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윤경/수필

【또하나의 낙인】《이제부터는 내 몸이 바이러스와 싸울 시간이다.》〔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윤경 대표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2021. 12. 9. 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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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하나의 낙인】《이제부터는 내 몸이 바이러스와 싸울 시간이다.》〔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지난 주말 나른한 오후 집에서 쉬고 있는데, 사무실에 함께 근무하는 임원으로부터 한통의 전화가 왔다.
금요일 저녁 때 몸살기가 있어 토요일에 보건소에 가서 pcr 검사를 받았는데, 일요일인 지금 막 확진 판정을 받았다는 것이다.

너무 충격적인 소식에 황당하고 어이가 없어 말이 안 나왔다.
지금까지 코로나 바이러스는 나랑은 거리가 먼 다른 세상의 이야기라고 여겼다.
내 주변에는 확진자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겁도 났다.
그 임원과는 자주 접촉했기 때문에 내가 확진자가 될 가능성도 높았다
아직까지 우리 사회에서 코로나 확진자는 또 하나의 낙인이다.
동성애나 미혼모처럼 편견을 가지고 바라보는 시각이 전혀 없다고 말할 수 없다.

월요일 서초구 보건소에 가서 PCR 검사를 받으러 갔다.
줄이 어마어마하다.
코로나 확산세가 심각한 모양이다.

기다리기 싫어 근처 동네병원에서 유료검사를 받았는데, 결과가 안 좋다.

다시 보건소로 돌아와 줄을 섰다.
보통 때 같으면 이렇게 긴 줄에서 결코 기다리지 않는다.
지금은 상황이 상황인지라 2시간 10분을 기다려 검사를 마쳤다.
추운 날씨 바깥에서 오들오들 떠느라 감기몸살이 걸린 것 같다.
하지만 검사하시는 분들이 정말 힘들게 고생하시는 걸 보니 고맙고 감사한 마음뿐이다

집에 돌아와 자가격리를 하며 결과를 기다리기로 했다.
역시나 양성이다.
확진자라는 낙인이 찍혔다.

내가 겪을 고통도 크겠지만, 그보다 더 못견디게 괴로운 것은 내가 주변 사람들에게 괜한 수고와 불편을 초래했다는 죄책감이다.
그래도 그나마 다행인 것은 나와 접촉했던 분들이 모두 음성으로 나왔다는 것이다.

살다보면 예기치 않은 불행이 닥쳐 올 때가 있다.
그것을 막을 방법은 없다.
하지만 그 후의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는 마음먹기에 달려있다.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나느냐고 생각하지 말고, 나에게도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하라.
‘나에게도 불행한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긍정적인 마음이 필요하다.
그런 마음 속에는 안정과 평화의 삶이 작고 낮고 느리게 찾아온다.
그런 사람에게는 어떤 불행한 일이 일어나더라도 이를 받아들일 수 있는 여유 있는 마음의 공간이 생긴다.

이제부터는 내 몸이 바이러스와 싸울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