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평석> 소유권을 상실한 근저당권설정자의 근저당권설정등기 말소청구 가능 여부(적극)【대법원 1994.1.25. 선고 93다16338 판결】(윤경변호사 / 민사소송전문변호사 / 부동산경매변호사)
【대법원 1994.1.25. 선고 93다16338 판결】
◎[요지]
근저당권이 설정된 후에 그 부동산의 소유권이 제3자에게 이전된 경우에는 현재의 소유자가 자신의 소유권에 기하여 피담보채무의 소멸을 원인으로 그 근저당권설정등기의 말소를 청구할 수 있음은 물론이지만, 근저당권설정자인 종전의 소유자도 근저당권설정계약의 당사자로서 근저당권소멸에 따른 원상회복으로 근저당권자에게 근저당권설정등기의 말소를 구할 수 있는 계약상 권리가 있으므로 이러한 계약상 권리에 터잡아 근저당권자에게 피담보채무의 소멸을 이유로 하여 그 근저당권설정등기의 말소를 청구할 수 있다고 봄이 상당하고, 목적물의 소유권을 상실하였다는 이유만으로 그러한 권리를 행사할 수 없다고 볼 것은 아니다.
제목 : 소유권을 상실한 근저당권설정자의 근저당권설정등기 말소청구 가능 여부(적극)
1. 쟁 점
저당권이 설정된 후 그 부동산의 소유권이 제3자에게 이전된 경우, 현재의 소유자만이 자신의 소유권에 기하여 피담보채무의 소멸 또는 원인무효를 원인으로 그 저당권설정등기의 말소등기를 청구할 수 있는지 아니면 종전의 소유자도 현재의 소유자는 아니지만 근저당권설정계약의 당사자로서 계약상의 권리에 터잡아 말소등기를 청구할 수 있는지 의문이었다. 따라서 저당권설정자인 과거의 소유자(전 소유자)가 저당권말소 청구를 할 수 있는지 여부가 이 사건의 쟁점이다.
2. 해 설
가. 부정설(= 종전 판례의 태도)
대법원 1962. 4. 26. 선고 4294민상1350 판결은, 저당권이 설정되어 있는 부동산의 소유자이던 원고가 1958.5.16. 위 부동산을 소외 공남렬에게 매도하여 그 이전등기를 마치고서 같은 해 7.11.에 위 저당권말소청구를 한 사건에서, “피담보채권의 소멸로 인한 설정등기의 말소 또는 무효인 저당권 설정등기의 말소를 청구할 수 있는 자는 청구 당시에 있어서의 그 부동산 소유권자 또는 말소등기로 인하여 직접적인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는 등기부상의 이해관계인만이 청구권이 있다고 해석하여야 할 것인바”라고 하여 이미 소유권을 상실한 원고에 있어서 저당권의 설정등기의 말소를 청구할 등기부상의 직접적인 이해관계를 인정할 수 있는 아무런 흔적이 없다고 하여 구소유자의 말소청구를 부정하였다.
나. 긍정설
⑴ 법원행정처 1985. 2. 14. 등기 제94호 통첩은 종전의 대법원 판결에도 불구하고 “저당권설정등기의 말소등기를 함에 있어서 저당권설정 후 소유권이 제3자에게 이전된 경우에는 저당권설정자 또는 제3취득자가 저당권자와 공동으로 그 말소등기를 신청할 수 있다”고 하였다{김황식, “소유권을 상실한 근저당권설정자의 근저당권설정등기 말소 청구”, 국민과 사법 : 윤관 대법원장 퇴임기념 (99.01) 546-547쪽 참조}.
