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윤경/수필 3264

[바닥이란 당신 인생의 끝 모를 구렁텅이가 아니라, 당신을 떠 받쳐 주는 고마운 존재다.]【윤경변호사】

[바닥이란 당신 인생의 끝 모를 구렁텅이가 아니라, 당신을 떠 받쳐 주는 고마운 존재다.]【윤경변호사】 건장한 젊은이가 다리를 건너다 물에 빠졌다. 그는 수영을 할 줄 몰랐다. 죽을 둥 살 둥 허우적 대는데, 백발노인이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그런데 노인은 물에 빠진 젊은이를 외면한 채 지나치는 것이었다. “어르신 저 좀 살려주세요!” 노인은 몇 걸음 더 가다가 돌아보더니 말했다. “겁 먹지 말고 밑을 보게.” 젊은이가 밑은 보니 바닥이 보였다. 그는 물속으로 들어가 바닥을 차고 솟구쳐서 나왔다. 바닥까지 가본 사람들은 말한다. 결국 바닥은 보이지 않는다고. 바닥은 보이지 않지만, 그냥 바닥까지 걸어가는 것이라고. 바닥까지 걸어가야만 다시 돌아올 수 있다고. 바닥을 굳세게 딛고 일어선 사람들도 말한다. ..

[소심했던 그 남자가 변한 까닭은?]【윤경변호사】

[소심했던 그 남자가 변한 까닭은?]【윤경변호사】 사법연수원에서 교수로 근무할 당시 법원 모 커뮤니티의 ‘총무’를 맡으면서 ‘한중 합작 법률세미나’의 개최준비를 한 적이 있다. ‘간사’를 했던 ‘후배 판사’와 함께 꽤나 열심히 준비를 했다. 그 후배는 서른 중반의 의욕이 넘치고 적극적인 성격의 기특한 친구다. 언젠가 함께 외부미팅을 마치고 나오던 저녁이었다. 때마침 하늘에서는 아침 기상에도 없던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차를 주차해 놓은 곳까지는 10분 정도 걸어가야 했다. 마침 지하철역 입구라서 우산을 하나 사려하는데 후배가 말린다. “그래도 우산 하나 사서 쓰자. 비가 더 쏟아져 그대로 쫄딱 다 젖으면 어떻게 하냐?” “에이 부장님, 걱정하지 마세요. 이거 곧 그쳐요. 그리고 차 안에 우산이 3개..

[폼 잡으며 걸어 보기]【윤경변호사】

[폼 잡으며 걸어 보기]【윤경변호사】 실외에서 걷기를 시작하다 보니, 크게 달라진 것이 눈에 띄었다. 사람들이 입고 다니는 ‘아웃도어(outdoor) 복장’이다. 한결 같이 예쁘고 화려하면서 세련되어 보인다. 그 동안 너무 ‘실내 운동’만 하면서 ‘바깥 세상(outdoor activity)’이 이토록 변한 것을 알지 못했다. 세상 물정에 너무 어두웠다. 개화사상으로 무장하여 새로운 문물을 받아들이고, 그들과 같은 일원이 되기 위해서 오늘 백화점을 찾았다. 화려하고 예쁘지만, 무엇보다도 ‘얇고 가벼운 것’이 무척 마음에 든다. 모두 ‘100% 폴리에스터 원단’이기 때문이란다. 사실 ‘폴리에스터 원단’에 거부감이 많았다. 이런 ‘인조합성 섬유’는 예전에는 천대 받았는데, 지금은 운동용으로는 각광을 받고 있다..

[그 남자의 배신]【윤경변호사】

[그 남자의 배신]【윤경변호사】 어제 오후 2시부터 시작된 4건의 미팅이 저녁 늦게 끝났다. 퇴근 전 졸리고 피곤한 몸을 달래려고 법인 앞에 있는 커피샵에서 진한 ‘에스프레소 더블샷’을 주문하여 마시고 있는데, 얼굴이 벌겆게 상기된 여자가 들어와 자리에 앉자마자 핸드폰을 힘차게 뽑아 들고 누군가를 향해 울분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일부러 엿들으려고 한 것은 아니었다. “글쎄 나하고 철석같이 약속을 했다니까.” “솔직히 먼저 들쑤신게 누구야! 지가 먼저 총대를 멘다고 하면서 일주일 넘게 나를 고문하길래 동조해줬더니 고마운 줄도 모르고 말이야. 그런데 하는 짓 좀 봐. 이젠 내 전화를 받지도 않더라구.” “오늘 대표님 앞에서는 눈도 제대로 못 맞추더라니까. 날 부추기던 그 배짱은 다 어디로 간 거야?” “대표..

