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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전기요금누진제의 불공정성판단과 약관법위배여부, 전기판매사업자가 작성한 기본공급약관의 법적 성질, 주택용 전력에 관한 누진요금제>】《한국전력공사의 전기공급약관 중 누진..

윤경 대표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2024. 1. 17.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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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전기요금누진제의 불공정성판단과 약관법위배여부, 전기판매사업자가 작성한 기본공급약관의 법적 성질, 주택용 전력에 관한 누진요금제>】《한국전력공사의 전기공급약관 중 누진제 조항이 약관법에 위배되어 무효인지 여부(대법원 2023. 3. 30. 선고 2018207076 판결)》〔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1. 판결의 요지 : [주택용 전력에 관한 누진요금제가 사용자들에게 부당하게 불리하여 무효인지 여부가 문제된 사건]

 

판시사항

 

[1] 구 전기사업법 제16조에 따라 전기판매사업자가 작성한 기본공급약관이 일반적 구속력을 가지는 법규로서의 효력이 있는지 여부(소극) 및 기본공급약관의 조항이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으로서 신의성실의 원칙을 위반하여 공정성을 잃은 약관 조항에 해당하는 경우,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제6조 제1, 2항 제1호에 따라 무효인지 여부(적극)

 

[2]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제6조 제1, 2항 제1호가 적용되기 위한 요건 및 이때 약관 조항의 무효 사유에 해당하는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인지 판단하는 기준 / 전기판매사업자가 작성한 기본공급약관 조항이 주택용 전력의 사용자인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인지를 판단할 때 고려하여야 할 사항

 

[3] 전기판매사업자가 관련 규정을 준수하여 기본공급약관을 작성하고 인가를 받은 경우, 약관의 내용이나 그에 포함된 전기요금을 책정하는 과정에서 주택용 전력 사용자의 참여가 제한되는 측면이 있다는 사정만으로 전기판매사업자가 거래상 지위를 남용하여 계약상대방인 고객의 정당한 이익과 합리적인 기대를 침해할 정도로 약관의 내용을 일방적으로 작성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소극)

 

[4] 한국전력공사가 작성하여 인가받은 기본공급약관 중 주택용 전력에 관하여 두고 있는 누진요금제가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제6조 제2항 제1호에서 정한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에 해당하는지 판단하는 기준

 

[5] 한국전력공사가 작성하여 인가받은 기본공급약관 중 주택용 전력에 관하여 두고 있는 누진요금제의 구간 및 구간별 전기요금이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제6조 제2항 제1호에서 정한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에 해당하는지 판단하는 기준

 

판결요지

 

[1] 구 전기사업법(2013. 3. 23. 법률 제1169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16조는 공익사업인 전기사업의 합리적 운용과 사용자의 이익보호를 위하여, 계약자유의 원칙을 일부 제한하여 전기판매사업자와 전기사용자 간의 전기공급 계약의 조건을 당사자들이 개별적으로 협정하는 것을 금지하고 전기판매사업자가 작성한 기본공급약관에 따르도록 정하고 있는데, 이러한 기본공급약관은 전기판매사업자와 계약을 체결한 전기사용자에게만 적용되는 것이므로 일반적 구속력을 가지는 법규로서의 효력은 없고, 보통계약 약관으로서의 성질을 가진다. 따라서 기본공급약관의 조항이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으로서 신의성실의 원칙을 위반하여 공정성을 잃은 약관 조항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제6조 제1, 2항 제1호에 따라 무효가 된다.

 

[2]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제6조 제1, 2항 제1호가 적용되기 위해서는 문제 되는 약관 조항이 고객에게 다소 불이익하다는 점만으로는 부족하고, 약관 작성자가 거래상의 지위를 남용하여 계약 상대방의 정당한 이익과 합리적인 기대에 반하여 형평에 어긋나는 약관 조항을 작성·사용함으로써 건전한 거래질서를 훼손하는 등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이익을 주었다는 점이 인정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때 약관 조항의 무효 사유에 해당하는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인지는 그 조항에 따라 고객에게 생길 수 있는 불이익의 내용과 불이익 발생의 개연성, 당사자들 사이의 거래 과정에 미치는 영향, 관계 법령의 규정 등 모든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그리고 전기사업의 건전한 발전 도모와 전기사용자의 이익 보호라는 구 전기사업법(2013. 3. 23. 법률 제1169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의 목적(1)에서 알 수 있듯이 전기판매사업은 공익적 성격을 가지고 있고, 전기판매사업자가 작성한 기본공급약관은 같은 법에 근거를 두면서 전기공급 계약을 체결하는 전기사용자에게 일괄적으로 적용되며, 특히 주택용 전력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일상생활을 정상적으로 영위하는 데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기본공급약관 조항이 주택용 전력의 사용자인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인지를 판단할 때는 이와 같은 기본공급약관의 특수성을 함께 고려하여야 한다.

 

[3] 구 전기사업법(2013. 3. 23. 법률 제1169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전기사업법이라고 한다) 등에 의하면 전기판매사업자는 기본공급약관의 내용을 작성하거나 변경할 때 지식경제부장관이 발전사업세부허가기준, 전기요금산정기준, 전력량계허용오차 및 전력계통운영업무에 관한 고시’(2012. 1. 6. 지식경제부 고시 제2012-2호로 개정된 것)를 통해 정한 전기요금 등에 관한 세부적 기준에 따라야 한다[구 전기사업법 제16조 제1, 구 전기사업법 시행령(2013. 3. 23. 대통령령 제2444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7조 제2]. 이러한 기준에 따라 작성된 기본공급약관은 지식경제부장관의 인가를 받아야 하는데(구 전기사업법 제16조 제1), 지식경제부장관은 그에 앞서 전기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하고(같은 조 제2), 특히 기본공급약관에 포함된 전기요금을 정하거나 변경하려는 경우에는 기획재정부장관과 협의하여야 한다(물가안정에 관한 법률 제4조 제1). 이처럼 관련 규정은 전기사용자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하여 전기판매사업자가 전기요금 등 세부적인 기준을 자의적으로 설정하지 못하도록 기준을 정하고 있고, 작성 이후에도 기본공급약관에 대한 인가절차 등을 통하여 주무관청의 감독·통제를 받도록 정하고 있다.

 

위와 같은 기본공급약관의 작성·인가·심의 과정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개인으로서 상당수가 주택용 전기사용자의 지위에 있고, 한편 전기 관련 단체 또는 소비자보호 관련 단체에서 10년 이상 종사한 경력이 있는 사람은 기본공급약관을 심의하는 전기위원회의 위원이 될 수 있으며(구 전기사업법 제54조 제1항 제5), 전기위원회는 산하에 전기요금 분야, 소비자보호 분야의 전문위원회를 구성하여 해당 분야에 관한 학식과 경험이 풍부한 사람을 위원으로 위촉할 수 있다[구 전기사업법 제59조 제1, 구 전기사업법 시행규칙(2013. 3. 23. 산업통상자원부령 제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26조 제1, 3]. 따라서 전기요금이나 그 밖의 공급조건에 관한 약관이 작성되어 인가되는 과정에서 주택용 전력을 사용하는 소비자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므로 전기판매사업자가 관련 규정을 준수하여 기본공급약관을 작성하고 인가를 받았다면 설령 약관의 내용이나 그에 포함된 전기요금을 책정하는 과정에서 주택용 전력 사용자의 참여가 제한되는 측면이 있더라도, 그와 같은 사정만으로는 전기판매사업자가 약관의 작성 과정에서 거래상 지위를 남용하여 계약상대방인 고객의 정당한 이익과 합리적인 기대를 침해할 정도로 약관의 내용을 일방적으로 작성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

 

[4] 전기는 국민 개개인의 일상생활에 필요불가결한 재화인 동시에 필수적인 생산요소로서 공공재의 성격을 가진다. 이처럼 한정된 자원인 전기의 효율적 배분을 위하여, 구 전기사업법(2013. 3. 23. 법률 제1169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전기사업법이라고 한다)은 전기사업의 건전한 발전을 도모하고 전기사용자의 이익을 보호할 것을 목적으로 하면서, 전력공급과 관련하여 지식경제부장관에게 전력수급의 안정을 위한 종합적인 시책을 마련하도록 하고 있다(1, 3조 제1). 이와 관련하여 지식경제부장관은 발전사업세부허가기준, 전기요금산정기준, 전력량계허용오차 및 전력계통운영업무에 관한 고시’(2012. 1. 6. 지식경제부 고시 제2012-2호로 개정된 것)에서 전기요금의 체계가 전기사용자 간에 부담의 형평이 유지되고 자원이 합리적으로 배분되도록 형성되어야 한다고 규정하면서(9조 제1), 구체적으로 전기요금은 기본요금과 전력량요금 및 연료비 조정요금을 원칙으로 하되, 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차등요금, 누진요금 등으로 보완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같은 조 제2).

 

이처럼 누진요금은 관련 규정에 근거를 두고 있는 요금방식으로서, 전기를 효율적으로 배분하여 전기사용자의 이익을 보호하려는 데에 목적이 있고, 이를 통해 전력수급이 안정되면 주택용 전기사용자들도 일상생활을 정상적으로 영위하는 데 필요한 전기를 안정적으로 공급받는 이익을 얻게 된다. 따라서 한국전력공사가 작성하여 인가받은 기본공급약관 중 주택용 전력에 관하여 두고 있는 누진요금제가 관련 규정에서 명시한 누진요금의 도입요건, 즉 전기사용자 간에 부담의 형평이 유지되는 가운데 전기의 합리적 배분을 위해 필요하여 도입된 경우에 해당하고, 구 전기사업법의 목적과 취지에 반하는 정도로 주택용 전기사용자의 이익을 제한하는 요금방식이 아니라면, 설령 누진요금제가 구 전기사업법의 목적과 취지를 달성하는 데 가장 적합한 요금방식이라고 보기에 미흡한 점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내용의 조항이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제6조 제2항 제1호가 말하는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에 해당한다고 할 수는 없다.

