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가수 ‘알라 푸가체바(Alla Pugacheva)’가 부른 ‘백만송이 장미(Million of Red Roses)’의 묘한 사연】《러시아의 침략과 지배를 받은 라트비아의 슬픈 역사가 담긴 노래이자, 러시아의 침략으로 국토의 일부를 빼앗긴 조지아 화가의 일화를 바탕으로 러시아 가수가 부른 노래》〔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비가 오는 날은 누구나 향긋한 커피 한 잔이 당길 것이다.
라디오에서 러시아의 가수 ‘알라 푸가체바(Alla Pugacheva)’가 부른 ‘백만송이 장미(Million of Red Roses)’가 흘러나온다.
이 노래는 우리에게 아주 익숙한 심수봉의 노래 “백만송이 장미”와 같은 곡이지만, 가사는 전혀 다르다.
러시아 가수가 불러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곡 ‘백만송이 장미’의 가사는 안드레이 보즈네젠스키가 작사한 것으로 조지아 출신의 화가 ‘니코 피로스마니(Niko Pirosmani)’의 일화를 바탕으로 작사한 것이다.
조지아 국민이 사랑하고 자랑스러워하는 니코 피로스마니는 1862년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났다.
어린 나이에 고아가 된 그는 부유한 집안의 하인으로 살면서 상점 간판, 초상화 등을 그리는 일을 시작했다.
궁핍한 생활 속에서도 그림에 대한 열정과 재능이 뛰어났던 그는 자신만의 색채로 조지아의 일상을 담은 그림을 하나둘씩 남기기 시작했다.
묵묵히 그림을 그리며 살아가던 어느 날 그는 프랑스의 가수이자 배우로 알려진 아름다운 여인 마가리타(Magarita de Sevres)가 조지아에서 공연하는 것을 보고 단번에 사랑에 빠진다.
피로스마니는 그녀를 오랫동안 열렬히 사랑했지만, 그녀에게 다가갈 수는 없었다.
그는 너무나도 사랑하는 그녀를 위해 전 재산을 팔아 백만 송이의 장미를 사고 수레에 가득 실어 그녀의 집 앞에 찾아간다.
그리고 그 장미를 그녀가 사는 집 앞에 온통 뿌리며 사랑을 전한다.
감동한 그녀는 그의 키스를 받아들였지만, 그 키스는 첫 키스이자 마지막 키스가 되었다.
그날 이후로 둘은 영영 볼 수 없게 되었고, 이 이야기는 훗날 러시아 가수가 부른 백만송이 장미의 노래 가사가 되었다.
근데 여기에는 아주 슬픈 역사가 있다.
위 노래의 원곡은 라트비아에서 1981년에 발표된 “마리냐가 준 소녀의 인생”이란 노래로 라이몬즈 파울스가 작곡하고, 레온스 브리에디스가 작사하였다.
가사 내용은 라트비아가 처한 지정학적 운명과 비극적 역사를 모녀 관계에 빗대어 강대국인 ‘러시아’에게 나라의 운명이 휘둘리는 라트비아의 고난을 암시한 것이다.
운명의 여신 마리냐가 라트비아라는 딸을 낳고 정성껏 보살폈지만 가장 중요한 행복을 가르쳐 주지 않아 성장한 딸에게 기다리고 있는 것은 러시아의 침략과 지배라는 끔찍한 운명이었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이 라트비아의 노래가 그 의미를 모르는 러시아로 흘러 들어가 마찬가지로 러시아의 지배를 받게 된 조지아(옛 지명 그루지아) 화가의 일화를 바탕으로 번안되어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현재 조지아 사람들이 가장 증오하고 싫어하는 나라가 러시아라고 한다.
조지아는 러시아의 침공으로 4일만에 항복하고 ‘남오세티야’ 지역을 빼앗겼기 때문에 우크라이나만큼이나 ‘반러 성향’이 강한 국가이다.
이런 미묘한 사연을 가진 노래를 가수 심수봉이 우리나라 정서에 맞게 가사를 새로 써서 “백만송이 장미”라는 노래로 우리에게 전달한 것이다.
항아리에 담가 먹는 와인의 나라 ‘조지아’에 가보고 싶은 충동이 생긴다.
조지아는 현재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와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나라이다.
그럼에도 역마살은 어찌할 수 없나 보다.
아슬하게 대한항공 비즈니스 경로석을 확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