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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평석> 건물의 부지가 된 토지의 점유자【대법원 1996. 6. 14. 선고 95다47282 판결】(윤경변호사 / 민사소송전문변호사 / 부동산경매변호사)

윤경 대표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2019. 11. 3.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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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판례평석> 건물의 부지가 된 토지의 점유자【대법원 1996. 6. 14. 선고 95다47282 판결】(윤경변호사 / 민사소송전문변호사 / 부동산경매변호사)

 

【대법원 1996. 6. 14. 선고 95다47282 판결】

◎[요지]

 

사회통념상 건물은 그 부지를 떠나서는 존재할 수 없는 것이므로 건물의 부지가 된 토지는 그 건물의 소유자가 점유하는 것으로 볼 것이고, 이 경우 건물의 소유자가 현실적으로 건물이나 그 부지를 점거하고 있지 아니하고 있더라도 그 건물의 소유를 위하여 그 부지를 점유한다고 보아야 한다.

 

 

제목 : 건물의 부지가 된 토지의 점유자

 

1. 쟁 점

 

이 사건의 쟁점은, 건물 소유자가 현실적으로 건물이나 그 부지를 점유하고 있지 않은 경우에도 그 부지에 대한 점유를 인정할 것인지 여부이다.

 

2. 해 설

 

가. 건물의 부지가 된 토지의 점유자(= 이 사건의 쟁점)

 

사회통념상 건물은 그 대지를 떠나서는 존재할 수 없는 것이므로 건물의 대지가 된 토지는 그 건물의 소유자가 점유하는 것으로 보아야 하고, 이 경우 건물의 소유자가 현실적으로 건물이나 그 대지를 점거하고 있지 않더라도 그 건물의 소유를 위하여 그 대지를 점유하는 것으로 본다(대법원 1991. 6. 25. 선고 91다10329 판결, 1995. 11. 14. 선고 95다23200 판결, 1996. 6. 14. 선고 95다47282 판결 등 다수).

 

나. 건물소유자의 대지 점유

 

판례는 위의 법리를 전제로 하여, 건물소유자는 건물이나 그 대지를 현실적으로 점유하지 않더라도 토지를 점유시효취득할 수 있고(대법원 1991. 6. 25. 선고 91다10329 판결, 1993. 10. 26. 선고 93다2483 판결, 1995. 11. 14. 선고 95다23200 판결, 1996. 6. 14. 선고 95다47282 판결), 건물 소유권보존등기가 신탁적으로 이루어진 경우에는 수탁자가 그 건물의 소유를 위하여 그 대지를 점유하는 것으로 보며(대법원 1986. 7. 8. 선고 84누763 판결), 건물의 공유자는 그 대지를 공동으로 점유하는 것으로 본다(대법원 1996. 12. 20. 선고 96다34559 판결, 2003. 11. 13. 선고 2002다57935 판결).

 

건물의 소유권이 양도된 경우에는 종전의 소유자가 건물의 소유권을 상실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그 대지를 계속 점유할 별도의 독립된 권원이 있거나, 미등기건물을 양수하여 건물에 관한 사실상의 처분권을 보유하게 됨으로써 그 양수인이 건물부지 역시 아울러 점유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대지에 대한 점유도 함께 상실하는 것으로 보아야 하고, 종전의 소유자가 건물에 계속 거주하고 있고 새로운 소유자는 현실적으로 건물이나 그 대지를 점거하고 있지 않더라도 결론은 마찬가지이다(대법원 1993. 10. 26. 선고 93다2483 판결, 2003. 11. 13. 선고 2002다57935 판결).

 

다. 건물소유자의 대지에 대한 사용수익

 

타인의 토지 위에 건물을 소유하고 있는 자는 그 자체로써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법률상 원인 없이 타인의 재산으로 토지의 차임에 상당하는 이익을 얻고 이로 인하여 타인에게 동액 상당의 손해를 주고 있다고 보아야 하므로 대지소유자에 대하여 부당이득반환의무가 있다{대법원 1994. 12. 9. 선고 94다27809 판결, 1995. 9. 15. 선고 94다61144 판결, 1998. 5. 8. 선고 98다2389 판결 참조. 위 98다2389 판결에 대한 평석으로는, 강영호, “타인의 토지 위에 건물을 소유하고 있는 자의 부당이득반환의 범위와 매수청구권에 관한 제문제”, 대법원판례해설 30호(1998), 96쪽 이하를 참조}.