 

[5] 전기요금은 적정 원가에 적정 이윤을 더한 것으로서 총괄원가를 보상하는 수준에서 결정되어야 하는데[구 전기사업법 시행령(2013. 3. 23. 대통령령 제2444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전기사업법 시행령이라고 한다) 7조 제1항 제1, ‘발전사업세부허가기준, 전기요금산정기준, 전력량계허용오차 및 전력계통운영업무에 관한 고시’(2012. 1. 6. 지식경제부 고시 제2012-2호로 개정된 것, 이하 고시라고 한다) 8조 제1], 이때 총괄원가란 적정 원가에 적정투자보수를 더한 금액을 의미한다(고시 제8조 제2, 물가안정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6조 제2). 그런데 전기요금 산정에 필요한 원가검증을 위해, 한국전력공사 등은 재무제표, 제조원가증명서 등 회계자료를 지식경제부와 기획재정부에 제출하여야 하고(고시 제12조 제2), 전기판매사업자는 기본공급약관의 인가신청서를 지식경제부장관에게 제출함에 있어서 전기요금 등의 산출근거나 금액결정방법에 관한 설명서도 함께 제출하여야 한다[구 전기사업법 시행규칙(2013. 3. 23. 산업통상자원부령 제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17조 제1항 제2]. 이처럼 관련 규정은 지식경제부장관이 제출받은 회계자료 등을 통해 총괄원가 및 종별공급원가(총괄원가를 기초로 산정된 용도별 전력의 공급원가)의 적정성을 검토한 다음, 이를 바탕으로 전기판매사업자가 책정한 전기요금이 총괄원가를 보상하는 수준에서 책정되었는지를 평가하는 절차를 마련하고 있다.

 

한편 적정투자보수는 전기를 생산·공급하기 위하여 직접 활용되고 있는 실제 투자된 자산에 대한 적정한 보수를 말하는데, 구체적으로 요금기저에 적정투자보수율을 곱하는 방법으로 산정한다(고시 제15). 이때 적정투자보수율은 전기사업의 기업성과 공익성을 조화시킬 수 있는 범위 내에서 결정하여야 하고, 원칙적으로 세후자기자본투자보수율과 세후타인자본투자보수율을 적용하여 가중평균한 율을 초과할 수 없다(고시 제17). 그런데 앞서 본 바와 같이 적정 이윤은 적정 원가와 함께 전기요금을 구성하므로(구 전기사업법 시행령 제7조 제1항 제1), 결국 관련 규정은 이윤의 성격을 가지는 적정투자보수가 총괄원가에 포함되는 것을 허용하면서도, 그 액수가 과다하게 산정되지 않도록 감독·통제하는 절차도 마련하고 있다.

 

따라서 한국전력공사가 작성하여 인가받은 기본공급약관 중 주택용 전력에 관하여 두고 있는 누진요금제의 구간 및 구간별 전기요금이 관련 절차를 준수하고 그 기준을 위반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책정된 것으로, 구 전기사업법(2013. 3. 23. 법률 제1169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의 목적과 취지에 반하는 정도로 주택용 전력 사용자의 이익을 제한하는 정도에 이르지 않는다면, 설령 구간별 전기요금이 주택용 전기사용자에게 가장 유리한 전기요금이라고 보기에 미흡한 점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와 같은 사정만으로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제6조 제2항 제1호가 말하는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에 해당한다고 할 수는 없다.

 

2. 사안의 개요 및 쟁점 [이하 판례공보스터디 민사판례해설, 홍승면 P.3108-3113 참조]

 

. 사실관계

 

피고(한국전력공사)는 전기사업법에서 정한 전기판매사업 허가를 받은 유일한 전기판매사업자로서 구 전기사업법(2013. 3. 23. 법률 제11690호로 개정되기 이전의 것) 16조에 따라 전기요금과 그 밖의 공급조건에 관하여 기본공급약관을 작성하여 2012. 8. 6. 지식경제부장관의 인가를 받아 위 약관을 토대로 원고들을 비롯한 전기수요자들에게 전기를 공급하고 요금을 부과하였다.

 

위 기본공급약관은 주택용 전력에 관하여 6단계(사용량 100h 단위), 최저와 최고 간의 누진율 11.7배의 누진요금제를 적용하고 있다.

 

원고들은, 위 기본공급약관 중 누진제 방식을 취하는 주택용 전력에 관한 부분은 고객인 원고들에게 부당하게 불리하고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불공정한 약관이므로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약관법) 6조에 따라 무효이고, 원고들이 피고에게 지급한 전기요금 중 일부를 부당이득으로 반환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며 2014. 11.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 소 제기 배경

 

2014년 여름, 무더운 날씨로 인해 주택 에어컨 사용량이 급증하였다. 전기사용량 증가율에 비해 전기요금이 훨씬 크게 늘어났고, 누진요금제가 그 원인으로 알려졌다.

 

전기요금 누진제는 1차 석유파동으로 유가가 급등한 1974년 에너지 절약 차원에서 처음 도입된 것으로 산업용·일반용·주택용 중 주택용 전력에만 적용된다. 당시에는 2004년 개편된 누진요금제(2016. 11.까지 시행)가 적용되었다(현재는 3단계, 최저와 최고 간의 누진율 2.7배의 누진요금제가 적용되고 있음).

- 1단계(전력사용량 100h 이하), 2단계(101h~200h), 3단계(201h~300h), 4단계(301h~400h), 5단계(401h~500h), 6단계(500h 초과)로 구분

- 전기요금이 가장 낮은 1단계는 h60.7, 가장 높은 6단계는 h709.5원 부과(최저와 최고 간의 누진율 11.7)

- 주택에서 1단계에 해당하는 양의 전기를 사용하다가 그 10배를 사용하여 6단계에 해당하면, 전기요금은 10배가 아닌 120배 정도 부과됨

 

다른 나라들의 경우에는 주택용 누진요금제를 적용하지 않거나 적용하더라도 누진율이 2배를 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우리나라에서 주택용 전력소비량은 전체 전력소비량의 10% 정도에 불과한데, 주택용 전력에만 최대 12배 정도의 누진율을 적용하는 것이 일반 국민들에게 희생을 강요하고, 기업에만 유리한 내용으로서 부당하다고 하여 이 사건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 쟁점

 

위 판결의 쟁점은, 이 사건 전기공급계약 약관의 성질(보통계약 약관) 및 그에 대한 무효판단기준, 피고가 거래상 지위를 남용하여 이 사건 약관을 작성하였는지(소극), 누진제를 도입한 것 자체가 주택용 전력의 사용자에게 부당하게 불리한지(소극), 책정된 구간별 누진요금이 주택용 전력의 사용자에게 부당하게 불리한지(소극) 여부이다.

 

기본공급약관의 법적 성격 및 유효성 판단기준

구 전기사업법(2013. 3. 23. 법률 제1169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전기사업법이라고 한다) 16조는 공익사업인 전기사업의 합리적 운용과 사용자의 이익보호를 위하여, 계약자유의 원칙을 일부 제한하여 전기판매사업자와 전기사용자 간의 전기공급 계약의 조건을 당사자들이 개별적으로 협정하는 것을 금지하고 전기판매사업자가 작성한 기본공급약관에 따르도록 정하고 있는데, 이러한 기본공급약관은 전기판매사업자와 계약을 체결한 전기사용자에게만 적용되는 것이므로 일반적 구속력을 가지는 법규로서의 효력은 없고, 보통계약 약관으로서의 성질을 가진다(대법원 1988. 4. 12. 선고 882 판결, 대법원 2002. 4. 12. 선고 9857099 판결 등 참조). 따라서 기본공급약관의 조항이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으로서 신의성실의 원칙을 위반하여 공정성을 잃은 약관 조항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이하 약관법이라고 한다) 6조 제1, 2항 제1호에 따라 무효가 된다.

약관법 제6조 제1, 2항 제1호가 적용되기 위해서는 문제되는 약관 조항이 고객에게 다소 불이익하다는 점만으로는 부족하고, 약관 작성자가 거래상의 지위를 남용하여 계약 상대방의 정당한 이익과 합리적인 기대에 반하여 형평에 어긋나는 약관 조항을 작성사용함으로써 건전한 거래질서를 훼손하는 등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이익을 주었다는 점이 인정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때 약관 조항의 무효 사유에 해당하는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인지 여부는 그 조항에 따라 고객에게 생길 수 있는 불이익의 내용과 불이익 발생의 개연성, 당사자들 사이의 거래 과정에 미치는 영향, 관계 법령의 규정 등 모든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4. 6. 12. 선고 2013214864 판결, 대법원 2022. 5. 12. 선고 2020278873 판결 등 참조).

그리고 전기사업의 건전한 발전 도모와 전기사용자의 이익 보호라는 구 전기사업법의 목적(1)에서 알 수 있듯이 전기판매사업은 공익적 성격을 가지고 있고, 전기판매사업자가 작성한 기본공급약관은 같은 법에 근거를 두면서 전기공급 계약을 체결하는 전기사용자에게 일괄적으로 적용되며, 특히 주택용 전력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일상생활을 정상적으로 영위하는 데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기본공급약관 조항이 주택용 전력의 사용자인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인지를 판단할 때는 이와 같은 기본공급약관의 특수성을 함께 고려하여야 한다.

 

이 사건 약관의 작성 과정에서 거래상 지위의 남용이 있었는지 여부

구 전기사업법 등에 의하면 전기판매사업자는 기본공급약관의 내용을 작성하거나 변경할 때 지식경제부장관이 이 사건 고시를 통해 정한 전기요금 등에 관한 세부적 기준에 따라야 한다(구 전기사업법 제16조 제1, 구 전기사업법 시행령 제7조 제2). 이러한 기준에 따라 작성된 기본공급약관은 지식경제부장관의 인가를 받아야 하는데(구 전기사업법 제16조 제1), 지식경제부장관은 그에 앞서 전기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하고(같은 조 제2), 특히 기본공급약관에 포함된 전기요금을 정하거나 변경하려는 경우에는 기획재정부장관과 협의하여야 한다(물가안정에 관한 법률 제4조 제1).

이처럼 관련 규정은 전기사용자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하여 전기판매사업자가 전기요금 등 세부적인 기준을 자의적으로 설정하지 못하도록 그 기준을 정하고 있고, 그 작성 이후에도 기본공급약관에 대한 인가절차 등을 통하여 주무관청의 감독통제를 받도록 정하고 있다.

