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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공권력의 위법한 행사를 판단할 때 국가기관의 직무집행으로 볼 수 있는 범위 및 과거사정리법의 중대한 인권침해사건·조작의혹사건 중 일부 행위만 분리하여 과거사정리법의 적용을 부정할 수 있는지 여부>】《이 사건에서 수사발표 및 보도자료 배포, 불법구금에 대하여 위법하다고 판단하면서 지명수배 조치만 따로 위법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수사발표 및 보도자료 배포에 대해서는 중대한 인권침해사건ㆍ조작의혹사건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반면,

윤경 대표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2024. 8. 31.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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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공권력의 위법한 행사를 판단할 때 국가기관의 직무집행으로 볼 수 있는 범위 및 과거사정리법의 중대한 인권침해사건·조작의혹사건 중 일부 행위만 분리하여 과거사정리법의 적용을 부정할 수 있는지 여부>】《이 사건에서 수사발표 및 보도자료 배포, 불법구금에 대하여 위법하다고 판단하면서 지명수배 조치만 따로 위법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수사발표 및 보도자료 배포에 대해서는 중대한 인권침해사건ㆍ조작의혹사건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반면, 불법구금에 대해서는 중대한 인권침해사건ㆍ조작의혹사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아 불법구금에 대해서만 개별적으로 소멸시효 완성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대법원 2023. 3. 9. 선고 2021202903 판결)》〔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1. 판결의 요지 : [수사기관의 수사발표 및 보도자료 배포, 지명수배 조치, 불법구금이 위법하다고 주장하며 국가배상을 청구하는 사안]

 

판시사항

 

[1] 국가 산하 수사기관이 갑이 도일(도일)하여 조총련 대남공작조직에서 활동하고 있는 을 및 그의 상부조직과 연계된 후 국내에 잠입하여 간첩활동을 하다가 검거되었다.’는 취지의 수사발표와 보도자료 배포를 한 후, 갑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되어 유죄판결을 받고 복역하였으며, 을은 위 수사발표 및 그 후 이루어진 지명수배 때문에 일본에 머물면서 귀국하지 못하다가 10여 년이 지난 후 귀국하여 공항에서 임의동행 형식으로 수사기관에 연행된 다음 불법구금 상태로 이루어진 조사과정에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에 대해 자백하고 반성문을 제출하여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는데, 그 후 갑이 재심에서 무죄판결을 받자, 을이 국가를 상대로 국가배상청구를 한 사안에서, 위 수사발표 및 보도자료 배포, 을에 대한 지명수배는 모두 을에 대한 수사절차의 일환으로서 전체적으로 보아 위법하다고 평가할 수 있는데도, 수사발표 및 보도자료 배포, 불법구금에 대해서는 위법하다고 인정한 반면, 을에 대한 지명수배는 위법하지 않다고 본 원심판단에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2]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 제2조 제1항 제3호의 민간인 집단 희생사건’, 같은 항 제4호의 중대한 인권침해사건·조작의혹사건에서 공무원의 위법한 직무집행으로 입은 손해에 대한 국가배상청구권에 민법 제766조 제2항에 따른 장기소멸시효가 적용되는지 여부(소극)

 

[3] 재심에서 무죄판결을 받은 갑의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에서 갑 등 간첩 일당의 일본 측 대남공작 조직원으로 지목된 을이 자신에 대한 국가 산하 수사기관의 수사발표 및 보도자료 배포, 지명수배, 불법구금이 위법하다며 국가배상청구를 한 사안에서, 을에 대한 수사발표 및 보도자료 배포, 지명수배, 불법구금은 모두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 제2조 제1항 제4호의 중대한 인권침해사건·조작의혹사건을 구성하는 일부분이고, 그중 일부 행위만 떼어내어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의 적용을 부정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은데도, 불법구금만을 개별적으로 취급하여 중대한 인권침해사건·조작의혹사건에 해당하지 않아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고 본 원심판단에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4] 불법행위 시와 변론종결 시 사이에 장기간의 세월이 지나 통화가치 등에 상당한 변동이 생긴 경우, 불법행위로 인한 위자료 배상채무의 지연손해금 기산일(=사실심 변론종결일) 및 이러한 예외적인 경우에는 불법행위 시부터 지연손해금이 가산되는 원칙적인 경우보다 배상이 지연된 사정을 적절히 참작하여 사실심 변론종결 시의 위자료 원금을 산정할 필요가 있는지 여부(적극)

 

판결요지

 

[1] 국가 산하 수사기관이 갑이 도일(도일)하여 조총련 대남공작조직에서 활동하고 있는 을 및 그의 상부조직과 연계된 후 국내에 잠입하여 간첩활동을 하다가 검거되었다.’는 취지의 수사발표와 보도자료 배포를 한 후, 갑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되어 유죄판결을 받고 복역하였으며, 을은 위 수사발표 및 그 후 이루어진 지명수배 때문에 일본에 머물면서 귀국하지 못하다가 10여 년이 지난 후 귀국하여 공항에서 임의동행 형식으로 수사기관에 연행된 다음 불법구금 상태로 이루어진 조사과정에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에 대해 자백하고 반성문을 제출하여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는데, 그 후 갑이 재심에서 무죄판결을 받자, 을이 국가를 상대로 국가배상청구를 한 사안에서, 국가배상책임의 성립 요건으로서 공권력의 위법한 행사를 판단할 때에는 국가기관의 직무집행을 전체적으로 판단할 필요가 있는데, 수사발표나 배포된 보도자료의 내용에 비추어 을에 대한 지명수배 조치가 충분히 예상되는 상황이었고, 을은 검거를 우려하여 10여 년간 입국하지 못하였던 점, 을이 입국하자 수사기관에서 바로 임의동행한 것도 지명수배로 인한 것으로서 지명수배 조치가 불법구금을 용이하게 하였다고 볼 수 있는 점, 국가 산하 수사기관이 관련자들에 대한 불법구금, 가혹행위 등 위법하게 증거를 수집하였고 이에 기초하여 수사발표 및 보도자료 배포, 을에 대한 지명수배가 이루어진 점 등을 종합하면, 위 수사발표 및 보도자료 배포, 을에 대한 지명수배는 모두 을에 대한 수사절차의 일환으로서 전체적으로 보아 공무원이 직무를 집행하면서 객관적 주의의무를 소홀히 하여 그 직무행위가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한 것으로서 위법하다고 평가할 수 있는데도, 수사발표 및 보도자료 배포, 불법구금에 대해서는 위법하다고 인정한 반면, 을에 대한 지명수배는 위법하지 않다고 본 원심판단에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2] 헌법재판소는 2018. 8. 30. 민법 제166조 제1, 766조 제2항 중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이하 과거사정리법이라 한다) 2조 제1항 제3호의 민간인 집단 희생사건’, 같은 항 제4호의 중대한 인권침해사건·조작의혹사건에 적용되는 부분은 헌법에 위반된다는 결정을 선고하였다. 따라서 과거사정리법상 민간인 집단 희생사건’, ‘중대한 인권침해사건·조작의혹사건에서 공무원의 위법한 직무집행으로 입은 손해에 대한 국가배상청구권에 대해서는 민법 제766조 제2항에 따른 장기소멸시효가 적용되지 않는다.

 

[3] 재심에서 무죄판결을 받은 갑의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에서 갑 등 간첩 일당의 일본 측 대남공작 조직원으로 지목된 을이 자신에 대한 국가 산하 수사기관의 수사발표 및 보도자료 배포, 지명수배, 불법구금이 위법하다며 국가배상청구를 한 사안에서, 갑 등 관련자들에 대한 수사발표 및 보도자료 배포는 국가 산하 수사기관의 수사관들이 위 관련자들에 대한 불법구금, 가혹행위 등을 통해 받아낸 임의성 없는 자백을 기초로 증거를 조작한 사건으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이하 과거사정리법이라 한다) 2조 제1항 제4호의 중대한 인권침해사건·조작의혹사건에 해당하고, 여기서 을은 간첩 일당의 일본 측 대남공작 조직원으로 지목되었으므로, 을에 대한 수사발표 및 보도자료 배포, 지명수배, 불법구금은 모두 중대한 인권침해사건·조작의혹사건을 구성하는 일부분이고, 그중 일부 행위만 떼어내어 과거사정리법의 적용을 부정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은데도, 불법구금만을 개별적으로 취급하여 중대한 인권침해사건·조작의혹사건에 해당하지 않아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고 본 원심판단에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4] 불법행위 시와 변론종결 시 사이에 장기간의 세월이 지나 위자료를 산정할 때 반드시 참작해야 할 변론종결 시의 통화가치 등에 불법행위 시와 비교하여 상당한 변동이 생긴 때에는 예외적으로 불법행위로 인한 위자료 배상채무의 지연손해금은 그 위자료 산정의 기준시인 사실심 변론종결일로부터 발생한다고 보아야 하고, 이처럼 불법행위로 인한 위자료 배상채무의 지연손해금이 사실심 변론종결일부터 발생한다고 보아야 하는 예외적인 경우에는 불법행위 시부터 지연손해금이 가산되는 원칙적인 경우보다 배상이 지연된 사정을 적절히 참작하여 사실심 변론종결 시의 위자료 원금을 산정할 필요가 있다.

 

2. 사안의 개요 및 쟁점 [이하 판례공보스터디 민사판례해설, 홍승면 P.3071-3073 참조]

 

. 사실관계

 

피고 소속 국가안전기획부 및 국군보안사령부 수사관들은 보안사 수사분실로 소외 1을 데리고 가서 구속영장이 집행될 때까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에 대해 자백 취지의 진술을 받았다(소외 1은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기소되어 징역 8, 자격정지 8년을 선고받아 확정됨).

 

피고 산하 안기부 및 보안사는 간첩 소외 1은 원고 1 및 그의 상부조직과 연계된 후 국내에 잠입하여 민주헌법쟁취 국민운동본부 결성에 관여하면서 국내의 정국추세 및 반정부 운동권의 동향을 보고하는 등 암약하면서 야당 정치지도자 인사와 접촉 시도 중인 것을 검거하였다.’는 취지의 수사발표를 하면서 언론에 정치권 침투간첩 소외 1 일당사건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배포하였다.

 

원고 11982년경 일본으로 출국하여 거주하다가 위 수사발표로 인하여 귀국할 수 없게 되었고 1993. 11. 9.경 위 사건으로 지명수배되어 계속 일본에 머물다가 1998. 5. 14. 귀국하였다.

 

피고 소속 안기부 수사관은 원고 1을 공항에서 임의동행으로 데리고 가 조사하였고, 원고 1은 조사과정에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에 대해 자백하고 준법서약서를 제출하였으며 1998. 12. 28. 서울지방검찰청으로부터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에 대해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소외 12014. 10. 21. 서울고등법원에 재심을 청구하여 무죄를 선고받아 확정되었다.

 

원심은 원고 1에 대한 수사발표 및 보도자료 배포, 불법구금에 대해서는 위법하다고 인정한 반면, 지명수배는 위법한 공권력의 행사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았고, 불법구금에 대해서는 중대한 인권침해사건·조작의혹사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아 해당 부분에 대한 국가배상청구권은 시효 완성으로 소멸하였다고 보았다.

 

대법원은 공권력의 위법한 행사를 판단할 때에는 국가기관의 직무집행을 전체적으로 판단할 필요가 있고, 불법구금에 대해서만 개별적으로 소멸시효 완성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보아 해당 부분을 파기환송하였다.

 

. 쟁점

 

위 판결의 쟁점은, 이 사건에서 수사발표 및 보도자료 배포, 불법구금에 대하여 위법하다고 판단하면서 지명수배 조치만 따로 위법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수사발표 및 보도자료 배포에 대해서는 중대한 인권침해사건ㆍ조작의혹사건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반면, 불법구금에 대해서는 중대한 인권침해사건ㆍ조작의혹사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아 불법구금에 대해서만 개별적으로 소멸시효 완성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이다.

 

이 사건에서 국가배상책임의 성립 요건으로서 공권력의 위법한 행사를 판단할 때에는 국가기관의 직무집행을 전체적으로 판단할 필요가 있다. 수사발표나 배포된 보도자료의 내용에 비추어 원고 양수에 대한 지명수배 조치가 충분히 예상되는 상황이었고, 원고 양수는 검거를 우려하여 10여 년간 대한민국에 입국하지 못하였다. 또한 원고 양수가 입국하자 수사기관에서 바로 임의동행한 것도 지명수배로 인한 것으로서 지명수배 조치가 불법구금을 용이하게 하였다고 볼 수 있다. 피고 산하 안기부가 관련자들에 대한 불법구금, 가혹행위 등 위법하게 증거를 수집하였고 이에 기초하여 이루어진 수사발표 및 보도자료 배포, 원고 양수에 대한 지명수배는 모두 원고 양수에 대한 수사절차의 일환으로서 전체적으로 보아 공무원이 직무를 집행하면서 객관적 주의의무를 소홀히 하여 그 직무행위가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한 것으로서 위법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⑶ ㈎ 과거사정리법상 민간인 집단 희생사건’, ‘중대한 인권침해사건ㆍ조작의혹사건에서 공무원의 위법한 직무집행으로 입은 손해에 대한 국가배상청구권에 대해서는 민법 제766조 제2항에 따른 장기소멸시효가 적용되지 않는다(대법원 2019. 11. 14. 선고 2018233686 판결 등 참조).

원심도 인정한 바와 같이 장균 등 관련자들에 대한 수사발표 및 보도자료 배포는 피고 산하 안기부 및 보안사 수사관들이 위 관련자들에 대한 불법구금, 가혹행위 등을 통해 받아낸 임의성 없는 자백을 기초로 증거를 조작한 사건으로 과거사정리법상 중대한 인권침해사건ㆍ조작의혹사건에 해당한다. 원고 양수는 그 간첩일당의 일본측 대남공작 조직원으로 지목되었다. 따라서 원고 양수에 대한 수사발표 및 보도자료 배포, 지명수배, 불법구금은 모두 중대한 인권침해사건ㆍ조작의혹사건을 구성하는 일부분이고, 그중 일부 행위만을 떼어내어 과거사정리법의 적용을 부정하는 것은 상당하지 않다.

 

피고 산하 안기부 등은 장균에 대한 위법한 수사 결과를 바탕으로 원고 양수가 조총련 대남공작조직에서 활동하면서 장균에게 지령을 내린 간첩이라는 취지로 수사발표 및 보도자료를 배포하고(1987), 원고 양수에 대하여 지명수배를 하였으며(1993), 이로 인하여 한국에 입국하지 못하던 원고 양수가 입국하자 불법구금하여 수사하였다(1998).

 

원고 양수와 그 친족들이 피고 대한민국을 상대로 국가배상을 청구하였다.

 

원심은 원고 양수에 대한 수사발표 및 보도자료 배포, 불법구금에 대해서는 위법하다고 인정한 반면, 지명수배에 대해서는 위법하지 않다고 판단하였다.

나아가 소멸시효 완성 여부를 판단하면서 원고 양수에 대한 수사발표 및 보도자료 배포에 대해서는 중대한 인권침해사건·조작의혹사건에 해당한다고 본 반면, 불법구금에 대해서만 개별적으로 중대한 인권침해사건·조작의혹사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아 과거사정리법 적용을 부정하고 그 부분은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고 판단하였다.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 피고 산하 안기부가 관련자들에 대한 불법구금, 가혹행위 등 위법하게 증거를 수집하였고 이에 기초하여 이루어진 수사발표 및 보도자료 배포, 원고 양수에 대한 지명수배는 모두 원고 양수에 대한 수사절차의 일환으로서 전체적으로 보아 위법하다고 평가할 수 있고, 원고 양수에 대한 수사발표 및 보도자료 배포, 지명수배, 불법구금은 모두 중대한 인권침해사건·조작의혹사건을 구성하는 일부분이고, 그중 일부 행위만을 떼어내어 과거사정리법의 적용을 부정하여 소멸시효가 완성 여부를 판단할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원심판결을 일부 파기·환송하였다.

 

3. 공권력의 위법한 행사를 판단할 때 국가기관의 직무집행으로 볼 수 있는 범위 및 과거사정리법의 중대한 인권침해사건·조작의혹사건 중 일부 행위만 분리하여 과거사정리법의 적용을 부정할 수 있는지 여부 [이하 판례공보스터디 민사판례해설, 홍승면 P.3071-3073 참조]

 

. 국가배상책임의 성립

 

국가배상책임은 국가의 불법행위가 아니라 공무원의 불법행위에 대한 국가의 책임인데, 대법원은 공무원을 특정하지 않고 일련의 국가작용에서 공무원의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한 행위가 인정되는 경우에도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하고 있다.

대법원 2022. 8. 30. 선고 2018212610 전원합의체 판결 : 긴급조치 제9호는 위헌무효임이 명백하고 긴급조치 제9호 발령으로 인한 국민의 기본권 침해는 그에 따른 강제수사와 공소제기, 유죄판결의 선고를 통하여 현실화되었다. 이러한 경우 긴급조치 제9호의 발령부터 적용집행에 이르는 일련의 국가작용은, 전체적으로 보아 공무원이 직무를 집행하면서 객관적 주의의무를 소홀히 하여 그 직무행위가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한 것으로서 위법하다고 평가되고, 긴급조치 제9호의 적용집행으로 강제수사를 받거나 유죄판결을 선고받고 복역함으로써 개별 국민이 입은 손해에 대해서는 국가배상책임이 인정될 수 있다.

 

대상판결(대법원 2023. 3. 9. 선고 2021202903 판결)은 국가배상책임의 성립 요건으로서 공권력의 위법한 행사를 판단할 때 피해자에 대한 수사발표, 보도자료 배포, 지명수배, 불법구금이라는 일련의 과정을 전체적으로 국가기관의 직무집행으로 보아 공무원의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하였는지 여부를 평가하였다.

 

그 중 지명수배는 소재불명의 피의자에 대한 소재 발견을 위한 수단이어서 위 국가기관의 직무집행에서 분리한 후 공권력의 위법한 행사에 해당하는지 대해 개별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지 문제된다.

 

중대한 인권침해사건·조작의혹사건인 경우, 공무원이 불법행위를 한 것이고 지명수배는 불법행위의 일환이므로 지명수배만 위법성이 없다고 보아 국가기관의 직무집행에서 분리할 것은 아니다.

 

. 국가배상책임 성립 요건으로서 객관적 정당성 상실

 

 대법원 판례는 국가배상법 제2조의 국가배상책임 성립 요건으로서, 법률에 명시된  공무원의 위법한 직무집행,  공무원의 고의과실,  손해 발생 외에 국가배상책임의 성립을 실질적으로 제한하기 위한 이론적 장치(도그마틱)로서 객관적 정당성 상실이란 요건을 추가로 요구하고 있다.

 

 대법원 판례가 언급하고 있는 객관적 정당성 상실의 체계적인 지위에 관하여 개별 대법원판결마다 판시한 법리의 문언과 내용이 달라,  위법성의 문제로 이해한 경우(대법원 2009. 12. 24. 선고 200970180 판결),  공무원의 고의과실의 문제로 이해한 경우(대법원 2000. 5. 12. 선고 9970600 판결),  객관적 책임 귀속의 문제로 이해한 경우(대법원 2000. 5. 12. 선고 9970600 판결),  상당인과관계의 문제로 이해한 경우(대법원 2015. 12. 23. 선고 2015210194 판결)가 있다.

 

 구체적인 사건에서 객관적 정당성 요건의 작용 양태를 살펴보면, 공무원의 직무상 행위(작위 또는 부작위)가 형식적 법규(특정한 법령의 규정)에 위반된다는 점이 명백한 경우에는 그 자체로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한 경우에 해당한다. 객관적 정당성이 문제 되는 것은 주로 공무원에게 일정한 폭의 재량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특정한 조치만이 규범적으로 허용되고, 다른 조치는 허용되지 않는지가 불분명한 사안에서이다. 사후적으로 법원이나 감독기관이 관련 규정과 제반 사정을 모두 파악한 상황에서 내린 규범적 평가 결과 공무원이 한 특정한 조치가 재량권 일탈남용에 해당하여 위법하다고 판단되어지더라도, 그 행위 당시 평균적인 공무원의 입장에서는 해당 조치가 터무니없는 비합리적인 조치가 아니었다면 국가배상책임을 부정하는 것이다

 

이는 상법상 경영판단원칙과 유사하다. 이사가 선택한 특정한 조치가 사후적으로 최선의 조치가 아닌 것으로 판명되고 그로 인하여 회사에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행위 당시에 취할 수 있는 선택지 중의 하나로 나름 합리성이 있다면 그에 대한 배상책임을 물을 수 없다. 주로 관련 규정이 불충분 또는 복잡하거나 법리가 확립되어 있지 않아 평균적인 공무원으로서 정확한 법리를 알기 어려웠던 경우, 사실관계가 복잡하거나 불분명하여 파악이 어려웠던 경우에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한 것은 아니라는 판단이 내려진다.

 

 국가배상책임의 성립을 제한하기 위하여 객관적 정당성 상실이 필요한 이유는 항고소송과 국가배상책임의 기능역할이 서로 다르고, 항고소송에서 처분 자체의 유형이 매우 다양하고, 처분의 위법사유도 다양한데,  처분의 구체적인 종류내용,  위법사유의 구체적인 내용,  그에 따른 손해의 내용과 정도를 살피지 않고 취소판결이 선고된 모든 경우에 자동적으로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하기가 곤란하기 때문이다

 

 항고소송은 위법한 행정작용을 취소하거나 무효로 선언하여 위법한 결과를 제거하고 합법적 상태로 원상회복시키는 데 주안점이 있다. 공무원의 주관적 고의과실 유무를 따지지 않고, 행정작용의 내용이 객관적 법질서에 반하여 위법한지 여부만을 심리하여 그렇다고 판단되면 해당 행정작용을 취소한다. 항고소송에서 처분의 위법사유는 매우 다양한데, 이를 유형화하면  처분의 근거법령(요건)에 관한 법리오해,  처분사유(요건사실)에 관한 사실오인,  효과재량 단계에서의 공사익 형량의 오류, 재량권 남용(제재처분 양정의 과중),  절차상 하자로 나눌 수 있다.

 

 처분이 위법하더라도 국가배상책임의 성립을 부정할 필요가 있는 경우로는 다음과 같은 상황을 예로 들 수 있다.

제재처분의 침익성 정도가 약하거나 위법한 처분이 조기에 시정된 경우에는 취소판결에 따른 위법한 결과의 제거만으로 처분상대방의 피해가 실질적으로 회복되고, 여기에 더하여 금전적 배상까지 인정할 필요가 크지 않다고 볼 수 있다. 경찰서장의 집회금지통고가 취소된 경우에는 집회를 하려고 한 사람들에게 경찰서장의 위법한 법집행으로 피해가 있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으나, 구체적인 재산생명신체에 대한 침해가 아니라 추상적정신적 피해이고, 위자료를 인정하더라도 그 금액이 크지 않을 것이며, 피해자를 개별적으로 특정하기도 곤란하다. 분명한 처분사유가 존재함에도 단지 처분양정이 과중하다는 이유로 취소되거나, 절차상 하자를 이유로 취소되는 경우 재처분이 가능하다. 정직 3개월 처분이 과중하다고 하여 취소하고 정직 1개월 처분을 하는 경우에도 급여 차액 정산지급 외에 별도의 국가배상금을 지급할 필요까지는 없다고 볼 여지가 있다.

 

 항고소송에서는 처분의 위법성이 인정되면 취소판결을 선고하는 것이 원칙인 반면(위법성이 인정되어도, 예외적으로 사정판결을 통해 청구를 기각할 수도 있음), 국가배상소송에서는 공무원의 직무수행의 위법성이 인정되어도 과실이 부정되거나, 객관적 책임 귀속을 부정하여 국가배상책임의 성립이 부정될 수 있다. 항고소송에서 위법성은 처분의 내용절차를 객관적인 법규범과 비교하여 판단하는 것으로서, 처분의 위법성이 인정된다고 하여 담당 공무원의 주관적 귀책사유(고의과실)가 당연히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법원의 재판실무는  공무원의 직무집행이 사실행위인 경우에는 민사상 일반 불법행위와 별반 다르지 않은 기준으로 국가배상책임의 성립을 (비교적 폭넓게)인정하고 있는 반면,  공무원의 직무집행이 처분(행정결정)에 해당하는 경우, 지나치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어 국가배상책임의 성립을 극도로 제한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 소멸시효 완성 여부

 

헌법재판소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채권의 장기소멸시효(민법 제766조 제2) 규정이 과거사정리법 제2조 제1항 제3(민간인 집단 사망 등 사건), 4(중대한 인권침해사건)에 적용되는 부분을 위헌(이유 : 입법형성의 한계 일탈)으로 결정하였다(헌법재판소 2018. 8. 30. 선고 2014헌바148 )

 

위 결정 이후 판례는 장기소멸시효 규정의 적용을 배제하고 있다.

과거사정리법이 적용되는 사건 관련 국가배상책임에는 10년 또는 5(국가재정법 제96조 제2)의 소멸시효가 적용되지 않는다(대법원 2018233686 판결).

 

강제수사를 받고 유죄판결을 선고받아 복역한 국민이 입은 손해에 대해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하여 왔는데, 수사만 받고 공소제기 되지 않은 피해자에 대하여도 종국적으로 국가배상책임이 인정된다(장기소멸시효 배제).

 

대상판결(대법원 2023. 3. 9. 선고 2021202903 판결)은 이 사건이 중대한 인권침해사건·조작의혹사건에 해당하여 장기소멸시효 규정의 적용 자체가 배제되어야 한다고 보았다.

수사발표 및 보도자료 배포, 지명수배, 불법구금은 모두 과거사정리법의 중대한 인권침해 사건·조작의혹사건을 구성하는 일부분이다.

그중 불법구금만을 개별적으로 취급하여 과거사정리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볼 수 없다.

 

결국 인권침해사건에 대해서 최종적으로 손해배상을 받는 데 장애가 되는 법리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과거사사건 소멸시효】《과거사사건 단기소멸시효 완성 여부. 과거사정리법 적용 사건에서의 장기소멸시효 적용 배제》〔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1.  과거사 사건 소멸시효에 대한 판례의 태도  [이하 대법원판례해설 제127호, 박성구 P.124-135 참조]

 

. 이 사건 위헌결정 이전

 

대법원은 이 사건 위헌결정 이전에는 대체로 장기소멸시효(5)가 완성되었음을 전제로, 국가의 소멸시효 항변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인지 판단하였다.

대법원 1994. 12. 9. 선고 9327604 판결 이래 판례는 소멸시효 항변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경우(권리남용)로서,  시효완성 전에 채권자의 권리행사나 시효중단을 불가능 또는 현저히 곤란하게 하였거나, 그러한 조치가 불필요하다고 믿게 하는 행동을 한 경우(1유형),  객관적으로 채권자가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있었던 경우(2유형),  시효완성 후에 채무자가 시효를 원용하지 아니할 것 같은 태도를 보여 권리자로 하여금 그와 같이 신뢰하게 한 경우(3유형),  채권자보호의 필요성이 크고 같은 조건의 다른 채권자가 채무의 변제를 수령하는 등의 사정이 있어 채무이행의 거절을 인정함이 현저히 부당하거나 불공평하게 되는 경우(4유형)를 들고 있다.

특히 대법원은 과거사 사건 중 사실행위형 사건에 대하여는 제3유형으로 파악하였다.

이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이하 과거사정리법이라 한다)의 제정 등으로 채무자가 소멸시효의 이익을 원용하지 않을 것 같은 신뢰를 부여하였다는 평가를 전제로 한 것으로 보인다[대법원 2013. 5. 16. 선고 2012202819 전원합의체 판결 : 채무자가 소멸시효의 이익을 원용하지 않을 것 같은 신뢰를 부여한 경우에도 채권자는 그러한 사정이 있은 때로부터 상당한 기간 내에 권리를 행사하여야만 채무자의 소멸시효 의 항변을 저지할 수 있다 할 것인데, (이하 생략)].

 

과거사 사건은 625를 전후하여 자행되었던, 재판 없이 행한 불법처형을 비롯한 물리적인 사실행위에 의한 인권침해(사실행위형)와 장기간의 불법구금 및 고문 등에 의한 방법으로 허위자백을 받아낸 후 유죄판결을 받은 경우(유죄판결형)로 나눌 수 있다.

 

한편 유죄판결형 사건에 대하여는 제2유형으로 파악하였다[대법원 2013. 12. 12. 선고 2013201844 판결 : 국가기관이 수사과정에서 한 위법행위 등으로 수집한 증거 등에 기초하여 공소가 제기되고 유죄의 확정판결까지 받았으나 재심사유의 존재 사실이 뒤늦게 밝혀짐에 따라 재심절차에서 무죄판결이 확정된 후 국가기관의 위법행위 등을 원인으로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경우, 재심절차에서 무죄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채권자가 손해배상청구를 할 것을 기대할 수 없는 사실상의 장애사유가 있었다고 볼 것이다].

 

. 이 사건 위헌결정의 선고

 

헌법재판소는 2018. 8. 30. “민법(1958. 2. 22. 법률 제471호로 제정된 것) 166조 제1, 766조 제2항 중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 2조 제1항 제3, 42)에 규정된 사건에 적용되는 부분은 헌법에 위반된다.”라는 위헌결정을 하였다.

 

* 2(진실규명의 범위)

 3조의 규정에 의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다음 각호의 사항에 대한 진실을 규명한다.

3. 1945. 8. 15.부터 한국전쟁 전후의 시기에 불법적으로 이루어진 민간인 집단 희생사건

4. 1945. 8. 15.부터 권위주의 통치 시까지 헌정질서 파괴행위 등 위법 또는 현저히 부당한 공권력의 행 사로 인하여 발생한 사망상해실종사건, 그 밖에 중대한 인권침해사건과 조작의혹사건

 

대법원은 이 사건 위헌결정을 일부 위헌결정으로 보아 기속력을 인정하였고, 그에 따라 장기소멸시효의 적용을 배제하였다[대법원 2019. 11. 14. 선고 2018233686 판결 : 이 사건 위헌결정의 효력은 과거사정리법 제2조 제1항 제3호의 민간인 집단 희생사건이나 같은 항 제4호의 중대한 인권침해사건조작의혹사건에서 공무원의 위법한 직무집행으로 입은 손해에 대한 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이 위헌결정 당시까지 법원에 계속되어 있는 경우에도 미친다고 할 것이어서, 그 손해배상청구권에 대해서는 민법 제166조 제1, 766조 제2항에 따른 객관적 기산점을 기준으로 하는 소멸시효’(이하 장기소멸시효라 한다)는 적용되지 않고, 국가에 대한 금전 급부를 목적으로 하는 권리의 소멸시효기간을 5년으로 규정한 국가재정법 제96조 제2(구 예산회계법 제96조 제2) 역시 이러한 객관적 기산점을 전제로 하는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같은 취지의 판시를 한 것으로 대법원 2020. 4. 9. 선고 2018238865 판결, 대법원 2020. 4. 29. 선고 2018 239455 판결, 대법원 2020. 5. 14. 선고 2019220380 판결 등이 있다].

 

. 이 사건 위헌결정 이후

 

대법원은 이 사건 위헌결정 이후 과거사정리법 제2조 제1항 제3, 4호에 규정된 사건(중대한 인권침해사건조작의혹사건)에 대하여 장기소멸시효 적용이 배제됨에 따라 단기소멸시효의 완성 여부만을 판단하고 있다.

한편 이 사건에서 쟁점으로 다루어지지는 않았지만 과거사위원회의 진실규명결정이 없는 경우에도 이 사건 위헌결정의 효력이 미치는지 문제 될 수 있다.

실제 이 사건에서도 과거사위원회의 진실규명결정이 없었다.

결론적으로 과거사위원회의 진실규명결정이 없는 사건이라 할지라도 중대한 인권침해사건조작의혹사건에 해당한다면 이 사건 위헌결정의 효력이 미쳐, 장기소멸시효의 적용이 배제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이 사건 위헌결정문의 주문 및 이유에 따르더라도 과거사위원회의 진실규명결정이 있는 사건에 한정되는 것으로 볼 근거가 없다.

비록 이 사건 위헌결정의 청구인들은 과거사위원회의 진실규명결정이 있었던 경우이기는 하지만[다만 헌재 2015헌바440 전원재판부 결정 사건의 경우 과거사위원회 차원의 진실규명결정은 없었고, 국정원 과거사진실위원회의 조사가 이루어졌고, 그 보고서를 근거로 당해 신청인에 대한 손해배상청구소송이 인용 되었으며[서울고법 2019. 7. 4. 선고 2018재나20224 판결(상고취하 확정)], 재심무죄판결[서울중앙지법 2009. 12. 23. 선고 2008재고합4, 2009재고합27, 28 판결(구 국가보안법위반, 반공법위반), 확정]이 선고되었다], 이는 위 청구인들이 진실규명결정에도 불구하고 손해배상을 받지 못하는 특수한 사정에서 헌법소원을 청구하였기 때문일 뿐 진실규명결정을 전제로 한다고 해석할 근거가 될 수는 없다.

오히려 장기소멸시효를 배제하여 권리구제를 넓히고자 하는 이 사건 위헌결정의 취지에 비추어 보더라도 진실규명결정이 없는 사건에도 적용된다고 보아야 한다.

대법원 2021. 5. 7. 선고 2019231984 판결에서도 원고들에 대한 과거사위원회의 진실규명결정이 없었음에도 중대한 인권침해사건조작의혹사건이 라고 보아 장기소멸시효의 적용을 배제하였다.

