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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평석> 중과실로 인한 불법행위 손해배상채권에 대한 상계금지의 가부【대법원 1994.8.12. 선고 93다52808 판결】(윤경 변호사 / 민사소송전문변호사 / 부동산경매변호사)

윤경 대표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2014. 6. 22.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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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판례평석> 중과실로 인한 불법행위 손해배상채권에 대한 상계금지의 가부【대법원 1994.8.12. 선고 93다52808 판결】(윤경 변호사 / 민사소송전문변호사 / 부동산경매변호사)

 

 

【대법원 1994.8.12. 선고 93다52808 판결】

 

◎[요지]

 

가. 어느 채권자가 채권자대위권을 행사하는 방법으로 제3채무자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여 판결을 받은 경우, 어떠한 사유로든 채무자가 채권자대위소송이 제기된 사실을 알았을 경우에 한하여 그 판결의 효력이 채무자에게 미치므로, 이러한 경우에는 그 후 다른 채권자가 동일한 소송물에 대하여 채권자대위권에 기한 소를 제기하면 전소의 기판력을 받게 된다고 할 것이지만, 채무자가 전소인 채권자대위소송이 제기된 사실을 알지 못하였을 경우에는 전소의 기판력이 다른 채권자가 제기한 후소인 채권자대위소송에 미치지 않는다.

 

나. 후소가 전소의 기판력을 받는지 여부는 직권조사사항이고 이에 관한 당사자의 주장은 직권발동을 촉구하는 의미밖에 없으므로, 기판력 저촉의 본안전항변에 대하여 명시적으로 판단하지 아니한 채 본안에 관하여만 판단하였더라도 그 항변이 이유가 없는 한 판단유탈의 상고이유로 삼을 수 없다.

 

다. 민법 제496조가 고의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채권에 대한 상계를 금지하는 입법취지는 고의의 불법행위에 인한 손해배상채권에 대하여 상계를 허용한다면 고의로 불법행위를 한 자가 상계권행사로 현실적으로 손해배상을 지급할 필요가 없게 됨으로써 보복적 불법행위를 유발하게 될 우려가 있고, 고의의 불법행위로 인한 피해자가 가해자의 상계권행사로 인하여 현실의 변제를 받을 수 없는 결과가 됨은 사회적 정의관념에 맞지 아니하므로 고의에 의한 불법행위의 발생을 방지함과 아울러 고의의 불법행위로 인한 피해자에게 현실의 변제를 받게 하려는 데 있는바, 이 같은 입법취지나 적용결과에 비추어 볼 때 고의의 불법행위에 인한 손해배상채권에 대한 상계금지를 중과실의 불법행위에 인한 손해배상채권에까지 유추 또는 확장적용하여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할 수 없다.

 

 

제목 : 중과실로 인한 불법행위 손해배상채권에 대한 상계금지의 가부

 

1. 쟁 점

 

이 사건의 쟁점은, ① 채권자 갑에 의한 대위소송의 기판력이 후소인 채권자 을에 의한 대위소송에 미치는지 여부, ② 기판력저촉의 본안전 항변과 판단유탈 여부, ③ 민법 제496조의 입법취지와 중과실로 인한 불법행위 손해배상채권에 대한 상계금지의 가부이다.

 

2. 채권자대위소송 판결의 기판력(= 제1 쟁점)

 

가. 대위소송판결의 기판력이 채무자에게 미치는지 여부

 

채권자는 법정소송담당자(소송신탁)의 지위에 있으므로 민소법 218조 3항의 ‘다른 사람을 위하여 원고가 된 사람’에 해당되므로 기판력이 미친다는 긍정설이 통설이다.

 

판례는 어느 채권자가 채권자대위권을 행사하는 방법으로 제3채무자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여 판결을 받은 경우에는 어떠한 사유로든 채무자가 위 채권자대위소송이 제기된 사실을 알았을 경우에는 그 판결의 효력이 채무자에게 미친다고 판시하고 있다(대법원 1975. 5. 13. 선고 74다1664 전원합의체판결, 1994. 8. 12. 선고 93다52808 판결, 1995. 7. 11. 선고 95다9945 판결).