 

이러한 법리의 논거는 타인의 토지 위에 건물을 소유한 자는 건물을 사용․수익하고 있는지 여부에 관계없이 이미 그 건물을 타인의 토지 위에 세움으로써 그 토지를 실질적으로 사용하여 이득을 얻고 있다는 데 있다(강영호, 앞의 논문, 103쪽 참조. 즉 대지 위에 건물을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로써 그 대지를 본래의 용도대로 사용․수익하고 있는 것으로 보는 것이다).

 

라. 소유자 아닌 건물 점유자의 대지 점유

 

⑴ 건물을 소유자 아닌 사람이 점유하는 경우 건물 소유자와 별개로 건물 점유자도 그 대지를 점유하는 것으로 볼 것인가에 관하여 占有說과 非占有說의 대립이 있는데{이러한 법리적 문제는 건물을 대지와 독립한 부동산으로 취급하는 우리나라와 일본을 제외하고는 거의 논의되지 않는다고 한다. 양창수,「민법연구 5」, 박영사(1999), 387쪽 참조}, 점유설은 건물의 점유․사용은 필연적으로 그 대지부분의 이용을 수반한다는 점에서 건물의 점유자가 대지를 점유하는 것은 당연하고, 건물 점유자와 건물 소유자 사이의 관계를 직접점유와 간접점유 혹은 공동점유로 보는 반면, 비점유설은 건물 점유자의 대지에 대한 지배를 별개 독립의 점유로 파악하지 않고 건물 점유의 내용의 일부를 이루거나 건물 점유의 반사적 효과에 불과한 것으로 이해한다{점유설과 비점유설에 관한 학설과 판례 및 점유설을 취할 경우 생기는 여러 가지 실무상 난점에 관하여는 박태호, “토지점유자 이외의 자가 소유하고 있는 건물의 점유자의 대지점유와 관련한 법률관계”,「재판과 판례 5집」, 대구판례연구회(1996) 참조}. 양창수 교수는 건물을 점유․사용하는 자가 토지를 사실상 이용하는 것임에는 틀림없으나 이는 토지에 정착하고 있는 건물을 점유하는 것의 반사작용에 불과하고, 건물의 대지는 어디까지나 건물의 소유에 기하여 그 소유자의 사실적 지배 하에 있다고 보아야 하고, 나아가 소유자 아닌 자의 건물에 대한 점유에 의하여 따로 대지의 소유권이 방해되고 있지도 않다고 주장하면서 후술하는 대법원 1965. 9. 28. 선고 65다1571 판결에 대하여 의문을 제기한다(민법주해 Ⅴ, 219-220쪽 참조).

 

⑵ 점유설에 의하면 건물 소유자 이외에 건물 점유자에 대하여 토지 인도를 명하는 주문이 가능하고, 비점유설에 의하면 그러한 주문이 불가능하다. 1960년대의 판례(대법원 1965. 9. 28. 선고 65다1571 판결, 1968. 4. 16. 선고 67다2778 판결) 중에는 토지 소유자가 건물 점유자에 대하여도 대지의 인도를 청구할 권리가 있다고 판시함으로써 점유설의 입장을 취한 듯한 판결이 간혹 발견되기도 하고, 이와 반대로 비점유설을 전제로 한 것으로 해석되는 판결(대법원 1976. 3. 9. 선고 75다1950 판결)도 보이나, 대법원 2003. 11. 13. 선고 2002다57935 판결에서 “미등기건물을 양수하여 건물에 관한 사실상의 처분권을 보유하게 됨으로써 그 양수인이 건물부지 역시 아울러 점유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등의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건물의 소유명의자가 아닌 자로서는 실제로 그 건물을 점유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 건물의 부지를 점유하는 자로는 볼 수 없다.”고 판시함으로써 비점유설의 입장에 있음을 분명히 하였다. 실무례도 기본적으로 비점유설에 따라 건물 점유자에 대하여는 판결에서 대지 인도 주문을 내지 않고 있다.

 

마. 소유자 아닌 건물 점유자의 대지에 대한 사용수익

 

⑴ 건물 소유자가 아닌 건물 점유자가 대지 소유자에 대하여 차임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의무를 질 것인가 문제될 수 있는바, 우선 비점유설의 입장에서는 대지에 대한 점유 자체가 인정되지 않으므로 당연히 건물 점유자의 부당이득반환의무가 부정될 것이다.