위와 같은 기본공급약관의 작성인가심의 과정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개인으로서 상당수가 주택용 전기사용자의 지위에 있고, 한편 전기 관련 단체 또는 소비자보호 관련 단체에서 10년 이상 종사한 경력이 있는 사람은 기본공급약관을 심의하는 전기위원회의 위원이 될 수 있으며(구 전기사업법 제54조 제1항 제5), 전기위원회는 그 산하에 전기요금 분야, 소비자보호 분야의 전문위원회를 구성하여 해당 분야에 관한 학식과 경험이 풍부한 사람을 그 위원으로 위촉할 수 있다[구 전기사업법 제59조 제1, 구 전기사업법 시행규칙(2013. 3. 23. 산업통상자원부령 제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전기사업법 시행규칙이라고 한다) 26조 제1, 3]. 따라서 전기요금이나 그 밖의 공급조건에 관한 약관이 작성되어 인가되는 과정에서 주택용 전력을 사용하는 소비자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는 길이 열려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므로 전기판매사업자가 관련 규정을 준수하여 기본공급약관을 작성하고 인가를 받았다면 설령 약관의 내용이나 그에 포함된 전기요금을 책정하는 과정에서 주택용 전력 사용자의 참여가 제한되는 측면이 있더라도, 그와 같은 사정만으로는 전기판매사업자가 약관의 작성 과정에서 그 거래상 지위를 남용하여 계약상대방인 고객의 정당한 이익과 합리적인 기대를 침해할 정도로 그 약관의 내용을 일방적으로 작성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

 

주택용 전기요금에 대한 누진제 도입 자체가 전기사용자에게 부당하게 불리한지 여부

전기는 국민 개개인의 일상생활에 필요불가결한 재화인 동시에 필수적인 생산요소로서 공공재의 성격을 가진다(헌법재판소 2021. 4. 29. 선고 2017헌가25 결정 참조). 이처럼 한정된 자원인 전기의 효율적 배분을 위하여, 구 전기사업법은 전기사업의 건전한 발전을 도모하고 전기사용자의 이익을 보호할 것을 그 목적으로 하면서, 전력 공급과 관련하여 지식경제부장관에게 전력수급의 안정을 위한 종합적인 시책을 마련하도록 하고 있다(구 전기사업법 제1, 3조 제1). 이와 관련하여 지식경제부장관은 이 사건 고시에서 전기요금의 체계가 전기사용자 간에 부담의 형평이 유지되고 자원이 합리적으로 배분되도록 형성되어야 한다고 규정하면서(이 사건 고시 제9조 제1), 구체적으로 전기요금은 기본요금과 전력량요금 및 연료비 조정요금을 원칙으로 하되, 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차등요금, 누진요금 등으로 보완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같은 조 제2).

이처럼 누진요금은 관련 규정에 그 근거를 두고 있는 요금 방식으로서, 전기를 효율적으로 배분하여 전기사용자의 이익을 보호하려는 데에 그 목적이 있고, 이를 통해 전력수급이 안정되면 주택용 전기사용자들도 일상생활을 정상적으로 영위하는 데 필요한 전기를 안정적으로 공급받는 이익을 얻게 된다. 따라서 이 사건 약관에서 주택용 전력에 관하여 두고 있는 누진요금제(이하 이 사건 누진제라고 한다)가 관련 규정에서 명시한 누진요금의 도입요건, 즉 전기사용자 간에 부담의 형평이 유지되는 가운데 전기의 합리적 배분을 위해 필요하여 도입된 경우에 해당하고, 구 전기사업법의 목적과 취지에 반하는 정도로 주택용 전기사용자의 이익을 제한하는 요금방식이 아니라면, 설령 이 사건 누진제가 구 전기사업법의 목적과 취지를 달성하는 데 가장 적합한 요금방식이라고 보기에 미흡한 점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내용의 조항이 약관법 제6조 제2항 제1호가 말하는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에 해당한다고 할 수는 없다.

 

구간별 전기요금이 전기사용자에게 부당하게 불리한지 여부 등

전기요금은 적정 원가에 적정 이윤을 더한 것으로서 총괄원가를 보상하는 수준에서 결정되어야 하는데(구 전기사업법 시행령 제7조 제1항 제1, 이 사건 고시 제8조 제1), 이때 총괄원가란 적정 원가에 적정투자보수를 더한 금액을 의미한다(이 사건 고시 제8조 제2, 물가안정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6조 제2). 그런데 전기요금 산정에 필요한 원가검증을 위해, 한국전력공사 등은 재무제표, 제조원가증명서 등 회계자료를 지식경제부와 기획재정부에 제출하여야 하고(이 사건 고시 제12조 제2), 전기판매사업자는 기본공급약관의 인가신청서를 지식경제부장관에게 제출함에 있어서 전기요금 등의 산출근거나 금액결정방법에 관한 설명서도 함께 제출하여야 한다(구 전기사업법 시행규칙 제17조 제1항 제2). 이처럼 관련 규정은 지식경제부장관이 제출받은 회계자료 등을 통해 총괄원가 및 종별공급원가(총괄원가를 기초로 산정된 용도별 전력의 공급원가, 이하 종별원가라고 한다)의 적정성을 검토한 다음, 이를 바탕으로 전기판매사업자가 책정한 전기요금이 총괄원가를 보상하는 수준에서 책정되었는지를 평가하는 절차를 마련하고 있다.

한편, 적정투자보수는 전기를 생산공급하기 위하여 직접 활용되고 있는 실제 투자된 자산에 대한 적정한 보수를 말하는데, 구체적으로 요금기저에 적정투자보수율을 곱하는 방법으로 산정한다(이 사건 고시 제15). 이때 적정투자보수율은 전기사업의 기업성과 공익성을 조화시킬 수 있는 범위 내에서 결정하여야 하고, 원칙적으로 세후자기자본투자보수율과 세후타인자본투자보수율을 적용하여 가중평균한 율을 초과할 수 없다(이 사건 고시 제17). 그런데 앞서 본 바와 같이 적정 이윤은 적정 원가와 함께 전기요금을 구성하므로(구 전기사업법 시행령 제7조 제1항 제1), 결국 관련 규정은 이윤의 성격을 가지는 적정투자보수가 총괄원가에 포함되는 것을 허용하면서도, 그 액수가 과다하게 산정되지 않도록 감독통제하는 절차도 마련하고 있다.

따라서 이 사건 누진제의 구간 및 구간별 전기요금(이하 이 사건 누진요금이라고 한다)이 관련 절차를 준수하고 그 기준을 위반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책정된 것으로, 구 전기사업법의 목적과 취지에 반하는 정도로 주택용 전력 사용자의 이익을 제한하는 정도에 이르지 않는다면, 설령 이 사건 누진요금이 주택용 전기사용자에게 가장 유리한 전기요금이라고 보기에 미흡한 점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와 같은 사정만으로 약관법 제6조 제2항 제1호가 말하는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에 해당한다고 할 수는 없다.

 

전기판매사업자(피고)와 전기공급 계약을 체결하고 주택용 전력을 사용한 원고들이, 이 사건 약관에서 정한 주택용 전력에 관한 누진요금제가 원고들에게 부당하게 불리하여 무효라고 주장하면서(약관법 제6), 기 납부한 전기요금 중 1단계를 초과하는 부분의 반환을 구하는 사안이다.

 

대법원은, 이 사건 약관은 보통계약 약관으로서의 성질을 가지므로 주택용 전력에 관한 이 사건 약관의 효력 판단 시 규범통제기준이 아닌 약관법 제6조를 적용하되, 그 약관의 특수성(= 전기판매사업의 공익적 성격, 법률에 그 근거를 두고 있는 점, 전기사용자에게 일괄적으로 적용되고 특히 주택용 전력 사용자의 일상생활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전제하고, 이 사건 약관의 특수성을 함께 고려하더라도 피고가 유일한 전기판매사업자라는 거래상 지위를 남용하여 이 사건 누진제가 포함된 약관을 일방적으로 작성한 것으로 볼 수는 없고, 누진요금제가 관련 규정의 목적과 취지를 달성하는 데 다소 미흡한 측면이 있다고 하더라도 관련 규정의 목적과 취지에 반하는 정도로 원고들의 이익을 제한한다고 볼 수는 없으므로 부당하게 불리한 것은 아니라고 판단하여, 같은 취지로 원고들 청구를 기각한 원심을 수긍하여 상고를 기각하였다.

 

3. 피고의 기본공급약관(전기공급약관)의 특징과 약관법 적용 여부 [이하 판례공보스터디 민사판례해설, 홍승면 P.3108-3113 참조, 이하 대법원판례해설 제135, 김영석 P.190-224 참조]

 

. 기본공급약관의 법적 성질

 

전기는 물건이고(민법 제98조 참조), 전기공급계약은 전기를 사고파는 물품공급계약의 일종으로서 사법상 계약에 해당한다.

 

기본공급약관은 전기공급계약의 반복적 체결을 위해 미리 작성된 계약내용이므로, 보통거래약관에 해당한다.

대법원은 구 전기사업법상의 기본공급약관에 관하여 일반적 구속력을 가지는 법규로서의 효력은 없고(대법원 1988. 4. 12. 선고 882 판결), 전기공급계약에 적용되는 보통계약 약관으로서의 성질을 가질 뿐이라고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1989. 4. 25. 선고 87다카2792 판결, 대법원 2002. 4. 12. 선고 9857099 판결).

 

. 기본공급약관의 특수성

 

보통거래약관의 본질에 관하여 법규설과 의사설이 대립하나, 판례는 의사설을 취하고 있다. 일반적인 보통거래약관의 경우 구속력을 갖는 근거가 당사자 사이의 합의에 있기 때문에 다른 개별 약정이 있으면 그 개별 약정이 우선한다.

대법원 1991. 9. 10. 선고 9120432 판결 : 보통보험약관이 계약당사자에 대하여 구속력을 갖는 것은 그 자체가 법규범 또는 법규범적 성질을 가진 약관이기 때문이 아니라 보험계약 당사자 사이에서 계약내용에 포함시키기로 합의하였기 때문이라고 볼 것이며, 일반적으로 당사자 사이에서 보통보험약관을 계약내용에 포함시킨 보험계약서가 작성된 경우에는 계약자가 그 보험약관의 내용을 알지 못하는 경우에도 그 약관의 구속력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 원칙이나, 당사자 사이에서 명시적으로 약관의 내용과 달리 약정한 경우에는 위 약관의 구속력은 배제된다.

 

그런데 피고의 기본공급약관에는 일반적인 보통거래약관과는 다른 특수성이 있다.

 

기본공급약관에 의한 전기공급계약의 경우, 계약자유의 원칙이 강하게 제한된다.

피고는 정당한 사유 없이 전기의 공급을 거부할 수 없다(전기사업법 제14).

피고가 작성한 기본공급약관에 관하여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의 인가를 받아야 하고,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은 인가 전에 전기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동법 제16조 제1, 2).