 

나. 채권자대위소송판결의 기판력이 다른 대위소송채권자에게 미치는지 여부(제1 쟁점의 해결)

 

채권자가 채권자대위권을 행사하는 방법으로 제3채무자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여 판결을 받은 경우, 어떠한 사유로든 채무자가 채권자대위소송이 제기된 사실을 알았을 경우에 한하여 그 판결의 효력이 채무자에게 미친다는 것은 앞서 본 바와 같다.

 

한편, 채무자와 제3채무자 간의 소송에 있어서의 확정판결의 기판력은 위 채무자의 채권자가 채무자를 대위하여 제3채무자를 상대로 제기한 채권자대위소송에 미친다(대법원 1981. 7. 7. 선고 80다2751 판결).

따라서 전소인 채권자대위소송의 판결이 확정되고 그 제소사실을 채무자가 알았던 경우에는 그 후 다른 채권자가 동일한 소송물에 대하여 채권자대위권에 기하여 후소를 제기한 경우도 전소의 기판력을 받게 된다(대상판결인 대법원 1994. 8. 12. 선고 93다52808 판결).

 

그러나 채무자가 전소인 채권자대위소송이 제기된 사실을 알지 못하였을 경우에는 전소의 기판력이 다른 채권자가 제기한 후소인 채권자대위소송에 미치지 않는다(대상판결인 대법원 1994. 8. 12. 선고 93다52808 판결).

 

다. 대상판결의 경우

 

대상판결의 사안을 보면, 소외 최진풍 등이 채권자대위권을 행사하여 제기한 소송이 계속 중임을 소외 회사가 알았다고 인정할 아무런 자료가 없으므로, 전소의 기판력이 채무자인 소외 회사에 대하여 미치지 아니한다고 할 것이므로, 전소의 원고와는 다른 채권자들이 소외 회사를 대위하여 제기한 이 사건 후소에도 전소의 기판력이 미치지 아니한다.

 

3. 기판력저촉의 본안전 항변과 판단유탈 여부(= 제2 쟁점)

 

가. 대상판결의 판시

 

대상판결은, “원심판결에 채권자대위소송의 기판력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고, 기판력 항변이 이유 없는 이상 이에 관하여 명시적으로 판단하지 아니하였더라도 본안에 관하여 판단한 이상 본안전항변에 관한 판단유탈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고 한다.

 

나. 해 설(제2 쟁점의 해결)

 

확인의 이익이나 중복제소금지위반 여부 등의 소의 적법요건은 직권조사사항이므로 이에 관한 당사자의 주장은 직권발동을 촉구하는 의미밖에 없어 원심이 위 주장에 대하여 판단하지 아니하였더라도 판단유탈의 상고이유로 삼을 수 없다(대법원 1990. 11. 23. 선고 90다카21589 판결).

 

기판력 있는 판결의 존부는 직권조사사항이고(대법원 1990. 10. 23. 선고 89다카23329 판결) 그 부존재가 소송요건이므로 이에 관한 기판력이 있는 전소가 있는 것으로 인정되는 때에는 당사자의 주장이 없더라도 이를 판시하여야 하고, 이에 관한 당사자의 기판력항변이 있다고 하더라도 항변이 이유 없는 때에는 이에 대하여 명시적으로 판단하지 아니하고 본안에 들어가 판단하면 되고 이렇게 하여도 판단유탈이 되지 아니한다.

 

4. 민법 제496조의 입법취지와 중과실로 인한 불법행위 손해배상채권에 대한 상계금지의 가부(=제3 쟁점)

 

가. 민법 제496조의 입법취지

 

⑴ 고의의 불법행위에 인한 손해배상채권에 대하여도 상계를 허용한다면 고의로 불법행위를 한 자까지도 상계권 행사로 현실적으로 손해배상을 지급할 필요가 없게 됨으로써 보복적 불법행위를 유발하게 될 우려가 있으므로 이에 대한 상계를 금지시킴으로써 고의에 의한 불법행위의 발생을 방지하려는 것이다.

 

⑵ 고의의 불법행위로 인한 피해자가 가해자의 상계권행사로 인하여 현실의 변제를 받을 수 없는 결과가 발생하는 것은 사회적 정의관념에 맞지 아니하는 것이기 때문에 고의의 불법행위로 인한 피해자에게 현실의 변제를 받게 하려는 것이다(대법원 1984. 2. 14. 선고 83다카659 판결).