 

라. 과거사정리법이 적용되는 사건의 국가배상책임과 장기소멸시효 (= 장기소멸시효 적용 안됨. 대법원 2020. 11. 26. 선고 2019276307 판결, 대법원 2021. 7. 29. 선고 2016259363 판결)

 

 헌법재판소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채권의 장기소멸시효(민법 제766조 제2) 규정이 과거사정리법 제2조 제1항 제3(민간인 집단 사망 등 사건), 4(중대한 인권침해사건)에 적용되는 부분을 위헌(이유 : 입법형성의 한계 일탈)으로 결정하였다(헌법재판소 2018. 8. 30. 선고 2014헌바148 . 다만  장기소멸시효에 관한 규정은 과거사정리법에서 지정한 사건이 발생하기 이전인 민법 제정 당시부터 있었고, 다른 나라 민법에도 유사한 규정이 있을 것으로 보이는 점,  위 대법원 2012202819 전원합의체 판결 등과 같이 권리남용과 신의칙을 근거로 국가의 소멸시효 항변을 배척할 수 있고, 실제로도 현재 대부분 소멸시효 항변이 배척되고 있는 추세이므로 굳이 위헌결정을 할 필요성이 있었는지 의문인 점 등을 고려하면, 입법형성의 한계를 일탈하였다는 헌법재판소 위헌결정 이유에는 의문이 있음).

 

 위와 같은 헌법재판소 결정 이전에는 권리남용 신의성실의 원칙을 근거로 국가의 소멸시효 항변을 배척하여 왔다(대법원 2012202819 전원합의체 판결 등).

 

 위 결정 이후 판례는 장기소멸시효 규정의 적용을 배제하고 있다.  과거사정리법이 적용되는 사건 관련 국가배상책임에는 10년 또는 5(국가재정법 제96조 제2)의 소멸시효가 적용되지 않는다(대법원 2018233686 판결).

 

과거사정리법이 열거한 사건(3, 4)에 해당하기만 하면 그 자체로 장기소멸시효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고, 이 경우 과거사위원회의 결정 또는 판정은 그 요건이 아님을 유의하여야 한다.  위 사건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해 법원이 판단해야 한다.

 

 대법원 2022. 9. 29. 선고 2018224408 판결은 이 사건이 중대한 인권침해사건에 해당한다고 보아, 장기소멸시효 규정의 적용 자체가 배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국가의 소멸시효 항변을 권리남용으로 배척하는 경우와 결론에 있어서는 마찬가지임(상고기각)].

 

2. 과거사정리법이 정한 중대한 인권침해 사건 등 부분에 대한 위헌결정의 기속력(= 재심사유 여부) [이하 판례공보스터디 민사판례해설, 홍승면 P.1131-1133 참조]

 

. 관련 규정

 

* 구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민주화보상법) 18(다른 법률에 따른 보상 등과의 관계 등)

 이 법에 따른 보상금등의 지급 결정은 신청인이 동의한 경우에는 민주화운동과 관련하여 입은피해에 대하여 민사소송법에 따른 재판상 화해가 성립된 것으로 본다.

 

* 구 광주민주화운동 관련자 보상 등에 관한 법률(광주민주화운동보상법. 2006. 3. 24. 일부개정으로 명칭이 518민주화운동 관련자 보상 등에 관한 법률로 변경됨)

16(다른 법률에 의한 보상등과의 관계등)

 이 법에 의한 보상금등의 지급결정은 신청인이 동의한 때에는 광주민주화운동과 관련하여 입은 피해에 대하여 민사소송법의 규정에 의한 재판상 화해가 성립된 것으로 본다

 

. 한정위헌결정의 기속력 (= 없음)

 

대법원은 과거 헌법재판소의 이른바 한정위헌 결정(‘~~ 로 해석하는 한 헌법에 위반된다.’)에 대하여, 법률의 해석권한은 법원에 있으므로 위와 같은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기속력이 없으며, 헌법재판소법 제75조 제7항에서 정한 재심사유인 헌법소원이 인용된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았다(대법원 2001. 4. 27. 선고 95재다14 판결).

 

. 일부위헌결정의 기속력 (= 있음)

 

헌법재판소의 일부 위헌결정(‘~~ 부분은 헌법에 위반된다’)이 헌법재판소법 제75조 제7항의 재심사유인 헌법소원이 인용된 경우에 해당하는지가 문제가 되는데, 대법원 2020. 10. 29. 선고 2019249589 판결은 헌법재판소의 위와 같은 결정이 헌법재판소법 제75조 제7항에서 정한 재심사유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 재판상 화해와 화해의 구별

 

보상금을 지급받을 경우 화해 관련 규정을 두는 경우가 많은데, 법률에 따라 재판상 화해가 성립된 것으로 보거나, 화해가 성립된 것으로 보는 등 조금씩 다른 규정을 두고 있다.

재판상 화해가 성립된 것으로 보게 되면 소를 각하하여야 하고, 화해가 성립된 것으로 보게 되면 청구를 기각하여야 한다.

 

. 대법원 2021. 7. 29. 선고 2016다259363 판결의 이 부분 판시 취지

 

 헌법재판소의 이른바 한정위헌결정(‘~~로 해석하는 한 헌법에 위반된다’)에 대하여는 기속력이 미치지 않는다고 본다.

그러나 위 법률 규정의 피해  정신적 손해 부분은 헌법에 위반된다는 결정은 이른바 일부 위헌결정(‘~~ 부분은 헌법에 위반된다’)으로서 위헌 선언을 통해 법률의 일부를 폐지하는 것과 같은 효력이 있으므로 법원에 대한 기속력이 있다[ 대법원 2020. 10. 29. 선고 2019249589 판결 : 구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2015. 5. 18. 법률 제1328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민주화보상법이라 한다) 18조 제2항은 이 법에 의한 보상금 등의 지급결정은 신청인이 동의한 때에는 민주화운동과 관련하여 입은 피해에 대하여 민사소송법의 규정에 의한 재판상 화해가 성립된 것으로 본다.”라고 정하고 있었다. 헌법재판소는 구 민주화보상법 제18조 제2항에 관한 위헌법률심판제청 사건과 헌법소원 사건을 병합·심리하여, 2018. 8. 30. 구 민주화보상법 제18조 제2항의 민주화운동과 관련하여 입은 피해 중 불법행위로 인한 정신적 손해에 관한 부분은 헌법에 위반된다는 결정(이하 일부 위헌결정이라 한다)을 선고하였다. 일부 위헌결정은 위와 같이 민주화운동과 관련하여 입은 피해 중 일부인 불법행위로 인한 정신적 손해 부분을 위헌으로 선언함으로써 그 효력을 상실시켜 구 민주화보상법 제18조 제2항의 일부가 폐지되는 것과 같은 결과를 가져오는 결정으로서 법원에 대한 기속력이 있다.

 

 따라서 헌법재판소는 민주화운동 관련하여 보상금 지급으로 재판상 화해의 성립을 간주하는 규정에 대해 정신적 손해까지 포함시키는 것이 위헌이라는 결정을 하고 있고, 이는 법원에 대한 기속력이 있는 일부 위헌결정에 해당한다.

 

3.  과거사 사건 단기소멸시효 완성 여부  [이하 대법원판례해설 제127호, 박성구 P.124-135 참조]

 

. 일반론

 

민법 제766조 제1항은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의 청구권은 피해자나 그 법정 대리인이 그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간 이를 행사하지 아니하면 시효로 인하여 소멸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손해를 안 날이라고 함은 손해가 발생하였다는 사실을 현실적이고 구체적으로 인식함을 뜻하고, 단순한 손해발생의 추정이나 의문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손해 발생의 사실을 모른 때에는 과실로 알지 못하더라도 소멸시효는 진행한다.

손해의 인식이 있었다고 하기 위하여는 불법행위로 인하여 무엇인가 손해를 입은 사실을 앎으로써 족하고, 반드시 손해의 정도나 수액을 구체적으로 알 필요는 없다.

 

소멸시효가 진행하려면 손해뿐만 아니라 가해자를 알아야 하고, 여기서 가해자란 배상의무자를 뜻하므로, 직접 가해행위자와 별도로 사용자책임국가배상책임 등과 같이 손해배상책임을 져야할 의무자가 있는 때에는 이러한 사실을 안 때부터 소멸 시효가 진행한다.

결국 손해와 가해자를 안다고 하는 것은 가해자에 의하여 불법행위가 행하여졌 음을 인식한다는 의미하고, 판례도 같은 취지이다(대법원 1989. 9. 26. 선고 88다카32371 판결).

 

피해자 등이 언제 불법행위의 요건사실을 현실적이고도 구체적으로 인식한 것으 로 볼 것인지는 개별적 사건에 있어서의 여러 객관적 사정을 참작하고 손해배상청 구가 사실상 가능하게 된 상황을 고려하여 합리적으로 인정하여야 한다(대법원 2008. 5. 29. 선고 200433469 판결).

 

. 소멸시효 기산점

 

이 사건 위헌결정 이후 대법원은 단기소멸시효와 관련하여 대체로 아래와 같은 기준으로 판단하고 있다.

 

 먼저 진실규명결정이 있는 사건에서는 진실규명결정을 안 날부터 소멸시효가 진행된다고 보고 있다(대법원 2020. 4. 9. 선고 2019246573 판결, 대법원 2020. 4. 29. 선고 2018286925 판결 등).

 

 재심무죄판결이 있는 사건에서는 재심무죄판결 확정일부터 소멸시효가 진행된다고 보고 있다(대법원 2019. 12. 24. 선고 2019231625 판결, 대법원 2020. 2. 27. 선고 2019232284 판결, 대법원 2020. 11. 26. 선고 2019276307 판결 등).

 

대법원 2021. 4. 29. 선고 2020다206564 판결의 이 사안에서 원고 에 대해서는 재심무죄판결이 있었으나, 원고 , 에 대해서는 재심무죄판결이나 진실규명결정이 없는 상황으로, 원고 , 에 대한 단기소멸시효 기산점을 언제로 보아야 하는지 문제 된다.

 

원심은 불법행위가 종료된 때, 즉 원고 , 에 대한 불법구금 상태가 해소된 1987. 7.경에는 손해 및 가해자를 인식할 수 있었다고 보았다.

 

대법원 2021. 4. 29. 선고 2020다206564 판결은 원고 에 대한 재심무죄판결이 확정된 때(원고 에 대한 유죄 확정판결이 취소된 이후) 비로소 손해 및 가해자를 인식할 수 있었다고 보았다.

 

다. 재심사유로서의 일부위헌결정 및 과거사정리법 적용 사건 관련 국가배상책임 단기소멸시효 기산점(대법원 2020. 12. 10. 선고 2020다205455 판결)

 

 헌법재판소법 제75조 제7항은 같은 법 제68조 제2항에 따른 헌법소원이 인용된 경우에 해당 헌법소원과 관련된 소송사건이 이미 확정된 때에는 당사자는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구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2015. 5. 18. 법률 제1328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민주화보상법이라고 한다) 18조 제2항은 이 법에 의한 보상금 등의 지급결정은 신청인이 동의한 때에는 민주화운동과 관련하여 입은 피해에 대하여 민사소송법의 규정에 의한 재판상 화해가 성립된 것으로 본다.”라고 정하고 있었다.

헌법재판소는 2018. 8. 30. 구 민주화보상법 제18조 제2항의 민주화운동과 관련하여 입은 피해 중 불법행위로 인한 정신적 손해에 관한 부분은 헌법에 위반된다는 결정(헌법재판소 2018. 8. 30. 선고 2014헌바180 등 전원재판부 결정, 이하 일부위헌결정이라고 한다)을 선고하였다.

일부위헌결정은 위와 같이 민주화운동과 관련하여 입은 피해 중 일부인 불법행위로 인한 정신적 손해 부분을 위헌으로 선언함으로써 그 효력을 상실시켜 구 민주화보상법 제18조 제2항의 일부가 폐지되는 것과 같은 결과를 가져오는 결정으로서 법원에 대한 기속력이 있다.

일부위헌결정 선고 전에 헌법소원의 전제가 된 해당 소송사건에서 이미 확정된 판결에 대해서 일부위헌결정이 선고된 사정은 헌법재판소법 제75조 제7항에서 정한 재심사유가 된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가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 제2조 제1항 제3호의 민간인 집단 희생사건’, 같은 항 제4호의 중대한 인권침해·조작의혹사건에 대하여 진실규명결정을 한 경우 그 피해자 및 유족들의 손해배상청구권에 대한 민법 제766조 제1항의 단기소멸시효와 관련하여 손해 발생 및 가해자를 안 날은 진실규명결정일이 아닌 그 진실규명결정통지서가 송달된 날을 의미한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가 ‘1970년대 유신정권의 경제개발 과정에서 국가기관이 노조의 설립과 활동을 방해하고, 이른바 블랙리스트를 작성·관리하면서 갑 등 해직된 노동조합 간부 및 조합원의 재취업을 막는 등의 중대한 인권침해 행위가 있었다.’는 취지의 진실규명결정을 하자, 갑 등이 국가배상을 구한 사안에서, 진실규명결정통지서가 갑 등에게 송달된 때가 불명확하더라도 적어도 위 결정일부터 3년 이내에 소가 제기되었음은 분명하므로, 갑 등의 청구에 대하여 민법 제766조 제1항의 단기소멸시효는 완성되지 않았다고 한 사례.

 

4. 과거사정리법 적용 사건에서의 장기소멸시효 적용 배제   [이하 판례공보스터디 민사판례해설, 홍승면 P.1131-1133 참조]

 

. 관련 규정

 

*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 제2(진실규명의 범위)

 3조의 규정에 의한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는 다음 각 호의 사항에 대한 진실을 규명한다.

3. 1945 8 15일부터 한국전쟁 전후의 시기에 불법적으로 이루어진 민간인 집단 사망·상해·실종사건

4. 1945 8 15일부터 권위주의 통치시까지 헌정질서 파괴행위 등 위법 또는 현저히 부당한 공권력의 행사로 인하여 발생한 사망·상해·실종사건, 그 밖에 중대한 인권침해사건과 조작의혹사건

 

. 헌법재판소 위헌결정

 

 헌법재판소 2018. 8. 30. 선고 2014헌바148 등 결정 : 민법 제166조 제1, 766조 제2항의 객관적 기산점을 과거사정리법 제2조 제1항 제3, 4호의 민간인 집단희생사건, 중대한 인권침해·조작의혹사건에 적용하도록 규정하는 것은, 소멸시효제도를 통한 법적 안정성과 가해자 보호만을 지나치게 중시한 나머지 합리적 이유 없이 위 사건 유형에 관한 국가배상청구권 보장 필요성을 외면한 것으로서 입법형성의 한계를 일탈하여 청구인들의 국가배상청구권을 침해한다.

 

. 장기소멸시효 적용 배제

 

 헌법재판소 위헌결정으로 이른바 과거사정리법 적용 사건에 대하여 국가배상청구권의 장기소멸시효(불법행위를 한 날로부터 10)의 적용이 배제되었다.

이러한 위헌결정이 없다고 하더라도 권리남용과 신의칙을 근거로 국가의 소멸시효 항변을 배척할 수 있다(대법원 2013. 5. 16. 선고 2012202819 전원합의체 판결).

 

 장기소멸시효 조항에만 위헌결정을 했으므로, 국가배상책임에 단기소멸시효(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부터 3)는 여전히 적용된다.

단기소멸시효 기산점인 손해 발생 및 가해자를 안 날은 사실인정의 문제이나, 진실규명결정일(2010. 6. 30.)이 아닌 그 진실규명결정통지서가 송달된 날 알았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결정통지서 송달일이 언제인지는 기록상 불명확했던 것으로 보이나, 그날로부터 소를 제기(2013. 6. 18.)하기까지 3년을 넘지 않았음은 분명하다.

 

라. 헌법재판소가 2018. 8. 30. 선고한 ‘민법 제166조 제1항, 제766조 제2항 중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 제2조 제1항 제3호(민간인 집단 희생사건), 제4호(중대한 인권침해사건·조작의혹사건)에 적용되는 부분은 헌법에 위반된다’는 위헌결정의 효력이 위 제3호, 제4호 사건에서 공무원의 위법한 직무집행으로 입은 손해에 대한 배상을 구하는 소송이 위헌결정 당시까지 법원에 계속되어 있는 경우에도 미치는지 여부(적극) 및 위 손해배상청구권에 대하여 민법 제766조 제2항에 따른 10년의 소멸시효 또는 국가재정법 제96조 제2항에 따른 5년의 소멸시효가 적용되는지 여부(소극)

 

 헌법재판소는 2018. 8. 30. 민법 제166조 제1, 766조 제2항 중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이하 과거사정리법이라 한다) 2조 제1항 제3호의 민간인 집단 희생사건’, 같은 항 제4호의 중대한 인권침해사건·조작의혹사건에 적용되는 부분은 헌법에 위반된다는 결정을 선고하였다.

 

 위 위헌결정의 효력은 과거사정리법 제2조 제1항 제3호의 민간인 집단 희생사건이나 같은 항 제4호의 중대한 인권침해사건·조작의혹사건에서 공무원의 위법한 직무집행으로 입은 손해에 대한 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이 위헌결정 당시까지 법원에 계속되어 있는 경우에도 미친다. 따라서 그러한 손해배상청구권에 대해서는 민법 제766조 제2항에 따른 10년의 소멸시효 또는 국가재정법 제96조 제2[구 예산회계법(2006. 10. 4. 법률 제8050호 국가재정법 부칙 제2조로 폐지) 96조 제2]에 따른 5년의 소멸시효가 적용되지 않는다.

 

마. 과거사정리법이 적용되는 사건의 국가배상책임과 장기소멸시효(= 장기소멸시효 적용 안됨. 대법원 2020. 11. 26. 선고 2019276307 판결, 대법원 2021. 7. 29. 선고 2016259363 판결)

 

 헌법재판소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채권의 장기소멸시효(민법 제766조 제2) 규정이 과거사정리법 제2조 제1항 제3(민간인 집단 사망 등 사건), 4(중대한 인권침해사건)에 적용되는 부분을 위헌(이유 : 입법형성의 한계 일탈)으로 결정하였다(헌법재판소 2018. 8. 30. 선고 2014헌바148 . 다만  장기소멸시효에 관한 규정은 과거사정리법에서 지정한 사건이 발생하기 이전인 민법 제정 당시부터 있었고, 다른 나라 민법에도 유사한 규정이 있을 것으로 보이는 점,  위 대법원 2012202819 전원합의체 판결 등과 같이 권리남용과 신의칙을 근거로 국가의 소멸시효 항변을 배척할 수 있고, 실제로도 현재 대부분 소멸시효 항변이 배척되고 있는 추세이므로 굳이 위헌결정을 할 필요성이 있었는지 의문인 점 등을 고려하면, 입법형성의 한계를 일탈하였다는 헌법재판소 위헌결정 이유에는 의문이 있음).

 

 위와 같은 헌법재판소 결정 이전에는 권리남용 신의성실의 원칙을 근거로 국가의 소멸시효 항변을 배척하여 왔다(대법원 2012202819 전원합의체 판결 등). 

 

 위 결정 이후 판례는 장기소멸시효 규정의 적용을 배제하고 있다.  과거사정리법이 적용되는 사건 관련 국가배상책임에는 10년 또는 5(국가재정법 제96조 제2)의 소멸시효가 적용되지 않는다(대법원 2018233686 판결).

 

과거사정리법이 열거한 사건(3, 4)에 해당하기만 하면 그 자체로 장기소멸시효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고, 이 경우 과거사위원회의 결정 또는 판정은 그 요건이 아님을 유의하여야 한다.  위 사건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해 법원이 판단해야 한다.

 

 대법원 2022. 9. 29. 선고 2018224408 판결은 이 사건이 중대한 인권침해사건에 해당한다고 보아, 장기소멸시효 규정의 적용 자체가 배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국가의 소멸시효 항변을 권리남용으로 배척하는 경우와 결론에 있어서는 마찬가지임(상고기각)].

 

바. 과거사사건에서 국가배상청구권에 관하여 장기소멸시효를 적용하여야 하는지 여부(대법원 2019. 11. 14. 선고 2018다233686 판결)

 

 이 사건의 쟁점은, 민법 제166조 제1, 766조 제2항 중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 제2조 제1항 제3호의 민간인 집단 희생사건’, 같은 항 제4호의 중대한 인권침해사건·조작의혹사건에 적용되는 부분은 헌법에 위반된다고 한 헌법재판소 2018. 8. 30. 선고 2014헌바148 등 결정의 효력이다.

 

 피고(대한민국)로부터 구로 일대 농지를 분배받았던 수분배자들의 후손인 원고들이 피고를 상대로 분배 농지와 관련하여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사안에서, 원고들의 손해배상청구는 과거사정리법 제2조 제1항 제4호에서 말하는 중대한 인권침해·조작의혹사건에서 공무원의 위법한 직무집행으로 인하여 입은 재산상 손해에 대한 국가배상청구에 해당하고, 이 사건 위헌결정의 효력에 따라 원고들의 손해배상청구권에 대해서는 민법 제166조 제1, 766조 제2, 구 예산회계법 제96조 제2, 1항에 따른 장기소멸시효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사례이다.

 

4-2. 긴급조치 제1, 4호로 인한 수사 등을 받은 경우 국가배상책임이 인정되는지, 장기 소멸시효의 적용 여부 및 단기 소멸시효의 진행 여부(대법원 2023. 1. 12. 선고 2021다201184 판결) [이하 판례공보스터디 민사판례해설, 홍승면 P.2980-2983 참조]

 

. 대법원 2023. 1. 12. 선고 2021201184 판결의 검토

 

 대법원 2022. 8. 30. 선고 2018212610 전원합의체 판결은 긴급조치 9호에 관하여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하며 기존의 판례를 변경하였다.

 

 대법원은 긴급조치 제1호와 제9호는 헌법에 위반되어 무효이므로, 긴급조치위반으로 처벌되었던 피고인에 대하여 무죄가 선고되어야 한다고 보았다(대법원 2010. 12. 16. 선고 20105986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13. 4. 18. 2011초기689 전원합의체 결정).

 

 그러나 위 전합판결 이후에도 민사상 국가배상청구는 기각하여 왔다(대법원 2014. 10. 27. 선고 2013217962 판결, 대법원 2015. 3. 26. 선고 201248824 판결).

 

 대법원 2018212610 전원합의체 판결은 위법행위를 한 공무원을 특정하지 아니한 채 긴급조치 발령부터 집행에 이르는 일련의 국가 작용이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하여 위법하다고 판시하며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하였다.

 대법원 2022. 8. 30. 선고 2018212610 전원합의체 판결 : 긴급조치 제9호는 위헌무효임이 명백하고 긴급조치 제9호 발령으로 인한 국민의 기본권 침해는 그에 따른 강제수사와 공소제기, 유죄판결의 선고를 통하여 현실화되었다. 이러한 경우 긴급조치 제9호의 발령부터 적용집행에 이르는 일련의 국가작용은, 전체적으로 보아 공무원이 직무를 집행하면서 객관적 주의의무를 소홀히 하여 그 직무행위가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한 것으로서 위법하다고 평가되고, 긴급조치 제9호의 적용집행으로 강제수사를 받거나 유죄판결을 선고받고 복역함으로써 개별 국민이 입은 손해에 대해서는 국가배상책임이 인정될 수 있다.

 

 강제수사를 받거나 유죄판결을 선고받고 복역함으로써 개별 국민이 입은 손해에 대해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하고 있는데, 유죄판결을 선고받지 않고 수사만 받고 석방된 피해자에 대하여도 국가배상책임이 인정되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 대통령 긴급조치

 

 1

1. 대한민국 헌법을 부정, 반대, 왜곡 또는 비방하는 일체의 행위를 금한다.

2. 대한민국 헌법의 개정 또는 폐지를 주장, 발의, 제안, 또는 청원하는 일체의 행위를 금한다.

3. 유언비어를 날조, 유포하는 일체의 행위를 금한다.

4.  1,2,3호에서 금한 행위를 권유, 선동, 선전하거나, 방송, 보도, 출판 기타 방법으로 이를 타인에게 알리는 일체의 언동을 금한다.

5. 이 조치에 위반한 자와 이 조치를 비방한 자는 법관의 영장없이 체포, 구속, 압수, 수색하며 1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이 경우에는 15년 이하의 자격정지를 병과할 수 있다.

6. 이 조치에 위반한 자와 이 조치를 비방한 자는 비상군법회의에서 심판, 처단한다.

 4

1. 전국민주청년학생총연맹과 이에 관련되는 제 단체(이하단체라 한다)를 조직 하거나 또는 이에 가입하거나, 단체나 그 구성원의 활동을 찬양, 고무 또는 이에 동조하거나, 그 구성원과 회합, 또는 통신 기타 방법으로 연락하거나, 그 구성원의 잠복, 회합·연락 그밖의 활동을 위하여 장소·물건·금품 기타의 편의를 제공하거나, 기타 방법으로 단체나 구성원의 활동에 직접 또는 간접으로 관여하는 일체의 행위를 금한다.

2. 단체나 그 구성원의 활동에 관한 문서, 도화·음반 기타 표현물을 출판·제작·소지·배포·전시 또는 판매 하는 일체의 행위를 금한다.

3. 1, 2항에서 금한 행위를 권유, 선동 또는 선전하는 일체의 행위를 금한다.

4. 이 조치 선포전에 제1항 내지 제3항에서 금한 행위를 한 자는 1974 4 8일까지 그 행위 내용의 전부를 수사·정보기관에 출석하여 숨김없이 고지하여야 한다. 위 기간내에 출석·고지한 행위에 대하여는 처벌하지 아니한다.

5. 학생의 정당한 이유없는 출석·수업 또는 시험의 거부, 학교 관계자 지도·감독하의 정상적 수업·연구활동을 제외한 학교 내외의 집회·시위·성토·롱성 기타 일체의 개별적·집단적 행위를 금한다. , 의례적·비정치적 활동은 예외로 한다.

6. 이 조치에서 금한 행위를 권유·선동·선전하거나 방송·보도·출판 기타 방법으로 타인에게 알리는 일체의 행위를 금한다.

7. 문교부장관은 대통령긴급조치에 위반한 학생에 대한 퇴학 또는 정학의 처분이나 학생의 조직, 결사 기타 학생단체의 해산 또는 이 조치 위반자가 소속된 학교의 폐교처분을 할 수 있다. 학교의 폐교에 따르는 제반 조치는 따로 문교부장관이 정한다.

8. 1항 내지 제6항에 위반한 자, 7항에 의한 문교부장관의 처분에 위반한 자 및 이 조치를 비방한 자는 사형, 무기 또는 5년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유기징역에 처하는 경우에는 15년 이하의 자격 정지를 병과할 수 있다. 1항 내지 제3, 5, 6항 위반의 경우에는 미수에 그치거나 예비, 음모한 자도 처벌한다.

9. 이 조치에 위반한 자는 법관의 영장없이 체포, 구속, 압수, 수색하며 비상군법회의에서 심판처단한다.

10. 비상군법회의 검찰관은 대통령긴급조치 위반자에 대하여 소추를 하지 아니할 때에도 압수한 서류 또는 물품의 국고귀속을 명할 수 있다.

11. 군지역사령관은 서울특별시장, 부산시장 또는 도지사로 부터 치안질서 유지를 위한 병력 출동의 요청을 받은 때에는 이에 응하여 지원하여야 한다.

 

. 헌법재판소 2018. 8. 30. 선고 2014헌바148 등 결정요지 (= 장기소멸시효 위헌결정)

 

 민법 제166조 제1, 766조 제2항의 객관적 기산점을 과거사정리법 제2조 제1항 제3, 4호의 민간인 집단희생사건, 중대한 인권침해·조작의혹사건에 적용하도록 규정한 것은, 소멸시효제도를 통한 법적 안정성과 가해자 보호만을 지나치게 중시한 나머지 합리적 이유 없이 위 사건 유형에 관한 국가배상청구권 보장 필요성을 외면한 것으로서 입법형성의 한계를 일탈하여 청구인들의 국가배상청구권을 침해한다.

 

 위 헌재 결정은 장기소멸시효 규정의 적용이 위헌이라는 것이 아니라 적용하도록 규정한 국회의 입법이 위헌이라는 것이다.  민법의 장기소멸시효 규정은 1960년대 민법 제정 시부터 존재하였다. 위 과거사 사건은 1970년대 발생함. 장기소멸시효 규정을 제정한 행위가 과거사 사건과 관련하여 입법 형성의 한계를 일탈하였다는 논리는 다소 의문이 있다.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라 국가 측에서는 장기 소멸시효를 주장할 수 없다.

 

. 과거사 사건에 대한 단기소멸시효 적용 (=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 = 법률상 장애가 없는 때로 보는 것이 일관된 판례의 입장이다.

 대법원 1998. 7. 10. 선고 987001 판결 :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청구권은 민법 제766조 제1항에 따라 피해자나 그 법정대리인이 손해와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간 이를 행사하지 아니하면 시효로 소멸하는 것이나, 여기에도 소멸시효의 기산점에 관한 규정인 민법 제166조 제1항이 적용되어 시효기간은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로부터 진행하고, 이 때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라 함은 권리행사에 법률상의 장애사유가 없는 경우를 가리킨다.

 

 , 권리의 행사가 객관적으로 불가능한 경우를 법률상의 장애사유로 평가한 판례가 있다[대법원 2012. 4. 13. 선고 200933754 판결 : 3년의 단기시효기간은 그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에 더하여 그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가 도래하여야 비로소 시효가 진행한다. 그런데 이 사건과 같이 공무원의 직무수행 중 불법행위에 의하여 납북된 것을 원인으로 하는 국가배상청구권의 행사에 있어, 남북교류의 현실과 거주이전 및 통신의 자유가 제한된 북한 사회의 비민주성이나 폐쇄성 등을 고려하여 볼 때,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북한에 납북된 사람이 피고인 국가를 상대로 대한민국 법원에 소장을 제출하는 등으로 그 권리를 행사하는 것은 객관적으로도 불가능하다고 하겠으므로, 납북상태가 지속되는 동안은 소멸시효가 진행하지 않는다고 봄이 상당하다(다만, 이 사건에서와 같이 납북자에 대한 실종선고심판이 확정되게 되면 상속인들에 의한 상속채권의 행사가 가능해질 뿐이다)].

 

위 판결은 공무원이 납북되어 북한에 계속 갇혀 있다가 돌아온 이후 소를 제기한 사안이다.

언제부터 알았는지가 단기 소멸시효와 관련된 쟁점인데, 북한에 있으면서 소를 제기할 것을 기대할 수 없으므로 그 점을 고려하여 단기 소멸시효가 진행되지 않는다는 판시를 한 것이다.

 

  판결(대법원 2023. 1. 12. 선고 2021다201184 판결)은 위 판결을 참조 판결로 들면서 같은 법리를 적용하였다.

 

마. 대통령긴급조치 제1호(긴급조치 제1호) 및 대통령긴급조치 제4호(긴급조치 제4호)의 발령·적용·집행으로 강제수사를 받거나 유죄판결을 선고받고 복역함으로써 개별 국민이 입은 손해에 대하여 국가배상책임이 인정되는지 여부(적극), 긴급조치 제1호, 제4호에 기한 일련의 국가작용으로 인한 불법행위로 발생한 권리에 관한 소멸시효와 관련하여, 일련의 법률적·제도적 변화와 완결되기까지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있다고 볼 것인지(적극)(대법원 2023. 1. 12. 선고 2021다201184 판결)

 

 위 판결의 쟁점은,  대통령긴급조치 제1(긴급조치 제1) 및 대통령긴급조치 제4(긴급조치 제4)의 발령·적용·집행으로 강제수사를 받거나 유죄판결을 선고받고 복역함으로써 개별 국민이 입은 손해에 대하여 국가배상책임이 인정되는지 여부(적극),  긴급조치 제1, 4호에 기한 일련의 국가작용으로 인한 불법행위로 발생한 권리에 관한 소멸시효와 관련하여, 일련의 법률적·제도적 변화와 완결되기까지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있다고 볼 것인지 여부(적극)이다.

 

 긴급조치 제1, 4호는 위헌무효임이 명백하고 긴급조치 제1, 4호 발령으로 인한 국민의 기본권 침해는 그에 따른 강제수사와 공소제기, 유죄판결의 선고를 통하여 현실화되었다. 이러한 경우 긴급조치 제1, 4호의 발령부터 적용집행에 이르는 일련의 국가작용은 전체적으로 보아 공무원이 직무를 집행하면서 객관적 주의의무를 소홀히 하여 그 직무행위가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한 것으로서 위법하다고 평가되고, 긴급조치 제1, 4호의 적용집행으로 강제수사를 받거나 유죄판결을 선고받고 복역함으로써 개별 국민이 입은 손해에 대해서는 국가배상책임이 인정될 수 있다(대법원 2022. 8. 30. 선고 2018212610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원고가 긴급조치 제1, 4호 위반 혐의로 체포되어 구속되었다가 구속취소로 석방되고 그 이후 자신에 대한 형사처분이 재심대상이 아니어서 형사재심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채 이 사건 청구에 이르게 된 경위, 긴급조치에 대한 사법적 심사가 이루어진 시기, 긴급조치 제1, 4호에 대한 위헌무효 판단 이후에도 불법행위에 대한 국가배상청구를 원칙적으로 부정했던 대법원 판례의 존재, 민주화운동과 관련한 보상금 등 지급결정 동의에 재판상 화해의 효력을 인정하던 구 민주화보상법 제18조 제2항과 그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해 보면, 이 사건 소 제기 당시까지도 원고가 피고를 상대로 긴급조치 제1, 4호에 기한 일련의 국가작용으로 인한 불법행위로 발생한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있어 소멸시효가 완성되지 않았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1974년경 긴급조치 제1, 4호 위반으로 영장 없이 체포되어 구속되었다가 기소가 되지 않은 채 구속 취소되어 석방된 원고가 2007 ~ 2008년경 민주화운동 보상심의원회로부터 민주화운동 관련자 인정결정을 받아 보상금을 수령한 후, 2019. 5.경 국가배상을 청구한 사안이다.

 

 대법원은 위와 같은 판시를 한 후 일련의 법률적ㆍ제도적 변화가 이루어지기 이전까지는 소멸시효가 진행하지 않는다고 보고, 이와 달리 불법구금 상태가 해소된 1974년경 또는 늦어도 보상심의위원회로부터 보상금 지급결정을 받은 2007 ~ 2008년경부터 소멸시효가 진행한다고 판단한 원심판결을 파기ㆍ환송하였다.

 

 

4.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의 장기소멸시효 [이하 판례공보스터디 민사판례해설, 홍승면 P.1189-1191 참조]

 

. ‘손해의 발생이 현실화된 날로부터 10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은 불법행위를 한 날로부터 10이 경과하면 시효로 소멸한다(장기소멸시효).