피고는 오로지 기본공급약관에 따라 전기를 공급해야 하고(동법 제16조 제5), 개별약정은 허용되지 아니한다.

현행 전기사업법

14(전기공급의 의무)

발전사업자, 전기판매사업자, 전기자동차충전사업자 및 재생에너지전기공급사업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정당한 사유 없이 전기의 공급을 거부하여서는 아니 된다.

16(전기의 공급약관)

전기판매사업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전기요금과 그 밖의 공급조건에 관한 약관(이하 기본공급약관이라 한다)을 작성하여 산업통상자원부장관(2013. 3. 23. 개정으로 인가권자가 지식경제부장관에서 산업통상자원부장관로 변경됨)의 인가를 받아야 한다. 이를 변경하려는 경우에도 또한 같다.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은 제1항에 따른 인가를 하려는 경우에는 전기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

전기판매사업자는 그 전기수요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하여 필요한 범위에서 기본공급약관으로 정한 것과 다른 요금이나 그 밖의 공급조건을 내용으로 정하는 약관(이하 선택공급약관이라 한다)을 작성할 수 있으며, 전기사용자는 기본공급약관을 갈음하여 선택공급약관으로 정한 사항을 선택할 수 있다.

전기판매사업자는 선택공급약관을 포함한 기본공급약관(이하 공급약관이라 한다)을 시행하기 전에 영업소 및 사업소 등에 이를 갖춰 두고 전기사용자가 열람할 수 있게 하여야 한다.

전기판매사업자는 공급약관에 따라 전기를 공급하여야 한다

 

그로 인해 피고의 기본공급약관은 사실상 법규와 유사한 측면이 있다.

예컨대 기본공급약관의 개정으로 전기 요율이 높아진 경우, 계약당사자의 합의 여부와 무관하게 새로운 요율이 적용된다.

대법원 1989. 4. 25. 선고 87다카2792 판결 : 전기사업법은 다수의 일반수요자에게 생활에 필수적인 전기를 공급하는 공익사업인 전기사업의 합리적 운용과 사용자의 이익보호를 위하여 계약자유의 원칙을 배제하여 일반전기사업자와 일반수요자 사이의 공급계약조건을 당사자가 개별적으로 협정하는 것을 금지하고 오로지 공급규정의 정함에 따르도록 하고 있으며 특히 전기요금에 관하여는 공공요금의 공정하고 합리적인 결정이라는 입장에서 엄격한 절차를 요구하고 있어 이러한 공급규정은 일반전기사업자와 그 공급구역 내의 현재 및 장래의 불특정 다수의 수요자 사이에 이루어지는 모든 전기공급계약에 적용되는 보통계약약관으로서의 성질을 가지는 것이므로, 공급규정의 개정이 전기사업법 소정의 절차를 거쳐 인가를 받고 공표의무를 마쳤다면 그 개정에 따른 새 요금 요율을 내용으로 하는 계약의 변경이 있었다고 할 것이고, 개별 수요자와 변경된 공급규정을 내용으로 하는 새로운 계약을 일일이 체결하거나 승낙을 받아야 비로소 구속력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기본공급약관에서 전기사용장소의 소유자가 아닌 고객이 전기사용을 변경할 때 해당 소유자의 동의를 받도록 정하고 있다면, 해당 소유자의 동의는 효력요건으로 보아야 하므로, 해당 소유자의 동의를 갖추지 못한 전기사용 변경계약은 무효이다(서울고등법원 2022. 2. 10. 선고 20212003999 판결).

 

. 기본공급약관에 대한 약관법 적용 여부

 

비록 기본공급약관이 법규와 유사한 측면이 있다 하더라도 보통거래약관으로서의 성질이 부정되는 것은 아니므로, 약관법에 의한 통제가 그대로 적용된다. 따라서 기본공급약관 중 전기사용자들에게 지나치게 불리한 조항은 약관법 위반을 이유로 무효로 볼 수 있다.

 

과거에도 이에 관한 판례가 있었고, 원고들은 이를 선례로 삼아 기본공급약관 중 주택용전력에 관한 누진제 조항이 무효라는 주장을 한 것이다.

대법원 2002. 4. 12. 선고 9857099 판결 : 전기사업법은 다수의 일반수요자에게 생활에 필수적인 전기를 공급하는 공익사업인 전기사업의 합리적 운용과 사용자의 이익보호를 위하여 계약자유의 원칙을 일부 배제하여 일반 전기사업자와 일반 수요자 사이의 공급계약조건을 당사자가 개별적으로 협정하는 것을 금지하고 오로지 공급규정의 정함에 따를 것을 규정하고 있는바, 이러한 공급규정은 일반 전기사업자와 그 공급구역 내의 현재 및 장래의 불특정 다수의 수요자 사이에 이루어지는 모든 전기사용계약에 적용되는 보통계약약관으로서의 성질을 가진다. 한국전력공사의 전기공급규정 제51조 제3, 49조 제1항 제3호는 한국전력공사의 전기설비에 고장이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때 한국전력공사는 전기의 공급을 중지하거나 그 사용을 제한할 수 있고, 이 경우 한국전력공사는 수용가가 받는 손해에 대하여 배상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이는 면책약관의 성질을 가지는 것으로서 한국전력공사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한 경우까지 적용된다고 보는 경우에는 구 약관법(2004. 1. 20. 법률 제7108호로 개정되기 이전의 것) 7조 제1호에 위반되어 무효이나, 그 외의 경우에 한하여 한국전력공사의 면책을 정한 규정이라고 해석하는 한도에서는 유효하다고 보아야 한다.

구 약관법(2004. 1. 20. 법률 제7108호로 개정되기 이전의 것) 7조 제1

7(면책조항의 금지)

계약당사자의 책임에 관하여 정하고 있는 약관의 내용 중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내용을 정하고 있는 조항은 이를 무효로 한다.

1. 사업자, 이행보조자 또는 피용자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한 법률상의 책임을 배제하는 조항

 

4. 대상판결의 내용 분석 [이하 판례공보스터디 민사판례해설, 홍승면 P.3108-3113 참조]

 

대상판결은 기본공급약관이 보통거래약관으로서의 성질을 가짐을 이유로 약관법 제6조의 적용 가능성 자체는 긍정한다.

대법원 2023. 3. 30. 선고 2018207076 판결(대상판결) : 구 전기사업법 제16조는 공익사업인 전기사업의 합리적 운용과 사용자의 이익보호를 위하여, 계약자유의 원칙을 일부 제한하여 전기판매사업자와 전기사용자 간의 전기공급 계약의 조건을 당사자들이 개별적으로 협정하는 것을 금지하고 전기판매사업자가 작성한 기본공급약관에 따르도록 정하고 있는데, 이러한 기본공급약관은 전기판매사업자와 계약을 체결한 전기사용자에게만 적용되는 것이므로 일반적 구속력을 가지는 법규로서의 효력은 없고, 보통계약 약관으로서의 성질을 가진다. 따라서 기본공급약관의 조항이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으로서 신의성실의 원칙을 위반하여 공정성을 잃은 약관 조항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약관법 제6조 제1, 2항 제1호에 따라 무효가 된다.

약관법 제6(일반원칙)

신의성실의 원칙을 위반하여 공정성을 잃은 약관 조항은 무효이다.

약관의 내용 중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내용을 정하고 있는 조항은 공정성을 잃은 것으로 추정된다.

1.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

 

그러나 구체적인 판단에 있어서는, 약관법 제6조 제1, 2항 제1호가 적용되기 위해서 약관 작성자가 거래상의 지위를 남용하여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이익을 주었다는 점이 인정되어야 하는데, 주택용 전력에 관한 누진제 조항의 경우 위 2가지 요건이 모두 인정되지 아니하므로, 무효가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관련 규정(구 전기사업법 및 물가안정에 관한 법률)에서 피고가 전기요금의 세부적인 기준을 자의적으로 설정하지 못하도록 그 기준을 정하고 있고, 약관 작성 이후에도 주무관청의 엄격한 감독·통제를 받는 점 등을 고려하면, 전기판매사업자의 거래상 지위 남용이 인정되지 아니함

누진요금은 관련 규정(구 전기사업법 및 지식경제부 고시)에 근거를 두고 있는 요금방식으로, 관련 규정에서 정한 바에 따라 전기의 합리적 배분을 위해 필요하여 도입된 경우에 해당하므로, 누진제의 도입 자체가 전기사용자에게 부당하게 불리하다고 할 수 없음

전기요금은 적정 원가에 적정 이윤을 더한 것으로 총괄원가를 보상하는 수준에서 결정되도록 정해져 있고, 책정된 전기요금의 적정성에 관한 엄격한 감독·통제 절차가 마련되어 있는바, 누진제의 구간과 구간별 전기요금이 관련 절차와 기준에 따라 책정된 것으로 전기사업법의 목적과 취지에 반하는 정도로 주택용 전력 사용자의 이익을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면,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음

 

대상판결문에 자세히 기재되어 있지는 않으나, 블랙아웃(대규모 정전사태) 가능성이 제기될 정도로 전력수급이 빠듯했던 우리나라의 특수한 상황이 고려되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우리나라는 제조업 중심의 산업발전 결과 전력수요가 많아졌는데, 전력공급 확대에는 한계가 있어 결국 전력수급 안정을 위해 전력수요를 억제해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산업용 전력 사용을 억제하는 것은 경제 성장에 장애가 되므로, 국가 전체 이익의 관점에서는 주택용 전력 사용을 억제하는 것이 그나마 피해가 적은 방법이 될 수 있다.

 

보통거래약관과 계약】《약관과 개별약정의 관계, 약관의 설명의무, 약관의 해석원칙에 관한 일반론, 허위청구로 인한 보험금청구권상실 약관, 약관 해당 여부 판단기준, 손해배상액의 예정과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의 적용》〔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1. 보통거래약관과 계약  [이하 민법교안, 노재호 P.883-884 참조]

 

. 약관과 개별약정의 관계

 

 약관은 그 명칭이나 형태 또는 범위를 불문하고 계약의 일방 당사자가 다수의 상대방과 계약을 체결하기 위하여 일정한 형식에 의하여 미리 마련한 계약의 내용이 되는 것을 말한다(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

 

 그런데 계약의 일방 당사자가 약관을 마련하여 두었다가 어느 한 상대방에게 이를 제시하여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에도 그 상대방과 사이에 특정 조항에 관하여 개별적인 교섭(또는 흥정)을 거침으로써 상대방이 자신의 이익을 조정할 기회를 가졌다면, 그 특정 조항은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의 규율 대상이 아닌 개별약정이 된다고 보아야 한다.