 

⑶ 위 2가지 입법취지는 서로 상반되는 것이 아니라, 피해자에 대하여 현실의 변제를 하도록 함이 불법행위의 방지에 기여하는 면이 있으므로 상호 관련성과 보완성을 갖는다.

 

나. 중과실의 불법행위에 인한 손해배상채권에 대한 준용의 필요성(제3 쟁점의 해결)

 

⑴ 대상판결의 태도

 

대법원 1974. 8. 30. 선고 74다958 판결은, “민법 제496조는 그 조문이 명시하고 있는 바와 같이 채무가 고의의 불법행위로 인한 것인 때에만 적용되는 조문이며”라고 하여 문리대로 해석하고 있고, 대법원 1991. 2. 8. 선고 90다카23387 판결도 이러한 법리를 전제로 하고 있다. 대상판결도 이러한 기존 판례의 이론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민법 제496조는 가해자가 고의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채권을 수동채권으로 하는 상계만을 허용하지 아니할 뿐이므로, 과실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채권을 수동채권으로 하여 상계하는 것은 허용된다{대법원 1974. 8. 30. 선고 74다958;판결, 1994. 8. 12. 선고 93다52808 판결(중과실의 경우). 대법원 2002. 1. 25. 선고 2001다52506 판결(고의의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한 부당이득반환채권을 수동채권으로 하는 상계도 허용되지 않는다)}.

 

⑵ 해 설

 

민사법의 실정법 조항의 문리해석 또는 논리해석만으로는 현실적인 법률적 분쟁을 해결할 수 없거나 사회적 정의관념에 현저히 반하게 되는 결과가 초래되는 경우에 있어서는 법원이 실정법의 입법정신을 살려 법률적 분쟁을 합리적으로 해결하고 정의관념에 적합한 결과를 도출할 수 있도록 유추해석이나 확장해석을 할 수 있다고 할 것이지만, 민법 제496조의 경우에 있어서는 그 입법취지에 비추어 볼 때 고의의 불법행위에 인한 손해배상채권에 대한 상계금지를 중과실의 불법행위에 인한 손해배상채권에까지 유추 또는 확장 적용하여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할 수 없다.

 

⑶ 판례의 법리 요약

 

채무가 고의의 불법행위로 인한 것인 때에는 그 채무자는 상계로 채권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민법 제496조).

이 조문은 고의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에 관하여는 현실의 만족을 얻게 하기 위하여 상계금지규정을 두고 있으므로, 예컨대 사기 또는 횡령에 기한 손해배상채권을 수동채권으로 하는 상계는 허용되지 않는다(대법원 1984. 2. 14. 선고 83다카659 판결, 1990. 12. 21. 선고 90다7586 판결).

자동채권과 수동채권이 동일한 사안에서 발생한 경우에도 고의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채권을 수동채권으로 하는 상계는 허용되지 않는다(대법원 1994. 2. 25. 선고 93다38444 판결).

 

그러나 고의가 아닌 과실에 의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을 수동채권으로 하는 상계항변은 허용된다(대법원 1991. 2. 8. 선고 90다카23387 판결).

마찬가지로 중과실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채권에까지 상계금지규정이 유추적용되는 것은 아니다(대상판결인 대법원 1994. 8. 12. 선고 93다52808 판결).

그리고 금지되는 것은 고의의 불법행위채권을 수동채권으로 하는 것이며, 이를 자동채권으로 하여 피해자가 상계하는 것은 상관없다.

 

쌍방과실에 의한 자동차 충돌사고의 경우, 피해자의 과실과 가해자의 과실이 경합하여 사고가 발생하였고 피해자의 과실이 상대방에 대한 주의의무위반으로 불법행위의 책임요건을 충족하는 것이라면 그 사고로 제3자가 입은 손해에 대하여 피해자 및 가해자가 각자 이를 배상할 책임이 있고, 가해자가 그 손해를 배상하였을 때에는 각자의 과실비율에 따른 피해자의 부담부분에 대하여 피해자에게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으므로, 가해자는 이러한 구상권을 가지고 피해자의 가해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과 상계할 수 있다(대법원 1991. 5. 14. 선고 91다513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