 민법 제766(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의 청구권은 피해자나 그 법정대리인이 그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간 이를 행사하지 아니하면 시효로 인하여 소멸한다.

 불법행위를 한 날로부터 10년을 경과한 때에도 전항과 같다.

 

 가해행위와 손해 발생 사이에 시간적 간격이 있는 불법행위의 경우, ‘불법행위를 한 날 손해의 발생이 현실적인 것으로 되었다고 할 수 있을 때를 의미한다.

불법행위와 위법행위(가해행위)의 개념은 구별되어야 한다.

불법행위는 위법행위, 손해, 인과관계, 책임성이 모두 인정되는 경우 사용하는 개념이므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의 장기소멸시효의 기산점인 불법행위를 한 날은 가해행위를 한 날이 아닌 가해행위로 인하여 손해가 발생한 날을 의미하는 것이다(대법원 2013. 7. 12. 선고 200617539 판결).

 대법원 2013. 7. 12. 선고 200617539 판결 : 민법 제766조 제1항은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은 피해자나 그 법정대리인이 그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부터 3년간 이를 행사하지 아니하면 시효로 소멸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이란 피해자나 그 법정대리인이 손해 및 가해자를 현실적이고도 구체적으로 인식한 날을 의미하며, 그 인식은 손해발생의 추정이나 의문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손해의 발생사실뿐만 아니라 가해행위가 불법행위를 구성한다는 사실, 즉 불법행위의 요건사실에 대한 인식으로서 위법한 가해행위의 존재, 손해의 발생 및 가해행위와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 등이 있다는 사실까지 안 날을 뜻한다. 그리고 피해자 등이 언제 불법행위의 요건사실을 현실적이고도 구체적으로 인식한 것으로 볼 것인지는 개별 사건의 여러 객관적 사정을 참작하고 손해배상청구가 사실상 가능하게 된 상황을 고려하여 합리적으로 인정하여야 하고, 손해를 안 시기에 대한 증명책임은 소멸시효 완성으로 인한 이익을 주장하는 자에게 있다. 민법 제766조 제2항에 의하면, 불법행위를 한 날부터 10년을 경과한 때에도 손해배상청구권이 시효로 소멸한다고 규정되어 있는데, 가해행위와 이로 인한 손해의 발생 사이에 시간적 간격이 있는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권의 경우, 위와 같은 장기소멸시효의 기산점이 되는 불법행위를 한 날은 객관적·구체적으로 손해가 발생한 때, 즉 손해의 발생이 현실적인 것으로 되었다고 할 수 있을 때를 의미하고, 그 발생 시기에 대한 증명책임은 소멸시효의 이익을 주장하는 자에게 있다.

 

나. 성범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민법 제750)의 특수성

 

 성범죄 피해의 영향은 피해자의 나이, 환경, 피해 정도, 가해자와의 관계, 피해자의 개인적인 성향 등 구체적 상황에 따라 그 양상, 강도가 매우 다르게 나타날 수 있으므로, 성범죄로 인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뒤늦게 나타나거나, 성범죄 직후 일부 증상들이 발생하더라도 당시에는 장차 증상이 어느 정도로 진행되고 그것이 고착화되어 질환으로 진단될 수 있을 것인지 예측하기 어렵다.

 

 이러한 경우 성범죄 당시 일부 증상의 발생일을 손해가 현실화된 시점으로 보게 되면, 피해자는 당시에는 장래의 손해 발생 여부가 불확실하여 손해배상을 청구하지 못하고, 장래 손해가 발생한 시점에서는 소멸시효가 완성되어 손해배상을 청구하지 못하게 되는 부당한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 특히 피해자가 피해 당시 아동이었거나 가해자와 친족관계를 비롯한 피보호관계에 있었던 경우 등 특수한 사정이 있는 때에는 그 인지적ㆍ심리적ㆍ관계적 특성에 비추어 더욱 그러하다.

 

다. 대법원 2021. 8. 19. 선고 2019다297137 판결 [성범죄로 인한 외상후 스트레스장애 등이 나타난 경우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의 장기소멸시효의 기산점이 되는 ‘불법행위를 한 날’의 의미(= 객관적·구체적으로 손해가 발생한 때)]

 

⑴ 이 사건 불법행위로 원고가 입은 손해는 원고가 성인이 되어 피고를 우연히 만나기 전까지는 잠재적ㆍ부동적인 상태에 있었다가 피고를 만나 정신적 고통이 심화되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진단을 받음으로써 객관적ㆍ구체적으로 발생하여 현실화되었다고 보아야 한다.

 

 민법 제766조 제2항에서 정한 장기소멸시효의 기산점은 정확하게는 원고에게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발병한 때가 될 것이나, 이 사건에서 과거 일부 증상이 발현되었으나 고착화되지 않은 점, 피고를 조우하기 전후에 겪은 정신적 고통의 현저한 차이 등을 고려하여 원고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진단을 받은 때 그 손해가 현실화된 것으로 보아 이를 장기소멸시효의 기산점으로 보았다.

민법 제766조 제1항에서 정한 단기소멸시효의 기산점 또한 원고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진단을 받은 때가 될 것이다.

 

  판결은, 원고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진단을 받은 때인 2016. 6. 7. 이 사건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 발생이 현실적인 것이 되었고, 이때부터 민법 제766조 제2항에 의한 소멸시효가 진행된다고 보았다.

 

5. 소멸시효 완성의 효과 [이하 민법교안, 노재호 P.364-389 참조]

 

. 서설

 

민법은 제162조 이하에서 소멸시효에 관한 규정을 두면서 제167조에 소멸시효는 그 기산일에 소급하여 효력이 생긴다.”라고만 규정하고 있을 뿐 그 밖에 소멸시효 완성의 효과에 관하여 직접적인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그런데 제369조는 저당권으로 담보한 채권이 시효의 완성 기타 사유로 인하여 소멸한 때에는 저당권도 소멸한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766조 제1항은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라는 제목으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의 청구권은 피해자나 그 법정대리인이 그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부터 3년 간 이를 행사하지 아니하면 소멸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며, 부칙 제8조 제1항 역시 본법 시행 당시에 구법의 규정에 의한 시효기간을 경과한 권리는 본법의 규정에 의하여 취득 또는 소멸한 것으로 본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우리 민법의 해석으로는 소멸시효가 완성하면 권리 그 자체가 소멸한다는 것은 분명한 것으로 보인다(167조가 규정한 소멸시효의 소급효도 소멸시효 완성에 의하여 권리가 소멸한다고 하지 않으면 이를 설명하기 어렵다).

문제는 소멸시효가 완성하면 권리가 곧바로 소멸하는 것인지(절대적 소멸설) 아니면 권리의 소멸로 인하여 이익을 얻는 자가 소멸시효의 완성을 원용할 경우에 비로소 그 권리가 소멸하는 것인지(상대적 소멸설) 하는 것이다.

 

. 소멸시효 완성의 효과

 

 견해의 대립

 

여기에는  절대적 소멸설(소멸시효가 완성하면 곧바로 권리가 소멸한다는 견해)  상대적 소멸설(소멸시효가 완성하더라도 곧바로 권리가 소멸하는 것이 아니라 시효원용권자가 이를 원용하는 경우에 비로소 권리가 소멸한다는 견해)의 대립이 있다.

 

 판례의 태도

 

판례는 기본적으로 절대적 소멸설의 입장에 따르고 있다

 대법원 1966. 1. 31. 선고 652445 판결 : 소멸시효가 완성되었으나 채무자가 이를 원용하지 않은 상태에서 채권자가 그 채권을 피보전권리로 하여 채무자 소유의 황우에 대하여 가압류를 한 것이 불법행위에 해당하는지에 관하여, “소외 갑의 본건 채무는 신민법 시행 후에 소멸시효가 완성한 것임이 명백한바 신 민법 아래서는 당사자의 원용이 없어도 시효완성의 사실로서 채무는 당연히 소멸하는 것이며 본건에 있어서는 가압류의 신청 또는 그 결정 및 집행이 있기 전에 이미 소멸시효가 완성되어 있었으므로 피고에 게 과실이 없었다고는 할 수 없는 것이라고 판단하여 절대적 소멸설의 입장을 분명히 하였다.

 

 소멸시효 완성의 주장을 요구함

 

 대법원 1980. 1. 29. 선고 791863 판결 등 다수 : 소멸시효기간 만료에 인한 권리소멸에 관한 것은 소멸시효의 이익을 받는 자가 소멸시효 완성의 항변을 하지 않으면 그 의사에 반하여 재판할 수 없다.”라고 판시하였다.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할 수 있는 자의 범위를 제한함

 

 대법원 1992. 11. 10. 선고 9235899 판결 등 다수 : 소멸시효를 원용할 수 있는 사람은 권리의 소멸에 의하여 직접 이익을 받는 자에 한정된다.”라고 판시하였다(채권자대위소송에서 제3채무자는 독자적으로 피보전채권의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할 수 없다고 함).

 

 소멸시효 완성 주장의 대위행사를 허용함

 

 대법원 1997. 12. 26. 선고 9722676 판결 : 일반채권자인 원고가 가등기담보권자인 피고를 상대로 피고의 피담보채권은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고 주장하며 배당이의의 소를 제기한 사안에서, “소멸시효가 완성된 경우 이를 주장할 수 있는 사람은 시효로 인하여 채무가 소멸되는 결과 직접적인 이익을 받는 사람에 한정되므로 채무자에 대한 일반 채권자는 자기의 채권을 보전하기 위하여 필요한 한도 내에서 채무자를 대위하여 소멸시효 주장을 할 수 있을 뿐 채권자의 지위에서 독자적으로 소멸시효의 주장을 할 수 없음은 논지가 지적하는 바와 같다(대법원 1979. 6. 26. 선고 79407 판결, 1991. 3. 27. 선고 9017552 판결, 1995. 7. 11. 선고 9512446 판결 등 참조).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소외 신주성 소유의 판시 부동산에 대한 경매절차에서 가등기담보권자인 피고들에게 부당하게 많은 금액을 배당한 반면 후순위 채권자인 원고들에게 부당하게 적은 금액을 배당하는 것으로 배당표가 잘못 작성되었음을 이유로 원고들이 피고들을 상대로 제기한 배당이의 사건인 이 사건 소송에서 피고 손병주 및 풍림지업 주식회사의 위 신주성에 대한 채권은 시효로 인하여 소멸하였다는 원고들의 주장을 받아들여 원고 전영구 및 홍구선의 청구를 일부 인용하였는바, 기록에 의하면 채무자인 위 신주성은 판시 부동산에 대한 경매절차가 개시된 이래 무자력의 상태에 빠져 있음을 알 수 있으므로 위 신주성의 채권자인 원고들로서는 위 신주성에 대한 채권을 보전하기 위하여 채무자인 위 신주성을 대위하여 위 신주성의 피고들에 대한 채무가 시효로 소멸하였다는 주장을 할 수 있다 할 것이다. 원심도 원고들의 소멸시효 주장을 원고들이 무자력 상태에 놓인 위 신주성을 대위하여 위 신주성의 피고 손병주 및 풍림지업 주식회사에 대한 채무가 시효로 소멸하였다고 주장하는 취지로 보아 이를 받아들인 것으로 보이므로 원심판결에 소론과 같은 소멸시효 및 변론주의에 관한 법리오해, 심리미진, 채증법칙 위배 등의 위법이 있다고 볼 수 없다.”라고 판시하여 소멸시효 완성 주장도 채권자대위권의 대상이 될 수 있음을 분명히 하였다.

 

 소멸시효 완성 주장이 권리남용에 해당할 수 있음

 

 대법원 2010. 6. 10. 선고 20108266 판결 등 다수 : 채무자의 소멸시효에 기한 항변권의 행사도 우리 민법의 대원칙인 신의성실의 원칙과 권리남용금지의 원칙의 지배를 받으므로, 채무자가 시효완성 전에 채권자의 권리행사나 시효중단을 불가능 또는 현저히 곤란하게 하거나 그러한 조치가 불필요하다고 믿게 하는 행동을 하였거나, 객관적으로 채권자가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있었거나, 일단 시효완성 후에 채무자가 시효를 원용하지 아니할 것 같은 태도를 보여 채권자로 하여금 그와 같이 신뢰하게 하였거나, 또는 채권자를 보호할 필요성이 크고 같은 조건의 그 채권자들 중 일부가 이미 채무의 변제를 수령하는 등 채무이행의 거절을 인정함이 현저히 부당하거나 불공평하게 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채무자가 소멸시효의 완성을 주장하는 것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

 

.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할 수 있는 자(이른바 시효원용권자)의 범위

 

 일반적 기준

 

판례는 소멸시효를 원용할 수 있는 자는 권리의 소멸에 의하여 직접 이익을 받을 자에 한정된다고 판시하고 있다(대법원 2007. 11. 29. 선고 200754849 판결 등 다수).

이는 소멸시효의 대상이 되는 권리의 직접의무자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고, 그 밖에 제3자라 하더라도 권리의 시효소멸로 인하여 직접 이익을 받는 관계에 있으면 포함된다는 취지인데, 다른 말로 하면 권리의 시효소멸로 인하여 자기의 의무나 법적 부담을 면할 자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직접 의무자 아닌 제3자라 하더라도 권리의 시효소멸로 인하여 직접 이익을 받을 자는 독자적으로 소멸시효를 원용할 수 있고, 이는 특히 직접의무자가 시효이익을 포기하거나 시효원용권을 상실한 경우에 큰 의미가 있다.

 

 채무자 자신

 

채무자가 자기의 채무의 소멸시효를 원용할 수 있음은 당연하다.

 

 연대채무자

 

여러 명이 연대채무를 부담하는 경우에 항상 같은 시기에 소멸시효가 완성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A B가 연대채무를 부담하는데 A는 채무를 승인하고 B는 채무를 승인하지 않은 경우, 연대채무자 사이에 승인에 의한 시효중단은 절대적 효력이 인정되지 않으므로(416조 반대해석) A의 채무는 시효가 중단되는데 B의 채무는 시효가 계속 진행하여 결국 B의 채무만 먼저 시효가 완성할 수 있다. 이 경우 B의 채무가 시효로 소멸하면 A의 채무도 B의 부담부분에 한하여 소멸하기 때문에(421), A B의 부담부분 범위에서 B의 채무의 소멸시효를 원용할 수 있다.

 

 보증인(연대보증인)

 

주채무가 시효로 소멸하면 보증채무의 부종성에 따라 보증채무도 소멸하고, 이는 연대보증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보증인이나 연대보증인은 주채무의 소멸시효를 원용할 수 있다.

 

 물상보증인

 

피담보채권이 시효로 소멸하면 담보권의 부종성(369)에 따라 담보권도 소멸하기 때문에 물상보증인은 목적물에 관하여 담보권의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그럼에도 물상보증인이 피담보채권의 소멸시효를 원용할 수 없다고 하면 물상보증인은 담보권의 실행에 의하여 담보목적물의 소유권을 잃는 불이익을 받게 된다. 따라서 물상보증인은 피담보채권의 소멸시효를 원용할 수 있다(대법원 2004. 1. 16. 선고 200330890 판결).

 

 담보목적물의 제3취득자

 

피담보채권이 시효로 소멸하면 담보권의 부종성(369)에 따라 담보권도 소멸하기 때문에 담보목적물의 소유권을 취득한 제3자는 목적물에 관하여 담보권의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그럼에도 제3취득자가 피담보채권의 소멸시효를 원용할 수 없다고 하면 제3취득자는 담보권의 실행에 의하여 담보목적물의 소유권을 잃는 불이익을 받게 된다. 따라서 제3취득자는 피담보채권의 소멸시효를 원용할 수 있다.

 대법원 1995. 7. 11. 선고 9512446 판결 : 원고가 A에게서 피고 명의로 담보가등기가 되어 있는 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받았는데 그 뒤 담보가등기의 피담보채권의 소멸시효가 완성하였음에도 A가 피고에게 가등기에 기한 본등기를 해 주어 원고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가 말소되자 원고가 위 가등기에 기한 본등기는 원인무효임을 이유로 소유권에 기초하여 피고를 상대로 그 부동산의 인도를 구한 사안에서, “소멸시효를 원용할 수 있는 자는 권리의 소멸에 의하여 직접 이익을 받는 자에 한정된다고 할 것인데, 채권담보의 목적으로 매매예약의 형식을 빌어 소유권이전청구권 보전을 위한 가등기가 경료된 부동산을 양수하여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제3자는 당해 가등기담보권의 피담보채권의 소멸에 의하여 직접이익을 받는 자라 할 것이므로 위 부동산의 가등기담보권에 의하여 담보된 채권의 채무자가 아니라도 그 피담보채권에 관하여 소멸시효가 완성된 경우 이를 원용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이러한 직접수익자의 소멸시효 원용권은 채무자의 소멸시효 원용권에 기초한 것이 아닌 독자적인 것으로서 채무자를 대위하여서만 시효이익을 원용할 수 있음에 지나지 아니하는 것은 아니다(당원 1991. 3. 12. 선고 90다카27570 판결 참조). 그렇다면 채권담보의 목적으로 가등기가 경료된 후 이 사건 부동산을 취득한 제3자에 해당하는 원고들로서는 가등기담보권의 피담보채권에 대한 소멸시효가 완성된 이상 그 피담보채권의 시효소멸을 원용할 수 있고, 비록 시효원용 이전에 이미 피담보채권이 시효소멸된 담보가등기에 기초하여 위 부동산에 관하여 채권자들 앞으로 본등기가 경료되었다고 하더라도 달리 볼 것은 아니며, 가사 위 가등기에 기한 본등기 경료를 채무자의 채권자들에 대한 시효이익의 포기로 볼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 시효이익의 포기는 상대적 효과가 있음에 지나지 아니하여 채무자 이외의 이해관계자에 해당하는 원고들로서는 여전히 독자적으로 시효를 원용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라고 판시하여 담보부동산의 제3취득자의 시효원용권을 긍정하였다.

 대법원 2009. 9. 24. 선고 200939530 판결 : 담보권 실행을 위한 경매절차에서 유치권의 목적물을 매각받은 자가 피담보채권인 공사대금채권의 시효소멸 등을 주장하며 유치권자를 상대로 유치권부존재확인을 구하는 소를 제기한 사안에서, “유치권이 성립된 부동산의 매수인은 피담보채권의 소멸시효가 완성되면 시효로 인하여 채무가 소멸되는 결과 직접적인 이익을 받는 자에 해당하므로 소멸시효의 완성을 원용할 수 있는 지위에 있다.”라고 판시하여 시효원용권을 긍정하였다.

 

 채권자대위권의 제3채무자의 피보전채권

 

채권자의 채무자에 대한 피보전채권이 시효로 소멸하더라도 제3채무자가 채무자에 대하여 부담하는 의무에는 실체법상 아무런 영향이 없고, 3채무자는 단지 이를 이유로 채권자의 당사자적격이 없다고 다투어 소송에서 유리한 지위를 차지할 수 있을 뿐이다.

그러나 이와 같이 권리의 시효소멸에 의하여 단지 소송상 이익을 받을 자에 불과한 자는 시효원용권자의 범위에 포함되지 않으므로 제3채무자는 피보전채권의 소멸시효를 원용할 수 없다(대법원 1992. 11. 10. 선고 9235899 판결 등).

다만 채무자가 이미 소멸시효를 원용한 경우에는 피보전채권이 소멸하게 되므로 제3채무자가 그 효과를 원용하여 피보전채권의 부존재를 주장하는 것은 허용된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2008. 1. 31. 선고 200764471 판결 : 채권자가 채무자에 대한 채권을 보전하기 위하여 제3채무자를 상대로 채무자의 제3채무자에 대한 채권에 기한 이행청구의 소를 제기하는 한편, 채무자를 상대로 피보전채권에 기한 이행청구의 소를 제기한 경우, 채무자가 그 소송절차에서 소멸시효를 원용하는 항변을 하였고, 그러한 사유가 현출된 채권자대위소송에서 심리를 한 결과, 실제로 피보전채권의 소멸시효가 적법하게 완성된 것으로 판단되면, 채권자는 더 이상 채무자를 대위할 권한이 없게 된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2000. 5. 26. 선고 9840695 판결 참조)].

 

 채권자취소권의 수익자(전득자)의 피보전채권

 

채권자의 채무자에 대한 피보전채권이 시효로 소멸하면 채권자취소권의 요건이 결여되기 때문에 사해행위의 수익자나 전득자는 사해행위가 취소되어 채무자에게 원상회복을 해야 하는 법적 부담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다. 따라서 사해행위의 수익자나 전득자는 피보전채권의 소멸시효를 원용할 수 있다( 대법원 2007. 11. 29. 선고 200754849 판결).

 

 후순위담보권자 (선순위담보권의 피담보채권에 관하여)

 

 민법은 담보권에 관하여 순위확정의 원칙을 채택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선순위담보권의 피담보채권이 시효로 소멸하면 후순위담보권의 순위가 승진되고, 이에 따라 후순위담보권자의 배당액이 증가할 가능성이 있기는 하나, 이와 같이 권리의 시효소멸에 의하여 반사적으로 자기의 이익이 증대되는 이익을 받을 자는 시효원용권자의 범위에 포함되지 않으므로 후순위담보권자는 선순위담보권의 피담보채권의 소멸시효를 원용할 수 없다.

 

 대법원도 후순위 담보권자는 선순위 담보권의 피담보채권이 소멸하면 담보권의 순위가 상승하고 이에 따라 피담보채권에 대한 배당액이 증가할 수 있지만, 이러한 배당액 증가에 대한 기대는 담보권의 순위 상승에 따른 반사적 이익에 지나지 않는다. 후순위 담보권자는 선순위 담보권의 피담보채권 소멸로 직접 이익을 받는 자에 해당하지 않아 선순위 담보권의 피담보채권에 관한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고 주장할 수 없다고 보아야 한다.”라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21. 2. 25. 선고 2016232597 판결).

 

 다만, 채권자대위권의 요건을 갖춘 경우에는 채무자 또는 담보목적물의 소유자를 대위하여 그 소멸시효를 원용할 수 있다.

 

 일반채권자

 

채무자에 대한 다른 채권자의 채권에 관하여 채무자의 다른 채권자에 대한 채무가 시효로 소멸하면 일반채권자는 책임재산 증가를 매개로 배당액이 증가할 가능성이 있기는 하나, 이와 같이 권리의 시효소멸에 의하여 반사적으로 자기의 이익이 증대되는 이익을 받을 자는 시효원용권자의 범위에 포함되지 않으므로 일반채권자는 채무자의 다른 채권자에 대한 채무의 소멸시효를 원용할 수 없다.

다만, 채권자대위권의 요건을 갖춘 경우에는 채무자를 대위하여 그 소멸시효를 원용할 수 있다(대법원 1997. 12. 26. 선고 9722676 판결 : 일반채권자인 원고가 가등기담보권자인 피고를 상대로 피고의 피담보채권은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고 주장하며 배당이의의 소를 제기한 사안에서, “소멸시효가 완성된 경우 이를 주장할 수 있는 사람은 시효로 인하여 채무가 소멸되는 결과 직접적인 이익을 받는 사람에 한정되므로 채무자에 대한 일반 채권자는 자기의 채권을 보전하기 위하여 필요한 한도 내에서 채무자를 대위하여 소멸시효 주장을 할 수 있을 뿐 채권자의 지위에서 독자적으로 소멸시효의 주장을 할 수 없[.]”라고 판시하여 일반채권자의 시효원용권을 부정하였다. 다만, 당해 사건에 관하여는 원고가 무자력인 채무자를 대위하여 피고에 대한 채무의 소멸시효를 원용할 수 있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청구를 받아들였다.

 

 절대적 불확지공탁의 공탁자의 공탁금출급청구권

 

대법원 2007. 3. 30. 선고 200511312 판결은, 택지개발사업을 하는 피고가 미등기 토지에 관하여 수용재결을 받은 다음 그 소유자를 알 수 없어 보상금을 공탁하였는데(이른바 절대적 불확지 공탁), 그때부터 10년이 지난 뒤에 원고가 그 토지의 소유자라고 주장하며 피고를 상대로 공탁금출급청구권의 확인을 구하는 소를 제기한 사안에서[공탁금출급청구권의 소멸시효기간은 민법 제162조 제1항에 따라 10년이고[공탁금지급청구권의 소멸시효와 국고귀속절차(대법원 행정예규 제560) 1.. 참조], 기업자가 절대적 불확지공탁을 한 경우 수용토지의 소유자가 기업자를 상대로 하는 공탁금출급청구권 확인의 소는 절대적 불확지공탁의 공탁금출급을 둘러싼 법적 분쟁을 해결하는 유효적절한 수단이어서 그 확인의 이익이 있다(대법원 1997. 10. 16. 선고 9611747 전원합의체 판결)], 피고가 공탁금출급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고 항변한 데 대하여 공탁금출급청구권은 피공탁자가 공탁소에 대하여 공탁금의 지급, 인도를 구하는 청구권으로서 위 청구권이 시효로 소멸된 경우 공탁자에게 공탁금회수청구권이 인정되지 않는 한 그 공탁금은 국고에 귀속하게 되는 것이어서(공탁사무처리규칙 제55조 참조) 공탁금출급청구권의 종국적인 채무자로서 소멸시효를 원용할 수 있는 자는 국가라 할 것이고, 구 토지수용법(2002. 2. 4. 법률 제6656호로 폐지, 이하 같다) 61조 제2항에 의하여 기업자가 하는 관할토지수용위원회가 토지수용재결에서 정한 손실보상금의 공탁은 같은 법 제65조에 의해 간접적으로 강제되는 것이고, 이와 같이 그 공탁이 자발적이 아닌 경우에는 민법 제489조의 적용은 배제되어 피공탁자가 공탁자에게 공탁금을 수령하지 아니한다는 의사를 표시하거나 피공탁자의 공탁금출급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 할지라도 기업자는 그 공탁금을 회수할 수 없는 것이어서(대법원 1988. 4. 8.  88201 결정 참조), 그러한 공탁자는 진정한 보상금수령권자에 대하여 그가 정당한 공탁금출급청구권자임을 확인하여 줄 의무를 부담한다고 하여도 공탁금출급청구권의 시효소멸로 인하여 직접적인 이익을 받지 아니할 뿐만 아니라 채무자인 국가에 대하여 아무런 채권도 가지지 아니하므로 독자적인 지위에서나 국가를 대위하여 공탁금출급청구권에 대한 소멸시효를 원용할 수 없다고 할 것이다.”라고 판시하여 피고의 시효원용권을 부정하였다.

다만, 위 판시내용에서 알 수 있듯이 이 판결도 공탁자가 공탁금회수청구권을 갖는 경우에는 국가를 대위하여 공탁금출급청구권의 소멸시효를 원용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고 있다.

 

. 소멸시효 완성으로 인한 권리 소멸의 효과

 

 시적 범위 (= 소급효)

 

소멸시효는 그 기산일에 소급하여 효력이 생긴다(167). 그러나 시효로 소멸하는 채권이 그 소멸시효가 완성되기 전에 상계할 수 있었던 것이면 그 채권자는 상계할 수 있다(495).

 

 물적 범위 (= 종된 권리도 소멸)

 

 주된 권리의 소멸시효가 완성한 때에는 종속된 권리에 그 효력이 미친다(183). 따라서 주된 권리가 시효로 소멸하면 종된 권리도 기산일에 소급하여 소멸한다. 예컨대 원본채권이 시효로 소멸하면 기본적 이자채권은 물론이고, 기산일 이후의 지분적 이자채권도 원본채권과 함께 소멸한다.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채권은 본래의 채권이 확장된 것이거나 본래의 채권의 내용이 변경된 것이므로 본래의 채권과 동일성을 가진다. 따라서 본래의 채권이 시효로 소멸한 때에는 손해배상채권도 함께 소멸한다(대법원 2018. 2. 28. 선고 201645779 판결).

 

 한편, 이자 또는 지연손해금은 주된 채권인 원본의 존재를 전제로 그에 대응하여 일정한 비율로 발생하는 종된 권리라 할 것인데, 하나의 금전채권의 원금 중 일부가 변제로 소멸된 후 나머지 원금에 대하여 소멸시효가 완성된 경우, 가분채권인 금전채권의 성질상 변제로 소멸한 원금 부분과 소멸시효 완성으로 소멸한 원금 부분을 구분하는 것이 가능하고, 이 경우 원금에 종속된 권리인 이자 또는 지연손해금 역시 변제로 소멸한 원금 부분에서 발생한 것과 시효완성으로 소멸된 원금 부분에서 발생한 것으로 구분하는 것이 가능하므로, 위 소멸시효 완성의 효력은 소멸시효가 완성된 원금 부분으로부터 그 시효 완성 전에 발생한 이자 또는 지연손해금에는 미치나, 변제로 소멸한 원금 부분으로부터 그 변제 전에 발생한 이자 또는 지연손해금에는 미치지 않는다고 봄이 타당하다[대법원 2008. 3. 14. 선고 20062940 판결. 예컨대 은행의 10억 원의 대출금채권(상사채권)의 변제기가 1997. 9. 26.인데 채무자는 1999. 11. 2. 7억 원을 원금에 충당하여 변제하였을 뿐인 상황에서 2002. 9. 26.이 경과함으로써 소멸시효 완성(편의상, 소멸시효 중단의 문제는 논외)- 은행이 2004. 10. 27. 채무자를 상대로  나머지 원금 3억 원,  대출금 10억 원 전부에 대한 변제기 다음 날인 1997. 9. 27.부터 일부변제일인 1999. 11. 2.까지의 지연손해금,  나머지 원금 3억 원에 대한 일부변제일 다음 날인 1999. 11. 3.부터 다 갚는 날까지의 지연손해금을 각 청구한 경우,  은 전부 소멸시효 완성의 효력이 미치고, 는 소멸시효로 소멸하는 원금 3억 원 부분에 대한 지연손해금에 관하여만 소멸시효 완성의 효력이 미친다. 그렇다면,  중 변제로 소멸한 원금 7억 원 부분에 대한 지연손해금에 관하여는 소멸시효 완성의 효력이 미치지 않고, 이에 대하여는 별도로 5년의 소멸시효(대출금채권이 상사채권이므로 그 지연손해금채권도 상사채권에 해당함)가 적용되므로, 결국 소제기일인 2004. 10. 27.로부터 역산하여 5년이 경과하기 전날인 1999. 10. 27.부터 일부변제일인 1999. 11. 2.까지의 지연손해금채권은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고 볼 수 없다].

 

 인적 범위

 

절대적 소멸설에 의하면 소멸시효 완성으로 인하여 권리가 곧바로 절대적으로 소멸한다. 반면에 상대적 소멸설에 의하면 권리의 시효소멸로 인하여 직접 이익을 받을 자가 소멸시효를 원용할 경우에 비로소 상대적으로 권리가 소멸한다고 한다. 다만, 상대적 소멸설에 의하더라도 소멸시효의 대상이 되는 권리의 의무자, 즉 직접의무자가 소멸시효를 원용한 경우에는 -그 권리가 변제 등 다른 사유로 소멸한 경우와 마찬가지로절대적·대세적으로 권리소멸의 효과가 발생한다. 따라서 직접의무자 아닌 제3자도 그 효과를 원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채권자대위소송에서 제3채무자는 독자적으로 피보전채권의 소멸시효를 원용할 수 없지만, 채무자가 이미 그 소멸시효를 원용한 경우에는 이로 인한 권리소멸의 효과를 주장할 수는 있다.

 

. 소멸시효 이익의 포기

 

 시효완성 전의 포기

 

소멸시효의 이익은 소멸시효가 완성하기 전에는 미리 포기하지 못한다(184조 제1). 권리자가 의무자의 궁박을 이용하여 약자인 의무자로 하여금 포기를 강제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다. 다만 시효완성 전에 시효이익을 포기하는 의사표시는 의무자가 권리를 승인하는 것으로 보아 소멸시효 중단사유로서 인정할 수는 있을 것이다(177).

 

 시효완성 후의 포기

 

 의의

 

 184조 제1항의 반대해석상 시효완성 후에는 소멸시효의 이익을 포기할 수 있다. 소멸시효 완성의 효과에 관한 절대적 소멸설에 따르면 이는 의무자가 시효이익을 받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데 대해 법률이 특별한 효력을 부여한 것으로 이해하는 반면, 상대적 소멸설에 따르면 시효원용권자가 실체법상 시효원용권을 포기하는 의사표시로 이해한다.

 

 판례는 소멸시효 이익의 포기는, 시효의 완성으로 권리를 상실한 자 또는 그 대리인에 대하여 시효에 의한 이익, 즉 시효에 의하여 의무를 면한다는 이익을 받지 않겠다고 하는 의사를 표시하는 것이라고 판시하고 있는바(대법원 2008. 11. 27. 선고 200618129 판결 등 참조), 이는 절대적 소멸설에 따른 것이다.

 

 소멸시효 중단사유로서 채무승인은 시효이익을 받는 당사자인 채무자가 소멸시효의 완성으로 채권을 상실하게 될 자에 대하여 상대방의 권리 또는 자신의 채무가 있음을 알고 있다는 뜻을 표시함으로써 성립하는 이른바 관념의 통지로 여기에 어떠한 효과의 사가 필요하지 않다. 이에 반하여 시효완성 후 시효이익의 포기가 인정되려면 시효이익을 받는 채무자가 시효의 완성으로 인한 법적인 이익을 받지 않겠다는 효과의사가 필요하다(대법원 2013. 2. 28. 선고 201121556 판결 등 참조).

 

 시효이익의 포기는 재판 외에서 해도 무방하나, 상대방에 대한 의사표시로 행하여져야 하고, 그 의사표시가 상대방에게 적법하게 도달한 때에 효력이 발생된다(대법원 2008. 11. 27. 선고 200618129 판결). 그 의사표시는 묵시적인 것이어도 충분하다. 시효이익 포기의 의사표시가 존재하는지 여부의 판단은 그 표시된 행위 내지 의사표시의 내용과 동기 및 경위, 당사자가 그 의사표시 등에 의하여 달성하려고 하는 목적과 진정한 의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여 사회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맞도록 논리와 경험의 법칙, 그리고 사회일반의 상식에 따라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일반적 요건

 

 시효이익 포기의 의사표시를 할 수 있는 자는 시효 완성의 이익을 받을 당사자 또는 그 대리인에 한정된다(대법원 2014. 1. 23. 선고 201364793 판결). 시효이익의 포기는 처분적인 성격을 갖기 때문에 처분능력·권한이 있어야 한다.

