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평석> 조정금액을 지급하면서 그 원천징수세액을 공제한 나머지를 지급한 것이 변제로서 유효한지 여부【대법원 2001. 7. 10. 선고 2001다16449 판결】(윤경변호사 / 민사소송전문변호사 / 부동산경매변호사)
【대법원 2001. 7. 10. 선고 2001다16449 판결】
◎[요지]
[1] 보험계약의 체결에 있어서 보험약관상의 이율에 의한 보험금을 초과하는 이익을 지급하기로 한 초과이자 지급약정은 무효이고, 그 약정에 따라 지급하는 금전은 보험금이 아니라 사례금이라고 한 사례.
[2] 조정금액이 소득세법상 원천징수의 대상이 되는 기타소득이어서 조정금액을 지급하면서 그 원천징수세액을 공제한 나머지를 지급한 것이 변제로서 유효하다고 한 사례.
[3] 채무자가 민법 제479조의 변제충당순서를 어겨 변제할 채무를 지정하고 채권자가 지체 없이 이의를 제기하지 아니하여 채무자의 임의충당을 승인하였다고 본 사례.
제목 : 조정금액을 지급하면서 그 원천징수세액을 공제한 나머지를 지급한 것이 변제로서 유효한지 여부
1. 사안의 개요 및 쟁점
가. 사안의 개요
① 서울지방법원 서부지원은 원고와 피고 사이에 체결된 각 보험계약은 각 보험증권에 기재된 내용이 아니라 김순근이 피고에게 제시한 계약확인서의 내용에 따라 체결되었다고 봄이 상당하는 이유로 피고 승소 판결을 선고하였다.
② 원고가 불복하여 서울고등법원 98나44538호로 항소를 제기하였는데, 항소심에서 1998. 10. 18. ‘원고는 피고에게 제1심 판결금액 중 70% 상당액으로서 160,000,000원을 지급하되, 원고가 1999. 11. 15.까지 이를 지급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그 다음날부터 완제일까지 연 2할 5푼의 비율에 의한 금원을 가산하여 지급한다’는 내용의 조정이 성립되어 같은 날 그 조정조서가 작성되었다.
③ 원고는 1999. 11. 10. 피고에게 위 조정조서에 기재된 160,000,000원에서 소득세 및 주민세 원천징수분을 공제하고 나머지를 1999. 11. 15. 지급하겠다는 뜻을 통지하였으나, 이에 대하여 피고는 1999. 11. 12. 원고에게 소득세 및 주민세 원천징수분을 공제하고 나머지만을 지급하는 것은 부당하는 이유로 이를 수령할 의사가 없음을 통지하였다.
④ 원고는 1999. 11. 15. 160,000,000원에서 원천징수할 소득세액 및 주민세액 합계 35,200,000원을 공제한 나머지 124,800,000원을 서울지방법원 서부지원 99금제2444호로 변제공탁하고, 1999. 12. 10.경 원천징수한 위 세금을 관할세무서에 납부하였다.
⑤ 피고는 그 무렵 위 변제공탁금에 대해 이의를 유보하고 이를 수령하였다.
나. 쟁 점
이 사건의 쟁점은, ① 보험계약의 체결에 있어서 보험약관상의 이율에 의한 보험금을 초과하는 이익을 지급하기로 한 초과이자 지급약정은 무효이고, 그 약정에 따라 지급하는 금전은 보험금이 아니라 사례금인지 여부, ② 조정금액이 소득세법상 원천징수의 대상이 되는 기타소득이어서 조정금액을 지급하면서 그 원천징수세액을 공제한 나머지를 지급한 것이 변제로서 유효한지 여부, ③ 채무자가 민법 제479조의 변제충당순서를 어겨 변제할 채무를 지정하고 채권자가 지체 없이 이의를 제기하지 아니하여 채무자의 임의충당을 승인하였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이다.
2. 보험계약의 체결에 있어서 보험약관상의 이율에 의한 보험금을 초과하는 이익을 지급하기로 한 초과이자 지급약정에 따라 지급하는 금전은 보험금이 아니라 사례금인지 여부(= 제1 쟁점)
가. 문제점 제기
피고가 원고의 조정조서에 따른 채무이행으로 인하여 얻게 될 소득(이 사건 조정금액)이 과세 및 원천징수의 대상이 되는지를 살펴보기 위하여는 먼저 위 조정금액에 대한 법적 성격이 무엇인지 문제가 된다.
