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윤경/수필

【동시효빈(東施效嚬)】《모방을 하더라도 자신만의 ‘독창적인 색깔’을 만들어야 한다.》〔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윤경 대표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2023. 2. 1.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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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효빈(東施效嚬)】《모방을 하더라도 자신만의 독창적인 색깔을 만들어야 한다.》〔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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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로빈스를 따라 한 모건 프리먼의 대답>

 

아일랜드에 있는 한 정신병원에서 상태가 가장 크게 호전된 환자 두 명을 뽑아 면접을 하고 있었다. 질문에 제대로 대답을 하면 마음대로 퇴원을 해도 좋았다.

 

올해 행운의 두 주인공은 팀 로빈스와 모건 프리먼이었다.

그들은 진료실에 따로 들어가게 되어 있었는데, 의사가 그들의 파일을 검토하기 전까지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의사가 문을 열고 나와 로빈스에게 먼저 들어오라는 손짓을 했다.

로빈스가 진료실에 들어갔을 때 의사가 건너편에 앉으라고 말했다.

로빈스, 당신도 이 병원의 전통에 대해 알고 있을 거예요. 그러니 왜 지금 이곳에 와 있는지도 잘 알거라고 생각해요. 이제부터 질문을 받을 텐데, 제대로 대답을 하면 이곳에서 자유롭게 나갈 수 있어요. 지금까지 내가 한 말 잘 이해가 되나요?”

의사가 싱긋 웃음을 지었다. 로빈스는 고개를 끄덕였고, 의사는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첫 번째 질문은 이랬다.

로빈스, 내가 만약 당신의 한쪽 눈을 쑤시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당연히 그 눈이 멀겠지요.”

로빈스는 별로 생각해보지도 않고 바로 대답했다.

그러면 다른 한쪽 눈도 후벼 파면?”

"그럼 두 눈 다 완전히 멀겠지요."

이제 퇴원을 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을 감지한 로빈스는 자신 있게 대답했다.

의사는 그를 바깥으로 내보내고 나서 프리먼의 파일을 살펴보고 서류정리를 했다.

그 동안 로빈스는 대기실로 가서 어떤 질문이 나올지 프리먼에게 알려주고 정답도 말해 주었다.

 

의사가 프리먼을 불렀고, 그는 로빈스와 함께 했던 과정을 반복했다.

프리먼, 첫 번째 질문은 만약 내가 당신의 한쪽 귀를 자르면 어떻게 될까 하는 것입니다.”

한쪽 눈이 안 보이겠지요.”

프리먼은 로빈스에게 들었던 말을 기억해 내며 말했다.

 

의사는 난처하다는 눈빛을 보이고 나서 이내 다음 질문으로 넘어갔다.

이 환자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아내기 위해서 였다.

프리먼, 내가 다른 쪽 귀까지 자르면 어떻게 될까요?”

눈 앞이 완전히 보이지 않겠지요.”

그는 시험에 통과하기라도 한 것처럼 득의양양해서 대답했다.

 

의사가 왜 그렇게 되느냐고 묻자 프리먼은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말했다.

귀가 없으면 모자가 밑으로 흘러내려 눈을 가려버리고 말테니까요.”

 

<동시효빈(東施效嚬) - 쓸데 없이 남의 흉내를 내어 세상의 웃음거리가 되다.>

 

장자천운편에 나오는 이야기다.

춘추시대 말 월나라에 서시(西施)라는 절세미녀가 살고 있었다.

저장(浙江) 성 시골 나무꾼의 딸이었던 서시(西施)미인계의 대명사로 불린다.

() 왕 구천(句踐)은 서시를 발탁, 훈련해 오() 왕 부차(夫差)를 무너뜨리는 미인계에 사용했다.

애교스러운 눈빛과 아름다운 외모를 겸비해 많은 여성들의 부러움과 질투의 대상이 되었고, 어딜 가나 그녀의 아름다움을 닮고 싶어하는 여자들이 많았다.

 

서시는 오래도록 속병을 앓아 자신도 모르게 늘 미간을 찌푸리고 다녔다.

하루는 가슴이 답답해서 의원을 찾아가려고 문을 나섰다.

그녀는 사람들이 붐비는 골목을 미간을 찌푸린 채 종종걸음으로 지나갔다.

 

소문으로만 듣던 그녀의 미모를 직접 확인하고 싶은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남자들은 그녀의 뒤를 따라 걸으며 그녀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조용하던 거리는 그녀의 이야기를 수근대는 사람들로 시끌벅적해졌다.

서시의 외출은 사람들의 입소문을 타고 순식간에 퍼져나갔고, 그녀를 보지 못한 사람들은 그날 장에 나가지 않은 것을 후회했다.

 

서시가 사는 마을 옆 동네에 동시(東施)라는 추녀가 살고 있었다.

그녀도 그날 때마침 장에 나갔다가 서시를 보려고 사람들이 인산인해를 이룬 광경을 보게 되었다.

그녀는 서시처럼 아름다워지고 싶었다.

 

동시는 일부러 사람들이 북적이는 거리로 나가 서시가 그랬듯 가슴을 부여잡고 미간을 찌푸린 채로 거리를 돌아다녔다.

안그래도 추한 그녀의 더욱 추한 모습에 사람들은 눈이 휘둥그레졌지만, 동시는 그 시선을 착각했다.

사람들은 대놓고 손가락질하며 그녀의 흉한 꼴을 비웃었다.

뒤늦게 사실을 알게 된 동시는 부끄러워서 두 번 다시 문 밖 출입을 하지 않았다.

어리석게도 그녀는 서시의 찡그린 표정이 아름다워 보이는 진짜 이유를 알지 못하고 무조건 그녀를 따라 했다가 큰 낭패를 본 것이다.

본받을 ()’자에 찡그릴 ()’자를 쓰는 효빈이라는 말이 여기서 나왔다.

다른 사람의 행동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무작정 따라 하는 맹목적인 행동을 나무랄 때 쓰는 말이다.

 

이 우화를 쓴 장자는 시대가 변했는데도 지나간 시대의 가치관을 본받으며 전혀 새로운 상황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에 대한 비유로 이 이야기를 썼다.

지나간 과거는 서시(西施), 그 과거에 집착해 새로운 나를 발견하지 못하는 사람이 바로 동시(東施).

 

<모방은 성공을 위한 기본단계지만, 상상력과 창의력이 덧붙여져야 한다.>

 

세상에는 다양한 가치가 있다.

학의 다리가 길다고 자를 이유는 없다.

학은 긴 다리가 본성이고 가치이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의 모습을 흉내 내거나 본 받을 때는 그것이 내게도 맞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그래야만 모방을 넘어서 자신만의 경험과 매력으로 더 멋지게 승화시킬 수 있다.

 

모방을 하더라도, 자신만의 상상력과 창의력이 덧붙여져야 한다.

자신만의 독창적인 색깔을 만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