 

 시효이익 포기의 의사표시는 시효의 완성으로 권리를 상실한 자 또는 그 대리인에 대하여 이루어져야 한다.

 

 시효 완성의 사실을 알고 시효에 의하여 의무를 면한다는 이익을 받지 않겠다고 하는 효과의사가 있어야 한다.

 대법원 2008. 7. 24. 선고 200825299 판결 : 소멸시효 이익의 포기사유로서의 채무의 승인은 그 표시의 방법에 아무런 제한이 없어 묵시적인 방법으로도 가능하기는 하지만, 적어도 채무자가 채권자에 대하여 부담하는 채무의 존재에 대한 인식의 의사를 표시함으로써 성립하게 되고, 그러한 취지의 의사표시가 존재하는지 여부의 해석은 그 표시된 행위 내지 의사표시의 내용과 동기 및 경위, 당사자가 그 의사표시 등에 의하여 달성하려고 하는 목적과 진정한 의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여 사회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맞도록 논리와 경험의 법칙, 그리고 사회일반의 상식에 따라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대법원 2012. 5. 10. 선고 2011109500 판결 : 다른 채권자가 신청한 부동산경매절차에서 채무자 소유의 부동산이 경락되고 그 대금이 이미 소멸시효가 완성된 채무를 피담보채무로 하는 근저당권을 가진 채권자에게 배당되어 채무의 변제에 충당될 때까지 채무자가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아니하였다면, 경매절차의 진행을 채무자가 알지 못하였다는 등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채무자는 채권에 대한 소멸시효 이익을 포기한 것으로 볼 수 있다(대법원 2001. 6. 12. 선고 20013580 판결, 대법원 2002. 2. 26. 선고 200025484 판결, 대법원 2010. 5. 13. 선고 20106345 판결 등 참조).  그러나 소멸시효가 완성된 경우 채무자에 대한 일반채권자는 채권자의 지위에서 독자적으로 소멸시효의 주장을 할 수는 없지만 자기의 채권을 보전하기 위하여 필요한 한도 내에서 채무자를 대위하여 소멸시효주장을 할 수 있으므로(대법원 2012. 5. 10. 선고 2011109500 판결 등 참조), 채무자가 배당절차에서 이의를 제기하지 아니하였다고 하더라도 채무자의 다른 채권자가 이의를 제기하고 채무자를 대위하여 소멸시효 완성의 주장을 원용하였다면, 시효의 이익을 묵시적으로 포기한 것으로 볼 수 없다(대법원 2017. 7. 11. 선고 201432458 판결).

 대법원 2013. 2. 28. 선고 201121556 판결 : [사실관계] 원고가 피고를 상대로 대여금반환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자(소멸시효가 완성된 상태였음), 피고가 1심에서 대여금채권의 존재를 증명하는 서증에 대하여 그 진정성립을 인정한 후 상계 항변을 하였다가 항소심에 이르러 시효항변을 한 사안이다. [판단] 소멸시효 중단사유로서의 채무승인은 시효이익을 받는 당사자인 채무자가 소멸시효의 완성으로 채권을 상실하게 될 자에 대하여 상대방의 권리 또는 자신의 채무가 있음을 알고 있다는 뜻을 표시함으로써 성립하는 이른바 관념의 통지로 여기에 어떠한 효과의사가 필요하지 않다. 이에 반하여 시효완성 후 시효이익의 포기가 인정되려면 시효이익을 받는 채무자가 시효의 완성으로 인한 법적인 이익을 받지 않겠다는 효과의사가 필요하기 때문에 시효완성 후 소멸시효 중단사유에 해당하는 채무의 승인이 있었다 하더라도 그것만으로는 곧바로 소멸시효 이익의 포기라는 의사표시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 기록에 의하면, 원고는 피고를 상대로 지급명령을 신청하였는데, 피고는 이에 응하지 아니하고 이의를 제기한 후 응소하여 원고의 이 사건 대여금청구를 기각하여 달라는 판결을 구하였다는 점에서 기본적으로 피고는 원고가 주장하는 대여금채권의 존부에 관하여 다툴 의사가 있었던 것으로 보아야 한다. 그리고 소송에서의 상계 항변은 일반적으로 소송상의 공격방어방법으로 피고의 금전지급의무가 인정되는 경우 자동채권으로 상계를 한다는 예비적 항변의 성격을 갖는다. 따라서 이 사건과 같이 상계 항변이 먼저 이루어지고 그 후 대여금채권의 소멸을 주장하는 소멸시효항변이 있었던 경우에, 상계 항변 당시 채무자인 피고에게 수동채권인 대여금채권의 시효이익을 포기하려는 효과의사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 그리고 항소심 재판이 속심적 구조인 점을 고려하면 제1심에서 공격방어방법으로 상계 항변이 먼저 이루어지고 그 후 항소심에서 소멸시효항변이 이루어진 경우를 달리 볼 것은 아니다. 결론적으로 피고가 원심에서 소멸시효항변을 하기에 앞서 제1심에서 상계 항변을 하였다는 사정만으로 피고에게 이 사건 대여금채권의 시효완성으로 인한 법적인 이익을 받지 않겠다고 하는 의사표시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 한편 이 사건 대여금채권의 소멸시효가 완성된 후 피고가 상계 항변을 하였다는 점을 들어 원고로 하여금 피고가 더 이상 시효를 원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합리적인 기대 내지 신뢰를 가지게 하였다고 볼 수 없으므로, 상계 항변을 한 후 소멸시효의 항변을 한 것이 신의칙에 반한다고 볼 수도 없다. 그런데도 원심은 이와 달리 피고가 소멸시효항변 전 상계 항변을 한 사정만을 중시하여 피고가 소멸시효 완성 후 시효이익을 포기하였다고 판단하였으니,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소멸시효이익의 포기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소멸시효 이익의 포기는 가분채무의 일부에 대하여도 가능하다(대법원 1987. 6. 23. 선고 86다카2107 판결, 대법원 2012. 5. 10. 선고 2011109500 판결 참조).

 

 소멸시효 완성 후의 채무의 승인

 

 소멸시효의 완성 후에 채무자가 채무의 승인(예를 들어 기한의 유예를 요청하는 것)을 하였음에도 그 뒤 시효에 의한 채무의 소멸을 주장하는 것이 허용되는지에 관하여, 종전의 판례는 채무자가 소멸시효의 완성 후에 채무의 승인을 한 경우에는 채무자가 소멸시효의 완성을 알았던 것으로 사실상 추정하면서 나아가 채무자가 소멸시효의 완성을 모르고 채무를 승인한 것이라는 증명을 사실상 인정하지 아니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채무자가 소멸시효 이익을 포기한 것으로 보아 채무자의 소멸시효 항변을 받아들이지 않았다[대법원 1967. 2. 7. 선고 662173 판결 등 참조. 예를 들어 소멸시효가 완성된 뒤 채무자의 변제기 유예요청 또는 일부 변제가 있은 경우, 채무자는 채무 전체를 승인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고 또한 채무자는 당시 소멸시효가 완성된 것을 알았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하여, 채무 전체에 관하여 소멸시효 이익을 포기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원금채무에 관하여는 소멸시효가 완성되지 아니하였으나 이자채무에 관하여는 소멸시효가 완성된 상태에서 채무자가 채무를 일부 변제한 때에는 그 액수에 관하여 다툼이 없는 한 그 원금채무에 관하여 묵시적으로 승인하는 한편 그 이자채무에 관하여 시효완성의 사실을 알고 그 이익을 포기한 것으로 추정되며, 채무자의 변제가 채무 전체를 소멸시키지 못하고 당사자가 변제에 충당할 채무를 지정하지 아니한 때에는 제479, 477조에 따른 법정변제충당의 순서에 따라 충당되어야 할 것이다(대법원 2013. 5. 23. 선고 201312464 판결)].

 

 그러나 채무자가 소멸시효의 완성 후에 채무의 승인을 하였다면 오히려 채무자가 소멸시효의 완성을 몰랐다고 봄이 경험칙에 부합하므로 위와 같은 판례의 논리는 문제가 있다. 채무자가 소멸시효의 완성 후에 채무의 승인을 하였다고 하더라도 채권자가 당시 채무자가 소멸시효의 완성을 알고 있었다는 사실을 증명(대법원 2015. 3. 26. 선고 201225432 판결은 하자보수보증보험계약에 따른 보험금청구권의 소멸시효가 문제 된 사안에서, “피고는 소멸시효 완성 후 보험금지급채무를 변제함으로써 그 채무를 묵시적으로 승인한 것으로 볼 수 있으며, 이 경우 아파트 신축공사에 관한 하자보수보증보험 업무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보증보험회사인 피고로서는 시효완성의 사실을 알고서 채무를 승인함으로써 시효이익을 포기하였다고 보아야 한다.”라고 판시하였다)하지 못한 경우에는 채무자가 소멸시효의 이익을 포기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 다만, 채무자가 소멸시효의 완성 후에 채무를 승인하게 되면 채권자는 채무자가 이제는 소멸시효의 완성을 주장하지 않을 것으로 신뢰할 것이므로 그 뒤 채무자가 소멸시효의 완성을 주장하는 것은 선행행위에 반하는 거동으로서 신의칙에 위배된다고 볼 여지가 있다(판례도 취득시효에 관하여 그와 같이 판단한 바 있다. 대법원 1998. 5. 22. 선고 9624101 판결).

 

 최근의 판례는 시효완성 후 시효이익의 포기가 인정되려면 시효이익을 받는 채무자가 시효의 완성으로 인한 법적인 이익을 받지 않겠다는 효과의사가 필요하기 때문에 시효완성 후 소멸시효 중단사유에 해당하는 채무의 승인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것만으로는 곧바로 소멸시효 이익의 포기라는 의사표시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라고 판시하여 효과의사의 존부라는 측면에서 종전 판례의 적용범위를 제한하고 있다[대법원 2013. 2. 28. 선고 201121556 판결, 대법원 2016. 6. 23. 선고 2013209978 판결, 대법원 2017. 7. 11. 선고 201432458 판결(통상 채무자는 강제집행을 중지시키거나 일정 기간 담보권 실행을 못하게 하는 한편 변제계획에 따른 변제를 완료하여 궁극적으로 채무에 대한 면책을 받으려는 목적으로 개인회생절차를 밟게 되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개인회생신청을 하면서 채권자목록에 소멸시효기간이 완성된 채권을 기재하였다고 하여 그 시효이익을 포기하려는 효과의사까지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시효이익 포기의 효과

 

 상대효

 

 소멸시효 이익을 포기한 자는 더 이상 소멸시효의 완성을 주장할 수 없다. 다만, 소멸시효 이익의 포기는 상대적 효과가 있을 뿐이어서 다른 사람에게는 영향을 미치지 아니함이 원칙이다. 따라서 다른 소멸시효 원용권자는 여전히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주된 채무자가 시효이익을 포기초하여도 보증인, 물상보증인, 3취득자 등에게는 영향이 없다() 대법원 1995. 7. 11. 선고 9512446 판결 등 참조).

 

 하지만 소멸시효 이익의 포기 당시에는 그 권리의 소멸에 의하여 직접 이익을 받을 수 있는 이해관계를 맺은 적이 없다가 나중에 시효이익을 이미 포기한 자와의 법률관계를 통하여 비로소 시효이익을 원용할 이해관계를 형성한 자는 이미 이루어진 시효이익 포기의 효력을 부정할 수 없다. 왜냐하면, 시효이익의 포기에 대하여 상대적인 효과만을 부여하는 이유는 그 포기 당시에 시효이익을 원용할 다수의 이해관계인이 존재하는 경우 그들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채무자 등 어느 일방의 포기 의사만으로 시효이익을 원용할 권리를 박탈당하게 되는 부당한 결과의 발생을 막으려는 데 있는 것이지, 시효이익을 이미 포기한 자와의 법률관계를 통하여 비로소 시효이익을 원용할 이해관계를 형성한 자에게 이미 이루어진 시효이익 포기의 효력을 부정할 수 있게 하여 시효완성을 둘러싼 법률관계를 사후에 불안정하게 만들자는 데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대법원 2015. 6. 11. 선고 2015200227 판결 : [사실관계]  소외인은 1992. 8. 25. 피고로부터 50,000,000원을 차용하였고(이 사건 차용금채무이다), 그 담보로 같은 날 피고 앞으로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하여 이 사건 제1근저당권을 설정해 주었다.  소외인은 2004. 4. 16. 피고와 사이에 이 사건 차용금채무와는 별도로 그때까지의 미지급이자 등을 30,000,000원으로 확정하고 이를 담보하기 위하여 2004. 4. 20. 피고 앞으로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하여 이 사건 제2근저당권을 설정해 주었다. 이로써 소외인은 이 사건 차용금채무의 소멸시효 완성의 이익을 포기하였다.  원고는 2013. 12. 6. 소외인으로부터 이 사건 부동산과 그 지상 4층 공동주택을 매수하여 같은 날 소유권을 취득하였다. [판단] 위 인정사실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소외인이 소멸시효 완성의 이익을 포기한 후에 그로부터 이 사건 부동산을 매수한 원고는 소외인이 한 시효이익 포기의 효력을 전제로 하여 근저당권의 제한을

받는 소유권을 취득한 것이어서 소외인이 한 시효이익 포기의 효력을 부정할 수 없다.

 

 소멸시효의 재진행

 

채무자가 소멸시효 완성 후에 채권자에 대하여 채무를 승인함으로써 그 시효의 이익을 포기한 경우에는 그때부터 새로이 소멸시효가 진행한다(대법원 2009. 7. 9. 선고 200914340 판결, 대법원 2013. 5. 23. 선고 201312464 판결).

 

 시효이익의 포기로 인하여 다른 채권자들의 공동담보에 부족이 생긴 경우

 

채무자가 소멸시효 완성 후에 한 소멸시효 이익의 포기행위는 소멸하였던 채무가 소멸하지 않았던 것으로 되어 결과적으로 채무자가 부담하지 않아도 되는 채무를 새롭

게 부담하게 되는 것이므로 채권자취소권의 대상인 사해행위가 될 수 있다(대법원 2013. 5. 31. 2012712 결정).

 

 주채무 시효완성 후 보증인의 승인의 경우

 

 보증의 경우 주채무와 보증채무는 별개의 채무이므로 소멸시효 완성 여부, 시효이익포기 여부도 별개로 판단될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주채무의 시효완성 후 보증인이 보증채무를 승인한 뒤 다시 주채무의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하는 것이 가능한지 문제 된다.

 

 통상의 경우 보증인이 보증채무를 승인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의사는 주채무의 존속을 전제로 한 것, 즉 주채무가 있으면 보증책임도 계속 부담하겠다는 뜻이지 주채무가 소멸된 경우까지도 그와 상관없이 보증인이 독자적으로 책임을 지겠다는 취지는 아니라 할 것이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주채무의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판례도 같은 취지에서 보증채무에 대한 소멸시효가 중단되는 등의 사유로 완성되지

아니하였다고 하더라도 주채무에 대한 소멸시효가 완성된 경우에는 시효완성의 사실로써 주채무가 당연히 소멸되므로 보증채무의 부종성에 따라 보증채무 역시 당연히 소멸된다. 그리고 주채무에 대한 소멸시효가 완성되어 보증채무가 소멸된 상태에서 보증인이 보증채무를 이행하거나 승인하였다고 하더라도, 주채무자가 아닌 보증인의 위 행위에 의하여 주채무에 대한 소멸시효 이익 포기 효과가 발생된다고 할 수 없으며, 주채무의 시효소멸에도 불구하고 보증채무를 이행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경우 등과 같이 그 부종성을 부정하여야 할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보증인은 여전히 주채무의 시효소멸을 이유로 보증채무의 소멸을 주장할 수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라고 판시하였다.

 대법원 2012. 7. 12. 선고 201051192 판결 : 갑이 주채무자 을 주식회사의 채권자 병 주식회사에 대한 채무를 연대보증하였는데, 을 회사의 주채무가 소멸시효 완성으로 소멸한 상태에서 병 회사가 갑의 보증채무에 기초하여 갑 소유 부동산에 관한 강제경매를 신청하여 경매절차에서 배당금을 수령하는 것에 대하여 갑이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사안에서, 변제 충당 등에 따른 보증채무에 대한 소멸시효 이익의 포기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사정만으로는 주채무에 대한 소멸시효 이익의 포기 효과가 발생하였다거나 갑이 주채무의 시효소멸에도 불구하고 보증채무를 이행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보기 부족하고 달리 보증채무의 부종성을 부정하여야 할 특별한 사정도 없으므로, 갑이 여전히 보증채무의 부종성에 따라 주채무의 소멸시효 완성을 이유로 보증채무의 소멸을 주장할 수 있는데도, 이와 달리 본 원심판결에 보증채무의 부종성과 보증인의 주채무 시효소멸 원용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한 사례.

 

 다만 특별한 사정을 인정하여 보증채무의 본질적인 속성에 해당하는 부종성을 부정하려면 보증인이 주채무의 시효소멸에도 불구하고 보증채무를 이행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하거나 채권자와 그러한 내용의 약정을 하였어야 하고, 단지 보증인이 주채무의 시효소멸에 원인을 제공하였다는 것만으로는 보증채무의 부종성을 부정할 수 없다.

 대법원 2018. 5. 15. 선고 2016211620 판결: 상가 분양자인 갑 주식회사가 을 은행과 수분양자들에 대한 중도금 대출에 관하여 대출업무약정을 체결하면서 수분양자들의 대출금 채무를 연대보증하기로 하였고, 이에 따라 수분양자인 병의 을 은행에 대한 대출금 채무의 연대보증인이 되었는데, 갑 회사가 을 은행에 주채무자인 수분양자들의 개별 동의 없이 대출의 만기연장을 요청하면서 그로 인하여 발생하는 모든 문제를 책임지기로 하였고, 그 후 갑 회사가 병과 분양계약을 합의해제하면서 대출금의 상환을 책임지기로 약정하였으나, 대출금을 상환하지 아니한 채 계속하여 만기를 연장하면서 이자만을 납부하였으며, 을 은행은 병에 대하여 시효중단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여 병의 대출금 채무가 시효완성된 사안에서, 갑 회사는 수분양자들과 다수의 분양계약을 체결하고 수분양자들이 주채무자인 대출금 채무에 관하여 연대보증을 하였으므로, 갑 회사가 을 은행과 주채무자의 동의를 받지 아니한 채 대

출만기를 연장하면서 그로 인하여 발생한 문제에 대하여 책임지기로 한 것은 주채무가 시효소멸해도 보증채무를 이행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것이라기보다는 일괄적인 업무처리의 편의를 위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고, 갑 회사가 분양계약을 해제하면서 병에 대하여 대출금의 상환을 책임지기로 한 것을 채권자인 을 은행에 대한 의사표시로 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그 밖에 갑 회사가 을 은행에 병의 동의없는 대출만기의 연장을 요청하였고, 분양계약이 해제된 후에도 계속하여 만기를 연장하면서 대출금의 이자를 납부하였으며, 이에 따라 을 은행이 병에 대하여 채권회수 등을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여 주채무의 소멸시효가 완성되는 등으로 갑 회사가 주채무의 시효소멸에 원인을 제공하였다는 사정만으로는 보증채무의 부종성을 부정할 수 없는데도, 보증채무의 부종성을 부정하여야 할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보아 갑 회사가 주채무의 시효소멸을 이유로 보증채무의 소멸을 주장할 수 없다고 본 원심판결에 법리오해 등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 소멸시효의 남용

 

 판례의 태도

 

채무자의 소멸시효에 기한 항변권의 행사도 우리 민법의 대원칙인 신의성실의 원칙과 권리남용금지의 원칙의 지배를 받는 것이어서,  채무자가 시효완성 전에 채권자의 권리행사나 시효중단을 불가능 또는 현저히 곤란하게 하였거나, 그러한 조치가 불필요하다고 믿게 하는 행동을 하였거나,  객관적으로 채권자가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있었거나, 또는  일단 시효완성 후에 채무자가 시효를 원용하지 아니할 것 같은 태도를 보여 권리자로 하여금 그와 같이 신뢰하게 하였거나,  채권자 보호의 필요성이 크고 같은 조건의 다른 채권자가 채무의 변제를 수령하는 등의 사정이 있어 채무이행의 거절을 인정함이 현저히 부당하거나 불공평하게 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채무자가 소멸시효의 완성을 주장하는 것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대법원 2002. 10. 25. 선고 200232332 판결 등 참조).

 

 판례가 인정하는 4가지 유형

 

 1유형 (= 채무자가 시효완성 전에 채권자의 권리행사나 시효중단을 불가능 또는 현저히 곤란하게 하였거나, 그러한 조치가 불필요하다고 믿게 하는 행동을 한 경우)

 

1유형을 한 마디로 표현하면 채무자가 의도적으로 채권자의 권리행사를 방해한 경우라고 할 수 있다. 가장 전형적인 권리남용의 형태라고 할 수 있다.

 

1유형으로서 권리남용이 긍정된 사례로는  채무자가 채권자의 권리행사를 물리적으로 방해한 경우[대법원 2003. 7. 25. 선고 200160392 판결 : 교도관(가해자)의 불법행위로 인한 수형자(피해자)의 국가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완성되었지만, 수형자가 자신이 받은 부당한 처우에 대한 각종 소송서류 등을 작성하기 위한 집필허가신청을 하였는데 교도관들이 정당한 이유 없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이유로, 교도관들의 사용자의 지위에 있는 국가가 소멸시효의 완성을 주장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되지 않는다고 판단],  채무자가 권리발생 사실을 숨기기 위하여 채권자에게 허위의 사실을 알려 준 경우(대법원 1999. 12. 7. 선고 9842929 판결),  채무자가 채권자로 하여금 권리행사를 미루도록 유인한 경우[ 대법원 1997. 12. 12. 선고 9529895 판결(행정절차 등을 거쳐 지급하겠다는 태도를 보인 경우), 대법원 2008. 11. 27. 선고 200618129 판결(임의로 변제할 듯한 태도를 보인 경우), 대법원 2014. 7. 10. 선고 20138332 판결(부당하게 권리행사의 철회를 권유한 경우)]가 있다.

 

권리남용이 부정된 사례로는 채무자가 채권자의 잘못된 신뢰에 특별한 기여를 하지 않은 경우가 있다(대법원 2006. 8. 24. 선고 200426287 판결 : 상속채무를 부담하게 된 상속인의 행위가 단순히 피상속인에 대한 사망신고 및 상속부동산에 대한 상속등기를 게을리 함으로써 채권자로 하여금 사망한 피상속인을 피신청인으로 하여 상속부동산에 대하여 당연 무효의 가압류를 하도록 방치하고, 그 가압류에 대하여 이의를 제기하거나 피상속인의 사망 사실을 채권자에게 알리지 않은 정도에 그치고, 그 외 달리 채권자의 권리행사를 저지하고 방해할 만한 행위에 나아간 바 없다면 위와 같은 소극적인 행위만을 문제삼아 상속인의 소멸시효 완성 주장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고 볼 것은 아니다).

 

 2유형 (= 객관적으로 채권자가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있었던 경우)

 

판례는 이제까지 권리행사에 사실상의 장애사유가 있는 것에 불과한 경우에는 소멸시효기간의 개시나 진행에 영향을 주지 못한다는 원칙을 견지하여 왔고, 민법 역시 이러한 입장에서 사실상의 장애사유 중 일정한 객관적 장애사유에 한하여 이를 소멸시효 완성의 정지사유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므로 제2유형의 의미를 일반인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 권리자의 권리행사를 기대하기 어려운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충분하다는 것으로 해석하게 되면, 민법의 기본결단, 즉 권리자에게 객관적으로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사실상의 장애사유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소멸시효 정지사유에 해당하지 않는 한 원칙적으로 소멸시효의 완성에 영향을 주지 못한다는 입장과 정면에서 배치되는 문제가 있다. 따라서 제2유형에 해당한다고 하기 위해서는 객관적으로 권리자의 권리행사를 기대하기 어려운 특별한 사정이 있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여기에 추가로 이를 의무자의 불이익으로 돌릴 수 있는 사정, 이를테면 권리자의 권리행사를 기대하기 어렵게 된 데에 의무자 측이 일정한 기여를 한 사정 등이 있어야 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대법원 판례도 특히 채권자에게 객관적으로 자신의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있었다는 사정을 들어 그 채권에 관한 소멸시효 완성의 주장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허용되지 아니한다고 평가하는 것은 소멸시효의 기산점에 관하여 변함없이 적용되어 왔던 법률상 장애/사실상 장애의 기초적인 구분기준을 내용이 본래적으로 불명확하고 개별 사안의 고유한 요소에 열려 있는 것을 특징으로 하는 일반적인 법원칙으로서의 신의칙을 통하여 아예 무너뜨릴 위험이 있으므로 더욱 주의를 요한다.”라고 판시하여 이 유형이 무분별하게 적용되는 것을 크게 경계하고 있다(대법원 2010. 9. 9. 선고 200815865 판결, 대법원 2010. 5. 27. 선고 200944327 판결 참조).

 

다만, 대법원 판례는 의무자 측의 일정한 기여라는 것을 반드시 적극적이고 비난받을 만한 언동을 한 경우로 한정하고 있지는 않은 것으로 보이는바(대법원 2008. 9. 18. 선고 20072173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02. 10. 25. 선고 200232332 판결 참조), 이러한 입장은 기본적으로 타당하다. 이 유형은 권리자가 권리를 행사하기 어려운 객관적인 사정이 있음에도 소멸시효의 기산점 및 진행에 관한 해석이나 소멸시효 정지에 관한 법규정 및 해석만으로는 권리자의 합리적 이익을 충분히 배려할 수 없는 경우에 이를 실현할 수 있는 최후의 보루라고 할 것이므로, 이 유형의 적용범위를 지나치게 엄격하게 해석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권리자의 권리행사를 기대하기 어렵게 된 것이 의무자 측의 적극적이고 비난받을 만한 언동에 의한 경우로 한정하여 이를 인정할 것은 아니다.

 

2유형으로서 권리남용이 긍정된 사례로는 다음과같은 사례가 있다.

 

 권리의 발생 여부가 모호하여 누구도 권리의 존재를 알기 어려웠던 경우

 대법원 2002. 10. 25. 선고 200232332 판결 : 근로자들이 퇴직한 때부터 3년의 소멸시효가 완성한 뒤에 취업규칙 부칙의 규정을 제한적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회사를 상대로 이에 따른 추가퇴직금지급을 구하는 소를 제기한 사안에서, 관련 사건에서 그 취업규칙 부칙의 규정을 제한적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이 선고될 때까지는 근로자들이나 회사 모두 법규범적 성격을 가지고 있는 취업규칙 부칙의 규정이 정당하다고 신뢰할 수밖에 없다는 등의 이유로, 그 대법원 판결이 선고될 때까지는 원고 근로자들이 추가퇴직금 청구권을 행사하는 것이 객관적으로 불가능한 사실상의 장애사유가 있었다고 보아 피고 회사의 소멸시효 항변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배되어 허용될 수 없다고 판단하엿다.

 대법원 2018. 10. 30. 선고 201361381 전원합의체 판결 :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의 일본기업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청구 사건에서, 1965년 한일 간에 국교가 정상화되었으나 청구권협정 관련 문서가 모두 공개되지 않은 상황에서 청구권협정으로 대한민국 국민의 일본국 또는 일본 국민에 대한 개인청구권까지도 포괄적으로 해결된 것이라는 견해가 대한민국 내에서 널리 받아들여져 온 사정 등을 고려하여 이 사건 소제기 당시까지도 원고들이 피고를 상대로 대한민국에서 객관적으로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있었다고 보아, 피고가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하여 원고들에 대한 채무의 이행을 거절하는 것은 현저히 부당하여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사건에 대한 은폐 또는 사건의 특수성으로 인하여 재심판결이나 진상규명위원회의 결정 또는 일정한 연구성과가 나오기 전에는 사건의 진상을 알기 어려운 경우

 대법원 2008. 9. 11. 선고 200670189 판결 : 대한민국 산하 육군 연대장이던 갑이 6·25 전쟁 중이던 1950. 8.경 정당한 사유 없이 대대장 을을 즉결처분에 의하여 총살한 뒤 을이 군사법원에서 사형판결을 받은 것처럼 판결문 등을 위조하였는데, 을의 유족들이 2003. 12.경 재심판결을 통해 판결문 위조사실을 밝혀낸 뒤 대한민국을 상대로 을의 사망경위를 은폐·조작하여 유족들의 인격적인 법익을 침해하였다는 이유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안이다.

 대법원 2011. 6. 30. 선고 200972599 판결 : 대외적으로 좌익전향자 단체임을 표방하였으나 실제로는 국가가 조직·관리하는 관변단체 성격을 띠고 있던 국민보도연맹 산하 지방연맹 소속 연맹원들이 1950. 6. 25. 한국전쟁 발발 직후 상부의 지시를 받은 군과 경찰에 의해 구금되었다가 그들 중 일부가 처형대상자로 분류되어 집단 총살을 당하였고, 이후 정부가 처형자 명부 등을 작성하여 3급 비밀로 지정하였는데, 위 학살의 구체적 진상을 잘 알지 못했던 유족들이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의 진실규명결정이 있었던 2007. 11. 27. 이후에야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안이다.

 대법원 2011. 10. 13. 선고 201136091 판결 : 신병훈련을 마치고 부대에 배치된 군인이 선임병들에게서 온갖 구타와 가혹행위 및 끊임없는 욕설과 폭언에 시달리다가 전입한지 채 열흘도 지나지 않은 1991. 2. 3. 부대 철조망 인근 소나무에 목을 매어 자살을 하였는데, 유족들은 위 자살사고가 선임병들의 심한 폭행·가혹행위 및 이에 대하여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부대관계자들의 관리·감독 소홀 등의 불법행위로 인하여 발생한 것이라는 점을 군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의 2009. 3. 16. 자 진상규명결정이 내려짐으로써 비로소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고 할 것이므로, 2009. 3. 16. 전까지의 기간 동안에는 유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없는 객관적 장애가 있었다고 판단하였다.

 

 공공기관의 일반적인 업무처리 과정이 고려된 경우

 대법원 2008. 9. 18. 선고 20072173 전원합의체 판결은, 근로복지공단의 요양불승인처분에 대한 취소소송을 제기하여 승소확정판결을 받은 근로자가 휴업급여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완성한 뒤에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요양으로 인하여 취업하지 못한 기간의 휴업급여를 청구한 사안에서, “근로자가 입은 부상이나 질병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따라 요양급여 신청의 승인 여부 및 휴업급여청구권의 발생 여부가 차례로 결정되고, 따라서 근로복지공단의 요양불승인처분의 적법 여부는 사실상 근로자의 휴업급여청구권 발생의 전제가 된다고 볼 수 있는 점, 이에 따라 근로복지공단은 요양급여 신청을 승인한 경우에 한하여 휴업급여를 지급하여 왔고 요양급여 신청을 승인하지 아니한 상태에서는 휴업급여를 지급하지 아니한 점, 그러므로 요양급여의 신청이 승인되지 않은 경우에는 휴업급여를 청구하더라도 근로복지공단에 의하여 거절될 것이 명백하여 요양불승인처분을 받은 근로자로서는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휴업급여를 청구하는 것이 무의미한 일이라고 믿을 수밖에 없는 점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에서 비록 피고가 시효완성 전에 원고의 권리행사나 시효중단을 불가능 또는 현저히 곤란하게 하거나 그러한 조치가 불필요하다고 믿게 하는 행동을 한 바는 없었다고 하더라도, 원고는 요양불승인처분에 대한 취소판결을 받기 전에는 휴업급여를 청구하더라도 휴업급여가 지급되지 않을 것으로 믿고 요양불승인처분 취소소송의 판결확정시까지 별도로 피고에게 휴업급여를 청구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는바, 이와 같은 상황은 일반인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에도 채권자가 권리행사하는 것을 기대하기 어려운 특별한 사정이 있었던 것으로 평가될 수 있으므로, 원고에게는 객관적으로 이 사건 휴업급여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는 사실상의 장애사유가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고, 따라서 이러한 경우까지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을 받아들여 채무이행의 거절을 인정하는 것은 현저히 부당하거나 불공평하여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한다고 할 것이다.”라고 판시하였다

 

 심신상실자에 대하여 특별한 배려를 한 경우

 대법원 2010. 5. 27. 선고 200944327 판결은, 교통사고로 인하여 심신상실의 상태에 빠진 이 사고가 발생한 날부터 8년이 지난 뒤에서야 그 무렵 취임한 법정대리인(후견인)을 통하여  보험회사를 상대로 그 교통사고를 원인으로 한 상해보험금 지급을 청구한 사안에서(보험금청구권은 원칙적으로 보험사고가 발생한 때부터 2년의 소멸시효에 걸린다), 보험금청구권에 대하여는 2년이라는 매우 짧은 소멸시효기간이 정해져 있으므로 보험자 스스로 보험금청구권자의 사정에 성실하게 배려할 필요가 있다는 점, 권리를 행사할 수 없게 하는 여러 장애사유 중 권리자의 심신상실상태에 대하여는 특별한 법적 고려를 베풀 필요가 있다는 점, 이 보험사고로 인하여 의식불명의 상태에 있다는 사실을 그 사고 직후부터 명확하게 알고 있던  보험회사는 의 사실상 대리인에게 보험금 중 일부를 지급하여 법원으로부터 금치산선고를 받지 아니하고도 보험금을 수령할 수 있다고 믿게 하는 데 일정한 기여를 한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보험회사가 주장하는 소멸시효 완성의 항변을 받아들이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허용되지 아니한다고 판단하여 의 보험금청구를 인용한 원심판단을 수긍하였다.