나. 대상판결의 경우(제1 쟁점의 해결)
① 원고와 피고 사이에 체결된 저축성보험인 이 사건 제1, 2보험계약 중 각 보험약관에 따른 납입보험료원금 및 이에 대한 보험약관상의 이율에 의한 보험차익은 1997. 1. 4.과 1997. 4. 1.에 이미 변제되었으므로, 이 사건 조정조서에 의하여 원고가 피고에게 지급책임을 부담하는 부분은 이를 초과하는 이익의 지급약정에 의한 것인바, 구 보험업법(1995. 1. 5. 법률 제486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5조 제3항 제3호는 보험업 허가를 신청할 때 약관을 제출하도록 하고 같은 법 제7조 제1항 제1호에서 약관의 변경시 재무부장관의 인가를 받도록 하고 있으며(현행 보험업법 제5조 제3항 제3호 및 제7조 제1항 제1호에서는 보험업 허가권 및 보험약관의 변경에 대한 인가권을 금융감독위원회의 권한으로 규정하고 있음), 같은 법 제156조 제1항 제4호에서 보험계약의 체결 또는 모집에 종사하는 자는 그 체결 또는 모집에 관하여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에 대하여 특별한 이익의 제공을 약속하거나 보험료의 할인 기타 특별한 이익을 제공하지 못하도록 규정되어 있고, 다수의 보험계약자 단체에 의한 위험 분산이라는 보험의 특성상 보험계약자 사이에 평등의 원칙이 절대적으로 요구되는 점에 비추어 보면, 원고와 피고 사이에 체결된 이 사건 제1, 2보험계약 중 보험약관상의 이율에 의한 보험금을 초과하는 돈을 지급하기로 한 약정은 그 범위 내에서 보험업법 위반으로 무효라 할 것이므로 위 무효인 약정에 따라 지급하는 돈은 보험금으로 볼 수 없고, 다만 보험료 가액이 크고 기간이 장기인 보험을 가입해 준 데 대한 보답의 의미로 지급하는 사례금이고,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은 그 사례금 지급채무의 이행지체에 대한 배상금으로 보아야 한다.
② 대상판결은, 보험계약의 체결에 있어서 보험약관상의 이율에 의한 보험금을 초과하는 이익을 지급하기로 한 초과이자 지급약정은 무효이고, 그 약정에 따라 지급하는 금전은 보험금이 아니라 사례금이라고 보고 있다.
3. 조정금액이 소득세법상 원천징수의 대상이 되는 기타소득이어서 조정금액을 지급하면서 그 원천징수세액을 공제한 나머지를 지급한 것이 변제로서 유효한지 여부(= 제2 쟁점)
가. 문제점 제기
원심은, 원고가 피고에게 지급할 이 사건 조정조서상의 채무액에서 원천징수소득세액 을 공제한 나머지 금원을 변제공탁한 것은 위 채무 전부를 소멸시키는 유효한 변제가 된다고 판시하였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조정의 창설적 효력에 의하여 종전에 다투어졌던 보험계약관계를 바탕으로 한 권리의무관계는 모두 소멸하는 것이므로 새삼스럽게 원고가 피고에게 지급하여야 할 돈의 성격을 따져서 소득세 등 원천징수 대상이 되는가 여부 등의 주장을 할 수 없다고 한다.
나. 대상판결의 경우(제2 쟁점의 해결)
⑴ 민법상 화해계약이 성립하면 당사자 일방이 양보한 권리는 소멸하고 상대방은 그 권리를 취득하는 효력이 있는데(민법 제732조), 이를 화해계약의 창설적 효력이라고 하고, 그 구체적 내용은 종래의 법률관계가 어떠하였느냐를 묻지 않고 화해에 의하여 새로운 법률관계가 생기고, 따라서 새로운 권리의 득실이 있게 되는 것을 말한다.