 

 이때 개별적인 교섭이 있었다고 하기 위해서는, 비록 그 교섭의 결과가 반드시 특정 조항의 내용을 변경하는 형태로 나타나야 하는 것은 아니라 하더라도, 적어도 계약의 상대방이 약관을 제시한 자와 사이에 거의 대등한 지위에서 당해 특정 조항에 대하여 충분한 검토와 고려를 한 뒤 영향력을 행사함으로써 미리 마련된 특정 조항의 내용에 구속되지 아니하고 이를 변경할 가능성이 있었어야 하고, 이처럼 약관조항이 당사자 사이의 합의에 의하여 개별약정으로 되었다는 사실은 이를 주장하는 사업자 측에서 증명하여야 한다[대법원 2010. 9. 9. 선고 2009105383 판결, 대법원 2014. 6. 12. 선고 2013214864 판결(갑 보험회사 등이 을 등에게 부동산담보 대출을 하면서 가산금리 적용 등과 결부시켜 근저당권설정비용의 부담에 관하여 항목별로 제시된 세 개의 난 중 하나에 표시를 하는 방법으로 비용을 부담한다는 취지의 조항이 포함된 대출거래약정서, 근저당권설정계약서 등을 사용하였는데, 을 등이 위 조항에 따른 선택 등으로 근저당권설정비용을 부담한 사안에서, 약관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이는 비용부담조항에 따라 이루어진 계약 내용을 합의에 의한 개별약정으로 인정하기 위한 개별·구체적 사정에 관하여 갑 보험회사 등의 주장·증명이 있었는지 살피지 않은 채 을 등의 비용 부담이 개별약정에 따른 것이라고 본 원심판결에는 약관 조항에 기초한 약정이 개별약정에 해당하는지의 판단 기준이나 증명책임에 관한 법리오해 등 위법이 있다고 한 사례)].

 

. 약관의 설명의무

 

 의의

 

사업자는 약관에 정하여져 있는 중요한 내용 고객이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여야 한다(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제3조 제2항 본문). 사업자가 이에 위반하여 계약을 체결한 때에는 당해 약관을 계약의 내용으로 주장할 수 없다(같은 법 제3조 제3).

 

 예외

 

 고객 또는 그 대리인이 약관의 내용을 충분히 잘 알고 있는 경우

 약관이 거래상 일반적이고 공통된 것이어서 고객이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경우

 약관이 법령에 정하여진 내용을 되풀이하거나 부연하는 정도에 불과한 경우

 

다. 약관의 해석원칙에 관한 일반론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의 규정 내용

 

 5 (약관의 해석)

 약관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공정하게 해석되어야 하며 고객에 따라 다르게 해석되어서는 아니된다.

 약관의 뜻이 명백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고객에게 유리하게 해석되어야 한다.

 6 (일반원칙)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공정을 잃은 약관조항은 무효이다.

 약관에 다음 각 호의 1에 해당되는 내용을 정하고 있는 경우에는 당해 약관조항은 공정을 잃은 것으로 추정된다.

1. 고객에 대하여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

2. 고객이 계약의 거래형태 등 제반사정에 비추어 예상하기 어려운 조항

3. 계약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을 정도로 계약에 따르는 본질적 권리를 제한하는 조항

 7 (면책조항의 금지)

계약당사자의 책임에 관하여 정하고 있는 약관의 내용 중 다음 각 호의 1에 해당하는 내용을 정하고 있는 조항은 이를 무효로 한다.

2. 상당한 이유 없이 사업자의 손해배상범위를 제한하거나 사업자가 부담하여야 할 위험을 고객에게 이전시키는 조항

 

 약관의 해석 원칙

 

약관은 기본적으로 계약의 내용을 이루게 될 일방당사자의 제안에 불과하므로 법률해석이 아닌 법률행위의 해석원칙에 따라 해석되어야 하고, 따라서 계약당사자, 계약의 종류 및 내용, 기타 모든 사정을 고려하여 당사자의 진의를 객관적으로 탐구하여야 한다. 다만, 특정계약을 위한 것이 아니라 사업자가 그 고객에 대한 계약의 일반적 규정이 되도록 객관화한 것이므로 일반 계약조건과 달리 고객의 평균적 능력을 기초로 하여 객관적으로 해석되어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신의성실의 원칙( 약관법 제5조 제1항 전문),  객관적(통일적) 해석의 원칙( 약관법 제5조 제1항 후문),  작성자불이익의 원칙(불명확성의 원칙, 약관법 제5조 제2),  추상적 약관통제와 효력유지적 축소해석, 작성자불이익의 원칙 등으로 설명되고 있다.

 

대법원은 약관법 시행 이전에도 약관에 대한 수정해석을 한 바 있고, 약관법 시행 후에도 자동차종합보험 보통약관의 무면허운전 면책조항과 관련하여 수정해석을 한 바 있으며(대법원 1991. 12. 24. 선고 90다카23899 판결 등), 그 후 몇 건의 수정해석을 하였다.

 

 약관의 해석 원칙에 관한 판례

 

 판례는 약관의 내용이 명백하지 못한 경우 고객에게 유리하고 약관작성자에게는 불리하도록 제한해석하여야 한다.

 대법원 2005. 10. 28. 선고 200535226 판결 : 신용보증기금이 약관에서 기금이 채권자에게 채무자를 신용보증사고기업으로 정하여 통지한 때를 독립된 신용보증사고의 하나로 정하고 있는 경우, 약관상의 신용보증사고가 발생된 후 당해 사고사유가 해소되어 처음부터 그 신용보증사고가 발생되지 아니한 것으로 보기 위해서는 신용보증기금이 채권자에게 채무자에 대한 신용보증사고 기업지정을 해제한다거나 장래 보증부대출을 취급하여도 무방하다는 취지의 통지를 하여야 하는 것으로 해석함이 상당하다고 한 사례이다.

 

 보통거래약관의 내용은 개개 계약체결자의 의사나 구체적인 사정을 고려함이 없이 평균적 고객의 이해가능성을 기준으로 하여 객관적·획일적으로 해석하여야 하고, 고객보호의 측면에서 약관 내용이 명백하지 못하거나 의심스러운 때에는 고객에게 유리하게, 약관작성자에게 불리하게 제한해석하여야 한다.

 대법원 1996. 6. 25. 선고 9612009 판결 : 안전설계보험 약관 소정의 자동차 소유자에는 자동차를 매수하여 인도받아 자기를 위하여 자동차를 운행하는 자는 물론이고, 부득이한 사유로 자동차의 소유명의를 제3자에게 신탁한 채 운행하는 명의신탁자도 포함된다고 해석함이 상당하다(만약 자동차의 소유자가 자동차등록원부상의 소유자만을 뜻한다고 해석된다면, 자동차등록원부상의 등록명의자가 아닌 자동차의 실질적인 소유자인 보험가입자가 그 보험계약을 체결하였을 리가 없을 것이므로, 그 약관 소정의 자동차 소유자에 자동차의 등록명의자만이 포함된다는 사실은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제3조 제2항 소정의 약관의 중요한 내용에 해당하게 되어, 보험자가 이를 보험가입자에게 설명하지 않았다면 보험자는 그 내용을 보험계약의 내용으로 주장할 수 없다)고 판단한 사례이다.

 대법원 1998. 10. 23. 선고 9820752 판결 : 신용보증약관 제8조 제2항의 채무자가 제3자를 위하여 부담한 보증채무 및 어음상의 채무 등은 이를 “‘채무자가 제3자를 위하여 부담한 보증채무’,‘어음상의 채무 등’”으로 해석할 수도 있는 반면에 이를 “‘채무자가 제3자를 위하여 부담한 보증채무’,‘채무자가 제3자를 위하여 부담한 어음상의 채무 등’”으로 해석할 수 있는 여지가 있고 또한 그러한 해석이 무리라고 보여지지도 아니하며, 더구나 어음상의 채무 ’”이라고 함은 채무자가 제3자를 위하여 부담한 보증채무와 같은 종류의 것들이 더 있음을 나타내는 것으로 보여져, 결국 신용보증약관 제8조 제2항의 어음상의 채무라는 규정이 약관작성자인 신용보증기금의 의사와는 달리 해석될 수 있어 그 뜻이 명백하지 아니한 경우에 해당하므로 약관해석원칙에 따라 위 규정의 어음상의 채무는 위 약관의 작성자에게 불리하게, 고객에게 유리하게 이를 채무자가 제3자를 위하여 부담한 어음상의 채무로 해석하여야 한다고 한 사례이다.

 

 한편, 판례는 아래의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약관내용이 불명확하지 않고 일의적이라 할 수 있으나, 약관 조항 내용의 전체나 일부가 무효사유에 해당한다고 할 경우, 법원이 이를 수정해석할 수 있다고 한 바 있다.

 대법원 1991. 12. 24. 선고 90다카23899 전원합의체 판결 : 문제된 약관 소정의 무면허운전면책조항을 문언 그대로 무면허운전의 모든 경우를 아무런 제한 없이 보험의 보상대상에서 제외한 것으로 해석하게 되면 절취운전이나 무단운전의 경우와 같이 자동차보유자는 피해자에게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면서도 자기의 지배관리가 미치지 못하는 무단운전자의 운전면허소지 여부에 따라 보험의 보호를 전혀 받지 못하는 불합리한 결과가 생기는바, 이러한 경우는 보험계약자의 정당한 이익과 합리적인 기대에 어긋나는 것으로서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하고 보험자가 부담하여야 할 담보책임을 상당한 이유 없이 배제하는 것이어서 현저하게 형평을 잃은 것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으며 이는 보험단체의 공동이익과 보험의 등가성 등을 고려하더라도 마찬가지라고 할 것이므로 결국 위 무면허운전면책조항이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의 지배 또는 관리가능성이 없는 무면허운전의 경우에까지 적용된다고 보는 경우에는 그 조항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공정을 잃은 조항으로서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제6조 제1 , 2 , 7조 제2 , 3호의 각 규정에 비추어 무효라고 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위 무면허운전면책조항은 위와 같은 무효의 경우를 제외하고 무면허운전이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의 지배 또는 관리가능한 상황에서 이루어진 경우에 한하여 적용되는 조항으로 수정해석을 할 필요가 있으며 무면허운전이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의 지배 또는 관리가능한 상황에서 이루어진 경우라고 함은 구체적으로는 무면허운전이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 등의 명시적 또는 묵시적 승인하에 이루어진 경우를 말한다고 판단한 사례이다.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제6조 제1, 2, 7조 제2, 3호가 규정하는 바와 같은 약관의 내용통제원리로 작용하는 신의성실의 원칙은 보험약관이 보험사업자에 의하여 일방적으로 작성되고 보험계약자로서는 그 구체적 조항내용을 검토하거나 확인할 충분한 기회가 없이 보험계약을 체결하게 되는 계약 성립의 과정에 비추어, 약관 작성자는 계약 상대방의 정당한 이익과 합리적인 기대 즉 보험의 손해전보에 대한 합리적인 신뢰에 반하지 않고 형평에 맞게끔 약관조항을 작성하여야 한다는 행위원칙을 가리키는 것이며, 보통거래약관의 작성이 아무리 사적 자치의 영역에 속하는 것이라고 하여도 위와 같은 행위원칙에 반하는 약관조항은 사적 자치의 한계를 벗어나는 것으로서 법원에 의한 내용통제 즉 수정해석의 대상이 되는 것은 당연하며, 이러한 수정해석은 조항 전체가 무효사유에 해당하는 경우뿐만 아니라 조항 일부가 무효사유에 해당하고 그 무효부분을 추출배제하여 잔존부분만으로 유효하게 존속시킬 수 있는 경우에도 가능하다.