 

 당사자 사이에 계속적인 계약관계가 유지된 경우

 대법원 2017. 12. 5. 선고 2017252987, 252994 판결 : 유제품 등을 제조·판매하는 갑 주식회사의 대리점을 운영하는 을 등이 갑 회사를 상대로 갑 회사가 을 등에게 제품의 구입을 강제하였음을 이유로 손해배상을 구한 사안에서, 을 등이 갑 회사의 대리점 영업을 계속한 기간에는 객관적으로 갑 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등의 권리행사를 기대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있었고, 그러한 사실상의 장애사유는 을 등이 갑 회사와 거래관계가 종료한 날 해소되었다고 보아, 을 등의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는 위 거래종료일로부터 진행한다고 본 원심판단이 정당하다고 한 사례.

 

반면에 권리남용이 부정된 사례도 다수 보인다. 대법원 2010. 9. 9. 선고 200815865 판결은, 대법원이 2004. 4. 22. 선고 20007735 전원합의체 판결로 임용기간이 만료된 국공립대학 교원에 대한 재임용거부처분에 대하여 이를 다툴 수 없다는 종전의 견해를 변경하였다고 하더라도, 그와 같은 대법원의 종전 견해는 국공립대학 교원에 대한 재임용거부처분이 불법행위임을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청구에 대한 법률상 장애사유에 해당하지 아니하고, 나아가 객관적으로 채권자가 권리를 행사할 수 없게 한 특별사정에 해당하지도 않는다고 판시하였다.

 

 3유형 (= 일단 시효완성 후에 채무자가 시효를 원용하지 아니할 것 같은 태도를 보여 권리자로 하여금 그와 같이 신뢰하게 한 경우)

 

3유형은 시효완성 후에 채무자가 채무를 승인하였으나 시효완성 사실을 모르고 채무를 승인한 경우와 같이 시효이익의 포기로 볼 수 없는 경우를 말한다. 판례는 시효완성 후에 채무를 승인한 때에는 시효완성 사실을 알고 그 이익을 포기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고 하고 있어 이 유형이 적용될 여지는 많지 않다. 소멸시효에 관하여는 제3유형으로서 권리남용이 긍정된 사례는 보이지 않고(대법원 1997. 2. 11. 선고 9423692 판결), 취득시효에 관하여는 이를 긍정한 사례가 있다( 대법원 1998. 5. 22. 선고 9624101 판결 : 시효완성 후에 그 사실을 모르고 이 사건 토지에 관하여 어떠한 권리도 주장하지 않기로 하였다 하더라도 이에 반하여 시효주장을 하는 것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신의칙상 허용되지 않는다).

 

 4유형 (= 채권자 보호의 필요성이 크고, 같은 조건의 다른 채권자가 채무의 변제를 수령하는 등의 사정이 있어 채무이행의 거절을 인정함이 현저히 부당하거나 불공평하게 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위 사유는 채권자보호의 필요성이 큰 상태에서 채무자가 동일하게 시효가 완성된 다른 채권자에게는 임의로 변제를 하면서 당해 채권자에 대해서만 소멸시효 완성을 들어 채무이행을 거절하는 것과 같은 정도의 특별한 사정이 있어 시효 완성을 인정하면 현저히 부당하거나 불공평한 결과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등의 경우를 의미한다(대법원 2013. 5. 16. 선고 2012202819 전원합의체 판결. 당해 사안에서는 적용을 부정함).

 

 4유형으로서 권리남용이 긍정된 사례로는 국가에 의하여 간첩으로 조작된 후 세월이 흘러 재심소송을 거쳐 국가배상청구를 한 경우가 있다(대법원 2011. 1. 13. 선고 2009103950 판결).

 

 국가배상책임에 관한 국가의 소멸시효 주장의 경우

 

국가에게 국민을 보호할 의무가 있다는 사유만으로 국가가 소멸시효의 완성을 주장하는 것 자체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할 수는 없으므로, 국가의 소멸시효 완성 주장이 신의칙에 반하고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하려면 일반 채무자의 소멸시효 완성 주장에서와 같은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어야 할 것이고, 또한 그와 같은 일반적 원칙을 적용하여 법이 두고 있는 구체적인 제도의 운용을 배제하는 것은 법해석에 있어 또 하나의 대원칙인 법적 안정성을 해할 위험이 있으므로 그 적용에는 신중을 기초하여야 한다(대법원 2005. 5. 13. 선고 200471881 판결 등).

 

. 소멸시효 남용의 효과

 

소멸시효 주장이 권리남용에 해당하여 허용되지 않는 경우에는 소멸시효가 처음부터 다시 진행하는 것은 아니고, 권리자는 그러한 장애가 해소된 때부터 권리행사를 기대할 수 있는 상당한 기간 내에 자신의 권리를 행사하여야 한다( 대법원 2013. 5. 16. 선고 2012202819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13. 12. 26. 선고 201190194, 90200 판결).

 

 권리행사의 장애 상태가 해소된 때

 

 권리행사의 장애 상태가 해소된 시점과 관련하여, 판례는 수사과정에서 불법구금이나 고문을 당한 사람이 그에 이은 공판절차에서 유죄 확정판결을 받고 수사관들을 직권남용, 감금 등 혐의로 고소하였으나 검찰에서 혐의 없음 결정까지 받았다가 나중에 재심절차에서 범죄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무죄판결을 선고받은 경우, 이러한 무죄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국가를 상대로 불법구금이나 고문을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청구를 할 것을 기대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있었다고 보아야 한다.”라고 판시하면서, 검찰이 위와 같이 직권남용, 감금 등 고소사건에 관하여 혐의 없음 결정을 하였고, 피해자에 대한 유죄판결이 확정되어 있는 상황에서는 피해자가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에 따른 진실규명신청을 하지 않았다는 사정이나 그 후 피해자가 민주화운동 관련자로 인정되어 그 통보를 받았다는 사정은 국가의 소멸시효 주장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거나 권리남용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한 판단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하였다(대법원 2019. 1. 31. 선고 2016258148 판결).

 

 이처럼 불법구금이나 고문을 당하고 공판절차에서 유죄 확정판결을 받았으며 수사관들을 직권남용, 감금 등 혐의로 고소하였으나 혐의 없음 결정까지 받은 경우에는 재심절차에서 무죄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국가배상책임을 청구할 것을 기대하기 어렵고, 채무자인 국가가 그 원인을 제공하였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상당한 기간 내에 권리 행사

 

 이 경우 상당한 기간 내에 권리를 행사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는, 채권자와 채무자 사이의 관계, 손해배상청구권의 발생 원인, 채권자의 권리행사가 지연된 사유 및 손해배상청구의 소를 제기하기까지의 경과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7. 12. 5. 선고 2017252987, 252994 판결).

 

 다만 소멸시효 제도는 법적 안정성의 달성 및 증명곤란의 구제 등을 이념으로 하는 것이므로 그 적용요건에 해당함에도 불구하고 신의성실의 원칙을 들어 시효 완성의 효력을 부정하는 것은 매우 예외적인 제한에 그쳐야 한다.

 

 따라서 위 권리행사의 상당한 기간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민법상 시효정지의 경우에 준하여 단기간으로 제한되어야 한다.

 대법원 2013. 12. 12. 선고 2013201844 판결 : 국가기관이 수사과정에서 한 위법행위 등으로 수집한 증거 등에 기초하여 공소가 제기되고 유죄의 확정판결까지 받았으나 재심사유의 존재 사실이 뒤늦게 밝혀짐에 따라 재심절차에서 무죄판결이 확정된 후 국가기관의 위법행위 등을 원인으로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경우, 재심절차에서 무죄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채권자가 손해배상청구를 할 것을 기대할 수 없는 사실상의 장애사유가 있었다고 볼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경우 채무자인 국가의 소멸시효 완성의 항변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으로 허용될 수 없다. 다만 채권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러한 장애가 해소된 재심무죄판결 확정일로부터 민법상 시효정지의 경우에 준하는 6개월의 기간 내에 권리를 행사하여야 한다. 이때 그 기간 내에 권리행사가 있었는지는 원칙적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할 것이다. 다만 재심무죄판결이 확정된 경우에 채권자로서는 민사상 손해배상청구에 앞서, 그보다 간이한 절차라고 할 수 있는 형사보상 및 명예회복에 관한 법률(이하 형사보상법이라 한다)에 따른 형사보상을 먼저 청구할 수 있다. 따라서 채권자가 재심무죄판결 확정일로부터 6개월 내에 손해배상청구의 소를 제기하지는 아니하였더라도 그 기간 내에 형사보상법에 따른 형사보상청구를 한 경우에는 소멸시효의 항변을 저지할 수 있는 권리행사의 상당한 기간은 이를 연장할 특수한 사정이 있다고 할 것이고, 그때는 형사보상결정확정일로부터 6개월 내에 손해배상청구의 소를 제기하면 상당한 기간 내에 권리를 행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만 이 경우에도 그 기간은 권리행사의 사실상의 장애사유가 객관적으로 소멸된 재심무죄판결 확정일로부터 3년을 넘을 수는 없다고 보아야 한다.

 대법원 2013. 12. 26. 선고 201190194, 90200 판결 :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더라도 2007년 초경에는 원고와 피고 사이에 이 사건 ○○리 토지의 소유권에 관한 분쟁이 생겼고, 그러한 상태에서 피고는 2008. 3.경 원고 교회의 담임 목사직에서 은퇴하였다는 것이므로, 늦어도 2008. 3.경에는 원고가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소멸되었다고 볼 수 있을 것인데, 원고는 그로부터 민법상 시효정지기간이 훨씬 지난 2009. 3. 19.에 이르러서야 피고에게 부당이득반환을 구하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으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고가 상당한 기간 내에 권리행사를 하였다고 볼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한편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 사건에서는 매우 특수한 개별 사정이 있어 그 기간을 연장하여 인정하는 것이 부득이한 경우가 있으나, 그 경우에도 제766조 제1항이 규정한 단기소멸시효기간인 3년을 넘을 수는 없다고 보아야 한다.

 대법원 2013. 5. 16. 선고 2012202819 전원합의체 판결 : 이 사건의 경우에는, 과거사정리법이 시행된 후 2009. 4. 6. 망인들에 대한 정리위원회의 진실규명결정이 이루어졌지만, 다른 한편 정리위원회는 2009. 8. 21. 국회와 대통령에게 한국전쟁 전후 희생사건에 대한 배·보상 특별법 제정을 건의한 후 2010. 6. 30. 활동을 종료한 다음 과거사정리법 제32조에 따라 2010. 12. 국회와 대통령에게 보고한 종

합보고서를 통해서도 같은 내용의 건의의견을 제시하였다. 국회에서도 2011. 11. 17.한국전쟁전후 민간인 희생자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안(의안번호 1813885)이 발의되었으나, 그 후 당해 국회의 임기만료로 폐기된 바도 있다. 즉 이 사건에는 과거사정리법에 의한 진실규명결정을 받은 원고들이 과거사정리법의 규정과 정리위원회의 건의 등에 따라 피고가 그 명예회복과 피해 보상 등을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을 기대하였으나 피고가 아무런 적극적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자 비로소 피고를 상대로 개별적으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른 것으로 보이는 특수한 사정이 있다. 따라서 이 사건 소가 정리위원회의 결정을 토대로 위자료를 청구하는 비교적 단순한 사건인데도 불구하고 이 사건 진실규명결정일로부터 2 10개월이 경과한 2012. 2. 14.에 제기되기는 하였지만, 위에서 본 것처럼 진실규명결정 이후 단기소멸시효의 기간 경과 직전까지 피고의 입법적 조치를 기다린 것이 상당하다고 볼 만한 매우 특수한 사정이 있었다 할 것이고, 이를 감안하면 원고들은 피고의 소멸시효항변을 배제할 만한 상당한 기간 내에 권리행사를 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대법원 2013. 7. 12. 선고 200617539 판결 : 이른바 고엽제 사건에서, “고엽제 제조회사인 피고들이 고엽제에 함유된 독성물질인 TCDD에 의하여 생명·신체에 위해를 발생시킬 위험이 있다는 사정을 예견하거나 예견할 수 있음에도 위험방지조치를 제대로 취하지 아니한 채 고엽제를 제조·판매하여 경제적 이익을 취한 점, 그 결과 베트남과 미국 정부의 파병 요청에 따라 베트남전에 참전한 우리나라 군인들이 아무런 잘못 없이 육체적·정신적 고통을 받게 된 점, 우리나라에서는 1990년대 초반에 이르러서야 고엽제의 후유증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진 탓에 베트남전 참전 군인들이 복무 종료 후 귀국하여 신체에 염소성여드름이 발생하였다 하더라도 그 이전에는 그것이 고엽제로 인하여 생긴 질병이라는 것을 가늠하기 어려웠던 점, 또한 염소성여드름은 일반적인 피부질환과 구별하기 어려워 의료기관에서 그 피부질환이 염소성여드름이라고 진단받고 그 질병이 고엽제와 관련성이 있다고 고지받기 전에는 고엽제에 노출됨으로써 자신이 어떠한 피해를 입었다는 사실을 인식하기가 극히 곤란하였던 점, 베트남전 복무 종료 시부터 장기간이 경과한 후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하더라도 피고들이 그로 인하여 이 사건 소송에서 증거자료를 상실하는 등 방어권을 행사하는 데 지장을 받게 되었다고 보기 어렵고, 오히려 이 사건은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인과관계 등에 관한 과학적 연구성과물이 축적되어 온 점 등의 사정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사정들과 그 밖에 원심이 판시한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장기소멸시효기간 경과 선정자들이 고엽제후유증환자로 등록하여 자신의 피부 질환이 염소성여드름에 해당하고 그것이 피고들이 제조·판매한 고엽제에 노출된 것과 관련이 있다는 점을 알게 됨으로써 피고들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의 존재에 관하여 인식할 수 있게 되기까지는 이들에게 객관적으로 피고들을 상대로 고엽제 피해와 관련한 손해배상청구권을 행사할 것을 기대하기 어려운 장애사유가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그러므로 장기소멸시효기간 경과 선정자들이 고엽제후유증환자로 등록한 후 상당한 기간 내에 자신들의 권리를 행사하였다면, 피고들이 이들에 대하여 소멸시효의 완성을 주장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에 해당하여 허용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나아가 고엽제후유증환자로 등록한 후 위와 같이 가압류를 신청하였거나 이 사건 소를 제기한 선정자들 중 원심판결 별지 제3목록 기재 선정자 1,725, 선정자 6,586, 선정자 9,742를 제외한 나머지 선정자들의 경우에는, 베트남전 당시 살포된 고엽제가 미국에 소재하는 피고들에 의하여 제조·판매된 것이어서 국제재판관할과 준거법에 관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였고, 고엽제에 함유된 TCDD의 인체 유해성, 고엽제의 결함 등에 관한 증거자료의 상당수가 미국에 소재하고 있어, 위 나머지 선정자들 개개인이 고엽제후유증환자 등록 후 민법상 시효정지의 경우에 준하는 단기간 내에 피고들을 상대로 가압류신청을 하거나 소제기를 하는 등 권리행사를 하는 데에는 상당한 어려움이 있었던 점 등 매우 특수한 사정이 있었고, 이를 감안하면 위 나머지 선정자들은 피고들의 소멸시효 항변을 배제할 만한 상당한 기간(최대 3) 내에 권리행사를 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라고 판시하였다. 한편, 선정자 1,725, 선정자 6,586, 선정자 9,742는 고엽제후유증환자로 등록함으로써 피고들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의 존재를 인식하였고 그 손해배상청구권의 행사도 가능하게 되었다고 할 것이어서 객관적으로 권리행사를 기대하기 어려운 장애사유도 소멸하였다고 할 것인데, 그때부터 3년이 경과한 후에야 가압류를 신청하거나 가압류 신청 없이 이 사건 소를 제기하는 등 권리행사를 한 것이므로, 이들에 대한 피고들의 소멸시효 항변은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대법원 2017. 2. 15. 선고 2014230535 판결 : 한센병 환자의 국가배상 청구사건에서, “원심은 제1심 판결 이유를 인용하여, 한센인피해사건법에 따라 2010. 6. 24.부터 2012. 6. 27.까지 사이에 원고들에 대한 피해자 결정이 이루어진 사실, 그런데 원고들에 대한 피해자 결정이 이루어지기 전인 2009. 8. 6. 이미 한센인피해사건법에 보상금 지급규정 등을 포함시키는 내용의 개정 법률안이 발의되어 국회에 계

류되어 있다가 제18대 국회 임기만료로 폐기된 사실, 위 법률에 따라 설치된 한센인피해사건 진상규명위원회도 2013년경에 발행한 보고서에서 한센인피해사건법의 개정 등을 통한 한센인피해사건 피해자들에 대한 실질적인 보상을 촉구한 사실 등을 인정하였다. 이를 기초로 하여 원심은, 한센인피해사건법에 의한 피해자 결정을 받은 원고들에게는 그 결정 시까지 객관적으로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있었다고 판단한 다음, 나아가 원고들이 피고의 입법적 조치를 통한 피해보상 등을 기대하였으나 피고가 아무런 적극적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자 비로소 피고를 상대로 개별적으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른 것으로 보이는 특수한 사정이 있으므로, 한센인피해사건 피해자 결정일로부터 3년이 경과하기 전에 이 사건 소를 제기한 원고들은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을 배제할 만한 상당한 기간 내에 권리행사를 한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하였다. 앞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소멸시효 완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잘못이 없다.

 

 여기서 개별 사건에서 매우 특수한 사정이 있어 상당한 기간을 연장하여 인정하는 것이 부득이한 경우라 함은, 채무자인 국가가 입법 등을 통하여 피해자들에게 일괄적으로 보상을 한다거나 채권자의 보상 요구에 응하여 기존의 법령·제도에 따른 보상절차를 진행하는 등 피해보상을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 같은 태도를 보여 채권자가 이를 기다릴 만한 사정이 있었던 경우 또는 채권자가 다른 법령에 의하여 민사상 손해배상에 갈음할 수 있는 보상을 청구함으로써 적어도 그 절차의 종결 시까지는 민사상 손해배상청구를 할 것이라고 기대하기 어려운 경우 등 채권자의 손해배상청구권 행사가 6개월 이상 지연될 수밖에 없는 특별한 사정을 의미한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2016. 12. 27. 선고 2016243696 판결).

 

6. 소멸시효의 기산점   [이하 민법교안, 노재호 P.298-308 참조]

 

. 개설

 

 소멸시효는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부터 진행한다(166조 제1). 다만 부작위를 목적으로 하는 채권의 경우에는 위반행위가 있은 때부터 진행하고(166조 제2), 특히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의 경우 3년의 단기소멸시효는 피해자나 그 법정대리인이 그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부터 진행한다(766조 제1).

 

 166조 제1항이 적용되는 경우 권리가 발생하였더라도 그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동안에는 소멸시효가 진행하지 않으나, 여기서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경우라는 것은 그 권리행사에 법률상의 장애사유, 예컨대 기간의 미도래나 조건 불성취 등이 있는 경우를 말하는 것이고, 사실상 권리의 존재나 권리행사 가능성을 알지 못하였고 알지 못함에 과실이 없다고 하여도 이러한 사유는 법률상 장애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 판례의 입장이다(법률상 장애/사실상 장애 이분론. 대법원 1984. 12. 26. 선고 84572 전원합의체 판결 등 다수).

 

법률상의 장애사유에는 그 밖에, 권리행사에 장애가 되는 하위의 법규범이 상위의 법규범에 위배되어 무효이어서 사실은 권리 행사가 가능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하위 법규범의 존재는 소멸시효의 진행을 막는 법률상의 장애에 해당한다(대법원 1970. 12. 20. 선고 69148 판결, 대법원 1996. 7. 12. 선고 9452195 판결 등 참조). 하지만, 대법원 판례가 변경되어 현실적으로 권리행사가 가능하게 된 경우에 권리행사를 부정했던 종전 대법원 판례의 존재는 권리행사에 대한 법률상 장애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 판례의 입장이다(대법원 1993. 4. 13. 선고 933622 판결, 대법원 2010. 9. 9. 선고 200815865 판결).

 

 민법은 제한능력자에게 법정대리인이 없는 경우, 제한능력자가 법정대리인에 대하여 권리를 갖고 있는 경우, 천재 기타 사변으로 인하여 시효중단 조치를 할 수 없는 경우 등과 같이 권리자가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 객관적으로 불가능하거나 현저한 곤란한 사정이 있는 경우를 소멸시효 완성의 정지 사유로 규정하고 있는바(179~182조 참조), 이러한 입법태도는 권리행사에 대한 사실상의 장애사유는 시효기간의 진행 그 자체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것을 전제로 한 것으로 보아야 하므로, 위와 같은 통설과 판례의 입장은 기본적으로 타당하다. 따라서 권리자가 권리의 존재를 몰랐다거나 질병 등으로 권리를 행사하지 못하였다는 등의 사유는 사실상의 장애에 불과하여 시효기간의 개시나 진행에 장애가 되지 않으며, 또한 권리자가 제한능력자인데 그에게 법정대리인이 없어서 권리를 행사할 수 없었다는 사정도 소멸시효 완성의 정지사유(179조 참조)로 고려될 수 있을 뿐 시효기간의 개시나 진행에 대한 법률상의 장애에 해당하지는 않는다.

 

 다만, 대법원은 근래 들어 정의와 형평의 관념 및 소멸시효 제도의 존재이유 등을 고려하여 위와 같은 원칙에 대하여 일정한 예외를 인정하고 있다. 예컨대, 법인의 이사회결의가 부존재함에 따라 발생하는 제3자의 부당이득반환청구권처럼 법인이나 회사의 내부적인 법률관계가 개입되어 있어 청구권자가 권리의 발생 여부를 객관적으로 알기 어려운 상황에 있고 청구권자가 과실 없이 이를 알지 못한 경우에는 이사회결의부존재확인판결의 확정과 같이 객관적으로 청구권의 발생을 알 수 있게 된 때부터 소멸시효가 진행된다고 하고(대법원 2003. 2. 11. 선고 9966427,73371 판결, 대법원 2003. 4. 8. 선고 200264957,64964 판결 등), 보험사고가 발생하였는지 여부가 객관적으로 분명하지 아니하여 보험금청구권자가 과실 없이 보험사고의 발생을 알 수 없었던 경우에는 보험금청구권자가 보험사고의 발생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던 때부터 보험금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진행한다고 한다(대법원 2001. 4. 27. 선고 200031168 판결 등).

권리자에게는 소멸시효가 완성하기 전에 자기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합리적인 기회가 보장되어야 하므로, 위와 같이 권리의 성립에 필요한 요건사실의 존부가 객관적으로 분명하지 아니하여 권리를 행사하지 못한 기간이 있는 경우에는 사후적으로 확인된 권리발생시점부터 시효기간이 경과하였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소멸시효의 완성을 인정하는 것은 확실히 부당하다.

 

. 기한을 정한 채권의 소멸시효 기산점

 

 확정기한부 채권 : 확정기한이 도래한 때

 

 불확정기한부 채권 : 그 기한이 객관적으로 도래한 때

 

 기한의 이익이 상실된 경우

 

 기한이익 상실의 특약은 그 내용에 의하여 일정한 사유가 발생하면 채권자의 청구 등을 요함이 없이 당연히 기한의 이익이 상실되어 이행기가 도래하는 것으로 하는 정지조건부 기한이익 상실의 특약과 일정한 사유가 발생한 후 채권자의 통지나 청구 등 채권자의 의사행위를 기다려 비로소 이행기가 도래하는 것으로 하는 형성권적 기한이익 상실의 특약의 두 가지로 대별할 수 있고, 기한이익 상실의 특약이 위의 양자 중 어느 것에 해당하느냐는 당사자의 의사해석의 문제이지만 일반적으로 기한이익 상실의 특약이 채권자를 위하여 둔 것인 점에 비추어 명백히 정지조건부 기한이익 상실의 특약이라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형성권적 기한이익 상실의 특약으로 추정하는 것이 타당하다.

 

 그리고 이른바 형성권적 기한이익 상실의 특약이 있는 경우에는 그 특약은 채권자의 이익을 위한 것으로서 기한이익의 상실 사유가 발생하였다고 하더라도 채권자가 나머지 전액을 일시에 청구할 것인가 또는 종래대로 할부변제를 청구할 것인가를 자유로이 선택할 수 있으므로, 이와 같은 기한이익 상실의 특약이 있는 할부채무에 있어서는 1회의 불이행이 있더라도 각 할부금에 대해 그 각 변제기의 도래시마다 그 때부터 순차로 소멸시효가 진행하고 채권자가 특히 잔존 채무 전액의 변제를 구하는 취지의 의사를 표시한 경우에 한하여 전액에 대하여 그 때부터 소멸시효가 진행하는 것이다(대법원 2002. 9. 4. 선고 200228340 판결).

 

 기한 유예의 합의가 있는 경우

 

기한이 있는 채권의 소멸시효는 이행기가 도래한 때부터 진행하지만, 그 이행기가 도래한 후 채권자와 채무자가 기한을 유예하기로 합의한 경우에는 그 유예된 때로 이행기가 변경되어 소멸시효는 변경된 이행기가 도래한 때부터 다시 진행한다. 이와 같은 기한 유예의 합의는 명시적으로뿐만 아니라 묵시적으로도 가능한데, 계약상의 채권관계에서 어떠한 경우에 기한 유예의 묵시적 합의가 있다고 볼 것인지는 계약의 체결경위와 내용 및 이행경과, 기한 유예가 채무자의 이익이나 추정적 의사에 반하는지 여부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7. 4. 13. 선고 2016274904 판결).

 

. 기한을 정하지 않은 채권의 소멸시효 기산점

 

반환시기의 정함이 없는 소비대차의 경우 대주는 언제든지 반환을 청구할 수 있으므로(603조 제2), 소멸시효는 채권이 성립한 때부터 진행한다.

 

. 예금채권의 소멸시효 기산점

 

소멸시효기간은 상법상의 소멸시효기간인 5년인데, 그 기산점에 관하여는 각 예금의 종류마다 차이가 있다.

 

 우선 예치기간을 정하지 않은 채 언제든지 예입·반환을 반복할 수 있는 보통예금의 경우에는 계약 성립과 동시에 소멸시효가 진행하지만, 계약 기간에 예입과 반환이 되풀이될 때에는 금융기관 측의 채무승인이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으므로, 최후의 예입 또는 반환 시부터 소멸시효기간이 진행한다고 볼 수 있다(대법원 2022. 4. 28. 선고 2020268265 판결 : 금융기관 직원의 예금 무단 인출로 인하여 이자가 지급되지 않아 예금채권의 소멸시효가 완성한 사안).

 

 그리고 기한의 정함이 있는 정기예금의 경우에는 기한이 도래한 때부터 소멸시효가 진행한다.

 

 당좌예금의 경우에도, 당좌예금은 그 계약이 존속하는 한 예금주는 수표에 의하지 않고는 함부로 그 반환을 청구할 수 없고, 반환은 그 계약이 종료한 때에 비로소 청구할 수 있다는 견해와, 당좌예금주는 단순히 수표만에 의하여 반환을 받는 제한을 받을 뿐 반환의 청구는 언제나 가능한 것이므로 기간의 정함이 없는 소비임치와 마찬가지로 예금계약 성립시가 소멸시효의 기산점이라고 하는 견해가 대립한다.

 

. 정지조건부 권리의 소멸시효 기산점 : 조건이 성취된 때

 

. 선택채권의 소멸시효 기산점

 

선택권의 귀속에 관한 약정이 없는 상태에서 채무자가 선택권을 행사하지 않은 경우 채권자의 선택권 행사로 인한 채권의 소멸시효는, 채권자가 선택권을 행사할 수 있었던 때 즉 채무자가 선택권을 행사할 수 있음에도 선택하지 아니한 때부터 상당한 기간이 경과한 때부터 진행한다.

 대법원 2000. 5. 12. 선고 9823195 판결 : 이 사건에서 매립지 중 100평을 선택하는 권한이 누구에게 있는지에 관하여 당초 약정이 없었으므로 민법 제380조에 의하여 채무자인 피고에게 있다고 볼 것이고, 피고가 선택권을 행사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민법 제381조에 따라서 채권자인 김종택이 상당한 기간을 정하여 그 선택을 최고할 수 있고, 그래도 피고가 그 기간 내에 선택하지 아니할 때에 김종택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이므로, 김종택의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의 기산점은 자신이 100평의 선택권을 행사할 수 있는 때, 즉 피고가 100평을 선택할 수 있음에도 선택하지 아니한 때로부터 상당한 기간이 경과한 때라고 보아야 할 것인바(대법원 1965. 8. 24. 선고 641156 판결 참조), 피고 명의의 소유권보존등기가 경료되고 도시계획결정 및 지적고시가 이루어져 피고가 소유할 토지의 위치와 면적이 확정되어 공부상 정리가 마쳐진 1987. 2. 26.에는 피고가 100평의 선택권을 행사할 수 있으므로 이때로부터 선택권을 행사하는 데 필요한 상당한 기간이 경과한 날로부터 김종택의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진행한다고 볼 것이다).

 

.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 기산점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은 현실적으로 손해가 발생한 때에 성립하고, 현실적으로 손해가 발생하였는지 여부는 사회통념에 비추어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1. 7. 13. 선고 200122833 판결, 대법원 2011. 1. 27. 선고 200910249 판결, 대법원 2020. 6. 11. 선고 2020201156 판결 :  주식회사가 잠수함 건조계약에 따라 해군에 인도한 잠수함의 추진전동기에서 이상 소음이 발생하자, 이에 국가(해군)  회사를 상대로 계약의 불완전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을 구한 사안에서,  회사가 해군에 잠수함을 인도한 후 항해훈련 전에는 이상 소음이 발생하였다고 볼 자료가 없는 점, 추진전동기의 하자는 사단법인 한국선급과 국방기술품질원이 고장 원인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하여 국방기술품질원장에게 제출함으로써 밝혀진 점 등에 비추어, 국가(해군)의 손해가 현실적으로 발생한 때는 추진전동기에서 이상 소음이 처음 발생한 때 또는 사단법인 한국선급과 국방기술품질원이 추진전동기의 고장 원인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하여 제출한 때이고, 그때부터 소멸시효가 진행한다고 한 사례].

 

.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 기산점

 

 766조 제1(3) : 피해자나 그 법정대리인이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의 단기소멸시효의 기산점이 되는 제766조 제1항의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이라고 함은 손해의 발생, 위법한 가해행위의 존재, 가해행위와 손해의 발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는 사실 등 불법행위의 요건사실에 대하여 현실적이고도 구체적으로 인식하였을 때를 의미한다. 특히 가해행위와 이로 인한 현실적인 손해의 발생 사이에 시간적 간격이 있는 불법행위의 경우 소멸시효의 기산점이 되는 불법행위를 안 날은 단지 관념적이고 부동적인 상태에서 잠재하고 있던 손해에 대한 인식이 있었다는 정도만으로는 부족하고 그러한 손해가 그 후 현실화된 것을 안 날을 의미한다() 대법원 1992. 12. 8. 선고 9229924 판결, 대법원 2001. 1. 19. 선고 200011836 판결, 대법원 2019. 7. 25. 선고 20161687 판결 등).

 

 나아가 피해자 등이 언제 위와 같은 불법행위의 요건사실을 현실적이고도 구체적으로 인식한 것으로 볼 것인지는 개별적 사건에 있어서의 여러 객관적 사정을 참작하고 손해배상청구가 사실상 가능하게 된 상황을 고려하여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0. 5. 27. 선고 20107577 판결 등).

 대법원 1995. 2. 10. 선고 9430263 판결 : 피해자 등에게 손해의 발생사실과 그 손해가 가해자의 불법행위로 인하여 발생하였다는 사실을 현실적이고도 구체적으로 인식할 만한 정신적 능력 내지 지능이 있었다고 인정되지 아니한다면 설사 사고 발생 후 피해자 등이 사고 경위 등에 관하여 들은 적이 있다 하더라도 손해 및 가해자를 알았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므로, 위 법조항 소정의 단기소멸시효는 진행되지 아니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이러한 정신적 능력 내지 지능이 있었는지 여부는 결국 구체적인 사건에 있어서 여러 사정들을 참작하여 판단할 사실인정의 문제라고 하였다.

 대법원 2010. 12. 9. 선고 201071592 판결 : 경찰관들로부터 폭행을 당한 이 그 경찰관들을 폭행죄로 고소하였으나 오히려 무고죄로 기소되어 제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가 상고심에서 무죄로 확정된 사안에서, 의 무고죄가 유죄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이 가해 경찰관들이나 국가에 대하여 손해배상청구를 하더라도 손해배상을 받을 수 없고 오히려 가해 경찰관들에게 손해를 배상해 주어야 할 입장에 놓일 수도 있게 될 것이어서 이와 같은 상황 아래서 이 손해배상청구를 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보이므로, 의 손해배상청구는 무고죄에 대한 무죄판결이 확정된 때에야 비로소 사실상 가능하게 되었다고 보아야 하며, 의 손해배상청구권은 그때부터 소멸시효가 진행된다고 하였다.

 대법원 2019. 12. 13. 선고 2019259371 판결(의 소유인 건물에 화재가 발생한 후 건물 임차인인  주식회사가 임대인인 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는데, 원심이 위 건물의 다른 임차인이 을 상대로 임대차계약상 수선의무 불이행을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을 구한 관련사건에서 위 화재에 관하여 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는 내용의 제1심판결이 선고될 무렵에  회사가 화재의 원인 및 공작물 설치·보존상의 하자에 기한 손해배상책임의 요건사실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인식하게 되었다고 보아  회사의 손해배상청구권이 시효로 소멸하였다고 한 사안에서, 은 관련사건의 항소심 및 상고심에서 화재가 공작물의 하자로 발생한 것이 아니라는 주장을 계속하면서 화재의 원인, 발화지점, 임대인인 의 수선의무 불이행 여부, 면책가능성 등을 주된 쟁점으로 다투었던 점, 과 보험계약을 체결한  보험회사가  회사의 대표이사 등에 대하여 구상금 청구의 소를 제기하였고, 그 소송이 진행되던 중에 관련사건의 제1심판결이 선고되었으나, 의 항소 및 상고로 관련사건 결과를 기다리기 위하여 상당기간 추정되다가 관련사건 상고심 판결이 선고된 이후에야  회사의 패소 판결이 선고된 점 등을 종합하면, 화재의 원인이나 발화지점, 책임의 주체 등 위법행위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하고,  회사의 대표이사에 대하여 구상금 청구에 관한 소가 진행 중이었던 사정, 위 구상금 청구 소송의 진행경과 등에 비추어,  회사의 입장에서 관련사건 제1심판결 선고 무렵에 화재의 원인 및 공작물 설치·보존상의 하자에 기한 손해배상책임의 요건사실에 관하여 현실적·구체적으로 인식하였다고 단정할 수 없고, 관련사건 상고심판결이 선고되어 확정된 때에 비로소 화재로 인한 위법한 손해의 발생, 위법한 가해행위의 존재, 가해행위와 손해의 발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는 사실 등 불법행위의 요건사실을 현실적·구체적으로 인식하였다고 볼 여지가 있는데도, 이와 달리 본 원심판단에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대법원 2022. 6. 30. 선고 2022206384 판결 : 청소년 시절 피해를 당하였던 위력에 의한 추행, 간음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의 단기소멸시효 기산점이 문제 된 사안에서 가해자에 대한 형사재판 제1심에서 유죄판결이 선고된 때부터 시효가 진행한다고 판단한 사례.

