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대위권행사의 통지와 채무자의 처분제한, 채권자대위권의 행사 후 채무자의 해제권행사>】《채권자대위권 행사사실이 통지된 후에 ‘채무자가 채무를 불이행하여 계약이 해제되도록 한 것’이 민법 제405조 제2항에 따라 채권자대위권 행사통지 후 제한되는 ‘처분’에 해당하는지 여부(소극)(대법원 2012. 5. 17 선고 2011다87235 전원합의체 판결), 매매계약의 자동해제약정이 있는 경우 해제에 관한 판례의 태도, 부수적 채무의 불이행을 이유로 계약을 해제할 수 있는지 여부》〔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1. 판결의 요지
【판시사항】
채권자대위권행사 통지 후에 채무자의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통지 전 체결된 약정에 따라 계약이 자동 해제되거나 제3채무자가 계약을 해제한 경우, 제3채무자가 계약해제로써 채권자에게 대항할 수 있는지 여부(원칙적 적극)
【판결요지】
민법 제405조 제2항은 ‘채무자가 채권자대위권행사의 통지를 받은 후에는 그 권리를 처분하여도 이로써 채권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위 조항의 취지는 채권자가 채무자에게 대위권 행사사실을 통지하거나 채무자가 채권자의 대위권 행사사실을 안 후에 채무자에게 대위의 목적인 권리의 양도나 포기 등 처분행위를 허용할 경우 채권자에 의한 대위권행사를 방해하는 것이 되므로 이를 금지하는 데에 있다. 그런데 채무자의 채무불이행 사실 자체만으로는 권리변동의 효력이 발생하지 않아 이를 채무자가 제3채무자에 대하여 가지는 채권을 소멸시키는 적극적인 행위로 파악할 수 없는 점, 더구나 법정해제는 채무자의 객관적 채무불이행에 대한 제3채무자의 정당한 법적 대응인 점, 채권이 압류·가압류된 경우에도 압류 또는 가압류된 채권의 발생원인이 된 기본계약의 해제가 인정되는 것과 균형을 이룰 필요가 있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채무자가 자신의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매매계약이 해제되도록 한 것을 두고 민법 제405조 제2항에서 말하는 ‘처분’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채무자가 채권자대위권행사의 통지를 받은 후에 채무를 불이행함으로써 통지 전에 체결된 약정에 따라 매매계약이 자동적으로 해제되거나, 채권자대위권행사의 통지를 받은 후에 채무자의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제3채무자가 매매계약을 해제한 경우 제3채무자는 계약해제로써 대위권을 행사하는 채권자에게 대항할 수 있다. 다만 형식적으로는 채무자의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한 계약해제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채무자와 제3채무자 사이의 합의에 따라 계약을 해제한 것으로 볼 수 있거나, 채무자와 제3채무자가 단지 대위채권자에게 대항할 수 있도록 채무자의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하는 계약해제인 것처럼 외관을 갖춘 것이라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채무자가 피대위채권을 처분한 것으로 보아 제3채무자는 계약해제로써 대위권을 행사하는 채권자에게 대항할 수 없다.
2. 사안의 개요 및 쟁점
가. 사실관계
⑴ 원고는 2007. 12. 10. 소외 갑에게 4억 원을 대여하였고(변제기 2008. 2. 28.), 이 채무를 연대보증한 을 회사는 이 사건 토지 중 일부로서 원고가 지정한 6,941㎡(이하 ‘원고지정 토지’라 한다)를 위 차용금에 대한 이자 명목으로 원고에게 2008. 2. 28.까지 분할등기 및 이전하여 주기로 약정하였다.
⑵ 을 회사는 2007. 12. 12. 피고로부터 이 사건 토지를 대금 15억 원에 매수하는 계약(이하 ‘이 사건 매매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고, 계약금으로 1억 원을 지급하였다. 이 사건 매매계약 당시 특약으로 양도소득세는 매수인인 을 회사가 부담하기로 하고, 피고가 자신 명의로 공장설립허가를 받되, 인허가비용은 을 회사가 부담하며, 위 허가 후 1개월 내에 잔금 등의 지급과 동시이행으로 허가명의를 을 회사로 이전하기로 약정하였다.
⑶ 피고는 2008. 5. 9. 자신 명의로 공장설립허가를 받았고, 이로써 그로부터 1개월 후인 2008. 6. 9.경이 매매대금 잔금 및 양도소득세 상당액의 지급기일로 정해졌다.
그러나 을 회사는 위 변제기까지 돈을 마련하지 못하여 2008. 6. 17.경 피고로부터 2008. 7. 20.까지로 매매대금 잔금 및 양도소득세의 지급기일을 연장받으면서, [ 428 ] 이를 지키지 못할 경우 계약금과 공장설립에 관한 인허가 비용 등 모든 권리를 포기하기로 약정하였다.
⑷ 을 회사는 2008. 7.경까지 매매대금 중 2억 2,000만 원가량만 지급하였고, 피고에게 다시 변제기의 유예를 요청하였다. 을 회사는 2008. 11. 25. 피고로부터 매매대금 잔금 등의 변제기를 2009. 2. 28.까지로 연장받으면서 위 변제기까지 이 사건 매매계약상 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하면 계약에 따른 모든 매수인의 권리를 포기하기로 약정하고 이러한 내용의 각서를 작성하여 교부하였다. 을 회사는 2009. 1. 6. 피고에게 다시 위와 같은 내용의 각서를 작성하여 교부하였다.
⑸ 을 회사는 2009. 2. 25. 피고에게 매매대금 잔금을 모두 지급하였으나, 양도소득세 상당액은 지급하지 못하였다. 이에 을 회사는 2009. 2. 25. 피고로부터 다시 양도소득세 상당액의 지급기일을 2009. 8. 31.까지로 연장받으면서 피고에게 위 지급기일까지 양도소득세 상당액을 지급하지 아니하면 이 사건 매매계약과 관련된 을 회사의 모든 권리를 포기하고, 원고가 입은 모든 손해에 대하여도 보상하겠다는 내용의 각서를 작성해 주었다.(2009. 2. 25.자 약정)
⑹ 그러나 을 회사는 2009. 8. 31.까지도 피고에게 양도소득세를 지급하지 못하였다.
⑺ 한편 원고는 2009. 4. 14. ① 을 회사를 상대로 원고지정 토지 중 5,911㎡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를 구하고, ② 피고를 상대로 을 회사를 대위하여 을 회사로부터 양도소득세 상당액을 수령함과 동시에 을 회사에 원고지정 토지 중 5,911㎡에 대한 2007. 12. 12. 매매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의 이행을 구하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⑻ 제1심(피고에 대한 청구기각) : 제1심에서 원고의 을 회사에 대한 청구(①부분)는 인용되어 확정되었다. 그러나 원고의 제3채무자인 피고에 대한 대위청구(②부분)는 기각되었는데, 을 회사가 지급하기로 약정한 양도소득세 상당액을 최종 변제기까지 지급하지 않아 이 사건 매매계약이 실효되었다는 점을 이유로 하였다. 이에 대하여 원고가 항소하였다.
⑼ 원심(항소기각) : 원심은 을 회사와 피고 사이에 작성된 2009. 2. 25.자 각서에서 을 회사가 피고에게 최종적으로 2009. 8. 31.까지 이 사건 토지에 관한 양도소득세 상당액을 지급하지 아니하면 그 의무불이행 자체로써 이 사건 토지에 관한 매매계약을 실효시키는 것으로 하는 특약을 맺었고, 을 회사가 위 최종 변제기인 2009. 8. 31.까지 피고에게 위 양도소득세 상당액을 지급하지 못함으로써 이 사건 매매계약은 실효되었다고 판단하면서 원고의 항소를 기각하였다.
나. 쟁점
이 사건의 쟁점은, ① ‘채무자가 채무를 불이행하여 계약이 해제되도록 한 것’도 채권자대위권행사 통지 후 제한되는 ‘처분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이다.
② 채권자의 부당한 수령거절이 있었는지 여부 및 ③ 부수적 채무의 불이행을 이유로 계약을 해제할 수 있는지 여부도 부수적 쟁점이다.
