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후배 판사의 호언장담]【윤경변호사】
<잘못된 판단은 신속히 인정하고 빨리 대처해야 더 큰 손해가 없다.>
사법연수원에서 교수로 근무할 당시 법원 의료법 커뮤니티의 총무를 맡으면서 ‘한중 합작 법률세미나’ 개최준비를 한 적이 있다.
간사를 했던 후배 판사와 함께 꽤나 열심히 준비를 했다.
그 후배는 서른 중반의 의욕이 넘치고 적극적인 성격의 기특한 친구다.
언젠가 함께 외부 미팅을 마치고 나오던 저녁이었다.
때마침 하늘에서는 아침 기상에도 없던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차를 주차해 놓은 곳까지는 10분 정도 걸어가야 했다.
마침 편의점이 보여 우산을 하나 사려하는데 후배가 말린다.
“그래도 우산 하나 사서 쓰자. 비가 더 쏟아져 그대로 쫄딱 다 젖으면 어떻게 하냐?”
“에이 부장님, 걱정하지 마세요. 이거 곧 그쳐요. 그리고 차 안에 우산이 여러 개 있는데요. 괜한 돈 낭비 하지 마시고 나중에 그 돈으로 저에게 점심이나 사주세요.”
“그게, 저기 말이지. 저 하늘 좀 봐라. 한바탕 쏟아질 기세 아니니?”
“아 글쎄 제 말을 확 믿으세요. 몇 방울 떨어지다 말거라니깐요!”
이 친구가 무언가 믿는 구석이 있으니 저리도 자신 있게 큰 소리를 치겠지 싶었다.
후배가 하도 강력하게 나오는 바람에 더 이상 토를 달 수 없었다.
하지만 하늘의 상황은 후배의 호언장담과 거리가 있어 보였다.
얼마 가지 않아 제법 굵은 빗줄기들이 이마 위에 내리꽂히듯 떨어지는 것이아닌가.
후배는 갑자기 내 손을 잡더니 그대로 편의점으로 뛰어들었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너무 포기가 쉬운 거 아냐? 그토록 자신 있게 뻑뻑 우겼으면 최소한 몇 미터는 그냥 더 버텨 봐야지.’
후배는 이런 내 속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 명랑하게 지저귄다.
“잘못을 알았을 때는 신속히, 그리고 먼저 자수하는 편이 신상에 좋아요. 부장님, 그 대신 저에게 점심은 안 사주셔도 되겠네요. 하하하!”
경쾌하게 새로 산 우산을 펼쳐 든 후배의 ‘신속한 잘못 인정'과 '빠른 대처’ 덕분에 어쨌거나 우리는 점점 거세지는 빗줄기를 피할 수 있었다.
도대체 무엇이 당신을 주저하게 만드는지 반성해 볼 일이다.
어떤 일을 했다가 명백히 판단이 잘못된 것을 알아차렸을 때는 신속히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즉시 대처해야 한다.
누구나 실수와 잘못을 한다.
잘못을 인정하고 솔직하게 받아들이면 의외로 간단히 끝날 일도 갖가지 이유를 대며 합리화하다 보면 상황이 더 악화되고 만다.
이런 경우 사람들은 실수 그 자체보다는 이를 무마하기 위해 늘어 놓는 구차한 변명 때문에 더 화를 낼 것이다.
실수는 누구나 저지를 수 있지만 대처하는 방법에 따라서 언제든지 전화위복의 기회로 만들 수 있다.
위대한 업적을 이룬 사람들의 공통점은 자신의 판단이 틀렸을 때 즉시 이를 받아들이는 ‘열린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다.
잘못과 실수에서 배우는 것이다.
자신의 판단이 잘못되었을 때는 즉시 잘못을 인정하고 신속한 대처를 해야 더 큰 손해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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