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윤경/수필

【도도하고 거만한 또르와의 산책】《또르가 즐겁고 행복하다면, 갑질을 당해도 좋다.》〔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윤경 대표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2021. 5. 19.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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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도하고 거만한 또르와의 산책】《또르가 즐겁고 행복하다면, 갑질을 당해도 좋다.》〔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오늘은 날씨가 너무 좋다.
창밖에서 들어오는 눈부신 햇살이 나른함마저 선사한다.

“또르야, 산책갈까?”
산책이란 말을 알아들었는지, 화장실까지 쫒아와서 계속 칭얼댄다.
무척 나가고 싶은 모양이다.

또르가 기분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 그 즐거워하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행복감을 느낀다.
뭔가 또르가 내품는 마법에 걸린 모양이다.

하얀 솜뭉치 덩어리가 어느 날 갑자기 내게 다가와 내 마음을 홀딱 빼앗아 버렸다.
밀당의 황제 또르가 이젠 갑질을 해댄다.

생텍쥐베리의 “어린 왕자”에 나오는 어린 왕자와 여우의 대화는 서로가 ‘관계를 맺는다’는 것의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

어린 왕자가 여우에게 말한다.
“내려와서 나랑 같이 놀자.”

“난 지금 너무 슬퍼. 난 너와 같이 놀 수 없어. 아직 길들여지지 않았거든.”

“길들여진다는 게 뭐야?”

“그 말은 서로 익숙해진다는 말이지. 아직까지 너는 나에게 수만 명의 어린 소년들과 아무 차이도 없는 그냥 어린 소년에 불과해. 난 너를 필요로 하지 않고, 너도 나를 필요로 하지 않아. 나도 너에게는 수만 마리의 여우들과 전혀 다를 바 없는 한 마리의 여우 일뿐이지. 그렇지만 네가 날 길들이면 우리는 서로를 필요로 하게 될 거야.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세상에서 유일한 친구가 되는 것이지.”

또르가 나를 길들인 모양이다.

특별한 존재란 없다.
관계에 의하여 특별해질 뿐이다.

지금 눈앞의 낯 모르는 사람이 피를 콸콸 쏟는다 해도
몇 분 후면 당신은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릴 것이다.

그러나 만약 어떤 계기로 그 존재를 사랑하게 되면,
그렇게 되면 모든 것은 달라진다.

그가 고개만 조금 숙여도 당신의 가슴은 미어질 것이며,
그의 시선이 가는 방향에 따라 당신은 행복해지기도 하고 불행해지기도 할 것이다.

즐겁고 행복한 또르의 모습을 계속 볼 수만 있하면, 갑질을 당해도 좋다.
기꺼이 감수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