3. 채권자대위권 행사 통지와 채무자의 처분권 제한에 관한 일반론 [이하 재판실무연구, 권영혜 P.163-182 참조]
가. 민법 제405조의 입법취지
⑴ 민법 제405조는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 민법 제405조 (채권자대위권행사의 통지)
① 채권자가 전조 제1항의 규정에 의하여 보전행위 이외의 권리를 행사한 때에는 채무자에게 통지하여야 한다.
② 채무자가 전항의 통지를 받은 후에는 그 권리를 처분하여도 이로써 채권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
⑵ 민법 제405조의 입법취지는 채권자대위권이 행사되면 채무자의 권리처분권이 제한된다는 것을 전제로 선관의무를 부담하고 있는 채권자로 하여금 대위권행사사실을 통지하도록 함으로써 채무자가 대위권행사에 저촉되는 행위를 하는 것을 사전에 방지하여 법률관계가 복잡해지는 것을 막고, 또 채무자의 협력을 통하여 대위에 의한 권리행사가 적절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함과 동시에 이에 위반한 채무자의 행위로써 채권자에게 대항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채권자대위권의 실질적 효과를 확보하려는 데 있다
⑶ 판례는 “민법 제405조 제2항은 채무자가 하는 처분행위의 효력에 관한 것으로서 채무자는 같은 조 제1항의 채권자에게 대위의 목적인 권리에 대하여 대위행사를 방해하는 관리처분권을 잃는 것을 규정한 것”이라고 한 것(대법원 1989. 4. 11. 선고 87다카3155 판결)과 “채권자가 대위권에 기하여 일단 채무자의 권리를 행사하기 시작하였을 때 채무자에게 대위의 목적인 권리의 양도나 포기 등 처분행위를 허용하는 것은 채권자에 의한 대위권행사를 방해하는 것이 되므로 이를 금지하는 것이 민법 제405조 제2항의 취지”라고 한 것(대법원 1990. 4. 27. 선고 88다카25274, 25281 판결)이 있다. 판례는 채권자대위권행사 통지의 효과로서의 처분제한의 입법취지를 “채권자의 대위권행사 방해금지”로 보는 입장이다.
나. 통지의 방법
판례는 반드시 채권자의 적극적인 통지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채권자의 통지가 없더라도 채무자가 어떤 경위로든지 채권자대위권 행사의 사실을 안 때에는 처분권이 제한되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대법원 1993. 4. 27. 선고 92다44350 판결, 대법원 1988. 1. 19. 선고 85다카1792 판결, 대법원 1977. 3. 22. 선고 77다118 판결 등).
다. 통지의 효과
⑴ 채권자대위권 행사사실의 통지가 있었거나 채무자가 이를 안 이후에는 채무자의 처분권이 제한된다. 채권자대위권 행사사실이 채무자에게 통지되면 채무자가 그 권리를 처분하여도 이로써 채무자에게 대항할 수 없다.
⑵ 채무자의 처분권 제한의 효력은 제3채무자에게도 미친다. 채무자가 한 처분행위의 효력을 제3채무자가 주장할 수 있다면 민법 제405조 제2항의 처분제한의 효력은 유명무실하게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채권자가 대위권행사를 통지한 이후 채무자의 처분행위에 터잡아 취득한 항변사유, 예컨대 화해, 채무면제 등은 채권자에게 주장할 수 없다. 그러나 채무자의 처분행위가 아닌 행위에 터잡아 취득한 항변사유, 예컨대 변제로 인한 채무의 소멸을 주장하는 것은 금지되지 아니한다.
라. 제한되는 채무자의 처분행위의 범위
⑴ 판단 기준
채무자의 처분권을 제한하는 것은 채권자의 대위권행사 이후에 채무자에게 대위의 목적인 권리의 처분을 허용하면 채권자의 대위권행사가 방해받기 때문이다. 따라서 채무자의 대위권행사와 상충되는 내용의 권리행사는 제한된다. 그러나 채무자의 재산관리의 자유와 제3채무자가 대위채권자로 인하여 채무자가 권리를 행사하는 경우보다 불리해져서도 안된다는 점 등도 함께 고려하여 개별행위마다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⑵ 판례상 제한되는 처분행위로 인정된 경우
① 무효행위의 추인, 권리의 포기 : 채권자가 채무자와 제3채무자 사이의 무효인 매매계약에 의하여 마쳐진 소유권이전등기의 말소등기청구권을 대위행사하여 소를 제기한 후에 채무자가 무효인 매매계약을 추인하거나, 말소등기청구권을 포기할 수 없다(대법원 1975. 12. 23. 선고 73다1086 판결, 대법원 1989. 3. 14. 선고 88다카112 판결 등).
② 합의해제[◎ 대법원 2007. 6. 28. 선고 2006다85921 판결(동지 : 대법원 1996. 4. 12. 선고 95다54167 판결) : 채권자가 채무자와 제3채무자 사이에 체결된 부동산매매계약에 기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보전하기 위해 채무자를 대위하여 제3채무자의 부동산에 대한 처분금지가처분을 신청하여 가처분결정을 받은 경우에는 피보전권리인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행사한 것과 같이 볼 수 있으므로, 채무자가 그러한 채권자대위권 행사 사실을 알게 된 후에 그 매매계약을 합의해제함으로써 채권자대위권의 객체인 부동산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소멸시켰다 하더라도 이로써 채권자에게 대항할 수 없고, 그 결과 제3채무자 또한 그 계약해제로써 채권자에게 대항할 수 없다. ◎ 대법원 1993. 4. 27. 선고 92다44350 판결 : 매도인인 제3채무자가 매매계약을 해제하려고 원상회복의 방법으로 지급받은 매매대금을 공탁한 데 대하여, 매수인인 채무자가 아무런 이의 없이 공탁의 취지에 따라 공탁금을 수령함으로써 계약당사자 사이의 합의에 의하여 매매계약이 해제되는 효과를 발생하게 하는 것은 채권자가 채무자를 대위하여 행사하고 있는 채무자의 제3채무자에 대한 매매계약에 따른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처분하는 것에 해당하므로 채권자대위소송의 소장 부본이 채무자에게 송달된 이후 채무자가 제3채무자가 공탁한 매매대금을 이의 없이 수령함으로써 매매계약이 해제되는 효과를 발생하도록 승인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로써 채권자에게는 대항할 수 없다].
⑶ 판례상 제한되는 처분행위로 인정되지 않은 경우
① 변제의 수령, 채무자 명의로의 소유권이전등기(대법원 1991. 4. 12. 선고 90다9407 판결 : 채권자가 채무자를 대위하여 채무자의 제3채무자에 대한 권리를 행사하고 채무자에게 통지를 하거나 채무자가 채권자의 대위권 행사사실을 안 후에는 채무자는 그 권리에 대한 처분권을 상실하여 그 권리의 양도나 포기등 처분행위를 할 수 없고 채무자의 처분행위에 기하여 취득한 권리로서는 채권자에게 대항할 수 없으나, 채무자의 변제수령은 처분행위라 할 수 없고 같은 이치에서 채무자가 그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하는 것 역시 처분행위라고 할 수 없으므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의 대위행사 후에도 채무자는 그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하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다).
② 제3채무자가 신청한 지급명령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행위[대법원 2007. 9. 6. 선고 2007다34135 판결 : 원고(채권자)가 채무자와 피고(제3채무자) 사이의 근저당권설정계약이 통정허위표시임을 이유로 채무자를 대위하여 그 말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는데, 그 후 채무자가 피고(제3채무자)가 신청한 지급명령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아 강제경매절차에서 부동산이 매각됨으로써 위 근저당권설정등기가 말소된 경우, 채무자가 지급명령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것이 대위채권자가 행사하고 있는 권리의 처분이라고 할 수 없어 피고(제3채무자)는 위 근저당권설정등기의 말소로 원고(채권자)에게 대항할 수 있다. 위 사안에서 원고(채권자)는, 채권자대위권에 기한 근저당권설정등기말소소송 계속 중 피고(제3채무자)가 신청한 지급명령에 채무자가 이의하지 않음으로써 지급명령에 기한 강제경매가 이루어지게 한 것은 민법 제405조 제2항에서 규정한 채무자의 처분행위에 해당하므로 위 근저당권설정등기의 말소로 원고에게 대항할 수 없다고 주장하였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4. 대위권 행사의 통지와 채무자의 처분 제한 [이하 민법교안, 노재호 P.538-544 참조]
가. 대위권 행사의 통지
채권자가 채무자를 대위하여 보존행위 이외의 권리를 행사한 때에는 채무자에게 통지하여야 한다(제405조 제1항). 피보전채권의 이행기 전에 법원의 허가를 얻어 대위권을 행사한 경우에는 법원이 직권으로 채무자에게 고지한다(비송사건절차법 제49조 제1항).