 

. 허위청구로 인한 보험금청구권상실 약관의 해석에 관한 판례의 태도

 

 약관조항의 취지

 

판례는 이 사건과 같은 보험금청구권 상실 약관조항의 취지에 관하여, “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사기적인 방법으로 과다한 보험금을 청구하는 것에 대한 제재라고 하고 있다.

 대법원 2006. 11. 23. 선고 200420227, 20234 판결 : 이와 같은 약관 조항을 둔 취지는 보험자가 보험계약상의 보상책임 유무의 판정, 보상액의 확정 등을 위하여 보험사고의 원인, 상황, 손해의 정도 등을 알 필요가 있으나 이에 관한 자료들은 계약자 또는 피보험자의 지배·관리영역 안에 있는 것이 대부분이므로 피보험자로 하여금 이에 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도록 할 필요성이 크고, 이와 같은 요청에 따라 피보험자가 이에 반하여 서류를 위조하거나 증거를 조작하는 등으로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사기적인 방법으로 과다한 보험금을 청구하는 경우에는 그에 대한 제재로서 보험금 청구권을 상실하도록 하려는 데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피보험자가 보험목적물별로 다른 경우

 

판례는, 피보험자(=보험금청구권자)가 보험목적물별로 다른 경우, 어느 한 피보험자가 자신의 보험목적물에 관하여 허위청구함으로 인한 보험금청구권상실의 효력은 허위청구하지 않은 다른 피보험자의 보험금청구권에는 미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다.

 대법원 2006. 11. 23. 선고 200629853 판결 : 경제적으로 독립한 여러 물건을 보험목적으로 하여 체결된 화재보험계약에 있어서 보험목적에 따라 보험금 청구권자를 달리하고 , 일부 보험금 청구권자의 보험금 청구에 대해서만 허위의 청구 등으로 인한 보험금 청구권 상실의 사유가 있는 경우에, 그러한 사유가 없는 보험금 청구권자의 보험금 청구를 허용하는 것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한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허위의 청구 등으로 인한 보험금 청구권 상실의 효력은 허위의 청구 등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행위를 한 당해 보험금 청구권자의 보험금 청구에 한하여 미치고 , 그러한 사유가 없는 보험금 청구권자의 보험금 청구에는 미치지 않는다고 해석함이 상당하다.

 

 동일한 피보험자가 일부의 보험목적물에 관해 허위청구한 경우

 

1(허위청구와 무관한 다른 보험목적물에 관해서도 보험금청구권이 상실된다고 보는 견해)과 제2(허위청구한 보험목적물에 관해서만 보험금청구권이 상실된다고 보는 견해)가 대립한다.

판례(대법원 2007. 2. 22. 선고 200672093 판결) 2설을 취하고 있다.

위 판결은, “피보험자 등이 보험금을 허위 청구하는 경우에는 보험금청구권을 상실한다는 취지의 보험약관 조항의 해석에 있어서, 피보험자가 독립한 여러 보험목적물 중 일부에 관하여 실제 손해보다 과다하게 허위의 청구를 한 경우에 허위의 청구를 하지 않은 다른 보험목적물에 관한 보험금청구권까지 상실하지는 않는다고 해석함으로써, 약관해석의 원칙 중, 작성자불이익의 원칙( 약관법 제5조 제2)을 구체적 사안에서 적용한 사례이다.

 

마. 보험약관의 객관적·획일적 해석의 원칙, 상해보험약관에서 ‘외과적 수술, 그 밖의 의료처치 면책조항의 해석(대법원 2019. 10. 31. 선고 2016다258063 판결)

 

 이 사건의 쟁점은, 보험약관의 객관적·획일적 해석의 원칙이다.

 

 갑 보험회사가 을을 피보험자로 하여 체결한 보험계약의 보통약관에 회사는 피보험자가 보험기간 중에 급격하고도 우연한 외래의 사고로 신체에 상해를 입었을 때에는 그 상해로 인하여 생긴 손해를 보상한다고 규정하면서, ‘피보험자의 임신, 출산(제왕절개 포함), 유산 또는 외과적 수술, 그 밖의 의료처치를 원인으로 하여 생긴 손해는 보상하지 아니한다. 그러나 회사가 부담하는 상해로 인한 경우에는 보상한다는 면책조항을 두고 있는데, 을이 피부과의원에서 프로포폴을 투여받은 후 미용 목적의 시술인 고주파를 이용한 신경차단술에 기한 종아리근육 퇴축술을 받다가 저산소성 뇌손상을 입은 후 사망한 사안에서, 이는 면책조항에 의하여 보험보호의 대상에서 배제된 상해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하는데도, 이와 달리 위 사고에 대하여 면책조항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본 원심판단에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이다.

 

바. 금융기관 등이 부동문자로 인쇄하여 사용하는 근저당권설정계약서에 기재된 피담보채무 범위에 관한 약관의 해석 방법 (대법원 2020. 10. 15. 선고 2019다222041 판결)

 

 금융기관과 근저당권설정자가 근저당권설정계약을 체결할 때 작성한 근저당권설정계약서에 금융기관의 여신거래로부터 생기는 모든 채무를 담보하기로 하는 이른바 포괄근저당권을 설정한다는 문언이 기재된 경우 근저당권설정계약서는 처분문서이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계약서의 문언에 따라 의사표시의 내용을 해석하여야 함이 원칙이다. 

 

 그러나 근저당권설정계약서가 일반거래약관의 형태로 일률적으로 부동문자로 인쇄해 두고 사용하는 것이고 근저당권설정계약 체결의 경위와 목적, 피담보채무액, 근저당권설정자·채무자·채권자의 상호관계 등 여러 사정에 비추어 당사자의 의사가 계약서 문언과는 달리 특정한 채무만을 피담보채무로 하려는 취지였다고 인정할 수 있는 경우에는 당사자의 의사에 따라 담보책임의 범위를 제한하여야 한다.

 

사. 고액암 진단확정과 관련한 보험약관의 해석(대법원 2020. 10. 15. 선고 2020다234538, 234545 판결)

 

 이 사건의 쟁점은,  암의 진단확정이 병리 또는 진단검사의학의 전문의 자격증을 가진 의사에 의한 진단확정이어야 한다는 이 사건 보험약관 제3조 제7항이 고액암의 경우에 적용되는지 여부(적극),  임상의사에 의한 암 진단확정이 이 사건 보험약관 제3조 제7항의 병리 또는 진단검사의학의 전문의사 자격증을 가진 자에 의한 진단확정이 되기 위한 요건이다.

 

 보험약관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당해 약관의 목적과 취지를 고려하여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해석하되, 개개의 계약당사자가 기도한 목적이나 의사를 참작함이 없이 평균적 고객의 이해가능성을 기준으로 보험단체 전체의 이해관계를 고려하여 객관적·획일적으로 해석하여야 한다.

 

⑶ 원심은 암진단보험금의 지급사유가 되는 암의 진단확정은 병리 또는 진단검사의학의 전문의 자격증을 가진 의사에 의한 진단확정이어야 한다고 규정한 이 사건 보험약관 제3조 제7항이 고액암의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보아, 망인이 임상의로부터 고액암에 해당하는 두개안면골의 악성신생물(C41)’ 진단확정을 받은 것 역시 고액암진단보험금의 지급사유가 된다고 판단하였는데, 대법원은 이 사건 보험약관 제3조 제7항은 고액암의 경우에도 적용되고, 나아가 보험약관 제3조 제7항은 병리 등의 전문의사 자격증을 가진 자에 의한 진단확정 뿐만 아니라, 환자를 직접 대하여 진단 및 치료를 하는 임상의사가 병리 등의 전문의사 자격증을 가진 자의 병리검사결과 등을 토대로 진단을 하는 것도 포함하는 것으로 봄이 상당하나 임상의사가 병리 등의 전문의사 자격증을 가진 자의 병리검사결과 없이, 또는 병리검사결과와 다르게 진단을 하는 것은 포함되지 않는다고 보아, 이와 달리 판단한 원심을 보험약관의 해석 등에 관한 법리오해를 이유로 파기환송한 사안이다.

 

사. 회계사전문직업배상책임 보험계약의 약관이 약관규제법 제7조 등에 따라 무효인지 여부 및 설명의무 위반 여부(대법원 2020. 9. 3. 선고 2017245804 판결)

 

 이 사건의 쟁점은,  ‘손해배상청구 기준(Claim-made basis)’에 따른 보험사고 약관에서 규정하는 보험금 지급조건이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제7조 제2호에 해당하여 무효인지 여부(소극),  위 보험약관의 서면통지 조항에 대한 설명의무 위반 여부(적극)이다.

