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윤경/수필 3420

[척박한 땅에 심은 포도나무](윤경변호사 법무법인바른)

[척박한 땅에 심은 포도나무](윤경변호사 법무법인바른) 어느 농부가 신에게 기도를 했다. “농사 짓기에 적절한 태양과 비, 그리고 태풍이 피해가는 1년의 시간을 주십시오. 그러면 저와 가족들은 이 지긋지긋한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입니다.” 신은 농부의 간절한 기도를 들어 주기로 했다. 그리고 1년의 시간이 흘렀다. 신의 약속대로 그 해에는 내내 좋은 햇빛이 있었다. 태풍도 벌레도 가뭄도 없었다. 농부는 행복한 마음으로 곡식을 수확했다. 그런데 곡식의 껍질 속에는 알맹이가 없었다. 화가 난 농부는 왜 알맹이가 없느냐고 신에게 따졌다. 그러자 신은 농부에게 말했다. “왜 그러냐고? 원래 고난과 인내를 거치지 않는 열매에서는 알맹이가 자라지 않는 법이다. 세계에서 가장 품질이 좋은 포도주가 프랑스에서 생..

[병뚜껑 열기 - 그 두려움과 공포의 순간](윤경변호사 법무법인바른)

[병뚜껑 열기 - 그 두려움과 공포의 순간](윤경변호사 법무법인바른) 여자들은 잘 열리지 않는 병뚜껑을 열어 달라고 남자들에게 부탁을 한다. 하지만 그녀들은 그 병이 남자들에게 건네지는 순간 그들이 가슴 속에 품는 공포를 잘 알지 못한다. 잘 열리지 않는 병뚜껑 통과의례는 몇몇 남자들에게만 해당되는 즐거움이다. 그 통과의례가 쉽다면, 무거운 물건을 번쩍번쩍 들어 올리는 여자들이 병을 남자에게 함부로 건네겠는가. 병을 건넨다는 것은 남자에 대한 ‘복종’을 의미하는 것인데. 뚜껑이 열리면 본전이고, 세상은 다시 아무 일 없었다는 듯 그냥 지나간다. 열리지 않는 경우에는 병뚜껑처럼 남자들의 인생도 막혀 버린다. 이제는 남자들이 순종해야 한다. 그렇다고 결코 포기할 남자들이 아니다. 어떤 것이든 아주 단단하게 ..

[세탁기의 저주](윤경변호사 법무법인바른)

[세탁기의 저주](윤경변호사 법무법인바른) 미국 유학 시절인 1996년에 구입한 Maytag 세탁기와 가스건조기를 현재까지 사용하고 있다. 검약해서가 아니고 17년 동안 사용했는데도 고장이 나지 않기 때문이다. 지겨워서 바꾸고 싶은데, 여전히 왕성하게 작동을 한다. 참으로 불가사의하다. 거의 매일 사용하는 데다가 17년의 기간 동안 전기모터가 마찰력 때문이라도 닳아 없어져야 하는 것이 아닌가. 이렇게 오랜 기간 새 제품을 구입할 필요가 없도록 튼튼하게 만든 회사라면, 그 회사는 지금은 망해서 없어졌을 것이다. 이보다 더 이해할 수 없는 불가사의는 남성용 양말 한 개의 실종이다. 세탁기에 벗어놓을 때에는 항상 한 짝(2개)을 넣는다. 예외는 없다. 한쪽만 양말을 신은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세탁기와 ..

[설거지 단상 - 깨진 와인 잔](윤경변호사 법무법인바른)

[설거지 단상 - 깨진 와인 잔](윤경변호사 법무법인바른) 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 ‘저녁식사를 마치자 마자 설거지를 하는 사람’과 ‘온갖 종류의 치명적인 미생물도 먹고 살 수 있도록 따뜻한 배려를 하면서 밤새 내버려 두는 온정 많은 타락자’ - 두 부류이다. 디저트로 나온 커피를 홀짝이기도 전에 여자들은 말한다. “식기세척기가 있는데, 뭐가 힘들다는거야?” 핑계거리만 만들어주고 있는 식기세척기가 정말 밉다. 모든 가전제품이 진화하고 있는 마당에 여전히 원시시대의 빨래터를 연상시키는 것이 바로 ‘식기세척기’이다. 부엌을 ‘설거지가 필요 없는 공간’으로 만들어 주지 못하는 바보같은 놈이다. 목욕탕을 가득 채울 정도의 물을 사용하지만, 씻어 줄 수 있는 그릇은 고작 약간의 밥풀떼기 정도만 붙어 있는..

[화장실 변기 시트와 오줌 방울](윤경변호사 법무법인바른)

[화장실 변기 시트와 오줌 방울](윤경변호사 법무법인바른) 여성들은 종종 화장실 변기시트를 올리지 않고 소변을 보는 남성들을 호들갑스럽게 나무란다. 엉덩이가 노란색으로 물들었기 때문이란다. 도대체 뭐가 문제일까. 남성 호모 사피엔스는 소변이 뻗어 나가는 방향을 조정할 수 있는 능력으로 다른 동물과 확연히 구분된다. 진정한 남성은 변기 시트가 내려진 상태에서 소변보기를 선호한다. 방향을 통제하는 자신의 능력과 기술을 시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변기의 구멍이 단 5cm밖에 되지 않았다면, 그야말로 진정한 도전과제가 될 수 있을 테니 더 없이 이상적일 것이다. 안타까운 점은 소변이 뻗어나가는 방향을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고해서 남성들이 항상 ‘유용한 방향’ 혹은 ‘위생적인 방향’으로 소변 줄기의 방향을..