나. 채무자의 처분 제한
⑴ 의의 및 취지
① 채무자가 통지를 받은 후(채권자의 대위권 행사 사실을 다른 방법으로 알게 된 경우도 포함. 대법원 1993. 4. 27. 선고 92다44350 판결 등)에는 그 권리를 ‘처분’하여도 이로써 채권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제405조 제2항).
② 제3채무자 역시 채무자의 위 처분으로 인하여 생긴 사유로 채권자에게 대항할 수 없다. 위 조항의 취지는 채권자가 채무자에게 대위권 행사 사실을 통지하거나 채무자가 채권자의 대위권 행사 사실을 안 뒤에 채무자에게 대위의 목적인 권리의 양도나 포기 등 처분행위를 허용할 경우 채권자에 의한 대위권행사를 방해하는 것이 되므로 이를 금지하는 데에 있다.
③ 다만, 제3채무자 입장에서는 채무자가 직접 권리를 행사하는 경우에 비하여 채권자가 대위권을 행사한 경우에 자신의 법적 지위가 더 불리해져서는 안 되므로, 채무자의 어떠한 행위가 금지되는 처분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채권자대위권의 실효성 확보’라는 측면 외에도 ‘제3채무자의 정당한 이익’을 함께 고려하여 개별행위마다 판단하여야 한다.
⑵ 판례상 금지되는 처분행위로 인정된 경우
㈎ 무효행위의 추인, 권리의 포기
채권자가 채무자와 제3채무자 사이의 무효인 매매계약에 의하여 마쳐진 소유권이전등기의 말소등기청구권을 대위행사하여 소를 제기한 후에 채무자가 무효인 매매계약을 추인하거나, 말소등기청구권을 포기할 수 없다(대법원 1975. 12. 23. 선고 73다1086 판결, 대법원 1989. 3. 14. 선고 88다카112 판결 등).
㈏ 채권의 발생원인이 된 기본계약의 합의해제
① 채권자가 채무자와 제3채무자 사이에 체결된 부동산매매계약에 기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보전하기 위해 채무자를 대위하여 제3채무자의 부동산에 대한 처분금지가처분을 신청하여 가처분결정을 받은 경우에는 피보전권리인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행사한 것과 같이 볼 수 있으므로, 채무자가 그러한 채권자대위권 행사 사실을 알게 된 후에 그 매매계약을 합의해제함으로써 채권자대위권의 객체인 부동산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소멸시켰다 하더라도 이로써 채권자에게 대항할 수 없고, 그 결과 제3채무자 또한 그 계약해제로써 채권자에게 대항할 수 없다(대법원 2007. 6. 28. 선고 2006다85921 판결 등).
② 같은 취지에서, 매도인인 제3채무자가 매매계약을 해제하려고 원상회복의 방법으로 지급받은 매매대금을 공탁한 데 대하여, 매수인인 채무자가 아무런 이의없이 공탁의 취지에 따라 공탁금을 수령함으로써 계약당사자 사이의 합의에 의하여 매매계약이 해제되는 효과를 발생하게 하는 것은 채권자가 채무자를 대위하여 행사하고 있는 채무자의 제3채무자에 대한 매매계약에 따른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처분하는 것에 해당하므로 채권자대위소송의 소장 부본이 채무자에게 송달된 이후 채무자가 제3채무자가 공탁한 매매대금을 이의 없이 수령함으로써 매매계약이 해제되는 효과를 발생하도록 승인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로써 채권자에게는 대항할 수 없다(대법원 1993. 4. 27. 선고 92다44350 판결).
그러나 채권자대위권이 행사되었다고 하여 피대위권리의 발생원인인 계약에 대한 당사자의 처분의 자유를 전면적으로 제한하는 것은 부당하고, 이는 채권이 압류·가압류된 경우에도 압류 또는 가압류된 채권의 발생원인이 된 기본계약의 합의해제가 원칙적으로 인정되는 것(대법원 2000. 4. 11. 선고 99다51685 판결 등 참조)과 균형이 맞지 않으므로, 아무런 합리적인 이유 없이 채권의 소멸만을 목적으로 계약을 합의해제 한 것이라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만 채무자 및 제3채무자가 합의해제로 써 채권자에게 대항할 수 없다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
㈐ 시효이익의 포기
甲이 乙을 대위하여 丙을 상대로 근저당권설정등기 말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하면서 근저당권의 피담보채권인 丙의 乙에 대한 채권이 시효로 소멸하였다고 주장하였는데, 소송계속 중에 甲의 채권자대위권 행사 사실을 알고 있는 乙이 丙에 대한 채무를 인정하고 이를 변제하겠다는 내용의 진술서를 법원에 제출하여 소멸시효의 이익을 포기한 사안에서, 대법원은 “甲은 乙에 대한 채권자로서 그를 대위하여 그가 丙에 대하여 가지는 소멸시효의 이익을 원용할 수 있다고 할 것이고, 한편 乙은 이 사건 소송의 제1심에서 증인으로 출석하여 증언함으로써 甲이 위와 같이 채권자대위권을 행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할 것이므로 그 이후인 2009. 8. 13.에 乙이 丙에 대한 소멸시효의 이익을 포기하였더라도 이로써 甲에게 대항할 수 없다.”라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10. 10. 28. 선고 2010다58377 판결).
⑶ 판례상 금지되는 처분행위로 인정되지 않은 경우
㈎ 변제의 수령, 채무자 명의로의 소유권이전등기
채권자가 채무자를 대위하여 채무자의 제3채무자에 대한 권리를 행사하고 채무자에게 통지를 하거나 채무자가 채권자의 대위권 행사사실을 안 후에는 채무자는 그 권리에 대한 처분권을 상실하여 그 권리의 양도나 포기 등 처분행위를 할 수 없고 제3채무자는 채무자의 처분행위에 기초하여 취득한 권리로서는 채권자에게 대항할 수 없으나, 채무자의 변제수령은 처분행위라 할 수 없고, 같은 이치에서 채무자가 그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치는 것 역시 처분행위라고 할 수 없으므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의 대위행사 후에도 채무자는 그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하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다(대법원 1991. 4. 12. 선고 90다9407 판결).
채무자가 제3채무자로부터 이행을 받는 것은 채권자가 대위권 행사에 의하여 달성하려고 했던 바로 그것이므로 이를 금지할 이유는 없기 때문이다.
㈏ 제3채무자가 신청한 지급명령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행위
원고(채권자)가 채무자와 피고(제3채무자) 사이의 근저당권설정계약이 통정허위표시임을 이유로 채무자를 대위하여 그 말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는데, 그 후 채무자가 피고(제3채무자)가 신청한 지급명령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아 강제경매절차에서 부동산이 매각됨으로써 위 근저당권설정등기가 말소된 경우[근저당권설정등기의 말소등기절차 이행을 구하는 소송 중 그 근저당권설정등기가 경락을 원인으로 하여 말소된 경우에는 더 이상 근저당권설정등기의 말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이 없다(대법원 2003. 1. 10. 선고 2002다57904 판결 등 참조). 따라서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한 경매절차에서 이 사건 부동산이 매각되고 이 사건 근저당권설정등기가 말소된 이상, 원고가 이 사건 근저당권설정등기의 말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이 없게 된다], 채무자가 지급명령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것이 대위채권자가 행사하고 있는 권리의 처분이라고 할 수 없으므로 피고(제3채무자)는 위 근저당권설정등기의 말소로 원고(채권자)에게 대항할 수 있다(대법원 2007. 9. 6. 선고 2007다34135 판결).