⑵ 부동산등기법 제28조가 공동신청주의를 취하여, 등기는 등기권리자와 등기의무자의 공동신청에 의하여 행해지도록 하고 있고, 여기에서의 등기권리자와 등기의무자는 실체법적인 권리․의무자가 아니라 형식적, 절차법적인 권리․의무자를 의미하는 것인 이상 말소등기에 있어서의 등기권리자는 현재의 소유자가 아니라 저당권설정등기 당시의 소유자라 보아야 한다(김황식, 민법주해 Ⅳ, 90-91쪽). 다시 말하면 저당권설정등기는 저당권설정자인 소유자가 등기의무자로서, 저당권자인 채권자가 등기권리자로서 공동신청하여 이루어지는 것이며, 그 등기를 말소함에 있어서는 역으로 저당권자가 말소등기의무자로서, 저당권설정자가 말소등기권리자로서 공동신청하여 이루어지는 것인바, 이러한 구조를 취하는 것은 형식적심사권밖에 가지지 아니한 등기공무원이 등기원인에 대한 실질적 심사를 아니하더라도 연속된 등기관계에 있어서의 앞 뒤 당사자의 의사합치에 따른 공동신청에 따라 등기를 하면 그 등기는 실체와 부합할 것이라는 믿음에 기초하고 있는 것이며, 이를 통하여 등기사무의 신속한 처리와 함께 등기부의 진정성의 확보를 도모하고자 하는 것이다{김황식, “등기청구권에 관한 연구(1)”, 사법논집 11집, 184쪽 참조}.
다. 대상판결의 태도(= 긍정설 채택)
저당권설정 후에 부동산을 제3자에게 양도한 구소유자는 더 이상 소유자가 아니므로 소유권에 기한 물권적 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지만, 저당권설정계약 자체에 기한 저당권설정등기말소청구권은 행사할 수 있다. 근저당권설정자의 지위라는 것이 소유권을 전제로 하는 것이므로 소유권이 제3자에게 이전되면 저당권설정자의 지위도 그 제3자에게 이전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있을 수 있으나, 저당권설정계약도 하나의 독립된 계약인 이상 그 계약상의 지위 이전은 이른바 계약인수의 방법에 의하여야 할 것이고 저당권의 목적물의 소유권이 이전되었다고 하여 당연히 그 설정계약상의 지위가 이전된다고 볼 근거는 없다.
따라서 저당권설정등기 말소등기의 등기권리자는 현재의 소유자와 과거의 소유자인 저당권설정자 양자라고 보아야 한다{윤진수, “소유권을 상실한 저당권설정자의 저당권설정등기 말소청구의 가부”, 법조 44권 2호 (통권461호) (95.02) 165쪽 이하 참조}.
라. 분 석
① 대상판결의 논리는 말소등기청구권자에 관한 것이고 말소등기의 등기권리자에 관한 것은 아니지만, 등기예규에 의하면 이 경우 말소등기의 등기권리자도 설정 당시의 종전 소유자 또는 현재의 소유자라고 한다(1985. 2. 14. 등기예규 제554호). 그러나 하나의 등기에 등기권리자가 둘이라는 것은 등기법상의 원칙에 반한다는 비판도 있다.
② 대상판결 이전에 채권적인 청구권으로서의 말소등기청구권을 인정한 판례로는 대법원 1988. 9. 13. 선고 86다카1332 판결(채무자가 제3자 명의로 신탁하여 소유권등기를 마친 부동산을 채권자에게 담보로 제공하고 채권자 명의로 가등기 및 이에 기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가 그 후 그 피담보채무를 모두 변제함으로써 담보권이 소멸된 경우에, 채무자는 명의수탁자를 대위하여 위 부동산의 소유권에 터잡은 말소등기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음은 물론, 담보설정계약의 당사자로서 담보권 소멸에 따른 원상회복으로 담보권자에게 담보물의 반환을 구할 수 있는 계약상 권리가 있으므로 이러한 계약상 권리에 터잡아 채권자에게 위 가등기 등 담보권등기의 말소를 청구할 수 있다)과 대법원 1993. 9. 14. 선고 92다1353 판결(부동산의 명의신탁자 및 명의수탁자가 공동으로 원고가 되어 그 부동산에 대한 가등기 및 근저당권설정등기의 말소를 청구하는 경우에, 명의신탁자는 채권담보를 위한 약정의 계약당사자로서, 명의수탁자를 대위하지 않고 직접 계약해제에 기한 원상회복을 구할 수 있다)이 있는데, 과연 명의신탁된 부동산에 관하여 명의신탁자가 가등기담보권, 가등기, 저당권 설정계약의 당사자가 될 수 있는가의 문제에 관하여 의문이 있는 판례들이다.
