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윤경/수필 3261

[고개 숙인 남자는 건강검진이 두려워.]【윤경변호사】

[고개 숙인 남자는 건강검진이 무서버.]【윤경변호사】 건강검진을 받으러 아침 7시 30분에 파이낸스빌딩 38층에 도착했다. 사람들이 별로 없어 한산하다. 메르스 영향인가 보다. 건강검진을 마치고 병원에서 제공하는 죽을 먹으러 39층으로 올라가니 아무도 없다. 이젠 갈수록 검진결과를 듣기가 싫다. 각 장기마다 ‘폐차 연령’이 얼마 남았는지 확인하는 절차 같기 때문이다. 외견상 수치는 2-3년 전의 것들과 별반 차이가 없다고 한다. 하지만 내 몸은 전과 달리 반응한다. 남자들에게는 아침에 ‘Morning Erection’이 생긴다. 의지와는 전혀 상관 없이 말이다. 아침에 몸은 잠들어 있는데, ‘그놈’은 일어나기 몇 시간 전부터 벌써 깨어나 말짱한 정신으로 이리저리 뒤척인다. 전에는 ‘그놈’이 기특했다. 젊..

[내가 이런 잡글을 쓰는 이유]【윤경변호사】

[내가 이런 잡글을 쓰는 이유]【윤경변호사】 페북(facebook)이나 블로그(blog)에 ‘잡글’을 올리기 시작한 것은 약 2년 전부터다. 법원에 있을 때는 민사집행이나 저작권에 관한 단행본, 법원실무제요, 각종 주석서 및 법률논문 80여 편 등 주로 학술적인 책과 논문만 써왔다. 그 덕분에 '놈팽이' 기질이 있음에도 꽤나 오랫동안 '학구적인 인물'로 행세할 수 있었다. 페북을 시작하면서 처음에는 눈팅만 하다가 우연히 일상에 관한 단상을 적은 글을 쓴 것이 계기가 되어 지금에 이르렀다. 호기심에 끄적여 본 잡글인데, 그것이 내 인생에 큰 변화를 주었다. 내가 쓴 글에 내 스스로 강력한 자기암시에 걸려 버렸다. 사람은 자신의 속마음과 다른 글을 쓰는 것이 불가능하다. 그러다보니 글을 쓰고 읽는 동안 마음..

[로펌대표를 보면 그 조직의 흥망을 예측할 수 있다.]【윤경변호사】

[로펌대표를 보면 그 조직의 흥망을 예측할 수 있다.]【윤경변호사】 지난 달 사은회 때 연수원 제자인 ‘법무법인 현’의 대표 김동철 변호사를 만났다. 사법연수원 35기이고, 겨우 만 41세에 불과한데도 로펌(Law Firm)의 대표다. 그런데 김 변호사가 로펌의 대표가 된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열정이 대단하다. 사적인 욕심이 없이 소속변호사들이 모두 잘 되도록 격려하고, 자기 몫은 가장 나중에 가져 간다. 이런 대표 밑에서는 헌신하지 않을 변호사가 없을 것이다. 자랑스런 제자라서 뿌듯하다. 흥할 조짐이 보이는 조직이다. 지금은 제자들에게서 배운다. ‘후생가외(後生可畏)’고, ‘청출어람(靑出於藍)’이다. 이제는 모든 면에서 제자들이 나를 앞서간다. 그들의 ‘순수함’과 ‘열정’에 놀란다. 제자들이지만..

[반항기 가득한 ‘또르’]【윤경변호사】

[반항기 가득한 ‘또르’]【윤경변호사】 아직 어린 강아지다 보니 엄청나게 활달하다. 잠시도 가만 있지를 못한다. 쾌활함과 활달함을 온 가족에게 전염시킨다. 어린 강아지의 치기 어린 행동이 집 안을 즐거움과 활기로 가득 채운다. 하지만 이런 행복 뒤에는 항상 신의 질투가 따르기 마련이다. 하느님은 한 쌍의 짝을 만들었다. ‘선(善)’의 짝은 다름 아닌 ‘악(惡)’이고, 그래서 세상에 선과 악이 공존한다. ‘행복’과 ‘불행’도 떨어질 수 없는 짝이다. 안아 주면 또르는 손가락을 입에 넣고 잘근잘근 씹는다. 이빨이 조금씩 자라난 탓에 이제는 물면 아프다. ‘아야!’하면서 놀라 소리치면, 신이 나서 더 깨문다. 큰 소리로 혼을 낸다. 그러면 대부분의 강아지들은 고개를 숙이고 눈을 내리깐 채 주인의 눈치를 보게 ..

[상상력은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가는 위대하고 아름다운 힘이다.]【윤경변호사】

[상상력은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가는 위대하고 아름다운 힘이다.]【윤경변호사】 예전에 미국 LA 유니버설 스튜디오(Universal Studio)에서 “쥬라기 공원 2; 잃어버린 세계(The Lost World: Jurassic Park, 1997)”을 재미있게 본 기억이 있다. 옛 추억도 되살릴 겸 아이들과 함께 코엑스 메가박스로 ‘쥬라기 월드’를 보러 갔다. 나에게 ‘추억의 만화 아톰(Atom)’이 있듯이 말이다. 난 재미있는데, 아이들은 반응은 다소 시큰둥하다. SF 영화를 볼 때마다 난 그 상상력에 놀라곤 한다. 사람들은 어린 시절 황당하고도 엉뚱한 상상을 많이 한다. 우주비행사가 되거나 거대한 로봇을 조종하는 꿈, 행성을 탐사하고, 우주괴물을 물리치는 꿈.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현실적인 상상들이 ..