㈐ 채무를 불이행함으로써 제3채무자로 하여금 채권의 발생원인이 된 기본계약을 해제하게 하거나 자동해제약정에 따라 그 기본계약이 실효되도록 한 경우
종전의 판례는 甲이 乙로부터 매수한 부동산을 다시 甲으로부터 매수한 丙이 채무자인 甲, 제3채무자인 乙에 대하여 순차 소유권이전등기절차의 이행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여 그 중 乙에 대한 채권자대위소송이 상고심에 계속중 甲이 乙의 매매잔대금 지급 최고에 응하지 아니하여 乙로 하여금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있도록 한 경우, 이는 채무자가 채권자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처분하는 것에 해당하여 甲과 乙은 丙에게 그 계약해제로써 대항할 수 없다고 하였으나(대법원 2003. 1. 10. 선고 2000다27343 판결), 대법원 2012. 5. 17. 선고 2011다87235 전원합의체 판결은 대법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 채무자의 채무불이행 사실 자체만으로는 권리변동의 효력이 발생하지 않아 이를 채무자가 제3채무자에 대하여 가지는 채권을 소멸시키는 적극적인 행위로 파악할 수 없는 점, ㉡ 더구나 법정해제는 채무자의 객관적 채무불이행에 대한 제3채무자의 정당한 법적 대응인 점, ㉢ 채권이 압류·가압류된 경우에도 압류 또는 가압류된 채권의 발생원인이 된 기본계약의 해제가 인정되는 것과 균형을 이룰 필요가 있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채무자가 자신의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매매계약이 해제되도록 한 것을 두고 민법 제405조 제2항에서 말하는 ‘처분’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채무자가 채권자대위권행사의 통지를 받은 후에 채무를 불이행함으로써 통지 전에 체결된 약정에 따라 매매계약이 자동적으로 해제되거나, 채권자대위권행사의 통지를 받은 후에 채무자의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제3채무자가 매매계약을 해제한 경우 제3채무자는 그 계약해제로써 대위권을 행사하는 채권자에게 대항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다만 형식적으로는 채무자의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한 계약해제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채무자와 제3채무자 사이의 합의에 따라 계약을 해제한 것으로 볼 수 있거나, 채무자와 제3채무자가 단지 대위채권자에게 대항할 수 있도록 채무자의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하는 계약해제인 것처럼 외관을 갖춘 것이라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채무자가 그 피대위채권을 처분한 것으로 보아 제3채무자는 그 계약해제로써 대위권을 행사하는 채권자에게 대항할 수 없다고 할 것이다.”라고 판시하여 종전의 판례를 변경하였다.
◎ 대법원 2012. 5. 17. 선고 2011다87235 전원합의체 판결 : 원심은 채무자가 2007. 12. 12. 피고와 이 사건 매매계약을 체결하면서 피고에게 매매대금 잔금 14억 원과 별도로 양도소득세 상당액을 지급하기로 약정한 사실, 채무자는 2008. 6. 9. 매매대금 잔금 및 양도소득세 상당액의 지급기일이 도래하였는데도, 이를 지급하지 못하여 피고로부터 2008. 7. 20.까지 지급기일을 연장받으면서 이를 지키지 못할 경우 계약금을 비롯한 모든 권리를 포기하기로 약정한 사실, 채무자는 그 후로도 매매대금 잔금 중 일부만 지급하였을 뿐 위 연장된 지급기일까지 매매대금 잔금과 양도소득세 상당액을 지급하지 못하여 2008. 11. 25. 변제기를 다시 2009. 2. 28.까지로 연장받으면서 위 변제기까지 이 사건 매매계약상 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하면 계약에 따른 모든 매수인의 권리를 포기하기로 약정하였고 이와 같은 내용을 2009. 1. 6. 상호 간에 재차 확인한 사실, 채무자는 2009. 2. 25. 피고에게 이 사건 토지에 관한 매매대금 잔금은 모두 지급하였으나, 양도소득세 상당액은 지급하지 못한 사실, 이에 채무자는 2009. 2. 25. 다시 양도소득세 상당액 지급기일을 2009. 8. 31.까지로 연장받으면서 피고에게 위 지급기일까지 양도소득세 상당액을 지급하지 아니하면 이 사건 매매계약과 관련된 채무자의 모든 권리를 포기하고, 채무자의 채무불이행으로 피고가 입은 모든 손해도 보상하겠다는 내용의 각서를 작성해 준 사실, 그러나 채무자는 2009. 8. 31.까지도 피고에게 이 사건 토지에 관한 양도소득세 상당액을 지급하지 못한 사실 등을 인정한 다음, 적어도 위 각서가 작성된 2009. 2. 25.에는 채무자가 피고에게 최종적으로 2009. 8. 31.까지 이 사건 토지에 관한 양도소득세 상당액을 지급하지 아니하면 그 채무불이행 자체로써 이 사건 토지에 관한 매매계약을 실효시키는 것으로 하는 특약을 맺은 것이라 할 것이므로, 채무자가 위 최종 변제기인 2009. 8. 31.까지 피고에게 이 사건 토지에 관한 양도소득세 상당액을 지급하지 못함으로써 이 사건 매매계약은 실효되었고, 이와 같은 채무자의 채무불이행으로 위 2009. 2. 25. 자 특약에 의하여 이 사건 매매계약이 실효된 것을 채무자가 채권자대위권행사의 통지를 받은 후 제3채무자인 피고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처분한 것으로 평가할 수없다고 판단하였다. 채무자와 피고 사이에 체결된 위 2009. 2. 25. 자 특약이 형식적으로는 채무자의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한 계약해제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채무자와 피고 사이의 합의해제로 볼 수 있다거나, 채무자와 피고가 채무자의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하는 계약해제인 것처럼 외관을 갖춘 것이라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을 발견할 수 없는 이 사건에서 원심의 이와 같은 판단은 앞서 본 법리에 따른 것으로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채권자대위권행사 통지 후의 채무자의 처분권 제한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없다.
다. 피대위채권에 대하여 채권자대위소송과 압류 등이 경합하는 경우
⑴ 압류, 가압류, 처분금지가처분
채권자대위소송에서 제3채무자로 하여금 직접 대위채권자에게 금전의 지급을 명하는 판결이 확정되더라도, 대위의 목적인 권리, 즉 채무자의 제3채무자에 대한 피대위채권이 그 판결의 집행채권으로서 존재하는 것이고 대위채권자는 채무자를 대위하여 피대위채권에 대한 변제를 수령하게 될 뿐 자신의 채권에 대한 변제로서 수령하게 되는 것이 아니므로, 그 피대위채권이 변제 등으로 소멸하기 전이라면 채무자의 다른 채권자는 이에 대하여 압류 또는 가압류, 처분금지가처분을 할 수 있다(대법원 2016. 9. 28. 선고 2016다205915 판결).
⑵ 전부명령
채권자대위소송이 제기되고 대위채권자가 채무자에게 대위권 행사사실을 통지하거나 채무자가 이를 알게 되면 제405조 제2항에 따라 채무자는 피대위채권을 양도하거나 포기하는 등 채권자의 대위권 행사를 방해하는 처분행위를 할 수 없게 되고 이러한 효력은 제3채무자에게도 그대로 미치는데, 그럼에도 그 이후 대위채권자와 평등한 지위를 가지는 채무자의 다른 채권자가 피대위채권에 대하여 전부명령을 받는 것도 가능하다고 하면, 채권자대위소송의 제기가 채권자의 적법한 권리행사방법 중 하나이고 채무자에게 속한 채권을 추심한다는 점에서 추심소송과 공통점도 있음에도 그것이 무익한 절차에 불과하게 될 뿐만 아니라, 대위채권자가 압류·가압류나 배당요구의 방법을 통하여 채권배당절차에 참여할 기회조차 가지지 못하게 한 채 전부명령을 받은 채권자가 대위채권자를 배제하고 전속적인 만족을 얻는 결과가 되어, 채권자대위권의 실질적 효과를 확보하고자 하는 제405조 제2항의 취지에 반하게 된다. 따라서 채권자대위소송이 제기되고 대위채권자가 채무자에게 대위권 행사사실을 통지하거나 채무자가 이를 알게 된 이후에는 민사집행법 제229조 제5항이 유추적용되어 피대위채권에 대한 전부명령은, 우선권 있는 채권에 기초한 것이라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무효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대법원 2016. 8. 29. 선고 2015다236547 판결).
라. 제3채무자의 지위
⑴ 원칙
① 채권자대위권은 채무자의 제3채무자에 대한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므로, 제3채무자는 채무자에 대해 가지는 모든 항변사유로써 채권자에게 대항할 수 있다.