재판상 화해에 대하여도 실체법상 인정되는 화해계약의 창설적 효력을 인정되는데, 창설적 효력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 인정의 범위는 당사자 간에 다투어졌던 권리관계에만 미치는 것이지 당사자간에 다툼이 없었던 사항에 관하여서까지 미치는 것은 아니므로 화해의 대상이 되지 아니한 종전의 다른 법률관계까지 소멸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1990. 6. 8. 선고 89다카20481 판결, 1997. 1. 24. 선고 95다32273 판결 등). 즉 화해조항에 포함되지 아니한 사항에 관하여는 일반원칙에 의하여 해결하여야 하고, 이러한 법리는 조정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⑵ 이 사건 조정에서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있었던 부분은 원고가 피고에게 지급하여야 할 책임이 있는 채무의 유무 및 그 범위에 불과하였으며, 그 채무의 법적 성질이 무엇인지 여부에 관하여는 위 책임의 발생과 관련하여 그 전제로서 문제가 될 수 있었으나 이 사건 조정에서 조정의 내용으로 삼은 바는 없다.
결국 이 사건 조정조서에서는 채무의 변제기와 채무원금 및 변제기 이후의 지연손해금만 정하고 채무의 법적 성질에 관하여는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으므로, 원칙으로 돌아가 피고가 원고의 채무이행으로 인하여 얻게 될 위 소득에 대한 과세 및 원천징수의 대상 여부는 피고의 위 소득에 대한 법적 성질을 가려보아야 한다. 조정조서에 채무의 법적 성질에 관하여도 규정하고 있을 경우라 하더라도 그 효력은 그 조정의 당사자 사이에만 미치는 것이고 제3자에는 아무런 효력이 없으므로, 법적 성질이 무엇인지 여부를 따져보아 과세의 정당성을 살펴야 한다.
⑶ 이 사건 조정금액의 법적 성격은 사례금 및 그에 대한 지연배상금이라고 보아야 함은 앞서 본 바와 같다. 따라서 이는 소득세법 제21조 제1항에서 과세소득으로 규정한 기타소득인 ‘사례금’(제17호)과 ‘계약의 위약 또는 해약으로 인하여 받는 위약금과 배상금’(제10호)에 해당되어 소득세법상 원천징수의 대상이 된다.
⑷ 대상판결은, 원고가 이 사건 조정금액을 피고에게 지급하면서 그 원천징수세액을 공제한 나머지를 지급한 것은 정당한 이 사건 조정금액의 변제로 보아야 할 것이고, 이러한 판단이 조정의 창설적 효력에 위반되는 것도 아니라고 판시하고 있다.
4. 채무자가 민법 제479조의 변제충당순서를 어겨 변제할 채무를 지정하고 채권자가 지체 없이 이의를 제기하지 아니하여 채무자의 임의충당을 승인하였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 제3 쟁점)
가. 변제충당의 의미{이홍철, “수개의 비용 간, 수개의 이자 간 지정충당의 효력”, 사법연수원 논문집 제1집 51-54쪽 참조}
⑴ 변제충당의 의미
채무자가 동일한 채권자에 대하여 같은 종류를 목적으로 한 수개의 채무를 부담한 경우에 변제의 제공이 그 채무 전부를 소멸하게 하지 못하는 때에 어느 채무를 소멸하게 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바로 변제충당이다(민법 제476조, 제477조, 제479조).
⑵ 계약충당(합의충당)
변제충당의 경우에도 당사자 일방의 지정에 의한 충당 방법(민법 제476조)이나 법률의 규정에 따른 충당순서에 의한 충당 방법(민법 제477조, 제479조)이 있다 하더라도 그보다 앞서 당사자 사이의 계약 또는 합의에 의한 충당 방법이 우선한다.
다만, 경매에 의한 변제 등과 같이 법률관계의 성질상 합의충당이나 지정충당을 허용할 수 없고 법률의 규정에 의한 충당만을 인정하여야 하는 경우(대법원 2000. 12. 8. 선고 2000다51339 판결 등)가 있는데 이는 특별한 예외이다.
⑶ 지정충당
민법 제476조는 “① 채무자가 동일한 채권자에 대하여 같은 종류를 목적으로 한 수개의 채무를 부담한 경우에 변제의 제공이 그 채무 전부를 소멸하게 하지 못하는 때에는 변제자는 그 당시 어느 채무를 지정하여 그 변제에 충당할 수 있다. ② 변제자가 전항의 지정을 하지 아니할 때에는 변제받는 자는 그 당시 어느 채무를 지정하여 그 변제에 충당할 수 있다. 그러나 변제자가 그 충당에 대하여 즉시 이의를 한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것이 당사자 일방의 지정에 의한 충당 방법인 지정충당이다.
