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윤경/수필

【또르와 함께 한 행복한 크리스마스】《두려움은 지나칠 만큼 행복한 순간에 불쑥불쑥 고개를 든다. 이젠 주어진 시간에 최선을 다할 뿐이다. 나보다 4배 더 빠르게 흐르는 또르의 시간에 4..

윤경 대표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2022. 12. 25.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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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르와 함께 한 행복한 크리스마스】《두려움은 지나칠 만큼 행복한 순간에 불쑥불쑥 고개를 든다. 이젠 주어진 시간에 최선을 다할 뿐이다. 나보다 4배 더 빠르게 흐르는 또르의 시간에 4배의 행복만을 꾹꾹 담아줄 수 있도록.》〔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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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아바타 2”를 보러 나간 김에 백화점에서 또르 옷을 샀다.

크리스마스에 입을 옷이다.

 

멋진 옷을 걸친 또르의 모습에 크리스마스 기분이 절로 난다.

녀석을 쳐다보고만 있어도, 즐겁고 기분이 좋아진다.

 

나와 또르의 시계는 다르게 움직인다.

2015. 3. 5.생인 또르는 곧 만 8살이 된다.

사람 나이로 하면 벌써 40대의 중년이다.

나에겐 얼마 안되는 시간도 또르의 삶에서는 결코 짧다고 할 수 없다.

 

평소에는 이 나이 계산법을 상기하지 않으려고 애쓴다.

또르가 혼자 있는 시간의 길이를 체감하는 순간 마음이 아파서 견딜 수 없다.

내가 평소 집을 비우는 시간을 최소 10시간만 잡아도 또르 입장에서는 거의 이틀을 혼자 보낸 것이나 마찬가지다.

 

또르는 내가 사랑하는 존재 중에서 가장 먼저 내 곁을 떠나게 될 것이다.

처음 갓 태어난 또르를 집에 데려올 때는 그저 행복하게 해주고 싶은 마음만 있었을 뿐 언젠가 찾아올 이별은 고려대상이 아니었다.

마지막 순간을 맞이할 각오를 미처 다지기도 전에, 두려움이 먼저 찾아온다.

 

두려움은 지나칠 만큼 행복한 순간에 불쑥불쑥 고개를 든다.

매일 아침 침대 위 내 옆에서 세상만사 아무 걱정 없이 포근한 모습으로 잠든 또르를 볼 때, 소파에 앉아 있는 내 옆으로 살며시 다가와서는 체온이 닿도록 내 무릅 위로 올라와 털썩 앉을 때, 집에 돌아와 문을 여는 순간 미친 듯이 꼬리를 흔들며 내 품으로 달려올 때, 자기 전 침대 옆에서 내 손등을 열심히 핥아댈 때.

그 순간들이 영원할 수 없다는 생각에 갑자기 눈물이 핑돈다.

 

둘째 애가 말한다.

우리가 먼저 가는 것보다 나아요.”

 

그래 맞는 말이다.

왜 그 생각을 못했을까.

아직 내 손길이 필요한 또르를 세상에 남겨두고 먼저 떠나는 것보다 끔찍한 일은 없다.

또르가 내게 특별하듯, 나도 또르에게는 세상에 하나뿐인 존재이기 때문이다.

 

또르가 내게만 허락한 순간이 늘어날 때마다 느낀다. 내가 사랑받고 있다는 것을.

 

이젠 주어진 시간에 최선을 다할 뿐이다.

또르가 가져다준 이 축복과 기쁨을 마음껏 누리기로.

그리고 나보다 4배 더 빠르게 흐르는 또르의 시간에 4배의 행복만을 꾹꾹 담아줄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