 

⑵ 판례(대법원 1994. 12. 9. 선고 94다27809 판결)는 “토지 소유자에 대한 관계에서는 그 지상건물의 소유자만이 대지의 불법점유자로서 대지에 관한 차임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의무를 부담하고, 임차인으로서 건물을 점유하고 있는 데 불과한 자는 대지 점유자로서 부당이득반환의무를 진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위 판결은 문언 자체로는 점유설과 비점유설 중 어느 견해를 전제로 하였는지 명백하지 않으나, “건물 소유자만이 대지 점유로 인한 부당이득반환의무를 부담하고, 건물 점유자는 토지 소유자에게 대지 점유에 따른 부당이득반환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라는 명제에 관하여는 분명한 법리를 선언하고 있다.

 

⑶ 학설 중에는 점유설과 비점유설의 대립과는 무관하게 건물 점유자의 점유와 토지 소유자의 손해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다는 이유를 들어 부당이득반환의무를 부정하는 견해가 유력하게 주장되고 있다{김태우, “타인의 물건을 임대한 임대인이 임대차계약 종료 후에 임차인에 대하여 차임 상당액의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할 수 있는가”, 판례연구7집, 부산판례연구회(1997), 92쪽 참조}. 즉 토지 소유자의 입장에서는 그 지상에 건물이 세워짐으로써 이미 차임 상당의 손해를 입은 것이고, 그 후 그 건물을 타인이 임차하는 등으로 점유․사용하게 되었더라도 새로운 손해가 발생할 것이 없으니, 가령 건물 점유자의 대지에 대한 점유를 긍정한다 하더라도 그 점유와 토지 소유자의 손해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논리이다.

 

일본의 최고재판소 판례도 이와 유사한 법리를 전개하고 있다{最高裁判所 昭和 31. 10. 23. 判決. 이 판결은 부당이득반환청구가 아닌 차임상당 손해배상청구에 관한 것이기는 하지만 그 법리는 양자가 다를 것이 없다. 판시사항은 “대지소유권 침해를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청구는 건물소유자에 대하여 청구하여야 하고, 그 건물임차인에 대하여는 건물임차인의 대지점유와 대지소유자의 손해 사이에 원칙적으로 상당인과관계가 없으므로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없다.”는 내용으로서, “건물점유자가 건물에서 퇴거하여도 건물소유자가 건물을 철거하지 않는 한 토지소유자는 토지를 사용할 수 없게 되는 점에 비추어, 토지소유자가 토지를 사용․수익할 수 없게 된 것은 토지 상에 건물이 존재하기 때문이지, 건물임차인이 건물을 점유하고 있기 때문이 아니고, 따라서 건물소유자가 건물을 철거하여 토지를 인도하여 주려고 하여도 건물임차인이 일부러 퇴거하지 아니함으로써 이를 방해하고 있다는 등의 사정이 없는 한 건물점유자의 토지점유와 토지소유자의 손해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없다”는 점을 논거로 하고 있다. 박태호, “토지점유자 이외의 자가 소유하고 있는 건물의 점유자의 대지점유와 관련한 법률관계”,「재판과 판례 5집」, 대구판례연구회(1996) 182쪽 및 양창수,「민법연구 5」, 박영사(1999), 393쪽 참조).}.

다만 점유설의 입장에서 건물점유자의 부당이득반환의무 또는 손해배상의무를 인정하는 견해는 건물소유자와는 공동의 불법점유관계를 이루어 부진정연대채무의 책임을 지는 것으로 해석한다{藤田耕三 外 1, 「不動産訴訟の實務」, 新日本法規(1998), 164쪽 참조. 박태호, 앞의 논문, 181쪽 참조}.

 

바. 대상판결의 경우

 

대상판결의 사안을 보면, 원고측이 이 사건 대지를 매입한 것은 아니지만 그 전자까지 포함하여 40년 가까이 점유하여 왔고(건물 취득세를 내고, 각종 재산세 영수증을 갖고 있는 등 사실상 주인으로 행세함), 피고 입장에서는 이를 점유자에게 나누어 팔고 나서는 이렇다하게 이 사건 대지 등 일단의 토지들에 대한 사실상의 지배력을 행사한 흔적이 없다.

 

대상판결은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원고의 부지 점유를 인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