 

⑵이 사건 보험약관은 보험사고에 대하여 손해사고 기준(Occurrence basis)이 아닌 손해배상청구 기준(Claim-made basis)으로 보험사고를 정의하고 있는데, 위 약관에 따르면 ‘보험기간 내에 피보험자인 원고에게 제3자의 손해배상청구가 있고, 원고가 이러한 손해배상청구 사실에 대해 보험자인 피고에게 서면으로 통지하였을 경우’에 한하여 피고는 원고에게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회계사가 전문적 업무를 수행하던 중에 발생한 손해에 관하여 보험자는 이 사건 보험약관에서 정한 바와 같이 보험기간 내에 피보험자가 제3자로부터 재판상 또는 재판외의 배상청구를 받는 것을 기준으로 보험사고를 인식하고 그에 따른 방어활동을 함으로써 보상책임의 범위와 시기를 명확히 할 수 있는데, 이를 위해서 손해배상청구사실을 필수적으로 통지받을 필요가 있으므로, ‘이 사건 손해배상청구 조항’과 ‘이 사건 서면통지 조항’은 합리적이고 타당한 근거가 있어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제7조 제2호에 따라 무효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다만, ‘이 사건 서면통지 조항’은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피보험자에게 보험금을 지급받을 수 없는 불이익을 부과하는 조항이므로 보험자가 구체적이고 상세한 명시·설명의무를 부담하는데, 보험자가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고 본 원심판단을 수긍하였다.

 

아. 종합유선방송사업자가 대행업체의 수수료체계를 고정급에서 실적급으로 변경한 것이 약관규제법에 위반된다고 본 사례 및 부진정예비적병합에서 상급심의 심판범위(대법원 2022. 5. 12. 선고 2020다278873 판결)

 

 이 사건의 쟁점은, 기본수수료 지급기준을 변경한 규정 및 유치수수료·설치수수료 환수규정이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상 신의성실의 원칙을 위반하고 원고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으로 무효에 해당하는지 여부(적극)이다.

 

⑵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이하 약관법이라 한다) 6조 제1, 2항 제1호에 따라 고객에 대하여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으로서 신의성실의 원칙을 위반하여 공정성을 잃은 약관 조항이라는 이유로 무효라고 보기 위해서는, 그 약관 조항이 고객에게 다소 불이익하다는 점만으로는 부족하고, 약관 작성자가 거래상의 지위를 남용하여 계약 상대방의 정당한 이익과 합리적인 기대에 반하여 형평에 어긋나는 약관 조항을 작성ㆍ사용함으로써 건전한 거래질서를 훼손하는 등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이익을 주었다는 점이 인정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와 같이 약관 조항의 무효 사유에 해당하는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인지 여부는 그 약관 조항에 의하여 고객에게 생길 수 있는 불이익의 내용과 불이익 발생의 개연성, 당사자들 사이의 거래과정에 미치는 영향, 관계 법령의 규정 등 모든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4. 6. 12. 선고 2013214864 판결, 대법원 2017. 4. 13. 선고 2016274904 판결 등 참조).

 

 원고는 피고와 업무위탁계약을 체결한 뒤 기본수수료 지급방식이 피고에게 유리하게 변경되자, 약관 무효에 따른 부당이득반환, 피고의 거래상 지위 남용을 이유로 한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그 밖에 미지급 수수료 지급 등을 청구하였다.

 

 원심은 기본수수료 지급기준이 변경된 부분이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6조 제1항에서 정한 무효의 약관에 해당하지 않고, 피고가 우월한 거래상 지위를 부당하게 이용하여 원고에게 불이익을 준 행위로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을 위반한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소각하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청구도 모두 기각함].

 

 그러나 대법원은, 업무위탁계약에서는 기본수수료를 정액으로 지급되는 영업활동비와 실적에 따라 지급되는 실적비례비로 구성하여 원고와 같은 영업전문점으로서는 정액으로 지급되는 영업활동비를 안정적으로 지급받을 수 있다는 합리적인 기대를 갖게 되었는데도 우월한 지위에 있는 피고가 그 기대에 반하여 일방적으로 기본수수료 지급방식을 원고에게 불리하게 변경하였으므로, 그 변경된 부분이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6조 제1항에서 정한 무효의 약관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였다.

 

2. 약관 해당 여부 판단기준  [이하 판례공보스터디 민사판례해설, 홍승면 P.625-626 참조]

 

. 판례의 태도

 

대법원 2001. 11. 27. 선고 998353 판결은 약관의규제에관한법률의 규제 대상인 약관이라 함은 그 명칭이나 형태 또는 범위를 불문하고 계약당사자가 다수의 상대방과 계약을 체결하기 위하여 일정한 형식에 의하여 미리 마련한 계약의 내용이 되는 것으로서 구체적인 계약에서의 개별적 합의는 그 형태에 관계없이 약관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으므로,”라고 판시하고 있다.

 

. 위 판례의 취지

 

 약관을 만드는 회사 쪽에서는 약관에 해당하는 내용을 수기로 기재하도록 하는 경우가 많다.

수기로 기재되어 있으면 개별적 합의라는 강한 증거가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약관에 해당하는지는 그 내용을 손으로 썼는지, 인쇄되어 있는지와는 무관하다는 것이 판례의 태도다.

 

 대법원 2020. 11. 26. 선고 2020다253379 판결 사안의 경우, ‘매매계약 이후에 발생하는 처분금지가처분은 매수인의 책임으로 처리·해결해야 한다는 특약은 인쇄되어 있었으나, 그 기재가 다른 부동산의 공매절차에서 찾기 어려운 것을 볼 때 개별적으로 정해진 것으로 보여 약관이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다. 구체적인 계약에서 당사자 사이에 개별적으로 이루어진 합의가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의 규율대상인 약관에 해당하는지 여부(소극)(대법원 2020. 11. 26. 선고 2020다253379 판결)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호에 따르면, 약관이란 그 명칭이나 형태 또는 범위와 상관없이 계약의 한쪽 당사자가 여러 명의 상대방과 계약을 체결하기 위해 일정한 형식으로 미리 마련한 계약 내용을 말한다. 구체적인 계약에서 당사자 사이에 개별적으로 이루어진 합의는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의 규율대상인 약관에 해당하지 않는다.

 

 갑 주식회사가 진행한 공매절차에서 을 주식회사가 부동산을 낙찰받아 위 부동산에 관한 매매계약을 체결하였는데, 공매 공고문과 매매계약의 내용에 매매계약 이후 발생하는 처분금지가처분은 매수인의 책임으로 처리ㆍ해결해야 한다.’는 특약이 포함되어 있었던 경우, 위 공고문과 매매계약이 약관에 해당하는지 문제 된 사안에서, 매매계약 이후 설정된 처분금지가처분의 처리를 매수인의 책임으로 돌리는 내용은 공매 공고문과 매매계약의 일부 조항에 포함되어 있는데, 모든 부동산에 관한 공고문에 일률적으로 규정된 것이 아니라 개별 공매 목적물의 특성을 고려하여 목적물에 따라 상이하게 규정되고, 매매계약의 내용도 위 부동산에 한정하여 개별적으로 정해진 것으로서 갑 회사가 다수의 상대방과 동종의 계약을 반복적으로 체결할 목적으로 마련한 것이라고 보기 어려운 점, 갑 회사가 공매 공고문과 매매계약서를 미리 작성하는 것은 공매절차의 특성에서 비롯되는 것이지 다수의 상대방과 동종의 계약을 반복적으로 체결하기 위해 미리 작성하는 것이 아닌 점 등에 비추어 위 특약이 포함된 공매 공고문 등은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의 규율대상인 약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한 사례.

 

3. 보험약관에 대한 설명의무  [이하 대법원판례해설 제125, 김호용 P.395-428 참조] 

 

. 약관의 설명의무 일반론

 

  관련 규정

 

 약관규제법과 상법에 따르면 보험자는 보험계약을 체결할 때 보험계약자에게 보험약관의 중요한 내용을 설명하여야 한다.

 

* 약관규제법 제3(약관의 작성 및 설명의무 등)

 사업자는 약관에 정하여져 있는 중요한 내용을 고객이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여야 한다. 다만 계약의 성질상 설명하는 것이 현저하게 곤란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사업자가 제2항 및 제3항을 위반하여 계약을 체결한 경우에는 해당 약관을 계약의 내용으로 주장할 수 없다.

* 상법 제638조의3(보험약관의 교부ㆍ설명의무)

 보험자는 보험계약을 체결할 때에 보험계약자에게 보험약관을 교부하고 그 약관의 중요한 내용을 설명하여야 한다.

 보험자가 제1항을 위반한 경우 보험계약자는 보험계약이 성립한 날부터 3개월 이내에 그 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

 

 보험업법에서는 설명의무의 대상을 보다 상세히 규정하고 있다.

 

* 보험업법 제95조의2(설명의무 등)

 보험회사 또는 보험의 모집에 종사하는 자는 일반 보험계약자에게 보험계약 체결을 권유하는 경우에는 보험료, 보장 범위, 보험금 지급제한 사유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보험계약의 중요 사항을 일반 보험계약자가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여야 한다.

 

 설명의무의 취지, 근거

 

약관의 명시설명의무가 인정되는 것은 어디까지나 보험계약자가 알지 못하는 사이 약관의 중요한 사항이 계약내용으로 되어 보험계약자가 예측하지 못한 불이익을 받게 되는 것을 피하고자 하는 데 그 근거가 있다(대법원 2003. 5. 30. 선고 200315556 판결, 대법원 2011. 3. 24. 선고 201096454 판결 등).

 

 설명의무의 대상

 

약관의 중요한 사항이 설명의 대상이다. 중요한 내용이란 보험계약자의 이해관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항으로서 사회통념상 그 인지 여부가 계약체결 여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항이다(대법원 2008. 12. 16. 20071328 결정).

 

보험약관의 중요한 내용은 보험료와 그 지급방법, 보험금, 보험기간, 보험사고의 내용, 보험자의 책임 범위와 책임개시 시기, 보험자의 면책사유, 보험계약의 해지 및 무효사유, 고지의무, 각종 통지의무 등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가 부담하는 의무 및 그 위반효과 등이 있다.

 

판례는 보험상품의 내용, 보험료율의 체계, 보험청약서상 기재사항의 변동사항과 보험자 면책사유 등 보험계약의 중요 내용’(대법원 2003. 11. 14. 선고 200335611 판결 등) 손해발견 후 통지를 해태할 경우 보험금을 지급받을 수 없는 불이익을 입게 되는 약관조항’(대법원 2005. 8. 25. 선고 200418903 판결), ‘사회통념에 비추어 고객이 계약체결의 여부 또는 대가를 결정하거나 계약체결 후 어떤 행동을 취할지에 관하여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항’(대법원 2010. 7. 15. 선고 201019990 판결)을 설명의무의 대상이라고 보았다.