② 그러나 제3채무자는 채무자가 채권자에 대해 가지는 항변사유로는 채권자에게 대항할 수 없는 것이 원칙이다. 이는 제3채무자는 채무자가 채권자에 대하여 가지는 항변권이나 형성권 등과 같이 그 권리자에 의한 행사를 필요로 하는 사유(소멸시효 항변, 취소권·해제권의 행사 등)를 들어 채권자의 채무자에 대한 권리가 인정되는지 여부를 다툴 수 없다는 의미이다.
채권자의 채무자에 대한 권리의 발생원인이 된 법률행위가 무효라거나 위 권리가 변제 등으로 소멸하였다는 등의 사실을 주장하여 채권자의 채무자에 대한 권리가 인정되는지 여부를 다투는 것은 가능하고, 이 경우 법원은 제3채무자의 위와 같은 주장을 고려하여 채권자의 채무자에 대한 권리가 인정되는지 여부에 관하여 직권으로 심리·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5. 9. 10. 선고 2013다55300 판결 : 원고가 주장하는 피보전채권의 발생원인이 된 법률행위가 무효라고 판단하고 채권자대위의 소를 각하한 사례).
③ 또한 채권자는 제3채무자에 대하여 채무자가 주장할 수 있는 사유의 범위에서 주장할 수 있을 뿐, 자기와 제3채무자 사이의 독자적인 사정에 기한 사유를 주장할 수는 없다.
◎ 대법원 2009. 5. 28. 선고 2009다4787 판결 : 채권자가 무효인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의 보전을 위한 가등기의 유용 합의에 따라 부동산 소유자인 채무자로부터 그 가등기 이전의 부기등기를 마친 제3채무자를 상대로 채무자를 대위하여 가등기의 말소를 구한 사안에서, 채권자가 그 부기등기 전에 부동산을 가압류한 사실을 주장하는 것은 채무자가 아닌 채권자 자신이 제3채무자에 대하여 가지는 사유에 관한 것이어서 허용되지 않는다고 한 사례.
◎ 대법원 2020. 7. 9. 선고 2020다223781 판결 : 임대차보증금반환채권에 대한 질권자가 임대인을 대위하여 임차인에게 임대차 종료를 원인으로 한 목적물의 인도를 청구하자 임차인이 임대차계약의 갱신을 주장한 사안에서, 질권자는 임차인과 사이의 약정에 근거하여 임차인의 갱신 주장에 대항할 수 없다고 판단한 사례.
⑵ 대위권 행사 통지 후 채무자의 ʻ처분ʼ으로 인하여 생긴 사유
대위권의 행사 또는 그 행사에 대한 허가의 재판이 채무자에게 통지 또는 고지되거나 채무자가 그 사실을 어떠한 사유로든 알게 된 경우에는 채무자는 그 권리에 관한 처분권을 상실하므로, 그 후에 채무자가 한 그 권리에 관한 처분행위에 기초하여 제3채무자가 취득한 항변사유로는 채권자에게 대항할 수 없다. 금지되는 처분행위의 범위에 관하여는 앞서 살펴본 바와 같다.
마. 채권자대위소송 계속 중에 채무자가 파산한 경우
채권자대위소송에서 원고는 채무자에 대한 자신의 권리를 보전하기 위하여 채무자를 대위하여 자신의 명의로 채무자의 제3채무자에 대한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므로, 그 지위는 채무자 자신이 원고인 경우와 마찬가지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소송의 당사자가 파산선고를 받은 때에 파산재단에 관한 소송절차는 중단되고(민사소송법 제239조), 파산채권자는 파산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파산채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된다(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424조). 그리고 채무자가 파산선고 당시에 가진 모든 재산은 파산재단에 속하게 되고, 채무자는 파산재단을 관리 및 처분하는 권한을 상실하며 그 관리 및 처분권은 파산관재인에게 속하게 되므로(채무자회생법 제382조 제1항, 제384조), 채무자에 대한 파산선고로 채권자가 대위하고 있던 채무자의 제3자에 대한 권리의 관리 및 처분권 또한 파산관재인에게 속하게 된다. 한편 채무자회생법은 채권자취소소송의 계속 중에 소송의 당사자가 아닌 채무자가 파산선고를 받은 때에는 소송절차는 중단되고 파산관재인이 이를 수계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채무자회생법 제406조, 제347조 제1항), 채권자대위소송도 그 목적이 채무자의 책임재산 보전에 있고 채무자에 대하여 파산이 선고되면 그 소송 결과는 파산재단의 증감에 직결된다는 점은 채권자취소소송에서와 같다. 이와 같은 채권자대위소송의 구조, 채무자회생법의 관련 규정 취지 등에 비추어 보면, 민법 제404조의 규정에 의하여 파산채권자가 제기한 채권자대위소송이 채무자에 대한 파산 선고 당시 법원에 계속되어 있는 때에는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민사소송법 제239조, 채무자회생법 제406조, 제347조 제1항을 유추 적용하여 그 소송절차는 중단되고 파산관재인이 이를 수계할 수 있다고 볼 것이다(대법원 2013. 3. 28. 선고 2012다100746 판결).
5. 제3채무자의 채무자에 대한 ‘법정해제’도 채권자대위권 행사 통지 후 제한되는 ‘처분행위’인지 여부 [이하 재판실무연구, 권영혜 P.163-182 참조]
가. 판례 (= 긍정)
판례는 앞서 본 바와 같이 “합의해제”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제3채무자가 채무자의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매매계약을 해제하는 경우[법정해제]에도 채권자대위권 행사에 의한 처분금지효가 미친다고 판시하고 있다(대법원 2003. 1. 10. 선고 2000다27343 판결).
나. 검토
⑴ ‘처분행위’의 개념
① 일반적으로 ‘처분행위’란 ‘관리행위’에 대립되는 개념으로 재산을 파훼, 소비하는 것과 같이 재산을 손상 또는 멸실하게 하는 사실적 처분행위와 직접 재산권의 변동이라는 법률효과를 생기게 하는 법률행위 또는 준법률행위와 같은 법률적 처분행위가 포함된다.
② 그런데 채무자의 채무불이행 사실 그 자체로는 권리변동의 효력이 발생하지 아니하여 이를 처분행위로 볼 수 없다. 채무자가 계약상 의무를 불이행하여 계약이 해제되도록 함으로써 권리의 변동이 생긴다고 하여도, 그 권리의 변동은 법정해제의 경우에는 ‘제3채무자의 해제’, 실권약정이 체결된 경우에는 ‘실권약정’에 의하여 권리변동이 발생하는 것이지, 채무자의 법률행위로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채무자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여 제3채무자로 하여금 채무자의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있도록 한 것”을 채무자가 제3채무자에 대하여 가지는 채권을 소멸시키는 적극적인 행위로 파악할 수는 없고, 이를 두고 채무자의 처분행위로 보는 것은 앞서 본 처분행위의 개념과는 일치하지 않는다.
⑵ 합의해제와 법정해제의 구별의 필요성
① 합의해제(해제계약)는 채무자와 제3채무자가 자발적인 의사표시의 합치를 통해 기존 계약의 효력을 소멸시키는 것으로, 채권자대위권 행사 통지를 받은 이후 채무자가 합의해제를 한 경우 채권자의 대위권 행사를 방해할 의사가 있는 처분행위가 됨은 명백하다고 할 것이다[판례는 “합의해제 또는 해제계약이라 함은 해제권의 유무에 불구하고 계약 당사자 쌍방이 합의에 의하여 기존의 계약의 효력을 소멸시켜 당초부터 계약이 체결되지 않았던 것과 같은 상태로 복귀시킬 것을 내용으로 하는 새로운 계약으로서, 그 효력은 그 합의의 내용에 의하여 결정되고 여기에는 해제에 관한 민법 제548조 제2항의 규정은 적용되지 아니하므로, 당사자 사이에 약정이 없는 이상 합의해제로 인하여 반환할 금전에 그 받은 날로부터의 이자를 가하여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은 아니다( 대법원 1996. 7. 30. 선고 95다16011 판결)”라고 판시하여 합의해제(해제계약)와 법정해제를 구별하고 있다].
② 반면 법정해제는 채무자의 객관적 채무불이행에 대한 제3채무자의 정당한 권리행사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따라서 합의해제와 법정해제는 채권자대위권 행사로 인하여 제한되는 처분행위인지를 판단함에 있어 구별되어야 할 필요성이 있다.