③ 한편 종전의 소유자가 피담보채무의 소멸을 원인으로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저당권설정등기 자체가 원인무효임을 주장하여 저당권설정등기의 말소를 청구하는 것도 허용될 것인지도 문제가 된다. 대상판결 자체는 이 점에 대하여 언급하고 있지 않으나, 대법원 1969. 5. 27. 선고 68다725 전원합의체판결에서 “소유권에 의하여 발생되는 물상청구권(물권적 청구권)을 소유권과 분리하여 소유권 없는 전 소유자에게 유보하여 제3자에게 대하여 이를 행사하게 한다는 것은 소유권이 절대적 권리인 점에 비추어 허용될 수 없으므로 일단 소유권을 상실한 전 소유자는 제3자에 대하여 물권적 청구권에 의한 방해배제를 청구할 수 없다”고 판시한 점에 비추어 보면, 저당권 말소의 경우에 소유권을 상실한 전 소유자가 저당권설정계약에 기한 채권적 청구권을 행사하는 것이 아니라 소유권에 기한 물권적 청구권을 행사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 따라서 이때에는 청구 당시 그 부동산의 소유자가 말소등기청구권자 및 등기권리자가 된다.
마. 대상판결의 의의
대상판결은 등기청구권자과 등기권리자, 등기의무자의 관계를 바로 정리하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⑴ “실체법상의 등기청구권자”와 “부동산등기법상의 등기권리자”의 개념
① 양자의 개념 불일치
“실체법상의 등기청구권자”와 “부동산등기법상의 등기권리자”는 반드시 일치하는 개념이 아니다. 실체법상의 등기청구권자이기는 하지만 부동산등기법상의 등기권리자는 아닌 경우도 있고, 반대로 부동산등기법상의 등기권리자이기는 하지만 실체법상의 등기청구권자는 아닌 경우도 있다.
부동산등기법 제28조는 등기는 등기권리자와 등기의무자의 공동신청에 의하여야 한다는 원칙을 규정하고 있는데, 여기서 등기권리자․등기의무자의 개념은 당해 등기에 의하여 누가 실체법적인 권리․이익을 얻고 잃느냐 하는 실체법적인 권리관계를 중심으로 판정할 개념이 아니고 당해 등기의 형식적 연속성의 유지를 중심으로 하여 판정할 절차법적․형식적인 개념이다{김황식, “등기청구권에 관한 연구(1)”, 사법논집 11집, 184쪽 참조}. 그 근거로서는 이른바 등기연속의 원칙, 즉 한 개의 부동산을 단위로 한 등기절차는 종전의 등기부상의 명의를 출발점으로 하여 연속되어야 한다는 원칙과, 등기공무원에게 형식적 심사권밖에 없다는 형식적 심사주의의 원칙 때문이라고 한다.
② 등기권리자의 개념
등기권리자와 등기의무자의 개념은 공동신청주의와 관련하여 성립되는 절차법적인 개념이다. 즉 등기권리자․등기의무자는 실체법상 권리관계의 당사자와는 관련이 없으며, 등기권리자는 “신청된 등기가 행하여짐으로써 실체적 권리관계에 있어서 권리의 취득 기타의 이익을 받는 자라는 것이 등기부상 형식적으로 표시되는 자” 또는 “등기형식상 등기될 사항에 의하여 직접적으로 권리를 얻거나 또는 의무를 면하게 되는 자”이고, 등기의무자는 “등기가 행하여짐으로써 실체적 권리관계에 있어서 권리의 상실 기타의 불이익을 받는 자라는 것이 등기부상 형식적으로 표시되는 자(등기명의인이거나 그 포괄승계인)”, 또는 “등기형식상 등기될 사항에 의하여 직접적으로 권리를 잃거나 부담을 받게 되는 자”이다(대법원 1979. 7. 24. 선고 79다345 판결 참조).
③ 등기청구권자의 개념
한편 등기청구권은 “등기신청의 협력을 구할 수 있는 사법상의 채권적 또는 물권적 청구권”이므로, 등기청구권자란 “이러한 등기청구권을 가지고 있는 자”, 등기청구권자의 상대방이란 “등기신청에 협력하여 줄 의무가 있는 자”라는 실체법상의 개념이다. 절차상의 등기권리자․등기의무자는 많은 경우에 실체법상의 등기청구권자 및 그 상대방과 일치하지만, 반드시 일치하는 것만은 아니다.