 

 그리고 신체에 대한 가해행위가 있은 후 상당한 기간 동안 치료가 계속되는 과정에서 어떠한 증상이 발현되어 그로 인한 손해가 현실화된 사안이라면, 법원은 피해자가 담당의사의 최종 진단이나 법원의 감정결과가 나오기 전에 손해가 현실화된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고 인정하는 데 매우 신중할 필요가 있다. 특히 가해행위가 있을 당시 피해자의 나이가 왕성하게 발육ㆍ성장활동을 하는 때이거나, 최초 손상된 부위가 뇌나 성장판과 같이 일반적으로 발육ㆍ성장에 따라 호전가능성이 매우 크거나(다만 최초 손상의 정도나 부위로 보아 장차 호전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단정할 수 있는 경우는 제외한다), 치매나 인지장애 등과 같이 증상의 발현 양상이나 진단 방법 등으로 보아 일정한 연령에 도달한 후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는 등의 특수한 사정이 있는 때에는 더욱 그러하다.

 대법원 2019. 7. 25. 선고 20161687 판결 : 원고는 만 1세 때 교통사고를 당하여 뇌 손상을 입은 후 발달지체 등의 증세를 보여 계속 치료를 받던 중 만 6세 때 처음으로 의학적으로 언어장애 등의 장애진단을 받았다. 이러한 경우 위 판시와 같은 사정들을 포함하여 사고 당시 피해자의 나이, 최초 손상의 부위 및 정도, 치료경과나 증상의 발현시기, 최종 진단경위나 병명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언어장애 등의 손해가 언제 현실화되어 원고나 그 법정대리인이 언제 그에 관하여 알았거나 알 수 있었는지에 관하여 심리할 필요가 있음에도, 원심이 이러한 심리 없이 곧바로 교통사고 당시 손해의 발생 사실을 알았다고 인정한 다음 그에 따라 교통사고일을 소멸시효 기산일로 삼아 피고(가해자)의 소멸시효항변을 받아들여 원고의 손해배상청구를 배척한 것은 잘못이라는 이유로 원심을 파기한 사례이다.

 

 여기서 불법행위의 피해자가 미성년자로 행위능력이 제한된 자인 경우에는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법정대리인이 손해 및 가해자를 알아야 위 조항의 소멸시효가 진행한다.

 대법원 2010. 2. 11. 선고 200979897 판결 : 피고가 2000. 7. 25. 05:30경 안양산 휴양림 청소년수련원의 여학생 숙소 내에서 잠을 자던 원고를 간음한 사안에서, 피고로부터 위와 같이 간음을 당할 당시 만 15세로서 미성년자이던 원고의 법정대리인이 원고의 피해사실 및 그 가해자를 알았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으므로, 원고가 성년이 된 2005. 4. 25.경까지는 원고의 피고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는 진행되지 않았다고 판단하여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을 배척한 사례이다.

 

 법인의 경우에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은 통상 대표자가 이를 안 날을 뜻한다. 그렇지만 법인의 대표자가 법인에 대하여 불법행위를 한 경우에는, 법인과 그 대표자의 이익은 상반되므로 법인의 대표자가 그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을 행사하리라고 기대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일반적으로 그 대표권도 부인된다고 할 것이어서 법인의 대표자가 그 손해 및 가해자를 아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따라서 이러한 경우에는 적어도 법인의 이익을 정당하게 보전할 권한을 가진 다른 대표자, 임원 또는 사원이나 직원 등이 손해배상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을 정도로 이를 안 때에 비로소 단기소멸시효가 진행한다고 할 것이고, 만약 다른 대표자나 임원 등이 법인의 대표자와 공동불법행위를 한 경우에는 그 다른 대표자나 임원 등을 배제하고 단기소멸시효 기산점을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1998. 11. 10. 선고 9834126 판결, 대법원 2012. 7. 12. 선고 201220475 판결, 대법원 2015. 1. 15. 선고 201350435 판결 등 참조. 하지만 법인이 대표자의 신원보증인에게 갖는 권리의 소멸시효는 대표자가 안 때가 기산점이 되고, 다른 임원, 사원, 직원 등이 안 때로 기산점이 늦추어지지 않는다(대법원 2002. 10. 25. 선고 200213614 판결)].

 

 권리자인 피해자의 위와 같은 주관적 용태, 즉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은 시효의 이익을 주장하는 자가 증명할 책임이 있다(대법원 2006. 10. 27. 선고 200532913 판결).

 

 한편, 피해자나 그 법정대리인이 손해 및 가해자를 알게 되었다 하더라도 손해배상청구권을 행사하는 데 법률상의 장애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소멸시효가 진행하지 않는데(대법원 1998. 7. 10. 선고 987001 판결: 군인 등이 공상을 입은 경우에 유공자예우법 등 다른 법령에 의하여 보상을 받을 수 없음이 판명되어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단서 규정의 적용이 배제됨이 확정될 때까지는 같은 항 본문에 기한 손해배상청구권은 법률상 이를 행사할 수가 없다 할 것이므로, 이처럼 다른 법령에 의하여 보상을 받을 수 없음이 판명되지 않고 있다는 사정은 위 손해배상청구권의 행사에 대한 법률상의 장애라고 할 수 있다), 최근의 판례는 공무원의 직무수행 중 불법행위에 의하여 납북된 것을 원인으로 하는 국가배상청구권의 행사에 있어, 남북교류의 현실과 거주·이전 및 통신의 자유가 제한된 북한 사회의 비민주성이나 폐쇄성 등을 고려하여 볼 때,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북한에 납북된 사람이 피고인 국가를 상대로 대한민국 법원에 소장을 제출하는 등으로 그 권리를 행사하는 것은 객관적으로도 불가능하다고 하겠으므로, 납북상태가 지속되는 동안은 소멸시효가 진행하지 않는다고 봄이 상당하다(다만 이 사건에서와 같이 납북자에 대한 실종선고심판이 확정되게 되면 상속인들에 의한 상속채권의 행사가 가능해질 뿐이다).”라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12. 4. 13. 선고 200933754 판결).

채권자가 북한에 납북되어 있다는 사정은 기본적으로 권리행사에 대한 사실상의 장애사유에 해당하는데도 이 판결은 이를 법률상의 장애사유에 준하는 것으로 보고 납북상태가 지속되는 동안 소멸시효가 진행하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

 

 766조 제2(10) : 불법행위를 한 날

 

 766조 제2항에 의하면,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은 불법행위를 한 날부터 10년을 경과한 때에도 시효로 인하여 소멸한다. 가해행위와 이로 인한 손해의 발생 사이에 시간적 간격이 있는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권의 경우, 위와 같은 장기소멸시효의 기산점이 되는 불법행위를 한 날은 객관적, 구체적으로 손해가 발생한 때, 즉 손해의 발생이 현실적인 것으로 되었다고 할 수 있을 때를 의미한다(대법원 2007. 11. 16. 선고 200555312 판결).

 대법원 2012. 8. 30. 선고 201054566 판결 :  은행 등이 수출계약서 등 근거서류를 확인하지 않은 채  회사 등에 구매승인서를 발급해 주었고,  회사 등이 위 구매승인서에 의하여  회사 등에 물품을 공급하였는데, 관할 세무서장이 구매승인서에 하자가 있다는 등의 이유로  회사 등에 위 거래에 관한 부가가치세 부과처분을 하였으나 그에 대한 취소판결이 확정되어 부가가치세를 부과·징수할 수 없게 되었고, 이에 국가가  은행 등을 상대로 부가가치세를 부과·징수할 수 없게 된 것에 대한 손해배상을 구한 사안에서,  은행 등이 수출계약서 등 근거서류를 확인하지 않은 채  회사 등에 구매승인서를 발급해 준 것 때문에 국가가 입은 손해는  회사 등에 물품을 공급한  회사 등으로부터 부가가치세를 부과 징수할 수 없게 됨으로써 발생한 것인데, 국가가 부가가치세를 부과·징수할 수 없는지는  회사 등이 구매승인서 내용대로 물품을 수출하지 않고 불법으로 내수 유통시킨다는 것을  회사 등이 알았거나 중대한 과실로 알지 못하였는지에 달려 있고, 이는  회사 등에 대하여 부가가치세 부과처분이 된 후 그 처분에 대한 취소소송에서 패소 여부가 확정된 후에야 비로소 가려지는 것이므로 부가가치세를 부과·징수할 수 없다는 손해의 결과 발생이 현실화된 시점은 부과처분을 한 세무서장이 취소소송에서 패소한 판결이 확정된 때이고, 국가의  은행 등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 기산점 역시 위 판결 확정일이라고 한 사례.

 대법원 2022. 1. 14. 선고 2019282197 판결 : 수사기관의 위법한 폐기처분으로 인한 피압수자의 손해는 형사재판 결과가 확정되기 전까지는 관념적이고 부동적인 상태에서 잠재적으로만 존재하고 있을 뿐 아직 현실화되었다고 볼 수 없으므로, 수사기관의 위법한 폐기처분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에 관한 장기소멸시효의 기산점은 위법한 폐기처분이 이루어진 시점이 아니라 무죄의 형사판결이 확정되었을 때로 봄이 타당하다.

 

 그 발생시기에 대한 증명책임은 소멸시효의 이익을 주장하는 자에게 있다(대법원 2021. 8. 19. 선고 2019297137 판결).

 

 하지만 그 손해의 결과발생이 현실적인 것으로 되었다면 그 소멸시효는 피해자가 손해의 결과 발생을 알았거나 예상할 수 있는가 여부에 관계없이 가해행위로 인한 손해가 현실적인 것으로 되었다고 볼 수 있는 때부터 진행한다(대법원 2005. 5. 13. 선고 200471881 판결 등).

 

 그런데 예를 들어 제약회사가 공급한 바이러스에 오염된 혈액제제를 통하여 환자인 피해자가 감염되었는데, 감염의 잠복기가 길거나, 감염 당시에는 장차 병이 어느 단계까지 진행될 것인지 예측하기 어려운 경우, 손해가 현실화된 시점을 일률적으로 감염일로 보게 되면, 피해자는 감염일 당시에는 장래의 손해 발생 여부가 불확실하여 청구하지 못하고, 장래 손해가 발생한 시점에서는 소멸시효가 완성되어 청구하지 못하게 되는 부당한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 따라서 위와 같은 경우에는 감염 자체로 인한 손해 외에 증상의 발현 또는 병의 진행으로 인한 손해가 있을 수 있고, 그러한 손해는 증상이 발현되거나, 병이 진행된 시점에 현실적으로 발생한다고 볼 수 있다.

 대법원 2011. 9. 29. 선고 200816776 판결 : AIDS의 잠복기는 약 10년 정도로 길고, HIV 감염 당시 AIDS 환자가 될 것인지 여부가 불확실하며, AIDS 환자가 되었다는 것과 HIV에 감염되었다는 것은 구별되는 개념이므로, AIDS 환자가 되었다는 손해는 HIV 감염이 진행되어 실제 AIDS 환자가 되었을 때 현실적으로 그 손해의 결과가 발생하였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한 사례이다.

 

 또한, 성범죄로 인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뒤늦게 나타나거나, 성범죄 직후 일부 증상들이 발생하더라도 당시에는 장차 증상이 어느 정도로 진행되고 그것이 고착화되어 질환으로 진단될 수 있을 것인지 예측하기 어려울 수 있다. 이러한 경우 성범죄 당시나 일부 증상의 발생일을 일률적으로 손해가 현실화된 시점으로 보게 되면, 피해자는 당시에는 장래의 손해 발생 여부가 불확실하여 손해배상을 청구하지 못하고, 장래 손해가 발생한 시점에서는 소멸시효가 완성되어 손해배상을 청구하지 못하게 되는 부당한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 특히 피해자가 피해 당시 아동이었거나 가해자와 친족관계를 비롯한 피보호관계에 있었던 경우 등 특수한 사정이 있는 때에는 그 인지적, 심리적, 관계적 특성에 비추어 더욱 그러하다. 따라서 위와 같은 경우 법원은 전문가로부터 성범죄로 인한 정신적 질환이 발현되었다는 진단을 받기 전에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인한 손해의 발생이 현실적인 것으로 되었다고 인정하는 데 매우 신중할 필요가 있다.

 대법원 2021. 8. 19. 선고 2019297137 판결 : 이 초등학교 재학 중 테니스 코치 로부터 성폭행을 당하였는데,  15년 후  과 우연히 마주쳤고 성폭력 피해 기억이 떠오르는 충격을 받아 3일간의 기억을 잃고 빈번한 악몽, 불안, 분노 등을 겪으면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진단을 받게 되어, 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구한 사안이다.

 

 한편, 헌법재판소 2018. 8. 30. 선고 2014헌바148 등 전원재판부 결정은 민법 제166조 제1, 766조 제2항 중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이하 과거사정리법이라 한다) 2조 제1항 제3호의 민간인 집단 희생사건’, 같은 항 제4호의 중대한 인권침해사건·조작의혹사건에 적용되는 부분은 헌법에 위반된다는 결정을 선고하였다.

위 위헌결정의 효력은 과거사정리법 제2조 제1항 제3호의 민간인 집단 희생사건이나 같은 항 제4호의 중대한 인권침해사건·조작의혹사건에서 공무원의 위법한 직무집행으로 입은 손해에 대한 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이 위헌결정 당시까지 법원에 계속되어 있는 경우에도 미친다. 따라서 그러한 손해배상청구권에 대해서는 민법 제766조 제2항에 따른 10년의 소멸시효 또는 국가재정법 제96조 제2항에 따른 5년의 소멸시효가 적용되지 않는다(대법원 2019. 11. 14. 선고 2018233686 판결, 대법원 2020. 4. 9. 선고 2018238865 판결).

 

민법 제766조 제1항이 정한 단기소멸시효만이 적용될 수 있다. 원고는 재심에서 무죄판결이 확정된 이후에야 비로소 불법행위의 요건사실에 대하여 현실적이고도 구체적으로 인식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20. 11. 26. 선고 2019276307 판결).

 

 계속적 불법행위의 경우

 

불법행위가 계속적으로 행하여지는 결과 손해도 역시 계속적으로 발생하는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손해는 날마다 새로운 불법행위에 기초하여 발생하는 것이므로, 피해자가 그 각 손해를 안 때부터 각별로 3년의 단기소멸시효가 진행하고(대법원 2008. 4. 17. 선고 200635865 전원합의체 판결), 이와 함께 각 손해가 발생한 때부터 각별로 10(국가배상채무의 경우 5)의 장기소멸시효가 진행한다(대법원 2010. 7. 22. 선고 201018935 판결).

 대법원 2008. 4. 17. 선고 200635865 전원합의체 판결 : 일반적으로 위와 같이 위법한 건축행위에 의하여 건물 등이 준공되거나 외부골조공사가 완료되면 그 건축행위에 따른 일영의 증가는 더 이상 발생하지 않게 되고 해당 토지의 소유자는 그 시점에 이러한 일조방해행위로 인하여 현재 또는 장래에 발생가능한 재산상 손해나 정신적 손해 등을 예견할 수 있다고 할 것이므로, 이러한 손해배상청구권에 관한 민법 제766조 제1항 소정의 소멸시효는 원칙적으로 그 때부터 진행한다. 다만, 지극히 예외적이기는 하지만, 위와 같은 일조방해로 인하여 건물 등의 소유자 내지 실질적 처분권자가 피해자에 대하여 건물 등의 전부 또는 일부에 대한 철거의무를 부담하는 경우가 있다면, 이러한 철거의무를 계속적으로 이행하지 않는 부작위는 새로운 불법행위가 되고 그 손해는 날마다 새로운 불법행위에 기초하여 발생하는 것이므로 피해자가 그 각 손해를 안 때로부터 각별로 소멸시효가 진행한다.

 대법원 2010. 7. 22. 선고 201018935 판결 : 피고는 방OO에 대한 수사 및 재판과정을 통하여 망 김OO이 소대장인 방OO의 구타 등으로 인하여 사망한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거나, 적어도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더라면 이를 알 수 있었음에도, 만연히 망 김OO의 사망원인을 병사로 처리하고 망 김OO의 유족들에게 망 김OO이 병사하였다는 부실한 통지를 함으로써 망 김OO의 사망원인을 철저히 규명하여 이를 망 김OO의 유족들에게 정확하게 통지해야 할 의무를 불이행하였고, 이러한 위법한 부작위는 해군참모총장이 2008. 4. 15. 원고 측에게 망 김OO이 군복무 중이던 1958. 1. 28. 진해해군병원에서 순직하였다는 순직확인서를 발송할 때까지 계속되었다고 봄이 상당하며, 이로 인하여 망 김OO의 유족들의 손해도 계속적으로 발생하였다고 할 것이므로, 망 김OO의 유족들의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는 날마다 새로운 피고의 불법행위가 있는 날로부터 각별로 진행한다.

 

 미성년자에 대한 성적 침해에 관한 특례

 

 미성년자가 성폭력, 성추행, 성희롱, 그 밖의 성적 침해를 당한 경우에 이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는 그가 성년이 될 때까지는 진행되지 아니한다(766조 제3).

이는 민법이 2020. 10. 20. 법률 제17503호로 개정되면서 신설된 조항으로, 해당 부칙 제2조에 따라 개정 법률의 시행 전에 행하여진 성적 침해로 발생하여 개정 법률 시행 당시 소멸시효가 완성되지 아니한 손해배상청구권에도 적용한다.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하는 성폭력범죄 등은 주변인들이 가해자인 경우가 많아 대리인을 통한 권한 행사가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을 고려해 해당 미성년자가 성년이 될 때까지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진행되지 아니하도록 하여 미성년자인 피해자가 성년이 된 후 스스로 가해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보장함으로써 성적 침해를 당한 미성년자에 대한 보호를 강화하려는 것이 입법 취지이다.

 

.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의 소멸시효 기산점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은 법률상 원인 없이 타인의 재산 또는 노무로 인하여 이익을 얻고 이로 인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경우에 성립하며, 그 성립과 동시에 권리를 행사할 수 있으므로 청구권이 성립한 때부터 소멸시효가 진행한다(대법원 2008. 12. 11. 선고 200847886 판결).

 대법원 2017. 7. 18. 선고 20179039, 9046 판결 : 갑의 보험금 납부 등 보험관리업무를 맡은 을이 갑이 송금한 돈 중 일부를 사용하고 갑의 보험금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사용한 사안에서, 을의 사용 권한 범위, 갑의 허락 여부 등을 밝힘으로써 용도 외 사용 당시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이 성립할 수 있는지 여부를 가리지 아니하고 을이 갑의 보험관리업무를 종료한 때부터 갑의 을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진행한다고 본 원심판단에 법리 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한 사례이다.

 

. 부작위채권의 소멸시효 기산점 : 위반행위를 한 때(166조 제2)

 

. 구상권의 소멸시효 기산점

 

 보증인의 구상권

 

구상권이 발생한 때이다. 사전구상권과 사후구상권은 별개로 소멸시효가 진행한다.

 

 공동불법행위자의 구상권

 

피해자에게 현실로 손해배상금을 지급한 때이다.

 

. 소멸시효의 기산일은 변론주의 적용 대상

 

 판례는 취득시효와는 달리 소멸시효의 기산점은 소멸시효 주장 내지 항변의 법률요건을 구성하는 구체적인 사실에 해당하여 변론주의 적용대상인 주요사실로 보아 당사자가 주장하는 기산일과 다른 날짜를 기준으로 소멸시효를 계산할 수 없다고 한다(대법원 1995. 8. 25. 선고 9435886 판결, 대법원 2006. 9. 22. 선고 200622852, 22869 판결, 대법원 2017. 10. 26. 선고 201720111 판결).

 

 이때 당사자가 본래의 기산일보다 뒤의 날짜를 기산일로 하여 주장하는 경우(예컨대 본래의 기산일이 2018. 7. 1.인데 2019. 1. 1.을 기산일로 주장하는 경우)는 물론이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반대의 경우(예컨대 본래의 기산일이 2018. 7. 1.인데 2018. 1. 1.을 기산일로 주장하는 경우)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대법원 1995. 8. 25. 선고 9435886 판결 : 피고는 위 물품대금 채무에 대하여 거래 종료 시점인 1990. 9. 30.을 기산점으로 하여 소멸시효 완성의 항변을 하고 있음이 명백하다. 그런데도 원심은 그로부터 6개월 후인 1991. 3. 30.을 기산점으로 하여 소멸시효 기간을 산정하였는바, 위 양 기간 사이에 동일성이 있다고는 볼 수 없다 할 것이므로 이는 당사자가 주장하지 아니한 사실을 인정한 것이어서 변론주의에 위배되고 나아가 판결 결과에도 영향을 미쳤다.

 

 당사자가 주장하는 기산일을 기준으로 심리·판단하여야만 상대방으로서도 법원이 임의의 날을 기산일로 인정하는 것에 의하여 예측하지 못한 불이익을 받음이 없이 이에 맞추어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에 해당하는지의 여부 및 소멸시효의 중단 사유가 있었는지의 여부 등에 관한 공격방어방법을 집중시킬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에 대한 원고의 시효중단 재항변이 이유 있는 경우에, 설령 시효중단 시점부터 기산하더라도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 하더라도, 피고가 그 점을 항변으로 다시 주장하지 않는 이상 법원은 시효중단 시점부터 기산하여 소멸시효가 완성하였다고 판단할 수 없다(대법원 2006. 9. 22. 선고 200622852, 22869 판결, 대법원 2009. 12. 24. 선고 200960244 판결, 대법원 2017. 10. 26. 선고 201720111 판결, 대법원 2020. 10. 29. 선고 2018214241 판결).

 

7. 소멸시효기간   [이하 민법교안, 노재호 P.308-319 참조]

 

. 시효기간의 도과

 

어떤 권리의 소멸시효기간이 얼마나 되는지에 관한 주장은 단순한 법률상의 주장에 불과하므로 변론주의의 적용대상이 되지 않고 법원이 직권으로 판단할 수 있다.

 대법원 2008. 3. 27. 선고 200670929, 70936 판결 :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채권의 장기시효와 관련하여 채무자인 대한민국이 민법에 의한 10년의 소멸시효완성을 주장하였는데 원심이 구 예산회계법에 의한 5년의 소멸시효를 적용한 것이 변론주의 위반이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대법원 2013. 2. 15. 선고 201268217 판결 : 원고가 약속어음을 증거로 제출하며 대여금 청구를 한 데 대하여 피고가 어음법상 3년의 소멸시효를 주장한 사안에서, 원심은 어음금 청구임을 전제로 한 어음시효 항변은 그 자체로 이유 없다는 이유로 피고의 항변을 배척하였으나, 대법원은 소멸시효 항변이 있는 이상 원심이 직권으로 적법한 소멸시효기간을 살펴 소멸시효 완성 여부를 판단하였어야 했다고 하면서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였다.

 대법원 2017. 3. 22. 선고 2016258124 판결 : 당사자가 민법에 따른 소멸시효기간을 주장한 경우에도 법원은 직권으로 상법에 따른 소멸시효기간을 적용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 일반채권의 소멸시효기간 [= 10(162조 제1)]

 

 대법원 2001. 4. 24. 선고 20016237 판결 : 물상보증은 채무자 아닌 사람이 채무자를 위하여 담보물권을 설정하는 행위이고 채무자를 대신해서 채무를 이행하는 사무의 처리를 위탁받는 것이 아니므로, 물상보증인이 변제 등에 의하여 채무자를 면책시키는 것은 위임사무의 처리가 아니고 법적 의미에서는 의무 없이 채무자를 위하여 사무를 관리한 것에 유사하다. 따라서 물상보증인의 채무자에 대한 구상권은 그들 사이의 물상보증위탁계약의 법적 성질과 관계없이 민법에 의하여 인정된 별개의 독립한 권리이고, 그 소멸시효에 있어서는 민법상 일반채권에 관한 규정이 적용된다.

 

. 상사채권의 의 소멸시효기간 [= 5(상법 제64)]

 

 의의

 

 상행위로 인한 채권 5년간 행사하지 아니하면 소멸시효가 완성한다.

 

당사자 쌍방에 대하여 모두 상행위가 되는 행위로 인한 채권뿐만 아니라 당사자 일방에 대하여만 상행위에 해당하는 행위로 인한 채권에도 적용되고, 기본적 상행위뿐만 아니라 상인이 영업을 위하여 하는 보조적 상행위도 포함한다.

예컨대 여관을 경영하던 갑이 여관을 신축하기 위하여 친구 을로부터 돈을 빌린 경우 이 대여금채권은 상사채권에 해당하여 5년의 소멸시효에 걸린다.

 

 기본적 상행위에 관하여는 다음과 같은 판례들이 있다.

 대법원 1998. 7. 10. 선고 9810793 판결 : 어느 행위가 상법 제46조 소정의 기본적 상행위에 해당하기 위하여는 영업으로 동조 각 호 소정의 행위를 하는 경우이어야 하고, 여기서 영업으로 한다고 함은 영리를 목적으로 동종의 행위를 계속 반복적으로 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할 것인바, 새마을금고법의 제반 규정에 의하면 새마을금고는 우리나라 고유의 상부상조 정신에 입각하여 자금의 조성 및 이용과 회원의 경제적·사회적·문화적 지위의 향상 및 지역사회개발을 통한 건전한 국민정신의 함양과 국가경제발전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하는 비영리법인이므로 새마을금고가 금고의 회원에게 자금을 대출하는 행위는 일반적으로는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행위라고 보기 어렵다.

 대법원 2020. 5. 28. 선고 2017265389 판결 : 구 한국토지공사법(2009. 5. 22. 법률 제9706호 한국토지주택공사법 부칙 제2조로 폐지)에 따라 설립된 한국토지공사는 토지를 취득·관리·개발 및 공급하게 함으로써 토지자원의 효율적인 이용을 촉진하고 국토의 종합적인 이용·개발을 도모하여 건전한 국민경제의 발전에 이바지하게 하기 위하여 설립된 법인이다. 따라서 한국토지공사가 택지개발사업을 시행하기 위하여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에 따라 토지 소유자로부터 사업시행을 위한 토지를 매수하는 행위를 하더라도 한국토지공사를 상인이라 할 수 없고, 한국토지공사가 택지개발사업 지구 내에 있는 토지에 관하여 토지 소유자와 매매계약을 체결한 행위를 상행위로 볼 수 없다.

 대법원 2022. 5. 26. 선고 2022200249 판결 : 의사의 영리추구 활동을 제한하고 그 직무에 관하여 고도의 공공성과 윤리성을 강조하며 의료행위를 보호하는 의료법의 여러 규정에 비추어 보면, 개별 사안에 따라 전문적인 의료지식을 활용하여 진료 등을 행하는 의사의 활동은 간이·신속하고 외관을 중시하는 정형적인 영업활동, 자유로운 광고·선전을 통한 영업의 활성화 도모, 인적·물적 영업기반의 자유로운 확충을 통한 최대한의 효율적인 영리 추구 허용 등을 특징으로 하는 상인의 영업활동과는 본질적으로 차이가 있다 할 것이다. 또한 의사의 의료행위와 관련하여 형성된 법률관계에 대하여 상인의 영업활동 및 그로 인한 형성된 법률관계와 동일하게 상법을 적용하여야 할 특별한 사회경제적 필요 내지 요청이 있다고 볼 수도 없다. 따라서 의료법의 여러 규정과 제반 사정을 참작하면 의사나 의료기관을 상법 제4조 또는 제5조 제1항이 규정하는 상인이라고 볼 수는 없고, 의사가 의료기관에 대하여 갖는 급여, 수당, 퇴직금 등 채권은 상사채권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영업을 위하여 하는 것인지 아닌지가 분명치 아니한 상인의 행위는 영업을 위하여 하는 것으로 추정되므로(상법 제47조 제2) 그와 같은 추정을 번복하려면 그와 다른 반대사실을 주장하는 자가 이를 증명할 책임이 있다. 보조적 상행위 인정 여부에 관한 예를 보면 다음과 같다.

 금전의 대여를 영업으로 하지 아니하는 상인이라 하더라도 그 영업상의 이익 또는 편익을 위하여 금전을 대여하거나 영업자금의 여유가 있어 이자 취득을 목적으로 이를 대여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으므로, 이러한 상인의 금전대여행위는 영업을 위하여 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그 금전대여행위가 상호 고율의 이자소득을 얻기 위한 목적으로 행하여졌다는 사정만으로는 위 추정이 번복된다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08. 12. 11. 선고 200654378 판결).

 부동산 중개 업무를 영위하는 상인이 그 중개를 성사시키기 위하여 또는 그 중개에 대한 책임으로 보증각서를 작성하여 매수인의 잔금채무를 보증한 행위는 영업을 위하여 한 것으로 추정된다(대법원 2008. 12. 11. 선고 200766590 판결).

 상인이 사업자금을 조달하기 위하여 계에 가입한 경우 계주가 상인에 대하여 가지는 계불입금채권은 상사채권에 해당한다(대법원 2008. 4. 10. 선고 200791251 판결).

 영업을 위하여 금전 차용을 한 것임을 외부에서 인식할 수 없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영업을 위하여 한 행위인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 고려될 수 있는 하나의 사정이라고 할 수 있을지언정 그것만으로 금전차용이 영업을 위하여 한 것이 아니라고 쉽사리 인정할 수 없다(대법원 2010. 1. 28. 선고 200987294 판결).

 상인이 그 영업과 관련 없이 개인 자격에서 회사의 설립을 준비하면서 다른 회사로부터 영업시설 등을 양수하기 위한 자금으로 사용하기 위하여 금원을 차용하는 행위는 상인의 기존 영업을 위한 보조적 상행위가 아닐 뿐 아니라 장차 성립될 회사나 영업시설 등을 양도하는 회사의 영업을 위하여 하는 보조적 상행위라고 할 수도 없다(대법원 2002. 7. 9. 선고 200218589 판결).

 상인인 피고가 자신의 남편이 발행한 약속어음의 부도를 막기 위하여 한 채무부담약정은 피고가 영업을 위하여 하는 보조적 상행위라고 할 수는 없다(대법원 2001. 7. 13. 선고 200125191 판결).

 상인이 그 영업과 상관없이 개인 자격에서 돈을 투자하는 행위는 상인의 기존 영업을 위한 보조적 상행위로 볼 수 없다(대법원 2018. 4. 24. 선고 2017205127 판결).

 

 한편, 상인은 상행위로 인하여 생기는 권리·의무의 주체로서 상행위를 하는 것이고, 영업을 위하는 행위가 보조적 상행위로서 상법의 적용을 받기 위해서는 행위를 하는 자 스스로 상인 자격을 취득하는 것을 당연한 전제로 한다. 회사가 상법에 의해 상인으로 의제된다고 하더라도 회사의 기관인 대표이사 개인은 상인이 아니어서 비록 대표이사 개인이 회사 자금으로 사용하기 위해서 차용한다고 하더라도 상행위에 해당하지 아니하여 차용금채무를 상사채무로 볼 수 없다(대법원 1992. 11. 10. 선고 927948 판결, 대법원 2012. 3. 29. 선고 201183226 판결, 대법원 2012. 7. 26. 선고 201143594 판결 등 참조).

 

 또한 상법 제3조에 따라 당사자 중 그 1인의 행위가 상행위인 때에는 전원에 대하여 상법이 적용되므로, 당사자의 일방이 수인인 경우에 그중 1인에게만 상행위가 되더라도 전원에 대하여 상법이 적용된다고 해석된다.

 대법원 2014. 4. 10. 선고 201368207 판결 : 회사의 대표이사와 회사가 공장매입자금 마련을 위해 공동차주로서 차용금채무를 부담한 경우 개인인 대표이사의 차용금채무도 상사채무로서 5년의 상사시효가 적용된다고 판단하였다.

 

 한편, 보증채무는 주채무와는 별개의 독립한 채무이므로 보증채무의 소멸시효기간은 그 채무의 성질이 상행위로 인한 것인지 여부에 따라 정해진다.

 대법원 2010. 9. 9. 선고 201028031 판결 : 주채무인 사채상환의무의 소멸시효기간이 상법 제487조 제1항에 의해 10년이라 하더라도 이에 대한 연대보증행위가 상행위에 해당하면 보증채무의 소멸시효기간은 5년이라고 판단하였다.

 대법원 2014. 6. 12. 선고 201176105 판결 : 주채무의 소멸시효기간이 확정판결에 의해 10년으로 연장된 상태에서 연대보증이 이루어진 경우 연대보증행위가 상행위에 해당하면 보증채무의 소멸시효기간은 5년이라고 판단하였다.

 

 개업준비행위가 상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

 

 영업의 목적인 상행위를 개시하기 전에 영업을 위한 준비행위를 하는 자는 영업으로 상행위를 할 의사를 실현하는 것이므로 그 준비행위를 한 때 상인자격을 취득함과 아울러 개업준비행위는 영업을 위한 행위로서 그의 최초의 보조적 상행위가 된다. 이와 같은 개업준비행위는 반드시 상호등기·개업광고·간판부착 등에 의하여 영업의사를 일반적·대외적으로 표시할 필요는 없으나 점포구입·영업양수·상업사용인의 고용 등 그 준비행위의 성질로 보아 영업의사를 상대방이 객관적으로 인식할 수 있으면 당해 준비행위는 보조적 상행위로서 여기에 상행위에 관한 상법의 규정이 적용된다(대법원 1999. 1. 29. 선고 981584 판결 참조).

