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윤경/수필

【오잉크(Oink)】《우리가 너그럽고 관대해져야 하는 이유》〔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윤경 대표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2021. 11. 14.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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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잉크(Oink)】《우리가 너그럽고 관대해져야 하는 이유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사실에 바탕을 둔 진술만이 신뢰를 얻을 수 있다.

그렇지만 사실(fact)이라는 것이 정말 그렇게 확고부동한 것은 아니다.

누군가가 손을 대면 그 사실이란 것도 굴절되고 변형된다.

 

각종 뉴스의 머리기사만 비교해봐도 그렇다.

똑같은 사건이 그토록 다양하게 그려질 수 있다는 것에 가끔 놀란다.

사사로운 이해타산이나 사적 감정이 전혀 개입되지 않을 때, 그러니까 전적으로 중립적인 위치에서 단순한 감각적인 인상만을 문제 삼을 때조차도 사람마다 매우 다양한 결론을 내놓는다.

 

총소리를 표현하는 것만큼이나 짧고 간명한 게 있을까?

그런데 그런 총소리마저 듣는 사람마다 다르게 듣고 다르게 표현한다.

한국 사람들은 ’, 미국 사람들은 이라고 말한다.

 

동물 소리의 경우에도 그 표현방법의 다양함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개 짖는 소리만 해도 그렇다.

한국 사람들은 멍멍’, 미국 사람들은 바우와우’, 독일 사람들은 바우바우’, 태국 사람들은 홍홍’, 중국은 왕왕으로 재현한다.

돼지의 '꿀꿀'거리는 소리는 ‘Oink(오잉크)’이고, 닭울음 소리 꼬꼬댁'코카두들두(cockadoodledoo)'로 말한다.

이 모든 표현들이 어느 정도 비슷하긴 하지만 똑같지는 않다.

 

사람들은 별다른 뜻 없이 자기가 들었던 것을 그대로 이야기하지만, 그 이야기는 서로 다르다.

서로 견해가 다른 사람들의 경우 그 다른 정도는 훨씬 심해질 수 있다.

다른 사람에게 사실에 대한 이야기를 전할 때면 거의 대부분 각자의 다른 견해라는 것이 개입되기 마련이다.

 

요즘 정치성 뉴스의 댓글을 보면, 무수한 욕설과 비난이 난무한다.

 

우리는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보지 않고, 주관적인 마음대로 본다.

우리의 마음은 너무나 쉽게 하나의 길에 고정되어 버린다.

서쪽만 보고 있으면, 해가 뜨는 것을 볼 수 없다.

 

나와는 다른 생각과 행동을 겸허하게 수용하는 자세는 우리가 가진 위대한 능력 중 하나이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한번 자신의 의견을 굳혀 놓은 뒤에는 그 믿음을 정당화하는 일에 생애를 건다.

세계를 보는 자신의 시각만이 유일하게 옳은 길이라고 확신한다.

 

이는 참으로 슬픈 일이다.

자신의 생각과 다른 관점에서도 배울 것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의견에 맞서는 두 사람이 각자의 관점을 증명하는 일에 똑 같은 예를 제시할 수도 있으며, 그러면서도 양쪽 모두 조리 있고 설득력 있는 설명을 할 수 있다.

 

우리가 깊이 간직해 온 핵심적인 믿음이나 입장을 바꿀 필요는 없다.

그저 관대한 마음으로 새로운 생각에 가슴을 여는 것 뿐이다.

각자 처한 현실이 다르다는 것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다른 사람에게 자신과 똑같은 생각과 행동을 기대하는 순간 불화와 분쟁의 불씨가 생기는 것이다.

 

자신과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다른 사람을 함부로 비난하지 마라.

비판하고 싶은 충동에 저항하라.

다른 사람의 의견에서 티끌만한 진실이라도 찾아보라.

 

이 점을 실천하는 순간 편견을 배제하고, 보다 넓은 시각으로 삶을 바라보게 된다.

그 순간 우리는 인내심 강하고, 더 너그럽고, 보다 현명한 사람이 되어 있을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료수는 비난의 소리가 입안에 용솟음칠 때 이것을 꿀꺽 삼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