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윤경/수필

【못 생긴 또르와 함께 음악들으며 시간 보내기】《눈을 감으면 내 마음과 정신은 어디든 훨훨 날아, 그 잊지 못할 냄새와 풍경과 그 공기 속에 머물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윤경 대표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2024. 6. 2.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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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생긴 또르와 함께 음악들으며 시간 보내기눈을 감으면 내 마음과 정신은 어디든 훨훨 날아, 그 잊지 못할 냄새와 풍경과 그 공기 속에 머물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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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분간 또르와 산책을 하지 못할 것 같아서, 오늘은 산책을 한 후 미용을 시켜야겠다.

겨우 한달 만에 털이 한껏 자란 또르는 아빠인 내가 봐도 정말 못 생겼다.

더러운 창문을 닦고 난, 꾀죄죄한 하얀 걸레 덩어리 같다.

 

걷기보다는, 잔디밭에 앉아 둘이 음악을 들으며 화창한 봄날을 즐겼다.

앉아 있으면, 덥지 않고 오히려 시원한 바람이 귓가를 스친다.

날씨가 좋은데도, 너무 한적하고 조용하다.

또르와 보내는 이런 시간이 참 좋다.

 

미용을 하고 나니, 세상에!

못 생긴 또르가 정말 귀엽고 예쁘게 변했다.

그래서 다들 미용을 하나 보다.

나도 모르게 또르를 꽉 껴안고 뽀뽀 세례를 퍼붓는다.

포옹과 뽀뽀 융단 폭격을 받은 또르가 켁켁거리며 앞발로 나를 밀어낸다.

 

집에 돌아와 여행가방을 꾸리는데, 또르가 캐리어 안으로 들어가 짐싸는 것을 또 방해한다.

어딘가로 떠나는 것을 이제는 귀신같이 안다.

 

이제 출발이다.

 

가끔 난 삶의 길을 잃기도 하지만, 사라진 길에서 문득 보이지 않던 내부의 반짝이는 것들을 만나기도 한다.

지금이 그렇다.

내가 여행을 사랑하는 이유는, 그 모든 것이 기억에서 시작되어 그리움으로 끝나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다시 희망과 설렘을 품는다.

 

이집트의 휴양도시 후르가다(Hurghada)에서 홍해를, 그리고 포르투갈 알부페이라의 팔레지아 해변 레스토랑에서 대서양을 바라보며 칵테일을 마신 기억이 난다.

오랫 동안 바다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평온함이 느껴졌다.

푸르디 푸른 바닷물은 고요히 머물다 떠나갔다.

해가 반대쪽으로 넘어갈수록 바다에서 빛이 났다.

윤슬이 제 반짝임을 끝낼 때쯤 난 석양을 담은 칵테일에 기분좋게 취해 있었다.

 

그런 날을 사랑한다.

그 바다가 좋아서였다기보다,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멍 때리며 아무렇지 않을 수 있는 내 모습이 좋아서였다.

 

인도 조드푸르의 해 질 녘 성벽에서, 이탈리아 친퀴테레의 절벽 위에서, 스페인 세비야의 뜨거운 나무 아래서, 아프리카 아침을 여는 빅토리아 폭포 앞에서 다시 그 감정을 느껴보고 싶다.

아득한 그리움에 코가 실룩거린다.

 

눈을 감으면 내 마음과 정신은 어디든 훨훨 날아, 그 잊지 못할 냄새와 풍경과 그 공기 속에 머물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그 소리와 냄새를 기억해 낼 때

다시 그 앞에 서있게 된다면

두 팔 벌려 마음껏 안아주고 싶다.

 

이번 여행도 그런 날갯짓에 힘을 불어 넣어줄 바람이 되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