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해설<행정>(자본시장법)】《주관회사(인수인)가 고의 또는 중과실로 증권신고서 등의 중요사항에 관하여 거짓의 기재 등을 방지하지 못한 때에는 과징금 부과대상이 되는지 여부(대법원 2020. 2. 27 선고 2016두30750 판결)》〔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1. 사안의 요지
중국고섬공고유한공사(‘중국고섬’)는 싱가포르에 주식을 상장한 후, 한국에 싱가포르 상장 주식을 원주로 하는 증권예탁증권(‘이 사건 증권’)을 상장하기 위하여 대우증권 및 원고(한화투자증권)와 공동주관계약을 체결하였다.
중국고섬은 피고(금융위원회)에 증권신고서 등을 제출하였고, 이 사건 증권이 상장되었으나, 그 후 분식회계 사실이 발각되어 거래정지되었고, 나중에는 감사인의 의견거절을 이유로 상장폐지되었다.
2010. 9.말 기준 중국고섬의 분식금액은 약 1,016억 원으로 추정되었고, 허위의 사실이 기재된 증권신고서에 의한 국내 투자자의 손실액은 약 2,100억 원(=모집가액 7,000 원×증권수량 3,000만 주)에 이르렀다.
피고(금융위원회)는 2013. 10. 10. 원고에 대하여 20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하였는데, 그 사유는 다음과 같다(‘이 사건 처분’).
① 원고가 중국고섬에 대한 실사의무를 대표주관회사인 대우증권에 의존하여 중국고섬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에 대한 확인절차(예금통장, 예금조회서 등 증빙서류 확인)를 수행하지 않는 등 공동주관회사로서 현저히 부실한 실사를 하여 중국고섬이 제출한 이 사건 증권신고서상 중요사항의 거짓 기재를 ‘방지’하지 못한 중대한 과실(‘제1처분사유’라 한다)
② 중국고섬이 이 사건 증권신고서에 화상프로젝트 등 관련 주요 계약 내역, 소요예산 및 자금조달방안 등 중요 투자위험요소의 기재 누락을‘방지’하지 못한 중대한 과실(‘제2처분사유’)
1심과 원심은 모두 인수가격 결정은 대우증권이 하였고 원고는 관여하지 않았으며, 원고는 인수인에 불과하여 증권신고서의 거짓의 기재 등을 고의 또는 과실로 방지하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과징금 부과대상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등의 이유로 이 사건 처분을 취소하는 판결을 선고하였다.
2. 판시사항
구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135조 제2항에 정한 '증권의 발행인으로부터 직접 증권의 인수를 의뢰받아 인수조건 등을 결정하는 인수인'이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발행인이 작성, 제출한 증권신고서나 투자설명서 중 중요사항에 관하여 거짓의 기재 또는 표시를 하거나 중요사항을 기재 또는 표시하지 아니한 행위를 방지하지 못한 경우, 과징금 부과대상이 되는지 여부(적극)
3. 판결요지
구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2013. 5. 28. 법률 제1184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자본시장법'이라 한다)은 자본시장의 공정성ㆍ신뢰성 및 효율성을 높이고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하여 증권의 발행인으로 하여금 증권의 내용이나 발행회사의 재산, 경영상태 등 투자자의 투자판단에 필요한 기업 내용을 신속ㆍ정확하게 공시하게 하는 제도를 두고 있다. 발행시장은 최초로 시장에 증권이 등장하는 공모발행이라는 점에서 그 증권의 가치평가가 어렵고, 투자판단에 필요한 정보가 부족한 경우가 많으며, 그 결과 투자자들이 증권시장에 대한 신뢰와 투자에 대한 확신을 가지기 어려운 특징이 있다. 이 때문에 증권의 모집ㆍ매출은 발행회사가 직접 공모하기보다는 인수인을 통하여 간접공모를 하는 것이 통상인데, 그 이유는 발행회사로서는 인수인이 가지는 공신력에 의하여 공모가 성공할 가능성이 높아질 뿐만 아니라 공모 차질로 인한 위험을 부담하게 되는 보험자의 역할을 기대할 수 있고, 투자자들은 시장의 '문지기(Gatekeeper)' 기능을 하는 인수인의 평판을 신뢰하여 그로부터 투자판단에 필요한 정보의 취득ㆍ확인ㆍ인증 등을 용이하게 제공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구 자본시장법은 인수인이 증권신고서 등의 직접적인 작성주체는 아니지만 증권신고서나 투자설명서 중 중요사항에 관하여 거짓 기재 또는 기재 누락을 방지하는 데 필요한 적절한 주의를 기울여야 할 의무를 부과하고[구 자본시장법 제71조 제7호, 구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시행령(2013. 8. 27. 대통령령 제2469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자본시장법 시행령'이라 한다) 제68조 제5항 제4호], 거짓 기재 또는 기재 누락으로 증권의 취득자가 손해를 입은 때에는 손해배상책임을 지우는 한편(구 자본시장법 제125조 제1항 제5호), 그 위반행위에 대하여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있는 때에는 과징금을 부과하도록 규정하고 있다(구 자본시장법 제429조 제1항 제1호, 제430조 제1항).
위에서 살펴본 구 자본시장법상 인수인의 지위, 발행시장에서의 공시규제의 내용에 더하여 공시위반에 대한 과징금 조항의 문언 및 취지 등을 종합하여 살펴보면, 구 자본시장법 시행령 제135조 제2항에 정한 '증권의 발행인으로부터 직접 증권의 인수를 의뢰받아 인수조건 등을 결정하는 인수인'이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말미암아 발행인이 작성, 제출한 증권신고서나 투자설명서 중 중요사항에 관하여 거짓의 기재 또는 표시를 하거나 중요사항을 기재 또는 표시하지 아니한 행위를 방지하지 못한 때에는 과징금 부과대상이 된다.
4. 판례 해설
대상판결은, 인수인이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말미암아 발행인이 작성 제출한 증권신고서나 투자설명서 중 중요사항에 관하여 거짓의 기재 또는 표시를 하거나 중요사항을 기재 또는 표시하지 아니한 행위를 방지하지 못한 때에는 과징금 부과대상이 된다고 보아야 하며, 이는 실제로 인수인이 주관회사로서의 업무를 수행하지 않았는지 여부와는 무관하다고 판단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