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윤경/수필

【찹 스테이크】《몸과 마음이 축 늘어지고, 귀차니즘과 무기력감에 빠진 날 만드는 요리》[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윤경 대표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2021. 6. 27.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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찹 스테이크】《몸과 마음이 축 늘어지고, 귀차니즘과 무기력감에 빠진 날 만드는 요리[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최근에 긴장이 풀어지면서, 오히려 현저한 체력저하를 느낀다.

오랫동안 공들인 일이 잘 마무리되었는데도, 몸과 마음의 긴장이 풀리면서 편안하게 이완이 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무기력해지는 이상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오늘 새벽에 둘레길을 2시간 가량 걸었다.

잠깐 걸었는데도 지치고 힘이 든다.

 

피망과 올리브로 요리한 찹스테이크(Chop Steak)로 지친 몸을 달래기로 했다.

우선 부채살 큐브, 올리브오일, 허브솔트, 각종 야채(마늘, 적양파, 피망, 파프리카, 양송이 등) 등을 준비한다.

 

팬에 올리브를 두르고 팬이 달궈지면 1분간 스테이크를 굽는다.

야채를 넣고 허브솔트로 간한 다음 2분 정도 노릇노릇하게 구워준다.

소스를 넣고 1분간 더 굽는다.

플레이팅 한 후 파슬리를 뿌려 완성한다.

 

와인을 곁들여 먹는다.

고소한 육즙이 배어 있는 스테이크 조각이 우물거릴 틈도 주지 않고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다.

 

배부르고 노곤해 지니, 더더욱 만사가 귀찮아지고 오뉴월 소불알 마냥 늘어진다.

낮잠을 잤다.

최근에 긴장감이 없어지면서 생긴 부작용이다.

 

평생을 성실하고 열심히 산 남자가 사망하여 하늘나라로 갔는데, 죽은 뒤에 어떤 소원이든 들어주겠다는 천사를 만난다.

그 남자는 평생 죄를 많이 지은 자신이 천국에 왔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처음에는 어리둥절하지만 곧 자신이 운이 좋다고 생각하고 소원을 말하기 시작한다.

 

먼저 펑펑 쓸 수 있는 돈을 원하자 엄청난 돈이 쏟아진다.

먹고 싶은 음식을 달라고 하자 당장 맛있는 음식이 차려진다.

아름다운 여인들을 원하자 바로 미인들이 나타난다.

남자는 너무 기분이 좋아서 사후의 삶이 더 이상 좋을 수 없을 것만 같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계속된 탐닉에서 얻는 쾌락은 줄어들기 시작한다.

노력하지 않아도 되는 삶은 점점 지루해진다.

 

결국 남자가 일하게 해달라고 하자, 천사는 이곳에서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그냥 얻을 수 있지만, 일해서 얻을 수는 없다고 말한다.

 

남자는 아무것도 할 일이 없는 삶이 점점 더 무료하게 느껴진다.

마침내 그는 천사에게 다른 곳에 가고 싶다고 말하기에 이른다.

그는 자신이 천국에 있다고 생각하고 차라리 지옥으로 보내달라고 요구한다.

 

그러자 천사는 불길하게 웃으면서 말한다.

여기가 바로 지옥이다.”

 

아무런 자극이나 스트레스 없이 너무 한가롭게만 주어지는 인생에서 얻을 수 있는 행복이나 만족은 크지 않다.

아무런 자극이나 긴장감이 없다면, 인생은 오히려 지옥이 된다.

 

긴장감이 사라지면서 내가 무기력증에 빠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