⑶ 채권자대위권이 행사된 경우 제3채무자의 지위
① 대위채권자는 채무자를 대위하여 채무자의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므로 제3채무자는 채무자가 그 권리를 행사하는 경우보다 불이익한 지위에 놓여서는 안된다. 따라서 제3채무자는 그가 채무자에 대하여 가지는 모든 항변(권리소멸, 상계, 동시이행, 무효 등)으로써 채권자에게 대항할 수 있다.
② 한편 채권자대위권 행사의 통지가 있은 후에는 제3채무자가 채무자의 처분행위에 터잡아 취득하게 된 항변으로는 대항하지 못하나, 채무자의 처분행위에 의하지 않고 취득하게 된 항변을 가지고는 채권자에게 대항할 수 있다. 채무자가 매매계약상 채무를 불이행하는 것을 채무자의 처분행위라고 보기 어렵다는 점은 앞서 본 바와 같고, 채무자의 채무불이행을 원인으로 제3채무자가 취득한 법정해제권은 채무자의 처분행위에 의하지 않고 취득한 항변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제3채무자가 대위권 행사 통지 후에 법정해제권을 취득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로써 채권자에게 대항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③ 또 민법 제405조 제2항의 입법취지가 대위채권자의 대위권행사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채무자의 처분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고, 제3채무자도 그에 따른 부수적인 효과로서 그 권리행사가 제한되는 경우가 생길 수 있으나, 처분제한의 효력이 직접적으로 미치지 않는 제3채무자의 정당한 권리행사까지 제한하는 것은 제도의 [ 441 ] 취지를 벗어나는 것이다. 따라서 채권자대위권의 행사로 인하여 제3채무자의 정당한 권리행사(해제권의 행사)까지 제한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⑷ 채권이 압류·가압류된 경우와의 비교
① 판례는 채권이 압류·가압류된 경우에도 “그 압류 또는 가압류가 채권의 발생원인인 법률관계에 대한 채무자의 처분까지도 구속하는 효력은 없다”는 이유로 채권발생원인이 된 기초계약에 대하여 채무자와 제3채무자 사이에 법정해제가 허용된다고 하고 있다(대법원 2000. 4. 11. 선고 99다51685 판결).
②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의 가압류나 압류가 행하여지면 제3채무자로서는 채무자에게 등기이전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되고, 그와 같은 행위로 채권자에게 대항할 수 없다 할 것이나, 가압류나 압류에 의하여 그 채권의 발생원인인 법률관계에 대한 채무자와 제3채무자의 처분까지도 구속되는 것은 아니므로 기본적 계약관계인 매매계약 자체를 해제할 수 있다(채무자가 매매계약상의 대금지급의무를 불이행하였다는 이유로 제3채무자가 매매계약을 법정해제한 사안).
③ 위와 같이 채권자가 강제집행절차를 통해 채권을 압류·가압류한 경우에도 판례는 제3채무자가 채무자의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법정해제하는 것을 인정하고 있는데, 채무자의 권리를 대신 행사할 뿐인 채권자대위의 경우에 제3채무자가 법정해제하는 것을 막는다면 채권자대위에 채권압류보다 더 강력한 처분제한 효과를 인정하는 결과가 될 수 있어 부당하다.
⑸ 채권이 양도된 경우와의 비교
① 채권의 귀속 자체가 변경되는 채권양도의 경우 양도인이 양도통지만을 한 때에는 채무자는 그 통지를 받은 때까지 양도인에 대하여 생긴 사유로써 양수인에게 대항할 수 있다(민법 제451조 제2항). 채권양도인이 채무자에게 양도통지하였으나 그 후 채권양도인이 채무자에 대한 계약상의 반대채무를 불이행함으로써 채무자가 피양도채권의 발생원인이 되는 계약을 해제한 경우(예 : 매도인이 매매대금채권을 양도한 경우 그 후 그가 자신의 목적물인도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하여 매수인이 매매계약을 해제한 경우)에는 채무자가 그 (법정)해제를 이유로 양수인에게 대항할 수 있다.
② 채권양도의 경우 양수인의 지위에 비추어 볼 때, 채권의 귀속에 변동이 없는 채권자대위권 행사의 경우에도 제3채무자는 채권양도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채권자대위권 행사 통지 이후라도 채권자에 대하여 피대위채권의 발생원인이 된 계약의 법정해제로써 대항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⑹ 지금까지 살펴 본 바와 같은 처분행위의 개념, 합의해제와 법정해제의 구별의 필요성, 채권자대위권이 행사된 경우 제3채무자의 지위, 채권이 압류·가압류된 경우 및 양도된 경우와의 비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채권자대위권 행사 통지 이후에 이루어진 채무자의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한 제3채무자의 법정해제는 채권자대위권 행사 통지 후에도 제한되는 “처분”에는 포함되지 않는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
제3채무자의 법정해제에는 채무자의 의사표시는 없고, 제3채무자가 자신의 정당한 권리를 행사한다는 측면이 더 강하기 때문에 이를 허용하는 것이 민법 제405조 제2항의 입법취지에도 반하지 않는다고 생각된다. 다만 형식적으로는 채무자의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한 계약해제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채무자와 제3채무자 사이의 합의에 따라 계약을 해제한 것으로 볼 수 있거나, 채무자와 제3채무자가 단지 대위채권자에게 대항할 수 있도록 채무자의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하는 계약해제인 것처럼 외관을 갖춘 것이라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채무자가 그 피대위채권을 처분한 것으로 보아 제3채무자는 그 계약해제로써 대위권을 행사하는 채권자에게 대항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대법원 2001. 6. 1. 선고 98다17930 판결도 채권가압류의 경우 원칙적으로 채무자와 제3채무자간에 채권발생원인인 계약의 합의해제가 허용되지만, 예외적으로 “채무자와 제3채무자가 아무런 합리적 이유 없이 채권의 소멸만을 목적으로 계약관계를 합의해제한다는 등의 특별한 경우”에는 허용될 수 없다고 판시한 바 있다.
결국 채무자가 채무를 불이행하여 제3채무자가 법정해제를 하도록 한 것도 민법 제405조 제2항에서 제한되는 ‘처분’에 해당한다고 판시한 위 2000다27343 판결은 변경될 필요가 있다.
6. 대상판결의 내용 분석 [이하 재판실무연구, 권영혜 P.163-182 참조]
가. 채권자대위권 행사사실이 통지된 후에 ‘채무자가 채무를 불이행하여 계약이 해제되도록 한 것’이 민법 제405조 제2항에 따라 채권자대위권 행사통지 후 제한되는 ‘처분’에 해당하는지 여부(소극)
⑴ 대상판결은 관여 법관 전원의 일치로 채무자가 자신의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매매계약이 해제되도록 한 것은 민법 제405조 제2항에서 말하는 ‘처분’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⑵ 이와 함께 대상판결은 채무자가 채권자대위권 행사사실을 통지받은 후에 채무자의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매매계약이 해제되도록 한 것이 언제나 채무자가 그 피대위채권을 처분하는 것에 해당한다고 판시한 위 2000다27343 판결을 변경하였다.
⑶ 이와 같은 대상판결의 결론은 앞서 살펴 본 처분행위의 개념, 합의해제와 법정해제의 구별의 필요성, 채권자대위권이 행사된 경우 제3채무자의 지위, 채권이 압류·가압류된 경우 및 양도된 경우와의 비교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볼 때 매우 타당하다.
나. 매매계약의 자동해제약정이 있는 경우 해제에 관한 판례의 태도
⑴ 판례는 원칙적으로 매도인이 다시 이행의 제공을 하지 않는 한 잔금지급기일의 경과만으로는 매매계약의 해제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판례는 중도금을 이행지체할 때에는 자동해제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중도금은 매수인의 선이행의무이기 때문이다). 매매계약 당시 매수인이 매도인에게 중도금을 그 약정일자에 지급하지 아니할 때에는 매매계약이 취소되는 것으로 하되, 이미 지급한 대금은 반환하지 않기로 약정하였는데, 그 후 매수인이 중도금을 그 약정일자에 지급하지 아니하였다면 위 불이행 자체로써 위 매매계약은 그 일자에 자동적으로 해제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대법원 1992. 8. 18. 선고 92다5928 판결, 같은 취지 : 대법원 1991. 8. 13. 선고 91다13717 판결, 대법원 1988. 12. 20. 선고 88다카132 판결).
