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윤경/수필 3260

[시간은 당신을 기다려 주지 않는다.]【윤경변호사】

[시간은 당신을 기다려 주지 않는다.]【윤경변호사】 어느 공무원 부부가 있었다. 남편은 법원 공무원이었고, 아내는 초등학교 교사였다. 부부는 은퇴 후 시골에서 전원생활을 하면서 1년에 한 번씩 반드시 해외여행을 하기로 계획을 세웠다. 궁상스러울 정도로 돈을 아끼며 평생을 구두쇠처럼 살았다. 유일한 낙은 시골에 내려가 심을 식물 종자를 구하고, 여행을 다닐 때 입을 옷을 만드는 것이었다. 하지만 남편은 결국 은퇴를 하지 못했다. 정년퇴직을 2년 앞두고 폐암으로 숨을 거두었다. 홀로 남은 아내는 우울증에 걸렸고, 식음을 전폐한 채 사람들을 만나지 않았다. 아내는 남편과 함께 모은 돈에 감히 손을 대지 못했다. 그것은 부부가 함께 모은 그들의 돈이었고, 돈을 함께 쓸 남편이 곁에 없기 때문이었다. 어느 날 시..

[신도림역의 추억]【윤경 변호사】

[신도림역의 추억]【윤경 변호사】 아이들과 함께 ‘맨오브라만차’를 보기 위해 ‘디큐브아트센터’를 찾았다. 그런데 처음 가보는 ‘디큐브아트센터’가 위치한 곳이 ‘신도림역’ 부근이다. 1987년에 약 1년간 신도림역 부근에서 거주한 적이 있다. 당시 역사 부근에는 아파트들이 들어서기 시작했는데, 아직 개발되지 않은 지역은 조그만 공장들이 밀집되어 있거나 드문드문 주택가가 형성되어 있었다. 도서관에서 나와 전철을 타고 신도림역에 내리면 주변이 어두컴컴했다. 공장지역이 밀집한 컴컴한 골목길을 10-15분간 걸어서 ‘성락교회’ 부근의 우성아파트(은행원였던 둘째 형님의 거주지)까지 갔었다. 당시에는 가로등도 별로 없어서 무섭기도 하고, 인기척도 별로 없었다. 그런데 오늘 가보니 고층빌딩과 고층아파트가 밀집한 ‘깨끗..

[난 ‘삶의 균형’보다는 ‘삶의 우선순위’란 말이 더 좋다.]【윤경변호사】

[난 ‘삶의 균형’보다는 ‘삶의 우선순위’란 말이 더 좋다.]【윤경변호사】 많은 사람들이 “내 삶에는 균형이 필요해.”라고 한탄한다. 균형 잡힌 삶에 대한 말을 자주 듣다보니 그것이 우리가 추구해야할 목표라고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생각해 보자. 목적의식, 강한 의지력, 뚜렷한 성취욕구, 직업적 보람 등도 성공적인 삶을 만드는 요소다. 그것들을 추구하다 보면 당연히 불균형한 삶을 살게 될 가능성이 높다. 우선적으로 중요한 일들을 처리하다 보면 눈에 보이지 않는 중간의 선을 이리저리 넘나들게 된다. 남다른 성과는 일정 정도 이상의 집중력과 시간을 필요로 한다. 한 가지 일에 시간을 쏟는다는 것은 자연히 다른 일에 들어가는 시간을 줄인다는 것이다. 그러니 균형은 불가능해질 수밖에 없다. ‘균형 잡힌 삶(ba..

[똑똑하고 잘 나가는 여자를 불편해 하는 속 좁은 남자들]【윤경변호사】

[똑똑하고 잘 나가는 여자를 불편해 하는 속 좁은 남자들]【윤경변호사】 ‘오스카의 저주(Oscar love curse)’를 들어보았는가? 오스카의 저주란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수상한 여배우들은 이혼을 하게 된다는 말에서 나왔다. 12년 동안 오스카상을 받은 12명의 여배우들 중에 9명이 이혼을 하였으며 대표적으로 기네스 팰트로, 줄리아 로버츠, 할리 베리, 샤를리즈 테론, 힐러리 스웽크, 리즈 위더스푼, 케이트 윈슬렛 등이 있다. 흥미로운 사실은 상을 받은 여배우들의 남편이 ‘배우라는 같은 직업’을 가지고 있을 때 확률이 훨씬 높았다. 남자들은 여자의 손에 길러지면서도 ‘여자보다 강하고 유능해야 한다’는 생각을 어려서부터 주입받으며 자란다. 남자가 여자보다 강하고 용감하기를 바라는 건 본능에 가까운 요구이..

