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의 의미】《그것이 나에게 필요 없는 물건일지라도 난 ‘현금’보다 ‘물건’으로 받는 것이 더 좋다.》〔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사위에게서 선물을 받았다.
톰브라운(Thom Browne) 목도리와 샴페인, 아이스와인이다.
선물은 받으면 좋지만, 반대로 선물을 할 때는 무엇을 고를까 고민이 된다.
선물을 고르는 일에 난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다.
남자가 가장 많이 하는 실수 중 하나가 가전제품을 선물하는 것이다.
남자들은 오디오, 시계, 자동차, 전자제품 등에 열광한다.
그래서 각종 기념일에 여자에게 오븐이나 세탁기 등 가전제품이나 살림살이를 선물한다.
그런 선물이 먹다 남은 생선 쓰레기보다 못한 것이라는 것을 전혀 모른 채 말이다.
부엌용 전자제품을 사다주는 것은 여자들에게는 이런 뜻이 깔려 있다.
“사랑하는 여보, 우리 결혼 기념일이지? 그러니까 지금 바로 부엌에 들어가서 이걸로 나한테 팬케이크를 만들어줘.”
여자들에게 주는 선물에 ‘플러그(plug)’가 달려 있다면, 그 날 이후로 당신은 안방 침대에서 잘 수 없다.
여자들은 눈빛이 변하면서 말 없이 방으로 들어 간다.
아이들을 통하지 않고는 일절 말을 하지 않는다.
아이들이 대신 여자의 말을 전한다.
“얘들아, 아빠에게 말해. 너희 아빠가 애지중지하던 또르는 죽었다고.”
선물에 관한 재미있는 통계가 있다.
2010년 기준 한 가구당 평균 386개의 물건을 쓰지 않은 채 보관하거나 방치하고 있으며, 그 중 48%의 용품이 선물로 받은 물건이란다.
사용하지 않는 물건 중 절반이 선물로 받은 것이라는 말이다.
그렇다면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거나 신세를 갚아야 할 필요가 있을 때 물건보다는 돈을 주는 것이 더 현명할지도 모른다.
자신에게 보다 중요하고 더 높은 만족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현금이 경제학적으로는 가장 효율적이다.
그러나 사랑하는 사람에게 선물을 줄 것인가 아니면 현금을 줄 것인가는 더 따져봐야 할 부분이 있다.
사람들이 사랑하는 이를 위해 선물을 살 때 ‘과연 무엇을 좋아할까’를 수도 없이 생각하고 고민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적당한 것이 떠오르지 않을수록 그 사람을 생각하는 횟수가 많아지고 고민은 깊어진다.
이런 것들이야말로 사랑하는 사람들의 특권이자 애정의 표현이다.
그런 것을 기대하고 있는 사람에게 돈만 덜렁 준다면 아마 상상조차 하기 싫은 일이 벌어질 게 분명하다.
‘그래, 나를 별로 사랑하지 않으니까’ 또는 ‘선물 사는 시간이 아깝고, 선물사기가 귀찮고 짜증나서 그랬겠지’라고 생각할 것이다.
또 돈으로 사랑을 표현할 경우에 놓치게 되는 즐거움도 있게 마련이다.
몇 날 며칠을 고민해 마련한 선물을 보고서 사랑하는 사람이 감동의 눈물을 흘릴 때의 기쁨 말이다.
자기가 간절히 갖고 싶어했거나 사랑의 마음이 담긴 선물을 받은 행복감을 함께 나눌 수 있다.
어떤 이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돈을 주면 자신이 정말 원하는 것을 살 것이고, 그게 그 사람의 만족도를 높이는 최선의 방안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이 현금보다 애정과 진심이 담긴 선물을 원한다면, 그런 생각이 무슨 소용이 있단 말인가.
사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상대방에 대한 배려다.
선물도 마찬가지다.
사랑하는 사람이 돈을 원하면 돈을 주고, 선물 받기를 원하면 선물을 사주는 것이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배려다.
이런 배려가 사랑하는 사람의 만족도를 가장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이다.
내 경우는 이 두 가지를 절충했다.
내가 아이들에게 생일 등에 축하선물을 줄 경우에는 함께 식사를 하면서 봉투에 돈을 넣어 준다.
우리 아이들은 현금으로 받기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장인어른이나 장모님에게도 현금만 드린다.
하지만 반대로 내가 아이들에게서 축하를 받을 때는 반드시 선물이나 손으로 적은 카드를 받는다.
아이들에게서 아직 돈을 받아 본 적이 없다.
그건 나에 대한 애정과 사랑이 전혀 없다는 징표일 것이다.
그것이 나에게 필요 없는 물건일지라도 난 ‘현금’보다 ‘물건’으로 받는 것이 더 좋다.
나같이 외로운 늙은이에게는 그런 선물이야말로 내 옆에 나를 사랑하고 아낀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존재한다는 완벽한 증거 아니겠는가?
이런 즐거운 위안이 또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