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구멘툼 엑스 아우토리타테】《내가 한 말들은 누가 내 어록에 등재해 줄까? 언감생심, 감히 꿈도 꾸지 말자.》〔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아구멘툼 엑스 아우토리타테(Argumentum ex autoritate)”라는 라틴어가 있다.
권위를 끌어들여 근거로 삼는다는 뜻이다.
사람들은 자기 생각을 종종 위대한 사람이나 훌륭한 사람들의 생각에 끼워 넣으려는 시도를 한다.
훌륭한 사람이 하는 이야기라면 믿을 만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인생은 공평하지 않다. 그 사실을 받아들여라.(Life is not fair. Get used to it.)”
‘빌 게이츠’가 한 말로 널리 알려져 있다.
하지만 위 말은 1996년 9월 16일 찰스 시키스(Charles J. Sykes)가 “학교에서는 배울 수 없는 것들(Some rules kids won't learn in school.)”이라는 제목으로 신문에 기고한 글이다.
오드리 햅번(Audrey Hepburn)이 사망하기 전 자신의 아이들에게 들려주었다고 전해지는 유명한 말이 있다.
아름다운 입술을 갖고 싶으면, 친절한 말을 하라.
사랑스런 눈을 갖고 싶으면, 사람들에게서 좋은 점을 보아라.
날씬한 몸매를 갖고 싶으면, 너의 음식을 배고픈 사람과 나누라.
아름다운 머리카락을 갖고 싶으면, 하루의 한번 어린이가 손가락으로 너의 머리를 쓰다듬게 하라.
아름다운 자세를 갖고 싶으면, 너 자신이 혼자 결코 걷고 있지 않음을 명심해서 걸어라.
사람들은 상처로부터 복구되어져야 하며,
낡은 것으로부터 새로워져야 하고,
병으로부터 회복되어야 하고,
무지함으로부터 교화 되어야 하며,
고통으로부터 구원 받고 또 구원받아야 한다.
결코 누구도 버려서는 안된다.
기억하라, 만약 네가 도움을 주는 손이 필요하다면
너의 팔 끝에 있는 손을 이용하면 된다.
당신이 더 나이가 들면 손이 두개라는 것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한 손은 자신을 돕는 손이고, 다른 한 손은 다른 사람을 돕는 손이다.
위 글을 읽는 순간 오드리 헵번이 평소에 보여준 박애정신과 헐벗은 자들에 대한 헌신적 행동이 오버랩되면서 큰 감동을 받았다.
하지만 위 글은 오드리가 처음 한 말이 아니다.
‘샘 레벤슨(Sam levenson)’의 시 “아름다워 지는 비결(Time Tested Beauty Tips)”의 내용 그대로다.
자본론(Das Kapital)을 쓴 ‘칼 막스(Karl Marx)’도 그런 경우에 속한다.
역사를 장식하는 여러 말들, 이를테면 종교가 “민중의 아편”이라는 말, “노동자는 쇠사슬 밖에 달리 잃을 게 없다.”는 말, “전 세계 프롤레타리아여, 단결하라!” 같은 말들이 그의 입에서 나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실제로 여기 인용한 세 가지 말은 모두 다른 사람들이 먼저 한 말이다.
종교와 관련된 말은 시인 ‘노발리스(Novalis)’가, 쇠사슬과 관련된 말은 프랑스 혁명주의자 ‘장 뽈 마라’가, 마지막 인용은 칼 막스의 거의 알리 알려지지 않는 투쟁 동지인 ‘카를 샤퍼’가 했던 말이다.
그런데 마르크스가 이 말들을 사용했기 때문에 뒷날의 독자들은 이 말들을 철학자 칼 막스의 어록에 등록해두게 되었고, 반면에 애초 그 말들을 만들어낸 사람들은 망각의 늪에 가라앉고 말았다.
유명한 사람들의 멋진 명언들은 이런 식으로 그 사람이 죽고 난 다음에 오히려 더 늘어나곤 한다.
대가들은 뒷날 후세에 의해 기념비가 세워지고 그러면서 실제 그들의 모습보다 더 위대한 모습으로 전해지게 되는 것이다.
내가 한 말들은 누가 내 어록에 등재해 줄까?
언감생심(焉敢生心)! 감히 꿈도 꾸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