[이 세상의 아름다움을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다.]【윤경변호사】

[이 세상의 아름다움을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다.]【윤경변호사】 이른 아침 22층 스카이 브릿지(sky bridge)로 운동하러 올라 갔다. 오전 8시도 채 되지 않았는데, 창 밖의 풍경이 너무 화사하다. 하늘에는 구름 한 점 없고, 시야가 너무 깨끗하다. 화창한 날씨와 평온한 풍경이 갑자기 내 가슴을 두근 거리게 만든다. 눈에 보이는 것 하나하나가 감동으로 다가온다. 요사이 이런 일이 자주 발생한다. 길을 걷다가도, 산을 바라보다가도, 길 가에 핀 꽃을 바라보다가도,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듣다가도 쉽게 감동을 하고 가슴이 벅차 오른다. 그 전에는 음악이 이토록 감동적인 줄 몰랐다. 그 전에는 자연의 풍광이 이토록 아름다운 줄도 몰랐다. 주변의 사소한 것조차 즐겁고 기쁜 마음으로 바라보려..

[그 누구도 당신의 허락 없이 당신에게 상처를 줄 수 없다.]【윤경변호사】

[그 누구도 당신의 허락 없이 당신에게 상처를 줄 수 없다.]【윤경변호사】 독일 일간지 “쥐트도이체 차이퉁”에 미국 영화배우 모건 프리먼(Morgan Freeman)의 인터뷰 기사가 실렸다. 여기자의 첫 질문은 상당히 도발적이었다. 기자 : 내가 당신에게 ‘니그로(Negro)’(흑인을 비하하는 말)라고 하면 무슨 일이 일어납니까? 프리먼 :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요. 기자 : 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죠? 프리먼 : 만약 내가 당신에게 “멍청이 같은 독일 암캐”라고 말하면 무슨 일이 일어납니까? 기자 :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요. 프리먼 : 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죠? 기자 : 난 관심이 없으니까요. 프리먼 : 나도 똑같습니다. 기자 : 그건 일종의 눈속임 아닌가요? 프리먼 : 당신이 나를 ‘니그로..

[건강검진에 표시된 ‘의식하진정 검사’]【윤경변호사】

[건강검진에 표시된 ‘의식하진정 검사’]【윤경변호사】 다음 주 토요일로 예정된 정기 건강검진을 하기 위한 문진표 등이 도착했다. 그런데 추가검진항목에 ‘의식하진정 검사’라는 것이 있다. 이게 뭘까? 인터넷검색을 했다. ‘수면내시경’을 말한다. 근데 왜 ‘의식하진정 검사’라고 말할까? 생각해보니 오래 전 술자리에서 의사 친구로부터 ‘의식하진정 검사’에 관한 에피소드를 들은 적이 있다. 그 당시 수면내시경은 건강검진에 들어가 있는 않은 특수한 검사의 하나였다고 한다. 내시경 검사를 할 때 간호사가 주사를 놓으면 금방 잠이 든다. 회복실에서 깨어날 때까지 1시간 정도 잠이 든다고 한다. 내시경 검사시 ‘midazolam’이라는 진정수면제를 주로 사용하는데, 환자 본인이 느끼기에는 수면 상태이지만 의식은 어느 ..

[까칠남에 차도남이 되어 버린 또르]【윤경변호사】

[까칠남에 차도남이 되어 버린 또르]【윤경변호사】 예전에 깜비는 문을 열자마자 나에게 달려 왔다. 15년간 한결 같았다. 그런데 '또르(Thor)'는 자리에서 꼼짝하지 않은 채 꼬리만 흔든다. 내가 직접 와서 자기를 쓰다듬으라는 것이다. 어쩔 수 없이 내가 먼저 다가가면, 그제야 배를 홀라당 까보이면서 만져 달라고 꼬리친다. 아쉬운 내가 먼저 다가가 배를 쓰다듬고 만져준다. 아니꼬워 미치겠다. 이 놈을 길 들이려고 침대에서 함께 자지 않고, 무릎에 올려 놓지 않으며, 무절제한 애정 표현을 삼가하기로 마음 먹었다. 그런데 이놈을 보고 있노라면, 무관심한 척하기 어렵다. 일부러 외면하고 있으면, 슬슬 다가와 놀아달라고 몸을 비빈다. 응해주고 싶어 손이 부들부들 떨린다. ‘아악, 틀렸어. 난 못해. 그런 거 ..

[허름한 액세서리(accessory) 가게에서 찾은 유용한 아이템, ‘버튼 커버(Button Cover)’]【윤경변호사】

[허름한 액세서리(accessory) 가게에서 찾은 유용한 아이템, ‘버튼 커버(Button Cover)’]【윤경변호사】 지난 주말 북촌 골목길을 돌던 중 허름한 액세서리 가게(미크 MIK)를 발견했다. 젊은 장인이 열심히 금속세공을 하고 있다. 처음 보는 아이템이라서 무엇이냐고 물어보니, '버튼 커버(Button Cover)'라고 한다. ‘넥타이 핀’과 ‘커프스 버튼(cuffs button), 커프 링크스(cuff links)’의 대용품이다. 남자라면 누구나 예쁜 커프스 버튼 몇 개쯤 가지고 있다. 기본적으로 여자들은 액세서리로 꾸밀 수 있는 부분이 많이 있다. 귀걸이, 반지, 목걸이, 팔찌, 핸드백, 브로치(broach) 등 말이다. 하지만 남자에게는 매우 제한적이다. 그래서 수트(suit)를 입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