[행복의 시작과 끝은 건강이다.]【윤경변호사】

[행복의 시작과 끝은 건강이다.]【윤경변호사】 한강시민공원을 가본 적은 있어도, 걸어본 적은 없다. 오늘 비가 부슬부슬 내리지만 걸어 보기로 했다. 양재천 산책로에서는 볼 수 없는 색다른 운치가 있다. 그 전에는 ‘실내’에서만 운동을 했다. 그런데 스페인 여행 이후 ‘실외 운동’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었다. 이번 기회에 걷기용 운동화도 여러 컬레 장만했다. 에코(ECCO) 운동화가 가장 편하다. “신외무물(身外無物)”이란 말이 있다. ‘몸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는 뜻으로 몸이 가장 소중하며 건강이 최고라는 말이다. 누구나 성공할 수 있고 행복해 질 수 있지만, 이 또한 건강한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몸이 건강해야 매사에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자세로 임할 수 있고, 말 한마디를 하..

[중년 이후의 삶은 ‘진정한 인생의 황금기’다.]【윤경변호사】

[중년 이후의 삶은 ‘진정한 인생의 황금기’다.]【윤경변호사】 초등학교 시절 로마 철학자 카토가 80살이 돼서야 그리스어를 배우기 시작했다는 플루타르크의 글을 읽고 놀란 적이 있다. 지금은 더 이상 놀라지 않는다. 중년 이후의 삶이란,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란 생각 때문에 젊은 시절에는 제쳐 두었던 일들을 기꺼이 할 준비가 돼 있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인생의 후반전은 겁쟁이를 위한 게 아니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스포츠와도 같다. 신체를 가다듬고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제 기능을 유지한다면 황혼기의 삶을 즐길 수 있다. 지나 온 시간은 중년 이후의 사고를 우아하게 키워준다. 젊음의 무분별한 욕망에 시달리지 않고 문밖에서 기다리는 것을 알아보게 하는 분별력을 키워준다. 잔을 반만 채우는 것이 현명함을 깨..

[다른 사람의 말을 자르지 말자.]【윤경변호사】

[다른 사람의 말을 자르지 말자.]【윤경변호사】 재판 순서를 기다리면서 다른 사건을 방청하다 보면, 한쪽 변호사가 변론을 하고 있는 중에 반대쪽 변호사가 그 말을 자르면서 자신의 말을 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성급하고 자신감과 배려심이 부족한 변호사일수록 이런 성향이 강하다. 대화나 토론을 할 때도 마찬가지다. 다른 사람의 말을 자르는 그런 버릇은 다른 사람으로부터 존경과 사랑을 받을 기회를 박탈할 뿐 아니라, 동시에 두 사람 즉 자신과 상대방의 머릿 속을 드나드는 일이 얼마나 쓸데 없이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지 깨닫게 해 준다. 누군가의 말을 가로막고 나설 경우 당신은 자신의 생각만이 아니라 상대방의 생각까지 놓치지 않아야 한다. 그런데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에게 너무나 당연한 이런 버릇은 대화..

[‘또르’는 내 편일까?]【윤경변호사】

[‘또르’는 내 편일까?]【윤경변호사】 이제는 집에 들어가면 “또르(Thor)”가 또르르 나와서 꼬리를 엄청나게 흔들면서 나를 반긴다. 밤중에 일어나 화장실에 갈라치면 어디선가 쏜살같이 나타나 발꿈치 뒤로 아장아장 따라온다. 너무 기분이 좋다. 침대 위로 올려주면 끊임 없이 진한 애정 표현을 한다. 얼굴과 머리카락을 침범벅으로 만든다. 심지어 머리 위에 또아리를 틀고 잠을 잔다. 아마 이런 결정을 내린 모양이다. “난 이제 엄마 젖을 먹는 유아기를 벗어 났어. 사료를 먹는 강아지란 말이야. 그러니까 주인 머리에 한번 올라타 볼까?” 침대 밑에 내려주면 내 슬리퍼 위로 가서 자리를 잡는다. 내 발냄새까지도 사랑하는 충성스럽고 귀여운 놈!!! 그런데 이 놈이 나한테만 이런 행동을 하는 것이 아닌 모양이다. ..

[팀 회식 -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윤경 변호사】

[팀 회식 -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윤경 변호사】 팀 회식을 가졌다. 모두 16분이 참석했다. 함께 일하는 변호사님들 모두 인품이 훌륭하고 실력이 출중한 변호사들이다. 서로 믿고 신뢰하는 친구 같은 팀원들이다. 함께 여행을 하고 싶은 사람들과 일을 해야 한다.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고 싶을 만큼 마음이 맞아야 하고, 서로에게 활력을 불어 넣어 줄 수 있어야 하며, 심지어 각자 다른 능력을 갖추고 서로를 이끌어 줄 수 있어야 한다. 절대적으로 신임할 수 있어야 함은 물론이다. 아무리 탁월한 능력을 갖췄어도 서로를 신뢰하지 못하면 성공할 수 없다. 함께 여행하고 싶은 사람과 일해야 한다. 이 세상에 독불장군은 없다. 하지만 함께 하면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 자기 힘만으로 혼자서 달성할 수 있는 ‘의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