 

 그리고 영업자금의 차입 행위는 행위 자체의 성질로 보아서는 영업의 목적인 상행위를 준비하는 행위라고 할 수 없지만, 행위자의 주관적 의사가 영업을 위한 준비행위이고 상대방도 행위자의 설명 등에 의하여 그 행위가 영업을 위한 준비행위라는 점을 인식한 경우에는 상행위에 관한 상법의 규정이 적용된다(대법원 2012. 4. 13. 선고 2011104246 판결 참조).

 

 그런데 이러한 준비행위가 보조적 상행위로서 상법의 적용을 받기 위해서는 그 행위를 하는 자 스스로 상인자격을 취득하는 것을 당연한 전제로 하므로, 어떠한 자가 자기 명의로 상행위를 함으로써 상인자격을 취득하고자 준비행위를 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상인의 영업을 위한 준비행위를 하는 것에 불과하다면, 그 행위는 그 행위를 한 자의 보조적 상행위가 될 수 없다. 여기에, 회사가 상법에 의해 상인으로 의제된다고 하더라도 회사의 기관인 대표이사 개인은 상인이 아니어서 비록 대표이사 개인이 회사 자금으로 사용하기 위해서 차용한다고 하더라도 상행위에 해당하지 아니하여 그 차용금채무를 상사채무로 볼 수 없는 법리(대법원 1992. 11. 10. 선고 927948 판결, 대법원 2012. 3. 29. 선고 201183226 판결 등 참조)를 더하여 보면, 회사 설립을 위하여 개인이 한 행위는, 그것이 설립 중 회사의 행위로 인정되어 장래 설립될 회사에 효력이 미쳐 회사의 보조적 상행위가 될 수 있는지 여부는 별론으로 하고, 장래 설립될 회사가 상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당연히 그 개인의 상행위가 되어 상법의 규정이 적용된다고 볼 수는 없다.

 대법원 2012. 7. 26. 선고 201143594 판결 :   등과 함께 시각장애인용 인도블록을 제조하는 공장을 운영하기로 한 후 에게서 사업자금을 차용하기 위하여  에게 부담하고 있던 채무를 연대보증하고 추가로 자금을 차용하여 합계 금액을 차용금액으로 하는 금전차용증서를 작성하였고, 그 후 시각장애인용 점자블록 제조 등을 목적으로 하는  주식회사를 설립하여 대표이사로 취임한 사안에서, 은 직접 자신의 명의로 시각장애인용 인도블록 제조 공장이나 그에 관한 사업을 운영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설립이 예정된  회사의 사업과 관련하여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 에게서 금원을 차용하였다고 볼 수 있고, 이러한 사정만으로는 을 자기 명의로 시각장애인용 인도블록사업을 하는 상인으로 볼 수 없으므로  회사의 행위가 아닌 의 차용행위를 보조적 상행위로서 개업준비행위 등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음에도, 이와 달리 의 차용금채무가 상사채무로서 5년의 소멸시효가 적용된다고 본 원심판결에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한 사례이다. 대법원 2018. 4. 24. 선고 2017205127 판결도 같은 취지이다.

 

 상사시효의 적용범위

 

상행위로부터 생긴 채권뿐 아니라 이에 준하는 채권에도 상법 제64조가 적용되거나 유추적용될 수 있다.

 

 상행위에 기초한 부당이득반환청구권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이라도 그것이 상행위인 계약에 기초하여 이루어진 급부 자체의 반환을 구하는 것으로서, 그 채권의 발생경위나 원인, 당사자의 지위와 관계 등에 비추어 그 법률관계를 상거래 관계와 같은 정도로 신속하게 해결할 필요성이 있는 경우 등에는 5년의 소멸시효를 정한 상법 제64조가 적용된다.

 대법원 2002. 6. 14. 선고 200147825 판결 : 원고가 금융기관인 피고와 사이에 외국환거래약정을 체결하면서 손해배상금의 지급에 관한 약정을 하고 그 약정에 따라 피고에게 손해배상금을 지급하였는데 그 손해배상금 지급약정이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에 위반되어 무효로 될 경우, 원고가 이미 지급한 손해배상금과 관련하여 피고에 대하여 가지게 되는 부당이득반환채권은 상행위인 계약에 기초하여 급부가 이루어진데 따라 발생한 것으로서 근본적으로 상행위에 해당하는 원고와 피고간의 외국환거래약정을 기초로 하여 발생한 것으로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그 채권 발생의 경위나 원인 등에 비추어 그로 인한 거래관계를 신속하게 해결할 필요가 있으므로 그 소멸시효의 기간에는 상법 제64조가 적용되어 5년의 소멸시효에 걸리게 된다고 봄이 타당하다.

 대법원 2007. 5. 31. 선고 200663150 판결 : 이 사건 각 보증보험계약은 제3자가 그 보험계약자인 소외 1, 3의 명의를 도용하여 체결한 것이어서 무효이므로, 원고는 피고에게 이 사건 각 보증보험계약에 따라 지급한 보험금의 반환을 구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원고의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은 근본적으로 상행위에 해당하는 이 사건 각 보증보험계약에 기초한 급부가 이루어짐에 따라 발생한 것일 뿐만 아니라, 그 채권 발생의 경위나 원인, 원고와 피고의 지위와 관계 등에 비추어 그 법률관계를 상거래 관계와 같은 정도로 신속하게 해결할 필요성이 있다고 보이므로 이에 대하여는 5년의 소멸시효를 정한 상법 제64조가 적용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대법원 2018. 6. 15. 선고 2017248803, 248810 판결 : 가맹점사업자인  등이 가맹본부인  유한회사를 상대로  회사가 가맹계약상 근거를 찾을 수 없는 ‘SCM Adm’(Administration Fee)이라는 항목으로  등에게 매장 매출액의 일정 비율에 해당하는 금액을 청구하여 지급받은 것은 부당이득에 해당한다며 그 금액 상당의 반환을 구한 사안에서,  등이 청구하는 부당이득반환채권은  등과  회사 모두에게 상행위가 되는 가맹계약에 기초하여 발생한 것일 뿐만 아니라,  회사가 정형화된 방식으로 가맹계약을 체결하고 가맹사업을 운영해 온 탓에 수백 명에 달하는 가맹점사업자들에게  등에게 부담하는 것과 같은 내용의 부당이득반환채무를 부담하는 점 등 채권 발생의 경위나 원인 등에 비추어 볼 때 그로 인한 거래관계를 신속하게 해결할 필요가 있으므로, 위 부당이득반환채권은 상법 제64조에 따라 5년간 행사하지 않으면 소멸시효가 완성된다고 한 사례.

 대법원 2021. 7. 22. 선고 2019277812 전원합의체 판결 : 보험계약자가 다수의 계약을 통하여 보험금을 부정 취득할 목적으로 보험계약을 체결하여 그것이 민법 제103조에 따라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여 무효인 경우 보험자의 보험금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은 상법 제64조를 유추적용하여 5년의 상사 소멸시효기간이 적용된다고 봄이 타당하다. 상법 제662조에서는 보험계약자의 보험금 청구권이나 보험계약 무효 등으로 발생하는 보험료 반환채권에 대해서는 3년의 소멸시효기간이 적용된다고 정하고 있는바, 이와의 균형을 고려한 것이다.

 대법원 2021. 8. 19. 선고 2018258074 판결 : 실제로 발생하지 않은 보험사고의 발생을 가장하여 청구, 수령된 보험금 상당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의 경우에도 상법 제64조를 유추적용하여 5년의 상사 소멸시효기간에 걸린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한 사례이다.

 

 그러나 이와 달리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의 내용이 급부 자체의 반환을 구하는 것이 아니거나, 위와 같은 신속한 해결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라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상법 제64조는 적용되지 않고 10년의 민사소멸시효기간이 적용된다.

 대법원 2003. 4. 8. 선고 200264957 판결 : 이 사건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은, 주식회사인 피고가 의료법인인 원고와의 부동산매매계약의 이행으로서 그 매매대금을 원고에게 지급하였으나, 원고 법인을 대표하여 위 매매계약을 체결한 대표자의 선임에 관한 원고 법인 이사회의 결의가 부존재하는 것으로 확정됨에 따라 위 매매계약이 무효로 되었음을 이유로 피고가 민법의 규정에 따라 원고에게 이미 지급하였던 위 매매대금 상당액의 반환을 구하는 것이고, 거기에 상거래 관계와 같은 정도로 신속하게 해결할 필요성이 있다고 볼 만한 합리적인 근거도 없으므로 이 사건 부당이득반환청구권에는 상법 제64조가 적용되지 아니하고, 그 소멸시효기간은 민법 제162조 제1항에 따라 10년이라고 봄이 상당하다.

 대법원 2012. 5. 10. 선고 20124633 판결 : 주식회사인 원·피고 사이에 체결된 이 사건 임대차계약은 상행위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한편 이 사건 임대차계약이 상행위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그 계약기간 만료를 원인으로 한 이 사건 부당이득반환채권은 법률행위가 아닌 법률의 규정에 의하여 발생하는 것이고, 그 발생 경위나 원인 등에 비추어 상거래 관계에 있어서와 같이 정형적으로나 신속하게 해결할 필요성이 있다고 볼 것은 아니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5년의 상사소멸시효 기간이 아니라 10년의 민사소멸시효 기간이 적용된다고 봄이 타당하다.

 대법원 2021. 6. 24. 선고 2020208621 판결 : 이익의 배당이나 중간배당은 회사가 획득한 이익을 내부적으로 주주에게 분배하는 행위로서 회사가 영업으로 또는 영업을 위하여 하는 상행위가 아니므로 배당금지급청구권은 상법 제64조가 적용되는 상행위로 인한 채권이라고 볼 수 없다. 이에 따라 위법배당에 따른 부당이득반환청구권 역시 근본적으로 상행위에 기초하여 발생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 특히 배당가능이익이 없는데도 이익의 배당이나 중간배당이 실시된 경우 회사나 채권자가 주주로부터 배당금을 회수하는 것은 회사의 자본충실을 도모하고 회사 채권자를 보호하는 데 필수적이므로, 회수를 위한 부당이득반환청구권 행사를 신속하게 확정할 필요성이 크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위법배당에 따른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은 민법 제162조 제1항이 적용되어 10년의 민사소멸시효에 걸린다고 보아야 한다.

 

 상행위로 인한 채무의 불이행에 기초한 손해배상청구권

 

채권의 발생 경위나 원인 등에 비추어 볼 때 거래관계를 신속하게 해결할 필요가 있는지 여부에 따라 상사시효가 적용되기도 민사시효가 적용되기도 한다.

 

 상사시효 적용 사례

 

 대법원 1997. 8. 26. 선고 979260 판결 : 소외 석**가 소외 장**와 함께 연탄난로 제작판매업을 동업으로 경영하면서, 그 사업자금 조달을 위하여 원고로부터 이 사건 금원과 약속어음을 차용하였다면, 위 석**의 차용 행위는 영업을 위하여 하는 보조적 상행위에 해당하고, 위 상행위로 인한 이 사건 채권은 상사채권으로서 5년의 소멸시효기간이 적용된다고 할 것이다. 그리고 상사시효가 적용되는 채권은 직접 상행위로 인하여 생긴 채권뿐만 아니라 상행위로 인하여 생긴 채무의 불이행에 기초하여 성립한 손해배상채권도 포함한다고 할 것이다.

 

 대법원 1979. 11. 13. 선고 791453 판결 : 이 사건 청구는 금융거래를 영업으로 하는 원고은행이 그 영업행위로서 한 대출금에 대한 변제기 이후의 지연손해금임이 명백하여 이를 민법 제163조 제1호 소정의 단기소멸시효에 해당하는 이자채권이라 볼 수 없고 또 위와 같은 대출금채무의 이행지체로 인한 지연손해금에 대하여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채권에 관한 민법 제766조 제1항 소정의 3년의 단기소멸시효를 여기에 적용할 여지가 없고, 이 건은 상행위로 인한 채권에 관하여 적용될 5년 간의 소멸시효를 규정한 상법 제64조가 적용되어야 할 것이다.

 

 민사시효 적용 사례

 

 대법원 2005. 11. 10. 선고 200422742 판결 : “상법 제64조의 상사시효제도는 대량, 정형, 신속이라는 상거래 관계 특유의 성질에 기인한 제도임을 고려하면, 상인이 그의 영업을 위하여 근로자와 체결하는 근로계약은 보조적 상행위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근로자의 근로계약상의 주의의무 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은 상거래 관계에 있어서와 같이 정형적으로나 신속하게 해결할 필요가 있다고 볼 것은 아니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5년의 상사 소멸시효기간이 아니라 10년의 민사 소멸시효기간이 적용된다.”라고 하면서,  979260 판결 등은 통상적인 상거래 관계에서 발생한 채무의 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에는 상사 소멸시효기간이 적용된다고 판시한 것으로서, 이 사건과는 사안과 취지를 달리하는 것이어서 적절한 선례가 될 수 없다고 하였다.

 

 대법원 2021. 8. 19. 선고 2018270876 판결 : 사용자가 상인으로서 영업을 위하여 근로자와 체결하는 근로계약이 보조적 상행위에 해당하더라도 사용자가 근로계약에 수반되는 신의칙상의 부수적 의무인 보호의무를 위반하여 근로자에게 손해를 입힘으로써 발생한 근로자의 손해배상청구와 관련된 법률관계는 근로자의 생명, 신체, 건강 침해 등으로 인한 손해의 전보에 관한 것으로서 그 성질상 정형적이고 신속하게 해결할 필요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근로계약상 보호의무 위반에 따른 근로자의 손해배상청구권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10년의 민사 소멸시효기간이 적용된다고 봄이 타당하다.

 

 상행위인 계약의 해제로 인한 원상회복청구권

 

상법 제64조의 상사시효의 대상이 된다(대법원 1993. 9. 14. 선고 9321569 판결).

 

 상행위인 계약에 기초한 하자담보책임

 

건설공사에 관한 도급계약이 상행위에 해당하는 경우 그 도급계약에 기한 수급인의 하자담보책임은 상법 제64조 본문에 의하여 원칙적으로 5년의 소멸시효에 걸리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대법원 2011. 12. 8. 선고 200925111 판결).

 

. 3년의 단기소멸시효(163)

 

이자채권, 공사대금채권, 물품대금채권은 특히 주의하기 바란다. 실무상 빈번히 등장하는 채권들이다.

 

 1년 이내의 기간으로 정한 채권 : 1년 이내의 정기에 지급되는 채권을 말한다[대법원 1996. 9. 20. 선고 9625302 판결, 대법원 2007. 2. 22. 선고 200565821 판결(집합건물의 관리비채권), 대법원 2013. 7. 12. 선고 201320571 판결(운용리스계약에서 월 대여료 채권) 등 참조].

 

예컨대  매월 30. 지급하기로 한 이자채권,  매월 15. 지급하기로 한 건물 임대료채권,  저작권 관리 위임계약에 따라 6개월마다 정산하여 지급하기로 한 저작권 사용료분배청구권[대법원 2018. 2. 28. 선고 201645779 판결. 이 경우 제대로 정산되지 않은 부분이 있다고 하여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을 주장할 수는 없다. 어떠한 계약상의 채무를 채무자가 이행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채권자는 여전히 해당 계약에서 정한 채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채무자가 그 채무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 하여 채무자가 법률상 원인 없이 이득을 얻었다고 할 수는 없고, 설령 그 채권이 시효로 소멸하게 되었다 하더라도 달리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의료인의 치료, 근무, 조제에 관한 채권 : 예컨대 치료비채권

 

 도급받은 자 등의 공사에 관한 채권: 예컨대 수급인의 공사대금채권

 

 생산자 및 상인이 판매한 생산물 및 상품의 대가 : 예컨대 물품대금채권

 

. 1년의 단기소멸시효(164)

 

 여관, 음식점, 대석, 오락장의 숙박료(대법원 2020. 2. 13. 선고 2019271012 판결 : 계속적인 숙박료, 음식료에 관하여 1개월 단위로 이를 지급하기로 약정하였더라도 3년이 아닌 1년의 단기소멸시효가 적용된다고 판단한 사례), 음식료, 대석료, 입장료, 소비물의 대가 및 체당금의 채권

 

 의복, 침구, 장구 기타 동산의 사용료의 채권

 

 노역인, 연예인의 임금 및 그에 공급한 물건의 대금채권

 

 대법원 2013. 11. 14. 선고 201365178 판결 : 일정한 채권의 소멸시효기간에 관하여 이를 특별히 1년의 단기로 정하는 민법 제164조는 그 각 호에서 개별적으로 정하여진 채권의 채권자가 그 채권의 발생원인이 된 계약에 기초하여 상대방에 대하여 부담하는 반대채무에 대하여는 적용되지 아니한다. 따라서 그 채권의 상대방이 그 계약에 기초하여 가지는 반대채권은 원칙으로 돌아가,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민법 제162조 제1항에서 정하는 10년의 일반소멸시효기간의 적용을 받는다. 간병인의 간병료 채권이 노역인의 임금 채권에 해당하여 1년의 단기소멸시효에 걸리더라도 간병인이 간병인계약에 기초하여 부담하는 채무를 불이행함으로 말미암아 발생한 손해배상청구권에 대하여 단기소멸시효가 적용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단기소멸시효의 적용을 받는 노임채권이라도 채권자인 원고와 채무자인 피고 회사 사이에 위 노임채권에 관하여 준소비대차의 약정이 있었다면 그 준소비대차계약은 상인인 피고 회사가 영업을 위하여 한 상행위로 추정함이 상당하고, 이에 의하여 새로이 발생한 채권은 상사채권으로서 5년의 상사시효의 적용을 받게 된다(대법원 1981. 12. 22. 선고 801363 판결).

 

 그리고 근로기준법에 따른 임금채권(같은 법 제49),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에 따른 퇴직금을 받을 권리(같은 법 제10)의 시효기간은 3년이다.

 

 학생 및 수업자의 교육, 의식 및 유숙에 관한 교주, 숙주, 교사의 채권

 

바. 숙박료와 음식료로 구성되어 있는 위 리조트 사용료 채권의 소멸시효기간이 문제 된 사안에서 갑 회사가 리조트 사용료를 월 단위로 지급하기로 약정하였더라도, 리조트 사용료 채권은 민법 제164조 제1호에 정한 ‘숙박료 및 음식료 채권’으로서 소멸시효기간은 1년이라고 한 사례(대법원 2020. 2. 13. 선고 2019다271012 판결)

 

 이 사건의 쟁점은, 월 단위로 지급하기로 한 숙박료의 소멸시효기간(리조트 사용료 채권의 소멸시효)이다.

 

 건설업을 하는  주식회사가 공사에 투입한 인원이 공사 기간 중에 리조트의 객실과 식당을 사용한 데에 대한 사용료를 에게 매월 말 지급하기로 약정하였는데, 숙박료와 음식료로 구성되어 있는 위 리조트 사용료 채권의 소멸시효기간이 문제 된 사안에서, 민법 제164조 제1호는 여관, 음식점, 대석, 오락장의 숙박료, 음식료, 대석료, 입장료, 소비물의 대가 및 체당금의 채권은 1년간 행사하지 아니하면 소멸시효가 완성한다고 특별히 규정하고 있으므로,  회사가 리조트 사용료를 월 단위로 지급하기로 약정하였더라도, 리조트 사용료 채권은 민법 제164조 제1호에 정한 숙박료 및 음식료 채권으로서 소멸시효기간은 1년이라는 이유로, 이와 달리 민법 제163조 제1호의 사용료 기타 1년 이내의 기간으로 정한 금전의 지급을 목적으로 한 채권으로서 소멸시효기간이 3년이라고 본 원심판결을 파기한 사례이다.

 

8. 상행위로 인한 채권의 소멸시효 (= 5년의 상사소멸시효) [이하 판례공보스터디 민사판례해설, 홍승면 P.1184-1185 참조]

 

. 상행위로 인한 채권 (일방적 상행위나 보조적 상행위로 인한 채권을 모두 포함)

 

상행위로 인한 채권에는 상법 제64조가 정한 5년의 상사소멸시효가 적용된다.

여기서 상행위로 인한 채권이라 함은 기본적 상행위는 물론, 일방적 상행위나 보조적 상행위로 인한 채권을 모두 포함한다( 대법원 1997. 8. 26. 선고 979260 판결 : 당사자 쌍방에 대하여 모두 상행위가 되는 행위로 인한 채권뿐만 아니라 당사자 일방에 대하여만 상행위에 해당하는 행위로 인한 채권도 상법 제64조 소정의 5년의 소멸시효기간이 적용되는 상사채권에 해당하는 것이고, 그 상행위에는 상법 제46조 각 호에 해당하는 기본적 상행위뿐만 아니라, 상인이 영업을 위하여 하는 보조적 상행위도 포함된다).

 

. 상사채무의 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채권

 

상사채무의 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채권에도 상사소멸시효가 적용된다( 대법원 1997. 8. 26. 선고 979260 판결 : 상사시효가 적용되는 채권은 직접 상행위로 인하여 생긴 채권뿐만 아니라 상행위로 인하여 생긴 채무의 불이행에 기하여 성립한 손해배상채권도 포함한다).

 

. 상행위인 계약의 해제로 인한 원상회복청구권

 

상행위인 계약의 해제로 인한 원상회복청구권에도 상사소멸시효가 적용된다( 대법원 1993. 9. 14. 선고 9321569 판결 : 상행위인 계약의 해제로 인한 원상회복청구권 또한 상법 제64조의 상사시효의 대상이 된다고 할 것인 바, 기록에 의하여 살펴보면, 원심이, 같은 취지에서, 원고가 이 사건 매매계약에 관한 그 주장의 해제일로부터 5년이 경과한 후에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고 하여 위 계약해제로 인한 계약금등반환청구권은 그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고 판단하였음은 정당하고, 거기에 소론과 같은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9. 상행위로 이루어진 급부가 무효로 되어 그 반환을 구하는 채권의 경우 소멸시효기간 (= 나누어서 보아야 함)  [이하 판례공보스터디 민사판례해설, 홍승면 P.1110-1111 참조]

 

. 판례의 태도

 

 대법원 2019. 9. 10. 선고 2016271257 판결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이라도 그것이 상행위인 계약에 기초하여 이루어진 급부 자체의 반환을 구하는 것으로서, 그 채권의 발생 경위나 원인, 당사자의 지위와 관계 등에 비추어 그 법률관계를 상거래 관계와 같은 정도로 신속하게 해결할 필요성이 있는 경우 등에는 5년의 소멸시효를 정한 상법 제64조가 적용된다(대법원 2002. 6. 14. 선고 200147825 판결, 대법원 2007. 5. 31. 선고 200663150 판결 등 참조). 그러나 이와 달리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의 내용이 급부 자체의 반환을 구하는 것이 아니거나, 위와 같은 신속한 해결 필요성이 인정되지 아니하는 경우라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상법 제64조는 적용되지 아니하고 10년의 민사소멸시효기간이 적용된다(대법원 2003. 4. 8. 선고 200264957, 64964 판결, 대법원 2012. 5. 10. 선고 20124633 판결 등 참조).

 

 위 판례의 취지

 

㈎ ①상행위인 계약에 기초하여 이루어진 급부 자체의 반환’ +  상거래 관계와 같은 정도로 신속하게 해결할 필요성이 있는 경우 : 5년의 상사소멸시효가 적용된다.

 

신속한 해결의 필요성 요건은 사실 객관적으로 판단하기 쉽지 않은데, 당사자 사이의 관계에서 부당이득반환을 구하는 당사자를 보호할 필요성이 있는지 여부를 하나의 요소로 고려하기 위해 이러한 법리가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위 요건 중 어느 하나라도 갖추지 못한 경우에는 10년의 민사소멸시효가 적용된다.

 

. 5년의 상사소멸시효가 적용된 경우

 

외국환거래약정에서 손해배상금의 지급에 관한 약정을 하였는데 그 약정이 약관규제법에 위반되어 무효여서 이미 지급한 손해배상금의 반환을 구하는 경우(대법원 2002. 6. 14. 선고 200147825 판결) : 원고가 금융기관인 피고와 사이에 외국환거래약정을 체결하면서 손해배상금의 지급에 관한 약정을 하고 그 약정에 따라 피고에게 손해배상금을 지급하였는데 그 손해배상금 지급약정이 약관의규제에관한법률에 위반되어 무효로 될 경우, 원고가 이미 지급한 손해배상금과 관련하여 피고에 대하여 가지게 되는 부당이득반환채권은 상행위인 계약에 기하여 급부가 이루어진데 따라 발생한 것으로서 근본적으로 상행위에 해당하는 원고와 피고간의 외국환거래약정을 기초로 하여 발생한 것으로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그 채권 발생의 경위나 원인 등에 비추어 그로 인한 거래관계를 신속하게 해결할 필요가 있으므로 그 소멸시효의 기간에는 상법 제64조가 적용되어 5년의 소멸시효에 걸리게 된다고 봄이 타당하다.

 

. 10년의 민사소멸시효가 적용된 경우

 

 대출금 채무자의 재산에 대한 배당절차에서 어느 한 채권자가 다른 채권자를 상대로 수령한 배당금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을 구하는 경우(대법원 2019. 9. 10. 선고 2016271257 판결) : 원고가 주장하는 이 사건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은 원고가 대출금 채무자의 재산에 관한 경매사건 배당절차에서 가지는 권리를 피고들이 침해함으로써 발생하였다는 것으로서 상행위에 해당하는 계약에 기초하여 이루어진 급부 자체의 반환을 구하는 것이 아니고, 원고와 피고들 사이에는 어떠한 거래관계도 없어 원고와 피고들의 법률관계를 상거래 관계와 같은 정도로 신속하게 해결할 필요성이 있다고 보이지도 않으므로, 이 사건 부당이득반환청구권에는 상법 제64조가 적용되지 아니하고 10년의 민사소멸시효기간이 적용되어야 한다.

 

 상행위인 임대차계약의 종료 이후 계속 건물을 점유ㆍ사용하는 임차인에 대해 차임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을 구하는 경우(대법원 2012. 5. 10. 선고 20124633 판결) : 임대인 갑 주식회사와 임차인 을 주식회사 사이에 체결된 건물임대차계약이 종료되었는데도을 회사가 임차건물을 무단으로 점유·사용하자 갑 회사가 을 회사를 상대로 부당이득반환을 구한 사안에서, 을 회사는 갑 회사에 대하여 임차건물의 점유·사용으로 인한 차임 상당의 부당이득금을 반환할 의무가 있는데, 주식회사인 갑 회사, 을 회사 사이에 체결된 임대차계약은 상행위에 해당하지만 계약기간 만료를 원인으로 한 부당이득반환채권은 법률행위가 아닌 법률규정에 의하여 발생하는 것이고, 발생 경위나 원인 등에 비추어 상거래 관계에서와 같이 정형적으로나 신속하게 해결할 필요성이 있는 것도 아니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10년의 민사소멸시효가 적용된다고 한 사례이다.

 

 회사의 위법배당에 따른 부당이득반환청구권(대법원 2021. 6. 24. 선고 2020208621 판결) : 배당 가능한 이익이 있는 경우 중간배당을 할 수 있는 것으로 규정한 상법 제462조의3을 위반하여 회사 내부의 이익배당이 무효로 되는 경우이다. 회사 내부의 배당이 곧 주주들과의 상행위에 기초하여 이루어진 급부라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신속한 해결의 필요성이 있는지 여부는 따져볼 필요도 없이 10년의 민사소멸시효가 적용된다.

 

 사용자의 근로계약상 보호의무위반에 따른 근로자의 손해배상청구권(= 10년의 민사소멸시효기간)(대법원 2005. 11. 10. 선고 200422742 판결, 대법원 2021. 8. 19. 선고 2018270876 판결)

 

라. 무효인 보험계약에 기하여 지급된 보험금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의 소멸시효기간(= 5년)(대법원 2021. 7. 22. 선고 2019다277812 전원합의체 판결)

 

 이 사건의 쟁점은, 보험회사가 보험계약의 무효를 이유로 보험계약자 등을 상대로 이미 지급한 보험금의 반환을 구하는 청구권은 5년의 상사 소멸시효기간이 적용되는지 여부(적극)이다.

 

 보험계약자가 다수의 계약을 통하여 보험금을 부정 취득할 목적으로 보험계약을 체결하여 그것이 민법 제103조에 따라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여 무효인 경우 보험자의 보험금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은 상법 제64조를 유추적용하여 5년의 상사 소멸시효기간이 적용된다고 봄이 타당하다.

 

 이 사건 보험계약은 보험계약자가 다수의 계약을 통하여 보험금을 부정 취득할 목적으로 체결된 것이어서 무효라는 이유로 보험회사인 원고는 피고들을 상대로 이미 지급한 보험금 전액의 반환을 청구하였다.

 

⑷ 제1심과 원심은 이 사건 보험계약이 무효이나 원고의 부당이득반환청구권에는 5년의 상사 소멸시효기간이 적용된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청구를 일부 인용하였다.

 

 대법원은 보험계약이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여 무효인 경우 보험자의 보험금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은 상법 제64조를 유추적용하여 5년의 상사 소멸시효기간이 적용된다고 판단하고, 이에 반하는 대법원 판결을 변경하였다.

 

마. 부당이득반환청구권에 상법상 소멸시효기간이 적용되는 경우 및 회사의 위법배당에 따른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이 10년의 민사소멸시효의 적용을 받는지 여부(적극)(대법원 2021. 6. 24. 선고 2020다208621 판결)

 

 이 사건의 쟁점은, 회사의 위법배당에 따라 회사가 주주에게 행사하는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이 10년의 민사소멸시효의 적용을 받는지 여부(적극)이다.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이라도 그것이 상행위인 계약에 기초하여 이루어진 급부 자체의 반환을 구하는 것으로서, 그 채권의 발생 경위나 원인, 당사자의 지위와 관계 등에 비추어 그 법률관계를 상거래 관계와 같은 정도로 신속하게 해결할 필요성이 있는 경우 등에는 5년의 소멸시효를 정한 상법 제64조가 적용된다. 그러나 이와 달리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의 내용이 급부 자체의 반환을 구하는 것이 아니거나, 위와 같은 신속한 해결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라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상법 제64조는 적용되지 않고 10년의 민사소멸시효기간이 적용된다(대법원 2002. 6. 14. 선고 2001다47825 판결, 대법원 2019. 9. 10. 선고 2016다271257 판결 등 참조).

 이익의 배당이나 중간배당은 회사가 획득한 이익을 내부적으로 주주에게 분배하는 행위로서 회사가 영업으로 또는 영업을 위하여 하는 상행위가 아니므로 배당금지급청구권은 상법 제64조가 적용되는 상행위로 인한 채권이라고 볼 수 없다. 이에 따라 위법배당에 따른 부당이득반환청구권 역시 근본적으로 상행위에 기초하여 발생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 특히 배당가능이익이 없는데도 이익의 배당이나 중간배당이 실시된 경우 회사나 채권자가 주주로부터 배당금을 회수하는 것은 회사의 자본충실을 도모하고 회사 채권자를 보호하는 데 필수적이므로, 회수를 위한 부당이득반환청구권 행사를 신속하게 확정할 필요성이 크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위법배당에 따른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은 민법 제162조 제1항이 적용되어 10년의 민사소멸시효에 걸린다고 보아야 한다.

 

 원고는 피고보조참가인에 대하여 체납조세채권을 가지고 있다.

피고들은 피고보조참가인의 주주들로 피고보조참가인으로부터 위법한 중간배당을 받았다.

원고는 피고보조참가인을 대위하여 피고들에게 위법한 중간배당으로 인한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하고 있다.

 

 이에 피고들은 부당이득반환청구권에 상사소멸시효가 적용되므로 이미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고 항변하였으나, 대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민사소멸시효가 적용된다고 판단하여 상고기각한 사례이다.

 

바. 허위․과다입원(가장보험사고)으로 수령한 보험금 상당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의 소멸시효기간(대법원 2021. 8. 19. 선고 2018다258074 판결)

 

⑴ 이 사건의 쟁점은, 허위․과다입원으로 수령한 보험금 상당 부당이득반환청구권에 적용할 소멸시효기간의 판단 기준이다.

 

⑵ 상행위인 계약의 무효로 인한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은 민법 제741조의 부당이득 규정에 따라 발생한 것으로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민법 제162조 제1항이 정하는 10년의 민사 소멸시효기간이 적용되나,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이 상행위인 계약에 기초하여 이루어진 급부 자체의 반환을 구하는 것으로서 채권의 발생 경위나 원인, 당사자의 지위와 관계 등에 비추어 법률관계를 상거래 관계와 같은 정도로 신속하게 해결할 필요성이 있는 경우 등에는 상법 제64조가 유추적용되어 같은 조항이 정한 5년의 상사 소멸시효기간에 걸린다(대법원 2021. 7. 22. 선고 2019다277812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이러한 법리는 실제로 발생하지 않은 보험사고의 발생을 가장하여 청구․수령된 보험금 상당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할 수 있다.

 

⑶ 동일인의 입원치료 시에 보험금을 지급하는 내용의 보험을 다수 가입한 후 입원치료의 필요성이 없는데도 여러 차례 입원치료를 받았다며 보험금을 청구․수령한 보험계약자가 사기죄로 처벌받은 사안에서, 이 경우 보험자의 피보험자 등에 대한 보험금 상당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은 기본적 상행위인 보험계약에 기초하여 이루어진 급부 자체의 반환을 구하는 것으로서 그 법률관계를 상거래 관계와 같은 정도로 정형적으로 신속하게 해결할 필요성이 있으므로 상사소멸시효 기간에 걸린다고 판단하여, 이와 달리 민사소멸시효기간의 적용을 받는다고 본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한 사례이다.

 

10. 하자담보책임의 제척기간 및 소멸시효 [이하 판례공보스터디 민사판례해설, 홍승면 P.815-816 참조]

 

. 제척기간

 

 매수인은 매매의 목적물에 하자가 있다는 사실을 안 날로부터 6월내에 권리를 행사해야 한다(민법 제582, 580).