[엘리베이터 타기의 어색함](윤경변호사)

[엘리베이터 타기의 어색함](윤경변호사) 모든 동물은 자신의 신체를 중심으로 일정한 규모의 개인 공간을 필요로 한다. 그래서 소변 등을 이용해 자신의 영역을 표시한다. 사람도 예외는 아니다. 모르는 사람의 경우 1.22m에서 3.6m 이상의 거리를 유지해야만 편안함을 느낀다. 물론 예외는 있다. 연인이나 자녀의 경우에는 15cm에서 45cm 이하로 들어와도 편안하다. 이런 이유로 사람들은 낮선 사람들로 가득 찬 장소를 싫어한다. 연주회장이나 복잡한 버스 안에서도 뜻하지 않게 개인의 사적 영역을 침범하게 되는데, 가장 당혹스러운 곳이 실은 ‘엘리베이터’이다. 이미 꽉 들어찬 엘리베이터를 타는 일은 작은 파티장을 들어가는 것과 같다. 그 좁은 공간 안에 사람들은 이미 저마다의 자리를 잡고 있다. 문이 열리면..

[추석 여행](윤경변호사 법무법인바른)

[추석 여행](윤경변호사 법무법인바른) 전에 어떤 여행 책에서 읽은 내용이 기억난다. 가족이나 지인과의 여행이 재미 없는 경우는 없다. 그럼에도 여행에서 스트레스 받는다면, 대부분 그 원인은 ‘이것’ 때문이다. 이런 것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거나, 재미 있는 여행을 절대 망치지 마라. 참으로 공감가는 말이었다. 가는 길에 ‘쁘띠 프랑스’에 들려 공연을 보고, 북한강에서 ‘제트 보트’를 탔다. ‘제이드 가든’의 산책길이 훌륭했고, 석양을 등지며 타는 ‘레일 바이크’도 좋았다. 펜션의 각 방 마다 별도로 설치되어 있는 ‘자쿠지(Jacuzzi)’와 ‘바베큐 시설’도 흡족스럽다. 장모님께서 무릎이 좋지 않으셔서 생각보다 잘 걷지 못하신다. 몇 년 전 일본이나 중국 여행을 모시고 갈 때만 해도 잘 걸으셨는데, 앞으..

[추억 속으로 사라진 ‘추석 제사’](윤경변호사 법무법인바른)

[추억 속으로 사라진 ‘추석 제사’](윤경변호사 법무법인바른) 돌아가신 아버지가 ‘종손’인지라 어릴 적부터 제사를 참 많이도 지냈다. 밤 12시 무렵 졸린 눈을 비비고 일어나 제사를 지냈다. 명절 때는 엄청나게 많은 친척들이 우리 집에 몰려 들었고, 푸짐한 음식과 함께 항상 ‘축제’ 분위기였다. 부모님이 돌아가신 이후부터는 더 이상 제사를 지내지 않는다. 나에게는 아들이 없어 내 제사를 지내 줄 후손도 없다. 제사에 대한 내 생각도 달라졌다. 내가 본 적이 없는 후손이 나를 기리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작년 추석에도 장인어른과 장모님을 모시고 안면도에 있는 “나문재 팬션”에서 쉬다 왔다. 지난 구정도 마찬가지 였다. 올해도 마찬가지로 장인어른과 장모님을 모시고 가평에 있는 “미쉘 팬션”에서 쉬다 올..

[추억이 많을수록 인생은 풍요로워진다.](윤경변호사 법무법인바른)

[추억이 많을수록 인생은 풍요로워진다.](윤경변호사 법무법인바른) 인생에 있어서 좋은 추억은 몸 속의 난로와 같다. 언제든 되살아나 몸 안을 따뜻하게 데워준다. 추억은 가슴 깊숙이 고인 눈물샘이다. 이따금 목울대를 타고 올라와 마음을 저리게, 온 몸을 아프게, 슬픔에 젖게 만든다. 좋은 추억일수록 울림이 오래 가고, 시간이 지날수록 그 맛과 향이 풍부해 진다. 추억을 많이 가지게 되면 인생은 풍요로워진다. “마음 속에 아름다운 추억이 하나라도 남아 있는 사람은 악에 빠지지 않을 수 있다. 그리고 그런 추억들을 많이 가지고 인생을 살아간다면 그 사람은 삶이 끝나는 날까지 안전할 것이다.” 도스토예프스키의 소설 “카라마조프의 형제들”에 나오는 구절이다. 좋은 추억은 이야기가 되고, 그 이야기는 다시 글과 그..

[이 세상에 실수하지 않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윤경변호사 법무법인바른)

[이 세상에 실수하지 않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윤경변호사 법무법인바른) 어떤 여행객이 몽고의 오지를 여행하다가 큰 우물을 발견했다. 그는 불현듯 우물의 깊이가 얼마나 될지 무척 궁금해졌다. 그래서 길바닥에 있는 작은 돌을 주워서 우물에 던져 놓고는 가만히 귀를 기울여보았다.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돌이 '풍덩'하고 물에 빠지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여행객은 작은 돌을 가지고는 아무래도 우물의 깊이를 알아낼 수 없겠다고 생각하고, 우물 옆에 있는 커다란 돌을 던져보았다. 그러나 우물 안에서는 이번에도 역시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는 우물이 엄청나게 깊은 모양이라고 생각했다. 여행객은 거의 사람의 몸통만한 돌을 끙끙거리며 간신히 들어 올려서 우물 안으로 던져 넣었다. 그가 우물에 귀를 기울이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