대법원 1998. 6. 12. 선고 98다505 판결(동지 대법원 1994. 9. 9. 선고 94다8600 판결, 대법원 1993. 12. 28. 선고 93다777 판결, 대법원 1992. 10. 27. 선고 91다32022 판결, 대법원 1992. 7. 24. 선고 91다15614 판결, 대법원 1989. 7. 25. 선고 88다카28891 판결 등) : 부동산 매매계약에 있어서 매수인이 잔대금 지급기일까지 그 대금을 지급하지 못하면 그 계약이 자동적으로 해제된다는 취지의 약정이 있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매수인의 잔대금 지급의무와 매도인의 소유권이전등기의무는 동시이행의 관계에 있으므로 매도인이 잔대금 지급기일에 소유권이전등기에 필요한 서류를 준비하여 매수인에게 알리는 등 이행의 제공을 하여 매수인으로 하여금 이행지체에 빠지게 하였을 때에 비로소 자동적으로 매매계약이 해제된다고 보아야 하고 매수인이 그 약정 기한을 도과하였더라도 이행지체에 빠진 것이 아니라면 대금 미지급으로 계약이 자동해제된 것으로 볼 수 없다.
그러나 판례는 예외적으로 “자동해제 약정으로 볼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매수인의 지급기한 도과 및 매도인의 해제통지로써 매매계약은 실효 또는 해제된다고 보고 있다. 이 경우 “잔금지급기일까지 잔금을 지급하지 않으면” 매매계약이 자동적으로 실효되므로, ‘매도인의 해제통지’는 실효의 요건이 아니다(즉 매도인의 해제의 의사표시가 불필요하다)(대법원 1992. 10. 27. 선고 91다32022 판결, 대법원 1994. 9. 9. 선고 94다8600 판결, 대법원 2007. 12. 27. 선고 2007도5030 판결 등도 같은 취지이다).
◎ 대법원 1996. 3. 8. 선고 95다55467 판결 : 부동산 매매계약에 있어서 매수인이 잔대금 지급기일까지 그 대금을 지급하지 못하면 그 계약이 자동적으로 해제된다는 취지의 약정이 있더라도 매도인이 이행의 제공을 하여 매수인을 이행지체에 빠뜨리지 않는 한 그 약정기일의 도과 사실만으로는 매매계약이 자동 해제된 것으로 볼 수 없으나, 매수인이 수회에 걸친 채무불이행에 대하여 책임을 느끼고 잔금 지급기일의 연기를 요청하면서 새로운 약정기일까지는 반드시 계약을 이행할 것을 확약하고 불이행시에는 매매계약이 자동적으로 해제되는 것을 감수하겠다는 내용의 약정을 한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매수인이 잔금지급기일까지 잔금을 지급하지 아니함으로써 그 매매계약은 자동적으로 실효된다.
⑵ “2009. 2. 25.자 약정”을 자동해제에 관한 특약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
다음과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고와 을 회사 사이에 체결된 “2009. 2. 25.자 약정”은 마지막 양도소득세 상당액 지급기일이 경과함으로써 이 사건 매매계약이 자동으로 해제된다는 약정이라고 볼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할 수 있다.
① 원고는 을 회사의 변제기 유예요청에 따라 2008. 6. 17.과 2008. 11. 25. 및 2009. 2. 25. 3차례에 걸쳐 최초의 변제기인 2008. 6. 9. 경으로부터 1년 2개월이 넘도록(마지막 변제기 2009. 8. 31.) 변제기를 계속 유예하여 주었다. ② 을 회사는 변제기 유예약정을 할 때마다 변제기를 지키지 못할 경우 계약금, 인허가 비용 등 그동안 을 회사가 들인 모든 비용을 포기하겠다고 약속하였다가, 마지막인 2009. 2. 25. 약정 당시에는 위 약정에다가 원고가 입은 모든 손해에 대하여도 보상한다는 내용의 각서까지 작성하여 주었다. 이 각서는 매매계약과는 별도의 약정으로 양도소득세 상당액의 지급을 다짐하는 의미로 작성된 것으로서 당사자 사이에 반드시 이를 지키고 불이행시에는 해제의 불이익도 감수하겠다는 의사가 표현된 것으로 볼 수 있다. ③ 피고가 을 회사의 잔금마련을 위하여 자신 소유인 이 사건 부동산 중 일부 토지에 근저당권을 설정해 주고 을 회사가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협조도 하여 주었다.
따라서 이 사건 매매계약은 마지막으로 유예된 변제기일인 2009. 8. 31.이 경과함으로써 자동으로 해제되었다고 할 것이다.
또한 이 사건에서 을 회사측은 피고 소유의 토지를 담보로 12억 원을 대출받아 매매대금 잔금을 지급하였으나, 위 최종 변제기일인 2009. 8. 31.이후부터 위 대출금 채무의 이자를 납입하지 않아 위 토지가 강제경매당할 위험에 처하게 되었고, 이에 피고가 2009. 9.부터 2011. 5.까지 을 회사측이 납부할 대출금 이자 합계 134,443,504원을 대위변제하였다.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볼 때 을 회사는 이 사건 매매계약을 실제로 이행할 능력이 없어 보이므로, 구체적 타당성의 측면에서도 피고로 하여금 이 사건 매매계약의 효력에서 벗어나게 해 줄 필요가 있다.
⑶ 채권자대위권 행사 통지 후에 채무자의 처분행위가 있는지 여부(‘채무자가 채무를 불이행하여 계약이 해제되도록 한 것’도 처분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
원고의 채권자대위권 행사를 전후한 사건의 경과를 시간 순으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① 2009. 2. 25. 을 회사와 피고 사이의 실권약정
② 2009. 4. 14. 원고의 채권자대위소송 제기(2009. 5. 1. 을 회사에 송달)
③ 2009. 9. 1. 이 사건 매매계약 자동해제(실효)
을 회사가 피고와 실권약정을 맺은 것은 채권자대위소송 전이고(대위권 행사 전에 맺은 실권약정의 효력은 유효하다), 채권자대위소송 제기 후에는 을 회사가 채무를 불이행한 것 외에는 아무런 조치를 취한 것이 없다. 을 회사가 채무를 불이행하여 실권약정에 따라 이 사건 매매계약이 해제되었으나, 을 회사가 채무를 불이행한 것 자체 또는 을 회사가 채무를 불이행하여 이 사건 매매계약이 해제되도록 한 것을 두고 채권자가 행사하는 피대위채권을 처분하였다고 평가할 수는 없다.
한편 외형적, 형식적으로는 을 회사의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한 계약해제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을 회사와 피고 사이에 상호 계약이행의사가 없어 합의해제를 한 것으로 볼 수 있는 사정도 발견할 수 없다. 피고는 이 사건 소가 제기되기 전부터 계속하여 을 회사의 요청에 따라 변제기를 유예하여 주기로 하였고, 2009. 2. 25.자 약정도 이 사건 소 제기 전에 이루어진 것으로 다만 그 마지막 변제기일이 이 사건 소 제기 이후였을 뿐이다. 피고가 2009. 2. 25.자 약정을 체결할 당시 원고가 채권자대위소송을 제기할 것을 미리 알 수 있었음을 인정할 만한 사정도 없으므로 처분이라고 볼 수 있는 예외의 경우에는 해당하지 않는다.
결국 채무자의 채무불이행으로 2009. 2. 25.자 약정에 의하여 이 사건 매매계약이 실효된 것을 채무자가 채권자대위권 행사의 통지를 받은 후 제3채무자인 피고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처분한 것으로 평가할 수 없다고 판단한 원심의 결론은 정당하고, 원고의 을 회사를 대위한 피고에 대한 이 사건 매매계약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는 배척될 수 밖에 없다. 대상판결도 원심의 판단을 정당한 것으로 인정하고, 원고의 상고이유 주장을 받아들이지 아니하였다.
다. 피고가 부당하게 수령거절한 것인지 여부
⑴ 채권자의 부당한 수령거절이 성립하려면 채무자의 변제제공이 “채무의 내용에 좇은” 것이어야 한다. 채권자가 변제제공된 물건이나 기타 급부를 계약 내용과 다르다는 정당한 이유로 수령거절하는 경우에는 유효한 변제제공이 없었다고 보아야 한다.
