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타임 그리고 커피】《고급향수나 좋은 와인에서 느낄 수 있는 오묘한 아로마(Aroma)가 커피에도 있을까?》〔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가을이 되면 누구나 괜히 멜랑꼴리(mélancolie)해지면서 마음이 촉촉이 젖어든다.
이런 날에는 한적하고 경치 좋은 곳에서 음악을 들으며 향긋한 커피 한 잔 마시고 싶어진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기호식품이 바로 커피다.
1인당 커피 소비량도 세계적으로 높은 순위를 차지한다.
난 하루에 평균 2잔 이상의 커피를 마신다.
그 이유는 무얼까?
모든 사람이 나와 같은 이유를 댈 것이다.
커피 맛이 너무 좋아졌다.
한마디로 말해 맛과 풍미가 환상적이다.
커피는 어지러운 생각과 우울함을 모두 날려주고, 갑자기 진실의 번개를 내리쳐 정신을 맑고 순수하게 만들어 준다.
갓볶은 원두커피의 향은 어떤 고급 향수보다 더 우리를 감미롭고 즐거운 세계로 이끈다.
지금은 다양하고 맛있는 원두커피가 널려 있지만, 과거 학창시절에는 냉동동결건조커피라는 것에 그저 만족했었다.
하숙집 아줌마가 냉동동결건조커피 한 티스푼에 설탕 3-4 티스푼을 넣어 타주는 달달한 다방커피는 가히 천상의 맛이었다.
당시는 커피가 귀해서 로부스타(robusta)라는 싸구려 종으로 만들었다.
로부스타는 카페인 함량이 높고 산출량이 많아 값이 싸지만, 향미가 부족하다.
인스탄트 커피 제조에 많이 사용되고 자판기용 커피로도 많이 쓰인다.
지금은 아라비카종으로 만든 원두가 대부분이다.
난 가끔 커피 원두를 직접 씹어 먹는다.
갓 볶은 커피 원두가 입 안에서 부스러지면서 쌉싸름한 향이 입 안에 가득 퍼진다.
향긋하고 오묘한 향이다.
10년 전에 구입한 유라(Jura) 커피머신을 아직도 사용한다.
워낙 오래전 기종이라서 이미 단종이 되었지만, 자동세척기능에 우유스팀기능도 있어 여전히 다양한 커피를 만들어 마실 수 있다.
주로 즐기는 커피는 에스프레소 더블샷이나 카페라테다.
예전에는 플랫화이트(Flat White), 카페라테(Caffe Latte), 라테 마키아토(Latte Macchiato), 카페오레(Cafe Au Lait)가 모두 같은 커피인데 명칭만 다른 것으로 알고 있었다.
에스프레소도 추출시간 및 양에 따라 룽고(Lungo, 45ml), 에스프레소(Espresso, 30ml), 리스트레토(Ristretto, 15ml)로 나뉜다.
커피머신의 계기판에 표시되어 있는데, 처음에는 이게 무슨 뜻인지 몰랐다.
에티오피아산과 케냐산 커피는 추천할만 하다.
특히 케냐에서는 주로 아라비카종, 특히 습식법으로 가공된 SL28, SL34, K7과 루이루(Ruiru)11의 맛과 향은 환상적이다.
SL28은 뚜렷한 신맛과 베리향이 있으며, SL34는 풍부한 풍미가 있어 혀르가즘을 느낄 수 있다.
이카투(Icatu)는 로부스타종이라서 별로지만, 아리비카종인 티피카(Typica)는 복합적인 향이 매우 인상적이다.
스페셜티커피로는 게이샤(Geisha)를 추천한다.
꽃향은 물론 아주 독특하고 세련된 맛과 복합적인 향을 낸다.
차와 같은 바디, 감귤과 베리의 아로마가 있다.
최고의 커피다.
티피카의 자연변이종인 부르봉(Bourbon)은 섬세하고, 바디가 가벼우며, 단맛이 난다.
오늘 시음할 커피는 카페데베르(Cafe des Verts)에서 갓 볶은 원두다.
브라질 Cerrado 원두 40%, 인도네시아 Mandheling 원두 40%, 콜롬비아 Supremo 원두 20%을 블렌딩한 것이다.
에스프레소로 마셨는데, 탑 노트(Top Note)는 캐러멜 향이 나고, 허브와 초콜릿의 미들 노트(Middle Note)를 거쳐 잔향(Base Note)으로 은은한 삼나무향이 난다.
아로마가 오묘하게 변화하는 것을 후각으로 느끼다 보면, 마치 한편의 오페라를 감상하는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