도17494 전원합의체 판결)
⑴ 사기이용계좌의 명의인이 전기통신금융사기(보이스피싱) 피해금을 횡령한 사건이다.
위 판결은, 보이스피싱 조직원에게 자기 명의 계좌의 통장을 양도한 후, 그 계좌에 송금된 사기피해금을 임의로 인출한 사안에서, 계좌명의인은 피해자와 사이에 아무런 법률관계 없이 송금․이체된 사기피해금 상당의 돈을 피해자에게 반환하여야 하므로 피해자를 위하여 사기피해금을 보관하는 지위에 있다고 보아야 하고, 만약 계좌명의인이 그 돈을 영득할 의사로 인출하면 피해자에 대한 횡령죄가 성립한다고 판시하였다.
자기 명의의 계좌에 돈이 송금․이체되었어도 그 돈이 자기가 수취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면 그 돈을 그대로 보관하여야 할 의무가 있으므로 보관자의 지위를 인정할 수 있고, 따라서 계좌명의인이 그 돈을 영득할 의사로 인출하면 송금인에 대한 횡령죄가 성립함을 분명히 하면서, 그러한 법리는 송금․이체된 돈이 전기통신금융사기 범행으로 인한 사기피해금인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고 하였다.
⑵ 한편, 이 경우에도 계좌명의인이 사기의 공범이라면 자신이 가담한 범행의 결과 피해금을 보관하게 된 것일 뿐이어서 피해자와 사이에 위탁관계가 없고, 그가 송금․이체된 돈을 인출하더라도 이는 자신이 저지른 사기범행의 실행행위에 지나지 아니하여 새로운 법익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사기죄 외에 별도로 횡령죄를 구성하지는 않는다.
⑶ 위 판결은 피고인들에게 사기방조죄가 성립하지 않는 이상 사기피해자에 대한 횡령죄가 성립함을 부가함으로써 대법원 2017도3045 판결의 적용 범위를 밝혔다.
이때 ‘사기방조죄 성립’은 사기방조죄로 기소되어 유죄로 판단된 경우를 의미함은 물론이다.
그 의미를 사기방조죄로 기소되지도 않았음에도 계좌명의인의 접근매체 양도행위가 사기범행을 방조한 행위에 해당하는지를 심리․판단하여 그에 따라 횡령죄 성립 여부를 판단할 수는 있다는 의미로 새길 수 없다.
위 판결 선고 이후 대법원은 자기 명의 계좌의 접근매체를 양도한 자가 그 계좌에 입금된 사기피해금을 출한 행위에 대하여 횡령죄로만 기소되고 접근매체를 양도한 행위와 관련하여 사기방조죄로는 기소되지 않았음에도 원심이 피고인이 사기범행에 이용되리라는 사정을 알고서 접근매체를 양도한 사실을 직권으로 인정하여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한 사안에서, 위 판결을 원용하면서 원심판결에는 횡령죄의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는 이유로 파기환송하였다(대법원 2019. 1. 17. 선고 2018도12199 판결, 대법원 2019. 4. 3. 선고 2018도7955 판결 등).
⑷ 결론적으로, 계좌명의인은 착오로 송금·이체된 돈에 대하여 송금의뢰인을 위하여 보관하는 지위에 있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계좌명의인이 그와 같이 송금·이체된 돈을 그대로 보관하지 않고 영득할 의사로 인출하면 횡령죄가 성립한다.
이러한 법리는 계좌명의인이 개설한 예금계좌가 전기통신금융사기 범행에 이용되어 그 계좌에 피해자가 사기피해금을 송금·이체한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계좌명의인은 피해자와 사이에 아무런 법률관계 없이 송금·이체된 사기피해금 상당의 돈을 피해자에게 반환하여야 하므로, 피해자를 위하여 사기피해금을 보관하는 지위에 있다고 보아야 하고, 만약 계좌명의인이 그 돈을 영득할 의사로 인출하면 피해자에 대한 횡령죄가 성립한다.
이때 계좌명의인이 사기의 공범이라면 그가 송금·이체된 돈을 인출하더라도 이는 자신이 저지른 사기범행의 실행행위에 지나지 아니하여 별도로 횡령죄를 구성하지 않는다.
한편 甲의 인출행위는 전기통신금융사기의 범인(접근매체 양수인)에 대한 관계에서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횡령죄가 되지 않는다.
첫째, 보이스피싱 범인은 계좌명의인의 예금반환청구권을 자신이 사실상 행사할 수 있어 그 돈을 인출할 수 있는 상태에 이르렀다는 의미일 뿐 예금 자체를 취득한 것이 아니다.
둘째, 계좌명의인과 보이스피싱 범인 사이의 위탁관계는 횡령죄로 보호할 만한 가치가 없다.
위 판결은, 보이스피싱 피해자가 보이스피싱에 사용되는 계좌에 송금된 돈을 자신의 계좌가 보이스피싱에 사용되는 것을 알지 못하는 계좌명의인이 무단 인출한 경우 보이스피싱 피해자에 대한 횡령죄가 성립한다고 한 전원합의체판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