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의 삶과 말년 운】《마음 속 내면의 소리가 들려 온다. 인생 별거 없으니, 재미있게 살라고. 행복감을 느끼는 사람이 더 일을 잘한다고. 그래야 어느 순간 갑자기 죽어도 후회가 없다고.》〔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사주팔자에는 초년, 중년, 말년 운이 나온다.
그 중 ‘말년 운’을 가장 중요하게 본다.
어떤 일이든 처음 시작할 때는 잘 풀리고 기분 좋아도 마지막 끝의 감정이 안 좋으면, 그 모든 게 힘들고 아픈 일로만 기억되어 남게 된다.
그와 반대로 처음에는 힘들고 고통스러워도 마지막에 행복하면, 초창기의 괴롭고 힘들었던 기억조차 좋은 추억으로 남으면서 모든 것이 처음부터 끝까지 즐겁고 만족스런 행복감으로 포장된다.
그래서 죽음 가까이 갔을 때의 마음 자세가 중요하다.
현재 내 삶의 환경이 예전과 달라진 것은 전혀 없다.
그래서 내 말년의 삶도 중년의 40대, 50대와 동일할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전혀 아니다.
그저 나이가 들어 노년이 되었을 뿐인데도, 그 자체만으로 모든 것이 달라진다.
체력은 점점 떨어지고, 우울해지기도 했다.
그 동안 내가 썼던 글들의 내용이나 내 인생을 정립하는데 지주가 되었던 삶의 철학 중 상당 부분이 노년의 삶에 들어맞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다.
말년에는 늙어가는 나이에 걸맞는 새로운 인생관이 필요한 것이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수많은 책을 읽고, 그 많은 경험을 하고, 수천권의 책을 읽었지만, 그 누구도 그 어떤 책도 나에게 나이든다는 것이 이런 것이라는 것을 알려주지 않았다.
노년에 행복하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인생에서 자신에 대한 가장 많은 시간과 비용, 노력이 필요한 때가 바로 노년이다.
이십 대에는
서른이 두려웠다
서른이 되면 죽는 줄 알았다
이윽고 서른이 되었고 싱겁게 난 살아 있었다
마흔이 되니
그때가 그리 아름다운 나이였다
삼십대에는
마흔이 두려웠다
마흔이 되면 세상 끝나는 줄 알았다
이윽고 마흔이 되었고 난 슬프게 멀쩡했다
쉰이 되니
그때가 그리 아름다운 나이였다
예순이 되면 쉰이 그러리라
일흔이 되면 예순이 그러리라
죽음 앞에서
모든 그때는 절정이다
모든 나이는 아름답다
다만 그때는 그때의 아름다움을 모를 뿐이다
박우현의 시 “그때는 그때의 아름다움을 모른다”의 내용이다.
50대까지는 정말 맞는 내용이다.
그런데 솔직히 말해 정말 완전히 틀린 대목이 있다.
“예순이 되면 쉰이 그러리라. 일흔이 되면 예순이 그러리라.”라는 부분이다.
여기에 결코 속지 마라.
나이가 든다는 것은 상실의 연속이다.
건강을 잃고, 직업을 잃고, 경제적인 능력을 잃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떠나보내는 여정이다.
통계적으로 보자.
노인의 ‘자살률’이나 ‘우울증 비율’은 다른 연령대에 비하여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나게 높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 노인들의 공통점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한다.
노인들은 죽기 전 질병에 시달리며 고통을 받는 기간이 평균 약 10년이라고 한다.
노화와 질병, 우울증, 경제적 빈곤에 시달리다가 고통스럽게 죽는 것이다.
대한민국 최고의 석학이라도 해서 다르지 않다.
얼마 전 이어령 박사의 자전적인 노트 “눈물 한 방울”을 읽었다.
그 분은 탁월한 통찰력으로 문명의 패러다임을 제시해 온 시대의 지성이다.
그 열정과 남기신 업적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그럼에도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힘들고 지친 나약한 인간의 모습이 느껴진다.
고통과 슬픔이 그려져 있다.
금년 초에 몇 달간 노인성 우울증을 겪은 적이 있다.
나 같은 초긍정주의자가 우울증을 겪을 것이라고는 내 자신도 전혀 생각을 하지 못했다.
우울증을 극복하면서 그 때문에 더 많은 것을 배웠다.
‘나이 들어서는 신체의 건강이 정신을 지배하는 부분이 점점 더 커진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운동도 예전보다 더 열심히 한다.
물론 두뇌 노화를 막기 위해 새롭게 배우는 일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산에 오르면서 여유 있게 천천히 가든 재촉하면서 빨리 가든 어차피 같은 목적지에 도달한다.
그러니 너무 초조해 하고 안절부절하거나, 아등바등 살 필요가 없다.
중요한 것은 목적지에 도달할 무렵의 마음상태다.
그때 마음 속 내면에서 소리가 들려 온다.
인생 별거 없으니, 재미있게 살라고.
행복감을 느끼는 사람이 더 일을 잘한다고.
그래야 어느 순간 갑자기 죽어도 후회가 없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