 

직권조사사항이다.

 

형성권이 아니라 청구권임에도 불구하고 제척기간이 인정된다.

 

 소멸시효와 제척기간을 권리의 성질에 따라 구분하는 것이 아니라 법률규정에 따라 구분하기 때문이다.

 

법률규정에 시효가 완성한다는 취지로 규정되어 있으면 소멸시효, ‘행사해야 한다는 취지로 규정되어 있으면 제척기간으로 해석한다.

 

 6개월은 출소기간이 아니라 재판 외 행사기간이므로, 안 날로부터 6개월 내에 내용증명만 보내도 제척기간을 준수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제척기간 중 출소기간인 경우로는 채권자취소권, 점유회수청구권, 상속회복청구권 등이 있다.

 

 출소기간인 제척기간을 준수하지 못한 경우 소 각하 사유인 반면, 재판 외 행사기간인 제척기간을 준수하지 못한 경우 청구기각 사유이다(권리 소멸).

 

청구기각 사유임에도 직권조사사항에 해당한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 소멸시효

 

 소멸시효 역시 적용된다(대법원 2011. 10. 13. 선고 201110266 판결).

 대법원 2011. 10. 13. 선고 201110266 판결 : 하자담보에 기한 매수인의 손해배상청구권은 권리의 내용·성질 및 취지에 비추어 민법 제162조 제1항의 채권 소멸시효의 규정이 적용되고, 민법 제582조의 제척기간 규정으로 인하여 소멸시효 규정의 적용이 배제된다고 볼 수 없으며, 이때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무엇보다도 매수인이 매매 목적물을 인도받은 때부터 소멸시효가 진행한다고 해석함이 타당하다.

 

 인도받은 때부터 상행위면 5, 상행위가 아니면 10년의 소멸시효가 적용된다.

 

 기산점이 인도시라는 점에서 토양오염으로 인한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 시효는 제거비용을 지출하였거나 지출하여야 하는 상황이 되었을 때 현실적인 손해가 발생하여 시효가 진행한다고 본 것과 차이가 있다(대법원 2016. 5. 19. 선고 200966549 전원합의체 판결).

 

다. 폐기물 매립으로 인한 하자담보책임에 따른 손해배상청구권에 적용되는 소멸시효기간(=10년)과 기산점(=매수인이 매매의 목적물을 인도받은 때)(대법원 2020. 5. 28. 선고 2017다265389 판결)

 

 이 사건의 쟁점은, 폐기물 매립으로 인한 하자담보책임에 따른 손해배상청구권에 적용되는 소멸시효기간(=10)과 기산점(=매수인이 매매의 목적물을 인도받은 때)이다.

 

 구 한국토지공사법(2009. 5. 22. 법률 제9706호 한국토지주택공사법 부칙 제2조로 폐지)에 따라 설립된 한국토지공사는 토지를 취득·관리·개발 및 공급하게 함으로써 토지자원의 효율적인 이용을 촉진하고 국토의 종합적인 이용·개발을 도모하여 건전한 국민경제의 발전에 이바지하게 하기 위하여 설립된 법인이다. 따라서 한국토지공사가 택지개발사업을 시행하기 위하여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이하 ‘토지보상법’이라 한다)에 따라 토지 소유자로부터 사업 시행을 위한 토지를 매수하는 행위를 하더라도 한국토지공사를 상인이라 할 수 없고, 한국토지공사가 택지개발사업 지구 내에 있는 토지에 관하여 토지 소유자와 매매계약을 체결한 행위를 상행위로 볼 수 없다.

 

⑶ 한국토지공사가 택지개발사업을 시행하면서 2005. 9.경 피고들 소유의 토지를 공공용지로 협의취득한 후 택지개발사업을 마쳐 제3자에게 토지를 매도하였는데 2015. 3.경 위 토지에서 매립된 건설폐기물이 발견되어, 한국토지공사를 승계한 원고가 피고들에게 민법 제580조 제1항에 따른 하자담보책임을 청구한 사안이다.

 

⑷ 대법원은, 한국토지공사가 택지개발사업지구 내에 있는 토지에 관하여 토지 소유자와 매매계약을 체결한 행위는 상행위로 볼 수 없고, 원고의 민법 제580조 하자담보책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권은 10년의 소멸시효가 적용된다는 이유로, 원고의 손해배상채권을 상사채권으로 보아 5년의 소멸시효를 적용한 원심을 파기하였다.

 

11. 근로계약의 법적 성격과 소멸시효의 문제   [이하 판례공보스터디 민사판례해설, 전지원 P.1186-1188 참조]

 

. 근로계약(단체협약) (= 보조적 상행위)

 

판례는 근로계약(단체협약)을 보조적 상행위로 보고 있다(대법원 2020. 2. 27. 선고 2016276672 판결).

 대법원 2020. 2. 27. 선고 2016276672 판결 : 회사가 근로자와 체결한 근로계약은 보조적 상행위에 해당하므로, 그 근로계약에 따른 임금 청구에는 상법에서 정한 연 6%의 이율이 적용된다(대법원 2006. 4. 27. 선고 20061381 판결 등 참조).

 

. 상사채무의 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채권 [= 상사소멸시효(5)]

 

 회사가 근로자와 체결한 근로계약은 보조적 상행위에 해당하므로, 근로자의 임금 및 퇴직금 채권에 대한 지연손해금에 상사법정이율( 6%), 상사채무의 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채권에 상사소멸시효(5)가 적용된다(대법원 2006. 4. 27. 선고 20061381 판결).

 대법원 2006. 4. 27. 선고 20061381 판결 : 근로계약이나 단체협약이 보조적 상행위에 해당함을 이유로, 단체협약에 기한 근로자의 유족들의 회사에 대한 위로금채권에 5년의 상사소멸시효기간이 적용된다고 한 원심의 판단을 수긍한 사례

 

 다만 근로기준법 제49조는 임금채권의 소멸시효를 3년으로 규정하고 있고,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제10조는 퇴직금채권의 소멸시효를 3년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는 민법상 급료채권의 단기소멸시효와 동일하다.

 

. 근로계약상 주의의무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 (= 10년의 민사소멸시효)

 

 판례는 근로계약을 보조적 상행위로 보면서도, ‘근로자의 근로계약상 주의의무위반으로 인한 (회사의) 손해배상청구권의 시효에 관하여는 10년의 민사 소멸시효기간이 적용된다고 판시하고 있다(대법원 2005. 11. 10. 선고 200422742 판결).

 대법원 2005. 11. 10. 선고 200422742 판결 : 상법 제64조의 상사시효제도는 대량, 정형, 신속이라는 상거래 관계 특유의 성질에 기인한 제도임을 고려하면, 상인이 그의 영업을 위하여 근로자와 체결하는 근로계약은 보조적 상행위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근로자의 근로계약상의 주의의무 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은 상거래 관계에 있어서와 같이 정형적으로나 신속하게 해결할 필요가 있다고 볼 것은 아니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5년의 상사 소멸시효기간이 아니라 10년의 민사 소멸시효기간이 적용된다.

 

 위 대법원 200422742 판결은 상법 제64조에서 5년의 상사시효를 정하는 것은 대량, 정형, 신속이라는 상거래 관계 특성상 법률관계를 신속하게 해결할 필요성이 있기 때문이다. 사용자가 상인으로서 영업을 위하여 근로자와 체결하는 근로계약이 보조적 상행위에 해당하더라도 사용자가 근로계약에 수반되는 신의칙상의 부수적 의무인 보호의무를 위반하여 근로자에게 손해를 입힘으로써 발생한 근로자의 손해배상청구와 관련된 법률관계는 근로자의 생명, 신체, 건강 침해 등으로 인한 손해의 전보에 관한 것으로서 그 성질상 정형적이고 신속하게 해결할 필요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하고 있다.

대상판결도 같은 취지에서 사용자의 근로계약상 보호의무위반에 따른 근로자의 손해배상청구권에도 10년의 민사 소멸시효기간이 적용된다고 판시하였다.

 

라. 사용자의 근로계약상 보호의무위반(안전배려의무위반)에 따른 근로자의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기간(= 10년의 민사소멸시효기간)(대법원 2021. 8. 19. 선고 2018다270876 판결)

 

 이 사건의 쟁점은, 근로계약상 보호의무 위반하여 근로자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 10)이다.

 

 피고의 근로자인 원고가 피고를 상대로 작업장에서 발생한 사고로 상해를 입은 것에 대하여 손해배상을 청구하였다.

 

 원심은 근로계약상 채무불이행인 보호의무 위반의 경우 상사소멸시효가 적용된다고 보았으나, 대법원은 이와 달리 민사소멸시효가 적용된다고 판단하였다.

 

12. 판결 등에 의하여 확정된 채권의 소멸시효   [이하 민법교안, 노재호 P.298-308 참조]

 

. 의의와 취지

 

판결 등에 의하여 확정된 채권은 단기의 소멸시효에 해당한 것이라도 그 소멸시효는 10년으로 한다(165). 그 취지는 단기소멸시효가 적용되는 채권이라도 판결에 의하여 채권의 존재가 확정되면 그 성립이나 소멸에 관한 증거자료의 일실 등으로 인한 다툼의 여지가 없어지고, 법률관계를 조속히 확정할 필요성도 소멸하며, 채권자로 하여금 단기소멸시효 중단을 위해 여러 차례 중단절차를 밟도록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이다(대법원 2006. 8. 24. 선고 200426287 판결).

 

. 요건

 

 판결 등에 의하여 확정된 채권일 것

 

 판결에 의하여 확정된 채권뿐만 아니라 파산절차에 의하여 확정된 채권, 재판상의 화해, 조정 기타 판결과 동일한 효력이 있는 것에 의하여 확정된 채권에 대하여도 적용된다(165조 제2).

 

 지급명령은 집행력만 있을 뿐 기판력이 없기 때문에 여기에 해당하는지 문제되는데, 현행 민사소송법(2002. 1. 26. 법률 제6626호로 전문 개정된 것) 474조가 지급명령은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이 있다.”라고 개정된 것은 지급명령으로 확정된 채권의 소멸시효기간을 10년으로 하기 위한 목적이므로, 지급명령도 이에 포함된다. 판례도 민사소송법 제474, 민법 제165조 제2항에 의하면, 지급명령에서 확정된 채권은 단기의 소멸시효에 해당하는 것이라도 그 소멸시효기간이 10년으로 연장된다고 할 것이다.”라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09. 9. 24. 선고 200939530 판결. 그러나 구 민사소송법 시행 당시 확정된 지급명령에 대하여는 구 민사소송법에 따라 확정판결과 동일한 효력이 인정되지 아니하여 민법 제165조 제2항의 적용이 없고, 따라서 구 민사소송법 시행 당시 단기소멸시효에 해당하는 채권에 대하여 지급명령이 확정되더라도 그 소멸시효기간이 그 때부터 10년으로 연장되지 않고 그 채권의 본래의 소멸시효기간이 그대로 적용되며, 그 채권의 본래의 소멸시효기간 완성 이전에 현행 민사소송법이 시행되었다고 하더라도 달리 볼 것은 아니다(대법원 2008. 11. 27. 선고 200851908 판결)].

 

 약속어음 공정증서는 공증된 발행인 등에 대하여 집행권원으로 보지만(공증인법 제56조의2 4), 이 경우 약속어음금채권이 판결과 동일한 효력이 있는 것에 의하여 확정된 채권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10년의 소멸시효에 걸린다고 할 수 없다[대법원 1992. 4. 14. 선고 92169 판결(발행인에 대하여 3년의 어음시효 적용) 참조].

 

 판결 등의 확정 당시에 채권의 변제기가 도래하였을 것

 

 판결 등의 확정 당시에 변제기가 도래하지 아니한 채권에 대하여는 적용되지 않는다(165조 제3). 예를 들어 기한이 있는 채권에 관하여 그 기한이 도래하기 전에 채권존재확인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여 승소확정판결을 받은 경우에는 시효기간 연장의 효과가 발생하지 않는다.

 

 소송에서 법원이 판결로 소송비용의 부담을 정하는 재판을 하면서 그 액수를 정하지 않은 경우 소송비용부담의 재판이 확정됨으로써 소송비용상환의무의 존재가 확정되지만, 당사자의 신청에 따라 별도로 민사소송법 제110조에서 정한 소송비용액확정결정으로 구체적인 소송비용 액수가 정해지기 전까지는 그 의무의 이행기가 도래한다고 볼 수 없고 이행기의 정함이 없는 상태로 유지된다. 위와 같이 발생한 소송비용상환청구권은 소송비용부담의 재판에 해당하는 판결 확정 시 발생하여 그때부터 소멸시효가 진행하지만, 민법 제165조 제3항에 따라 민법 제165조 제1항에서 정한 10년의 소멸시효는 적용되지 않는다(대법원 2021. 7. 29.  20196152 결정 : 국가의 소송비용상환청구권은 금전의 급부를 목적으로 하는 국가의 권리로서 국가재정법 제96조 제1항에 따라 5년 동안 행사하지 않으면 소멸시효가 완성된다고 판단).

 

. 효과

 

 소멸시효기간의 연장

 

판결 등이 확정된 때부터 10년의 소멸시효가 적용된다.

 

 주채무자에 대한 판결의 확정이 연대보증인에게 미치는 영향

 

그 반대로 연대보증인에 대한 판결의 확정은 주채무자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면, 연대보증인에 대한 소의 제기로 주채무자에 대한 시효가 중단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주채무는 시효로 소멸할 수 있고, 그렇게 되면 보증채무의 부종성에 따라 보증채무도 소멸하게 된다.

한편, 주채무자에 대하여 판결이 확정된 후 새롭게 연대보증행위가 이루어진 경우 그 보증채무의 소멸시효기간은 보증행위가 상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따라 결정된다. 예컨대 건설자재 등 판매업을 하는   주식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물품대금 청구소송에서  승소판결이 확정된 후   회사의 물품대금채무를 연대보증한 경우, 상인인 이 상품을 판매한 대금채권에 대하여 으로부터 연대보증을 받은 행위는 반증이 없는 한 상행위에 해당하고, 따라서  에 대한 보증채권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상사채권으로서 소멸시효기간은 5년이 된다(대법원 2014. 6. 12. 선고 201176105 판결 참조).

 

 보증채무의 시효중단

 

주채무자에 대한 시효의 중단은 보증인에 대하여 그 효력이 있는바(440), 주채무자에 대한 소의 제기로 주채무자에 대한 시효가 중단되면 보증인에 대한 시효도 중단된다. 따라서 주채무자에 대한 판결이 확정되면 그 때부터 주채무 및 보증채무에 대한 시효가 새롭게 진행한다. 440조는 제169조의 예외를 인정한 것으로, 이는 보증채무의 부종성에 기인한 당연한 법리를 선언한 것이라기보다 채권자 보호 내지 채권담보의 확보를 위하여 마련한 특별 조항이다(대법원 2006. 8. 24. 선고 200426287 판결).

 

 주채무가 판결에 의하여 확정된 경우 보증채무의 시효기간

 

 주채무에 관한 판결이 확정된 경우 주채무는 판결이 확정된 때부터 10년의 소멸시효에 걸리는바(165조 제1), 보증채무는 판결이 확정된 때부터 몇 년의 소멸시효에 걸리는지, 보증채무 본래의 시효기간이 적용되는가 아니면 제165조에 의하여 10년의 시효기간이 적용되는지가 문제된다.

 

 판례는, 민법 제165조가 판결에 의하여 확정된 채권, 판결과 동일한 효력이 있는 것에 의하여 확정된 채권은 단기의 소멸시효에 해당한 것이라도 그 소멸시효는 10년으로 한다고 규정하는 것은 당해 판결 등의 당사자 사이에 한하여 발생하는 효력에 관한 것이고, 채권자와 주채무자 사이의 판결 등에 의해 채권이 확정되어 그 소멸시효가 10년으로 되었다 할지라도 위 당사자 이외의 채권자와 연대보증인 사이에 있어서는 위 확정판결 등은 그 시효기간에 대하여는 아무런 영향이 없고, 채권자의 연대보증인에 대한 연대보증채권의 소멸시효기간은 여전히 종전의 소멸시효기간에 따른다고 보아야 한다. 보증채무가 주채무에 부종한다 할지라도 보증채무는 주채무와는 별개의 독립된 채무의 성질이 있고, 민법 제440조가 주채무자에 대한 시효의 중단은 보증인에 대하여 그 효력이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나 이는 보증채무의 부종성에 기한 것이라기보다는 채권자 보호 내지 채권 담보의 확보를 위한 특별규정으로서 이 규정은 주채무자에 대한 시효중단의 사유가 발생하였을 때는 그 보증인에 대한 별도의 중단조치가 이루어지지 아니하여도 동시에 시효중단의 효력이 생기도록 한 것에 불과하고 중단된 이후의 시효기간까지가 당연히 보증인에게도 그 효력을 미친다고 하는 취지라고는 풀이되지 아니한다(대법원 1986. 11. 25. 선고 86다카1569 판결).

 

보증채무가 주채무에 부종한다 할지라도 원래 보증채무는 주채무와는 별개의 독립된 채무이어서 채권자와 주채무자 사이에서 주채무가 판결에 의하여 확정되었다고 하더라도 이로 인하여 보증채무 자체의 성립 및 소멸에 관한 분쟁까지 당연히 해결되어 보증채무의 존재가 명확하게 되는 것은 아니므로, 채권자가 보증채무에 대하여 뒤늦게 권리행사에 나선 경우 보증채무 자체의 성립과 소멸에 관한 분쟁에 대하여 단기소멸시효를 적용하여야 할 필요성은 여전히 남는다. 따라서 연장부정설이 타당하다(대법원 2006. 8. 24. 선고 200426287 판결).

 

 주채무자에 대한 판결의 확정이 담보목적물의 제3취득자 또는 물상보증인에게 미치는 영향

 

담보목적물의 제3취득자 또는 물상보증인은 채권자에게 채무자의 채무와는 별개의 독립된 채무를 부담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채무자의 채무를 변제할 책임을 부담한다.

따라서 채권에 관하여 소멸시효가 중단되거나 소멸시효기간이 제165조에 따라 연장되더라도 그 효과가 그대로 미친다. 대법원도 담보권 실행을 위한 경매절차에서 유치권의 목적물을 매수한 자가 그 피담보채권의 시효소멸을 이유로 유치권자를 상대로 유치권부존재확인의 소를 구한 사안에서, “유치권이 성립된 부동산의 매수인은 피담보채권의 소멸시효가 완성되면 시효로 인하여 채무가 소멸되는 결과 직접적인 이익을 받는 자에 해당하므로 소멸시효의 완성을 원용할 수 있는 지위에 있다고 할 것이나, 매수인은 유치권자에게 채무자의 채무와는 별개의 독립된 채무를 부담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채무자의 채무를 변제할 책임을 부담하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유치권의 피담보채권의 소멸시효기간이 확정판결 등에 의하여 10년으로 연장된 경우 매수인은 그 채권의 소멸시효기간이 연장된 효과를 부정하고 종전의 단기소멸시효기간을 원용할 수는 없다 할 것이다. 같은 취지에서 원심이,  피고들(유치권자)과 소외 주식회사(주채무자) 사이의 확정된 지급명령이나 민사조정법에 의한 조정성립에 따른 소멸시효기간 연장의 효과를 부정하고 종전의 단기소멸시효기간인 3년을 주장할 수는 없다고 판단한 것은 위 법리에 따른 것으로 정당하다.”라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09. 9. 24. 선고 200939530 판결).

 

. 기타 재산권의 시효기간20(162조 제2)

 

. 소멸시효 기간에 관한 합의

 

소멸시효는 법률행위에 의하여 이를 배제, 연장 또는 가중할 수 없으나, 이를 단축 또는 경감할 수 있다(184조 제2). 소멸시효의 완성을 곤란하게 하는 약정은 계속된 사실상태를 존중하고자 하는 시효제도의 취지에 어긋나기 때문에 그 효력을 부정하는 것이다. 한편, 소멸시효의 완성을 용이하게 하는 약정은 원칙적으로 유효하나, 임금채권과 같이 채무자(사용자)가 경제적으로 우위에 있는 경우에는 그 효력을 부정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13.  소멸시효의 기산점에 관한 일반론

 

. 관련 규정

 

 민법 제166(소멸시효의 기산점)

 소멸시효는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로부터 진행한다.

 

. 일반론

 

 소멸시효는  객관적으로 권리가 발생하여  그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부터 진행하고 그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동안에는 진행하지 아니한다. 여기서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때는 권리행사에 법률상의 장애가 있는 경우를 말하고자 한다(판례, 통설). 법률상의 장애가 아닌 사실상의 장애(예를 들어, 사실상 권리의 존재나 권리행사 가능성을 알지 못하였고 알지 못함에 과실이 없는 경우)는 소멸시효의 진행을 방해하지 아니한다(대법원 1992. 3. 31. 선고 9132053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15. 9. 10. 선고 2015212220 판결 등 참조).

 

 법률상 장애의 대표적인 예는, 기한의 미도래나 정지조건의 불성취가 있다.

기한이 아직 도래하지 않으면 권리를 행사할 수 없고, 조건이 성취되지 않으면 권리가 발생하지 아니하므로, 기한미도래 또는 정지조건 미성취 상태에서는 소멸시효가 진행하지 아니한다.

 

. 구체적인 소멸시효의 기산점

 

 확정기한이 있는 채권은 기한이 도래한 때부터 소멸시효가 진행된다. ‘확정기한이란 자연적 시간의 경과로 발생하는 시기가 확정되어 있는 기한을 말한다.

 

 불확정기한이 있는 채권의 소멸시효는 기한이 도래한 때부터 기산한다. ‘불확정기한이란 서울에 첫눈이 내릴 때’, ‘이 사망하였을 때 등과 같이 기한사실이 장래 발생하는 것이 확실하지만 그 발생시기가 확정되어 있지 않은 기한을 말한다

 

채무자가 기한의 도래를 알았는지 여부는 묻지 아니한다. 이 점에서 이행지체에 빠지는 시기(= 기한이 도래함을 안 때)와 다르다(민법 제387조 제1항 후문).

 민법 제387(이행기와 이행지체)

 채무이행의 확정한 기한이 있는 경우에는 채무자는 기한이 도래한 때로부터 지체책임이 있다. 채무이행의 불확정한 기한이 있는 경우에는 채무자는 기한이 도래함을 안 때로부터 지체책임이 있다

 

 기한의 정함이 없는 채권은 채권자가 언제라도 이행을 청구할 수 있으므로 채권발생시기가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가 된다. 당사자가 이행기에 관해 아무런 약정을 하지 않고 법률에도 이행에 관한 규정이 없는 때에 기한의 정함이 없는 채권이 된다.

 

이 경우에도 이행지체에 빠지는 시기와 다르다(민법 제387조 제2).

 387(이행기와 이행지체)

 채무이행의 기한이 없는 경우에는 채무자는 이행청구를 받은 때로부터 지체책임이 있다.

 

라. 보험금청구권의 소멸시효기산점(대법원 2021. 2. 4. 선고 2017다281367 판결)

 

 원칙

 

구 상법(2014. 3. 11. 법률 제1239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662조는 보험금청구권은 2년간 행사하지 아니하면 소멸시효가 완성한다고 규정하였다(위 상법 개정으로 보험금청구권의 소멸시효는 3년으로 변경되었다). 보험금청구권의 소멸시효는 특별한 다른 사정이 없는 한 원칙적으로 보험사고가 발생한 때부터 진행한다. 그렇지만 보험사고가 발생한 것인지 여부가 객관적으로 분명하지 아니하여 보험금청구권자가 과실 없이 보험사고의 발생을 알 수 없었던 경우에도 보험사고가 발생한 때부터 보험금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진행한다고 해석하는 것은, 보험금청구권자에게 너무 가혹하여 사회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반하고 소멸시효 제도의 존재이유에도 부합하지 않으므로, 이와 같이 객관적으로 보아 보험사고가 발생한 사실을 확인할 수 없는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보험금청구권자가 보험사고의 발생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던 때부터 보험금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진행한다.

 

구 상법(2014. 3. 11. 법률 제1239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662조는 보험금청구권은 2년간 행사하지 아니하면 소멸시효가 완성한다고 규정하였다(위 상법 개정으로 보험금청구권의 소멸시효는 3년으로 변경되었다).

보험금청구권의 소멸시효는 특별한 다른 사정이 없는 한 원칙적으로 보험사고가 발생한 때부터 진행한다.

 

 예외

 

 보험사고가 발생한 것인지 여부가 객관적으로 분명하지 아니하여 보험금청구권자가 과실 없이 보험사고의 발생을 알 수 없었던 경우에는 보험금청구권자가 보험사고의 발생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던 때(대법원 1993. 7. 13. 선고 9239822 판결, 대법원 2008. 11. 13. 선고 200719624 판결 등)이다.

 

 민법 제166조에서 소멸시효의 기산점으로 정한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때는 법률상 장애를 뜻한다.

사실상의 장애는 그것이 주관적인 것이든, 객관적인 것이든 기산점에 영향이 없다.

 

 그런데 보험금청구권은 소멸시효 기간이 3(과거에는 2)으로서 매우 단기이고, 그에 따라 보험금청구권자가 보험사고가 발생한 사실을 알지도 못한 채 소멸시효가 완성될 수 있어서 정의관념에 반한다.

 

 이에 따라 판례는 예외적으로 보험금청구권의 소멸시효에 관하여 위와 같은 판례를 만든 것으로 보인다.

 유사판례인 대법원 2003. 4. 8. 선고 200264957, 64964 판결 : 법인의 이사회결의가 부존재함에 따라 발생하는 제3자의 부당이득반환청구권처럼 법인이나 회사의 내부적인 법률관계가 개입되어 있어 청구권자가 권리의 발생 여부를 객관적으로 알기 어려운 상황에 있고 청구권자가 과실 없이 이를 알지 못한 경우, 이사회결의부존재확인판결의 확정과 같이 객관적으로 청구권의 발생을 알 수 있게 된 때로부터 소멸시효가 진행한다.

 

15. 진폐보상연금 청구권의 소멸시효 기산점(대법원 2019. 7. 25. 선고 2018두42634 판결)  [이하 대법원판례해설 제122호, 허이훈 P.3-37 참조]

 

. 산재보험법상 소멸시효

 

 산재보험법상 보험급여를 받을 권리의 소멸시효기간

 

현행 산재보험법은 제112조 제1항 본문은 제36조 제1항에 따른 보험급여를 받을 수 있는 권리 등의 시효를 3년으로 정하면서 단서에서 그에 대한 예외로 장해급여, 유족급여, 장의비, 진폐보상연금 및 진폐유족연금의 경우에는 시효를 5년으로 정하고 있다.

단서 규정은 2018. 6. 12. 법률 제15665호 개정을 통하여 신설되어 2018. 12. 13. 시행되므로 이 사건 보험급여(진폐보상연금) 청구권의 경우 3년의 소멸시효 기간이 적용된다.

이와 같이 보험급여의 실체적 요건을 충족하면 발생하는 보험급여를 받을 수 있 는 권리’, 이른바 추상적 수급권의 경우 산재보험법 제112조 제1항 제1호의 소멸 시효기간이 적용된다.

대상판결 사안은 추상적 수급권에 관한 사안이어서 문제되지 않지만, 피고의 보험급여결정에 의하여 발생하는 구체적 수급권의 경우에도 산재보험법 제112조 제1항 제1호의 시효가 적용될 것인지 여부가 문제될 수 있다.

 

 소멸시효의 기산점 일반론

 

산재보험법 제112조 제2, 민법 제166조 제1항에 의하면 산재보험법에 따른 보 험급여를 받을 권리의 소멸시효는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부터 진행한다.

여기서 권리를 행사할 수 없다라고 함은 그 권리행사에 법률상의 장애사유 예컨대, 기간의 미도래나 조건 불성취 등이 있는 경우를 말하는 것이고, 사실상 그 권리의 존부나 권리행사의 가능성을 알지 못하였거나 알지 못함에 과실이 없다고 하여도 이러한 사유는 법률상 장애사유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대법원 2010. 9. 9. 선고 200815865 판결 참조).

, 사실상의 장애사유가 있다 할지라도 소멸시효 진행에 는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이때 보험급여를 받을 권리의 행사는 산재보험법 제36조 제2항에 따른 (추상적) 수급권자의 근로복지공단에 대한 보험급여 청구를 통해 이루어진다(산재보험법 제 36조 제2, 산재보험법 시행령 제21조 제1, 2항 참조).

따라서 진폐보상연금을 받을 권리의 경우 최초 진폐보상연금 청구를 통해 보험급여를 받을 권리를 행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결국, 보험급여 청구권의 소멸시효 기산점인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는 추상적 수급권이 발생하여 근로복지공단에 보험급여 청구가 가능한 시점으로 볼 수 있는데, 개별 보험급여의 근거법률의 해석을 바탕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판례는 요양급여청구권의 소멸시효는 요양을 받은 날의 다음 날부터 매일매일 진행하는 것으로 보고(대법원 1989. 11. 14. 선고 892318 판결), 휴업급여청구권의 소멸시효는 요양으로 인하여 구체적으로 취업을 하지 못한 날의 다음 날부터 매일매일 진행하는 것으로 본다(대법원 1996. 10. 25. 선고 962033 판결).

장해급여 청구권의 소멸시효 기산점에 관하여 정면으로 판시한 대법원판결은 확인되지 않지만, 산재보험법 제57조 제1, 5조 제4호에 의하면 장해급여는 부상 또는 질병이 치유된 때 지급하고, 치유란 부상 또는 질병이 완치되거나 치료의 효과를 기대할 수 없고 그 증상이 고정된 상태에 이르게 된 것을 의미함에 비추어(대법원 2005. 4. 29. 선고 200414977 판결 참조), 장해급여청구권의 소멸시효 기산점은 치료의 효과를 더 이상 기대할 수 없게 되고 그 증상이 고정된 상태에 이르게 된 때로 해석된다(대법원 2008. 9. 25. 선고 20074810 판결).

산재보험법상 진폐보상연금 청구권의 소멸시효 기산점은 진폐보상연금 청구권에 관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를 언제로 보아야 하는지의 문제인데, 산재보험법 상 보험급여의 법적 성격과 산재보험법 제91조의3의 해석에 터 잡아 그에 관한 판판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 산재보험법 제81조에 따른 유족의 수급권의 소멸시효에 관한 검토

 

 '유족급여'는 근로자의 사망에 대하여 적절한 급여를 실시함으로써 근로자에 대한 사회보장제도를 확립하고 그 유족의 경제적 생활안정과 복리향상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한다.

유족급여제도는 근로자의 사망으로 인하여 근로자의 상속인이 그 재산을 상속하는 제도와는 취지를 달리한다.

유족급여는 별도의 보험급여로서 소멸시효 기산점은 유족이 그에 관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근로자의 사망 시점으로 볼 수 있을 것이고 판례도 같은 태도이다(대법원 2011. 11. 24. 선고 201111013 판결 참조).

 

 그런데 산재보험법 제81조에 따른 미지급 보험급여는 유족급여와 다른 특수성이 있다.

망인이 행사할 수 있었던 수급권에 관한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지만, 망인과 유족은 권리 주체가 다르고, 유족이 망인의 포괄승계인의 지위에서 수급권을 행사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본래의 보험급부와 기산점을 달리 보아야 하는 것 아닌지 문제된다.

 

이에 대하여는  고유권설(유족 자신의 법률에 의한 독자적 권리 취득 및 행사로 보는 견해)  승계취득설(유족은 망인의 수급권을 법률상 승계한 것으로 보는 견해)의 대립이 있다.

 

승계취득설이 타당하다.

 

. 진폐보상연금의 소멸시효 기산점에 관한 검토

 

산재보험법상 진폐보상연금의 소멸시효 기산점 해석에 관하여 장해상태 기준시설, 등급결정시설 및 개별적순차적 진행설의 대립이 있다.

장해상태 기준시설이 타당하다.

 

라. 대법원 2019. 7. 25. 선고 2018두42634 판결 (=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의한 보험급여청구권의 소멸시효기산점)

 

⑴ 장해상태 기준시설에 의하면, 진폐보상연금 청구권의 소멸시효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진폐근로자의 진폐장해 상태가 산재보험법 시행령에서 정한 진폐장해등급 기준에 해당하게 된 때부터 진행한다고 보아야 한다.

망인의 진폐장해상태는 2012. 5. 23. 진폐의 병형이 제1형 이상이면서 동시에 심폐기능에 고도장해가 남은 사람에 해당하여 진폐장해등급 제1급에 해당한다.

망인은 2012. 5. 23.부터 피고에게 더 높은 진폐장해등급에 따른 진폐보상연금을 청구할 수 있었으므로, 이 사건 보험급여 청구권의 소멸시효 역시 그때부터 진행한다고 보아야 하고, 이는 망인의 유족인 소외 1이 망인의 사망 후 산재보험법 제81조에 따라 망인에게 지급되지 않은 이 사건 진폐보상연금의 지급을 청구하는 경우에도 다르지 않다.

망인의 진폐증이 2014. 4.경까지 계속하여 악화되고 있었으므로 2012. 5. 23.에는 증상이 고정되었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를 들어,  2012. 5. 23.을 소멸시효의 기 산점으로 하였을 때 소외 1이 이 사건 보험급여 청구를 한 2016. 6. 14. 3년의 소 멸시효가 이미 완성되었다는 피고의 주장을 배척한 원심판단에는 진폐보상연금 청구권의 소멸시효 기산점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위 판결은 산재보험법에 따른 보험급여를 받을 권리의 소멸시효 기산점에 관하여 재해근로자의 업무상 재해가 산재보험법령이 규정한 보험급여 지급요건에 해당하여 근로복지공단에 보험급여를 청구할 수 있는 때부터 소멸시효가 진행한다는 법리를 바탕으로, 대상판결 사안에서 문제된 진폐보상연금 청구권의 소멸시효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진폐근로자의 진폐장해상태가 산재보험법 시행령에서 정한 진폐 장해등급 기준에 해당하게 된 때부터 진행한다는 점을 명시적으로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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