 

 설명의무의 예외와 면제 대상

 

 약관의 교부명시설명의무는 보험계약의 효과로서 보험자에게 주어진 의무가 아니라 보험계약자가 보험계약의 중요한 사항을 보험자에게 알려야 하는 고지의무(상법 제651)와 마찬가지로 최대선의(utmost good faith)에 기초를 두고 있는 보험제도의 특성에서 보험계약이 유효하게 성립하도록 하기 위하여 주어진 계약 전의무(pre-contractual duty)이지, 계약의 효과로써 주어진 의무는 아니다.

보험계약자가 그 약관의 내용을 알고 있거나 보험계약을 갱신하는 경우에는 보험자는 그 약관의 설명의무를 부담하는 것은 아니라고 보아야 한다.

설명의무의 대상이 되는 중요한 내용이라 함은 사회통념에 비추어 고객이 계약체결의 여부나 대가를 결정하는 데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항을 말하고, 약관조항 중에서 무엇이 중요한 내용에 해당하는지에 관하여는 일률적으로 말할 수 없으며, 구체적인 사건에서 개별적 사정을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설명의무의 예외 사유

 

해당 약관조항의 내용을 알았더라도 보험계약을 체결하였을 경우 설명의무가 제대로 이행되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이 보험계약의 체결 여부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하였다고 볼 수 있다면 그 약관조항은 설명의무의 대상이 되는 중요한 내용이 아니다(대법원 2016. 9. 23. 선고 2016221023 판결).

 

 설명의무의 면제 사유

 

약관의 중요한 내용에 해당하더라도  보험계약자가 보험약관의 내용을 충분히 잘 알고 있었던 경우’,  거래상 일반적이고 공통된 것이어서 별도의 설명이 없더라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사항’,  이미 법령에 의하여 정하여진 것을 되풀이하거나 부연하는 정도에 불과한 사항 등에는 보험자의 설명의무를 면제하고 있다(대법원 2007. 4. 27. 선고 200687453 판결).

설명의무의 면제사유에 대한 입증책임은 보험자에게 있다(대법원 2003. 8. 22. 선고 200327054 판결).

 

 설명의무의 면제사유 중 거래상 일반적이고 공통적이어서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사항

 

 거래계의 일반적 통용성은 다수의 보험계약자가 작성한 약관을 통용시킴으로써 좌우할 수 있는 요소를 의미하고,  보험계약자의 예측가능성은 보험계약자의 전문성이나 경험 등 개별적 사정과 약관조항의 합리성 등에 의해 판단될 수 있는 요소로 볼 수 있는데, 원칙적으로 각 요소를 별개로 판단하여야 한다.

다만  는 원칙적으로 별개로 검토할 사항이기는 하지만, 의 요건이 충족되고 있는 경우에는, 당해 약관조항이 일반인의 입장에서 상식적이거나 혹은 다소 전문적인 영역이라 하더라도 객관적으로 합리성을 갖고 있고 그 조항이 적용됨이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고객의 개별적인 예측가능성 여부를 굳이 따지지 않고 일반적이고 평균적인 고객을 기준으로 삼아 의 요건도 충족된다고 볼 수 있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반면, 당해 약관조항이 일반인의 입장에서 상식을 벗어 나거나, 불공정 무효라고까지는 보기 어렵지만 다소 문제성 있는 조항을 담고 있는 경우 또는 그러한 약관조항에 의하여 고객에게 미치는 불이익이 매우 중대하고 의외성이 있는 경우(예컨대 고객의 일정한 작위부작위를 보험금청구권 상실사유로 규정한 경우 등)에는, 의 요건이 충족되더라도 의 요건이 당연히 충족한다고 보기 어려운 경우가 많을 것이다.

 

. 설명의무 위반 여부에 관한 판례

 

 설명의무 위반을 인정한 판례

 

 대법원 2016. 7. 29. 선고 201391474 판결은 임원 배상책임보험 약관상 피보험자에게 보험금 청구의 전제조건으로 배상청구의 통지의무를 규정한 조항(“피보험자는 이 증권에 규정된 권리를 행사하기 위한 전제조건으로서, 부당행위에 기인하여 그들에게 제기된 모든 배상청구에 대하여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보험자에게 서면으로 통지하여야 한다.”)과 보험자의 사전 동의를 받지 않은 방어비용에 관하여 보상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규정을 설명하지 않았다면 보험계약에 편입되지 못하여 해당 약관 규정 위반을 이유로 보험금 청구를 거절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임원 배상책임보험에서 통지 조항 등 약관에서 정한 조건의 불이행 시 보험금을 청구할 수 없다는 청구 조항은 보험계약의 중요한 내용으로 설명의무의 대상이 된다고 보았다(대법원 2019. 1. 17. 선고 2016277200 판결).

 

 손해발생 후 90일 이내에 사고명세서를 제출해야 한다는 조항은 약관의 중요한 내용으로 설명의무의 대상에 해당한다고 보았다(대법원 2012. 6. 28. 선고 201216926, 16933 판결)

 

 설명의무 위반을 부정한 판례

 

 30일 이내에 손해 사실을 보험자에게 서면으로 통지하여야 하는 규정은 중요한 내용에 해당하나 원고가 이 사건 보험계약 체결 당시 약관조항의 내용을 충분히 잘 알고 있었다는 점이 추인된다고 보아 설명의무 위반을 인정하지 않았다(대법원 2005. 8. 25. 선고 200418903 판결).

 

 직원이 사기적 행위를 한 것을 피보험자가 안 시점에 보험계약이 종료되도록 한 금융기관 종합보험계약 약관에 대하여는 설명의무가 없다(대법원 2008. 8. 21. 선고 200757527 판결).

피보험자 또는 피보험자의 조합원, 이사 또는 임원으로서 직원의 비리행위에 관여하지 않은 자가 피보험자의 업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또는 기타의 경우에 부정직하거나 사기적인 행위를 저지른 것을 알게 된 시점에 해당 피보험자의 직원에 대하여 즉시 보험계약이 종료되도록 규정한 조항에 대하여 거래상 일반적이고 공통적인 것이어서 보험계약자가 별도의 설명 없이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사항이므로 보험자의 설명 의무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본 사례이다.

 

 판례상 설명의무에 대한 판단의 기준

 

판례에 의하면, 보험자가 쉽게 예상하기 어려운 특정 행위를 하거나 하지 말 것을 면책사유로 규정하고 있는 경우 보험계약자가 이를 인식하지 못한 탓에 보험금청구권을 상실하게 되었다면, 비록 그 약관이 보편적으로 통용되고 있고 나름 합리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설명의무의 대상이 된다고 볼 여지가 많을 것이다.

 

다. 약관법상의 설명의무가 면제되는 ‘이미 법령에 정하여진 것을 되풀이하거나 부연하는 정도에 불과’한 사항으로서의 법령의 의미, ‘신용카드 마일리지’관련 고시의 내용이 법령의 위임 범위를 벗어난 경우 대외적 구속력 인정 여부(대법원 2019. 5. 30 선고 2016다276177 판결)

 원고는 신용카드 회사인 피고와 카드 회원가입계약을 체결하고 신용카드를 발급받았다. 피고는 신용카드 고유의 서비스 외에도 카드사용금액 1500원당 2마일의 크로스 마일리지를 제공하는 부가서비스를 제공하기로 약정하였다. 피고는 그 후 약관을 변경하면서 일정한 조건과 절차 하에 부가서비스 내용을 일방적으로 변경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이 사건 약관 조항)을 두었다.

그 후 피고는 크로스 마일리지를 축소하였다.

원고는 피고가 이 사건 약관 조항에 관한 설명의무를 이행하지 않았으므로 이 사건 약관 조항을 계약 내용으로 주장할 수 없고, 따라서 이에 기한 일방적 축소는 불가능하다고 주장하였다.

피고는,  원고가 이 사건 약관 조항의 내용을 잘 알고 있었거나 별도의 설명 없이도 이를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고,  이 사건 약관 조항은 이미 법령에 의하여 정하여진 것을 되풀이하거나 부연하는 정도에 불과하므로 이 사건 약관 조항에 대한 설명의무를 지지 않는다고 다투었다.

 

 약관에 정하여진 사항이 이미 법령에 의하여 정하여진 것을 되풀이하거나 부연하는 정도에 불과한지는 약관과 법령의 규정 내용, 법령의 형식 및 목적과 취지, 해당 약관이 고객에게 미치는 영향 등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여기에서 말하는 법령은 일반적인 의미에서의 법령, 즉 법률과 그 밖의 법규명령으로서의 대통령령, 총리령, 부령 등을 의미하고, 이와 달리 상급행정기관이 하급행정기관에 대하여 업무처리나 법령의 해석·적용에 관한 기준을 정하여 발하는 이른바 행정규칙은 일반적으로 행정조직 내부에서만 효력을 가질 뿐 대외적인 구속력을 갖는 것이 아니므로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 다만 행정규칙이라 하더라도, 법령의 규정이 특정 행정기관에 법령 내용의 구체적 사항을 정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함으로써 법령 내용을 보충하는 기능을 가지고, 그 내용이 해당 법령의 위임한계를 벗어나지 않아 법령과 결합하여 대외적 구속력이 있는 법규명령으로서의 효력을 가지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인정된다면, 달리 볼 수 있다.

그러나 대외적 구속력이 인정되지 않는 행정규칙으로서의 고시는, 약관이 포함된 계약의 일방 당사자인 고객에게 당연히 법률효과가 미친다고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고객이 별도의 설명 없이 내용을 예상할 수 있었다고 보기도 어려우므로, 약관 조항에서 고시의 내용을 되풀이하거나 부연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사업자의 설명의무가 면제된다고 할 수 없다.

 

⑶  위 판결(대법원 2019. 5. 30 선고 2016다276177 판결), 약관에 정하여진 사항이 이미 법령에 의하여 정하여진 것을 되풀이하거나 부연하는 정도에 불과한지는 약관과 법령의 규정내용, 법령의 형식 및 목적과 취지, 해당 약관이 고객에게 미치는 영향 등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하고, ‘법령은 일반적인 의미에서의 법령, 즉 법률과 그 밖의 법규명령으로서의 대통령령, 총리령, 부령 등을 의미하며 행정규칙은 법령의 위임에 따라 법령을 보충함으로써 법규명령으로서의 효력을 가질 때에만 이에 해당하는데, 행정청의 고시는 위 어디에도 해당하지 않아 설명의무 면제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즉 이 사건 고시규정은 그 내용이 법과 시행령의 위임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법규명령으로서의 대외적 구속력을 인정할 여지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