⑵ 저당권설정자(전소유자)가 등기권리자인지 여부
① 등기권리자 및 등기의무자의 개념을 절차적으로 파악하여야 한다는 근거로서 거론된 등기연속의 원칙은 주로 등기가 등기의무자의 신청에 의하여야 한다는 점에 관한 설명일 뿐 그 등기가 누구 앞으로 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답변은 되지 못한다. 예컨대 매매로 인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의 경우에 등기권리자는 등기부상 이미 나타나 있는 자는 아니다. 따라서 이 경우에 등기권리자의 확정은 그 사람에게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넘겨달라는 등기의무자의 신청에 의하여 이루어진다고 함이 정확할 것이다. 다만 말소등기의 경우에는 등기부 자체에 의하여 어느 정도 등기권리자가 결정된다고 볼 수 있다. 예컨대 갑에서 을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가 이루어졌다면 그 소유권이전등기의 말소등기의 등기권리자는 그 말소등기에 의하여 등기부상 소유권을 회복하게 되는 것과 같은 외관을 가지게 되는 갑이라고 보아야 한다.
② 나아가 제한물권의 말소등기의 경우를 보면, 대상판결인 93다16338 판결의 사안처럼 제한물권 설정 당시의 소유자와 현재의 소유자가 다를 경우에는 누구를 등기권리자로 볼 것인가가 문제된다. 이 경우 위 제한물권(저당권)에 의하여 현재 부담을 받고 있는 ‘현재의 소유자’가 말소등기에 의하여 제한물권의 부담에서 벗어나게 되고 따라서 “당해 등기가 행해짐에 의하여 등기부상 직접 또한 형식적으로 종래보다 유리한 지위에 서게 되는 자”라는 부동산등기법상의 등기권리자에 해당한다.
그렇다면 구소유자인 저당권설정자는 등기권리자에 해당하지 않는 것인가? 등기권리자의 개념을 형식적으로 파악할 때에는 저당권설정자도 저당권말소등기에 의하여 저당권설정자라는 지위에서 벗어나는 것이므로 저당권설정자 또한 저당권말소등기에 의하여 등기부상 종래보다 유리한 지위에 서게 되어 부동산등기법상의 등기권리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즉 저당권설정등기 말소등기의 등기권리자는 현재의 소유자와 과거의 소유자인 저당권설정자 양자라고 보아 무방하다. 등기예규(1985. 2. 14. 등기예규 제554호)도 이런 관점에 서 있다.
③ 결론적으로 93다16338 판결에서,
- 현소유자는 “실체법상의 등기청구권자”이다. 판례(1962. 4. 26. 선고 4294민상1350 판결)도 피담보채무의 소멸 또는 원인무효로 인한 저당권설정등기의 말소를 청구할 수 있는 자는 청구 당시에 있어서의 그 부동산의 소유자 또는 말소등기로 인한 직접적인 등기부상의 이해관계인만이라고 판시하고 있다.
- 전소유자(저당권설정자)와 현소유자는 모두 “부동산등기법상의 등기권리자”에 해당한다(위 등기예규 참조).
④ 다음으로 저당권설정자가 저당권자를 상대로 하여 받은 판결에 기한 구체적인 말소등기의 절차를 봅니다. ‘저당권설정자인 과거의 소유자’도 ‘등기권리자’라고 한다면 그 등기의 신청에 관하여 별다른 문제는 생기지 않습니다. 즉 저당권설정자는 말소를 명하는 판결에 기하여 부동산등기법 제29조에 의하여 단독으로 말소등기를 신청하면 됩니다.
반면 이와 달리 저당권설정자는 등기권리자가 아니고 현재의 소유자만이 등기권리자라고 보는 견해를 취할 경우에는 저당권설정자는 자신이 직접 말소등기를 신청할 수는 없고, 저당권설정자가 등기권리자인 현재의 소유자를 대위할 권리도 없으므로 현재의 소유자를 대위하여 말소등기를 신청할 수도 없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