[추석빔을 차려입은 ‘또르’]【윤경변호사】

[추석빔을 차려입은 ‘또르’]【윤경변호사 법무법인바른】 저녁모임을 마치고 돌아오던 중 애견샵의 환한 불빛이 보인다. 차를 돌려 세우게 하고, 또르의 추석빔을 샀다. 가벼운 취기가 나도 모르게 충동구매를 부추긴다. 그래도 첫 번째 맞는 명절에 추석빔이 없을 순 없다. 역시나 문을 열자마자 날 기다리고 있는 또르! 그 변함 없는 충성심과 한결 같은 애정이 그대로 드러난다. 추석빔 사길 잘했다. 너무 기분이 좋아 “또르야!”하고 불러보지만, 이놈은 나에게 달려오는 게 아니라 그 자리에 누워 배를 홀라당 까보인다. 할 수 없이 명령어를 “이리와!” 대신에 “빵야!”로 바꾸었다. 아쉬운 사람이 굽힐 수밖에. 얄미운 차도견! 그런데 추석빔을 잘못 샀다. 여자 옷이네. 그래도 어울린다.

[역경과 고통은 삶의 일부분이지만, 일부러 자초할 필요는 없다.]【윤경변호사】

[역경과 고통은 삶의 일부분이지만, 일부러 자초할 필요는 없다.]【윤경변호사】 누구에게나 시련과 고통은 예외 없이 찾아 온다. 역경과 고통은 삶의 일부분이기 때문이다. 시련과 고통 없이는 인생이 형성되지 않는다. 고통은 사람을 단련시킨다. 위기가 오면 관계도 성장한다. 슬픔을 당한 사람은 다른 사람들과 한층 더 깊은 관계를 맺고 그들을 존중하게 되며, 남들의 고통에 대해서 관용적이게 된다. 삶에 고통이 있다는 것은 인간으로서 건강한 인생을 살고 있다는 증거다. 그렇다고 고통과 역경을 영광스런 일로 치장하거나 운명을 불필요하게 자극할 필요는 없다. 어떤 위험들을 지나치게 과소평가함으로써 고통을 초래할 필요는 없다. 모든 불행이 비켜가기를 바랄 수는 없겠지만 만약 입맛에 맞게 골라 잡을 수 있다면, 운명의 ..

[의지력은 배터리(battery)와 같아서 충전이 필요하다.]【윤경변호사】

[의지력은 배터리(battery)와 같아서 충전이 필요하다.]【윤경변호사】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Where there's a will, there's a way.)" 의지만 있으면 못할 것이 없다는 말이다. 하지만 의지력은 언제나 충만하지 않는다. 세이렌의 유혹을 물리치기 위해 돛대에 자신을 묶으라고 한 오디세우스는 자신의 의지력이 얼마나 약한지 잘 알고 있었다. 의지력을 어떤 순간에는 하늘을 뚫을 것만 같다가 또 다음 순간이면 연기처럼 ‘펑’하고 사라져 버린다. 의지력은 늘 꺼내 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사람들이 어떤 업무나 과제를 완수하기 위해서는 ‘강한 정신력과 긴장감’이 필요한대, 이를 지속시키는 에너지(의지력)는 영원하지 않다. 심리학자인 로이 바우마이스터의 기발한 실험이 이를 보여준..

[오리궁둥이가 찾아간 낙산공원과 이화동 벽화마을 탐방기]【윤경 변호사】

[오리궁둥이가 찾아간 낙산공원과 이화동 벽화마을 탐방기]【윤경 변호사】 주말 아침 일찍 운동 삼아 걷기 위해 대학로에 있는 낙산공원과 이화동 벽화마을로 향했다. 예전에 대학로에 연극을 보러갔을 때 ‘낙산공원’ 표지를 우연히 보았다. 인터넷을 검색하니 바로 그 옆에 ‘이화동 벽화마을’이 있다. 이런 곳에 공원과 성곽이 있다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이른 아침이라 너무 한적하고 상쾌하다. 성곽을 따라 걸으니 ‘이화동 벽화마을’이 바로 보인다. 예쁜 카페 겸 박물관에서 커피 한잔 마시고, 그 옆 금속공예 공방에서 ‘황동 잠자리 한 마리’를 구입했다. 골목길마다 귀엽고 예쁜 벽화와 아기자기한 조각품들이 있다. 예전에는 피난민들이 몰려 살던 산동네라고 하는데, 지금은 조그만 갤러리, 공방, 박물관, 예쁜 카페들..

[10차선 도로의 한가운데를 걷다.]【윤경변호사】

[10차선 도로의 한가운데를 걷다.]【윤경변호사】 오후 3시 30분경부터 아파트 바깥에서 음악소리가 들린다. 세빛둥둥섬에서 예술의 전당까지 서초강산퍼레이드가 오후 4시부터 오후 6시까지 벌어졌다. 이젠 각 구 단위로 문화축제행사나 각종 퍼레이드가 벌어진다. 풍악소리나 브라스밴드(Brass Band)의 연주소리가 흥겹다. 호기심에 나가 보았다. 매일 차로 다니는 10차선 도로의 한가운데를 군중들과 함께 걸으니 기분이 묘하다. 정말 많은 구민들이 퍼레이드에 참석했다. 예술의 전당까지 걸어가 커피 한잔 마시며 폐막식을 보다가 돌아 왔다. 이런 문화행사가 코 앞에서 벌어진다는 것이 신기하기만 하다. 내용도 볼 만하다. 이젠 우리나라도 문화선진국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