⑵ 또한 채무의 이행은 특약이나 관습으로 일부변제가 허용되는 경우가 아닌 한 원칙적으로 전부의 급부가 한꺼번에 행해져야 한다. 채무의 일부 이행은 채무내용에 좇은 이행이 아니므로, 다른 특약이 없는 한 채무자는 전 급부를 일시에 이행하여야 할 의무를 부담하며, 채무의 일부만의 제공이 있는 경우에 채권자는 그 수령을 거절할 수 있다는 것이 통설이고, 판례도 “채무의 일부 변제제공은 채무의 본지에 따른 이행의 제공이라 할 수 없고 이행제공의 효력이 발생할 수 없는 것이어서 그 채무의 일부를 공탁했다 하더라도 변제의 효력이 발생할 수 없다(대법원 1984. 9. 11. 선고 84다카781 판결)”고 판시하고 있다.
⑶ 이 사건에서 피고가 2009. 7. 14.경 세무사에게 의뢰하여 양도소득세율이 인하되기 전과 후의 각 양도소득세를 계산해 본 결과 전자가 741,473,667원이고, 후자가 419,800,306원이어서 위 양도소득세 명목으로 제공하려고 하였던 돈과 상당한 차이가 있고, 을 회사측이 제공하려고 한 위 2억 4,500만 원은 을 회사의 실질적 대표이사인 이선묵이 피고에게 양도소득세를 줄이기 위하여 피고가 을 회사에 이 사건 토지 위에 공장신설을 위한 토목공사를 도급한 것으로 허위로 서류를 만들자고 제안하였으나, 피고가 이를 거절하였는데도 을 회사 측이 일방적으로 위와 같이 피고가 토목공사를 도급한 것으로 꾸몄을 때 산정된 양도소득세 상당액이므로, 이를 지급하려고 한 것을 적법한 이행제공이라고 할 수 없다. 따라서 피고가 위 돈의 수령을 거절한 것을 부당한 것이라고는 볼 수 없다. 이와 같이 판단한 대상판결은 타당하다.
라. 양도소득세 상당액 지급의무가 부수적 채무인지 여부(= 부수적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한 계약해제의 가능성)
⑴ 통설은 법정해제가 인정되는 채무의 불이행은 주된 채무의 불이행을 말하고, 부수적 채무의 불이행으로는 해제하지 못한다고 해석하고 있다.
⑵ 판례도 “민법 제544조에 의하여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계약을 해제하려면, 당해 채무가 계약의 목적 달성에 있어 필요불가결하고 이를 이행하지 아니하면 계약의 목적이 달성되지 아니하여 채권자가 그 계약을 체결하지 아니하였을 것이라고 여겨질 정도의 주된 채무이어야 하고 그렇지 아니한 부수적 채무를 불이행한 데에 지나지 아니한 경우에는 계약을 해제할 수 없다.”고 판시하고 있다(대법원 2005. 11. 25. 선고 2005다53705, 53712 판결, 대법원 2001. 11. 13. 선고 2001다20394, 20400 판결, 대법원 1997. 4. 7.자 97마575 결정).
⑶ 한편 주된 채무와 부수적 채무를 구별하는 기준으로 판례는 “급부의 독립된 가치와는 관계없이 계약을 체결할 때 표명되었거나 그 당시 상황으로 보아 분명하게 객관적으로 나타난 당사자의 합리적 의사에 의하여 결정하되, 계약의 내용·목적·불이행의 결과 등의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야 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대법원 2005. 11. 25. 선고 2005다53705, 53712 판결, 대법원 2005. 7. 14. 선고 2004다67011 판결, 대법원 1997. 4. 7.자 97마575 결정).
⑷ 판례상 부수적 채무임을 이유로 해제가 부정된 경우로는, 배출시설설치계약을 체결하고 시설설치를 마쳤으나, 대기환경보전법상의 배출시설설치신고에 필요한 사양서 등 서류의 교부의무를 불이행한 경우(대법원 2005. 11. 25. 선고 2005다53705, 53712 판결), 영상물 제작공급계약에서 시사회를 준비하여야 할 의무를 불이행한 경우(대법원 1996. 7. 9. 선고 96다14364, 14371 판결), 전대차계약을 체결한 후 중도금 수수시에 비로소 전차보증금의 반환을 담보하기 위하여 전대인이 그 소유 부동산에 근저당권을 설정하여 주기로 약정한 경우 전대인의 근저당권설정등기의무를 불이행한 경우(대법원 2001. 11. 13. 선고 2001다20394, 20400 판결) 등이 있다.
⑸ 판례상 주된 채무임을 이유로 계약해제를 인정한 경우로는, 상가의 일부 층을 먼저 분양하면서 그 수분양자에게 장차 나머지 상가의 분양에 있어 상가 내 기존 업종과 중복되지 않는 업종을 지정하여 기존 수분양자의 영업권을 보호하겠다고 약정한 경우, 그 약정에 기한 분양자의 영업권 보호 채무를 불이행한 경우(대법원 1997. 4. 7. 자 97마575 결정, 대법원 2005. 7. 14. 선고 2004다67011 판결)에 관한 사례들이 있다.
⑹ 이 사건 매매계약 당시 양도소득세를 매수인인 을 회사가 부담하기로 특약하였다. 이 사건 토지의 매매대금은 15억 원인데 을 회사가 부담하기로 한 양도소득세가 위에서 본 바와 같이 법 개정 전에는 약 7억 5,000만 원, 법 개정 후에도 약 4억 1,000만 원 이상으로 매매대금의 27~50% 상당에 이르렀다. 이러한 사실은 을 회사가 위 양도소득세를 부담하지 않는다고 한다면 피고가 굳이 양도소득세를 부담하면서까지 을 회사에 매도하지 않았을 것으로 볼 수 있는 사정이다. 을 회사는 피고와 수 차례에 걸쳐 변제기 연장합의를 하면서, 피고에게 이 사건 매매계약의 이행, 즉 매매대금 및 양도소득세 상당액을 지급할 것을 각서 등을 통해 명시적으로 약정하였고, 매매대금 잔금을 모두 지급하면서도 미지급된 양도소득세 상당액을 지급하기 위하여 다시 변제기 유예약정을 체결하고 피고에게 이를 반드시 이행하겠다는 취지의 각서를 교부한 점 등에 비추어 보아도 양도소득세 상당액 지급의무는 이 사건 매매계약의 주된 채무 중 하나로 볼 수 있고, 위와 같은 양도소득세 상당액의 액수, 그 지급약정의 경위 등에 비추어 볼 때 양도소득세 상당액 지급의무를 단순한 부수적 채무에 불과하다고 볼 수는 없다. 따라서 양도소득세 상당액의 지급의무를 불이행하였음을 원인으로 하여 이 사건 매매계약을 해제하는 것이 권리남용에 해당된다고도 볼 수 없다. 따라서 같은 결론의 대상판결은 타당하다.
마. 대상판결의 요지
대상판결은 실질적으로 채무자와 제3채무자 사이에 합의해제한 것으로 볼 수 있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채무자가 자신의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매매계약이 해제되도록 한 것은 민법 제405조 제2항에서 말하는 ‘처분’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채무자가 채권자대위권행사의 통지를 받은 후에 채무를 불이행함으로써 통지 전에 체결된 약정에 따라 매매계약이 자동적으로 해제되거나, 채권자대위권행사의 통지를 받은 후에 채무자의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제3채무자가 매매계약을 해제한 경우 제3채무자는 그 계약해제로써 대위권을 행사하는 채권자에게 대항할 수 있음을 밝히고 있다.
이는 채무자가 채권자대위권 행사사실을 통지받은 후에 채무자의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매매계약이 해제되도록 한 것이 언제나 채무자가 그 피대위채권을 처분하는 것에 해당하므로 제3채무자는 그 계약해제로써 채권자에게 대항할 수 없다는 취지의 기존 대법원 판례를 변경하여 제3채무자가 그와 같은 사유로써 채권자에게 대항할 수 있도록 하였다는데 그 의의가 있다.
또한 대상판결은 민법 제405조 제2항의 입법취지를 살려 채권자대위권행사의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면서도, 제3채무자의 정당한 권리행사를 보장하고 부당한 권리침해를 방지할 수 있는 판단기준을 제시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