민법 제476조의 취지는, 지정권이 우선 변제자에게 있고 변제자는 상대방의 동의를 받을 필요도 없으며 상대방은 이의할 수도 없는 반면, 변제자의 지정이 없는 경우에 지정권은 변제받는 자에게 넘어가지만 이에 대하여 변제자의 이의가 있으면 변제받는 자의 지정은 효력을 상실한다는 것이다.
다만, 이러한 변제자의 지정권도 항상 최우선일 수는 없으며 일정한 제한을 받게 되는데 그것은 앞에서 본 바와 같은 경매 등의 영역과 뒤에서 보는 비용, 이자, 원본의 순서를 정한 민법 제479조이다.
⑷ 법정충당
민법 제477조는 “당사자가 변제에 충당할 채무를 지정하지 아니한 때에는 다음 각호의 규정에 의한다. 1. 채무 중에 이행기가 도래한 것과 도래하지 아니한 것이 있으면 이행기가 도래한 채무의 변제에 충당한다. 2. 채무 전부의 이행기가 도래하였거나 도래하지 아니한 때에는 채무자에게 변제이익이 많은 채무의 변제에 충당한다. 3. 채무자에게 변제이익이 같으면 이행기가 먼저 도래한 채무나 먼저 도래할 채무의 변제에 충당한다. 4. 전 2호의 사항이 같은 때에는 그 채무액에 비례하여 각 채무의 변제에 충당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지정충당이 없는 경우 또는 변제받는 자의 지정충당에 대하여 변제자가 이의한 경우에는 법정충당을 하여야 한다.
⑸ 비용, 이자, 원본에 대한 변제충당의 순서
민법 제479조는 “① 채무자가 1개 또는 수개의 채무의 비용 및 이자를 지급할 경우에 변제자가 그 전부를 소멸하게 하지 못한 급여를 한 때에는 비용, 이자, 원본의 순서로 변제에 충당하여야 한다. ② 전항의 경우에 제477조의 규정을 준용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은 지정충당과 법정충당을 제한하는 것으로서 이에 어긋나는 일방적인 충당지정은 효력이 없다(대법원 1981. 5. 26. 선고 80다3009 판결).
나. 대상판결의 경우(제3 쟁점의 해결)
⑴ 비용, 이자, 원본에 대한 변제충당에 있어서는 민법 제479조에 그 충당 순서가 법정되어 있고 지정 변제충당에 관한 같은 법 제476조는 준용되지 않으므로 당사자 사이에 특별한 합의가 없는 한 비용, 이자, 원본의 순서로 충당하여야 할 것이고, 채무자는 물론 채권자라고 할지라도 위 법정 순서와 다르게 일방적으로 충당의 순서를 지정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지만, 당사자의 일방적인 지정에 대하여 상대방이 지체없이 이의를 제기하지 아니함으로써 묵시적인 합의가 되었다고 보여지는 경우에는 그 법정충당의 순서와는 달리 충당의 순서를 인정할 수 있다(대법원 1981. 5. 26. 선고 80다3009 판결, 1990. 11. 9. 90다카7262 판결, 1998. 4. 24. 선고 97다48562 판결, 2001. 7. 10. 선고 2001다16449 판결, 2002. 5. 10. 선고 2002다12871,12888 판결).
⑵ 원고는 피고에 대하여 1997. 4. 1.에는 ① 이 사건 제2보험의 지급보험료반환 원본채무, ② 이에 대한 이자채무로서의 보험차익 채무, ③ 이 사건 제2보험에 대한 사례금지급채무(초과이자 지급약정에 따른 약정원금채무), ④ 1997. 1. 4. 발생한 위 ③번 채무에 대한 지연손해금채무를 부담하고 있었다.
1997. 4. 1. 변제 당시 원고는 ①, ②번 채무의 액만큼 이를 일방적으로 지정하여 변제한 것이므로 이에 대하여 상대방이 명시적으로 승인하였거나 지체없이 이의를 제기하지 않아 묵시적으로 승인하였다고 볼 사정이 아니라면, 원고의 위 변제충당의 지정에도 불구하고 위 변제금은 민법 제479조 제1항에 의하여 이자 채무인 ②, ④번 채무의 변제에 먼저 충당되고, 그 나머지가 원본채무인 ①번 채무에 충당되어야 한다(대법원 1981. 5. 26. 선고 80다3009 판결, 1990. 11. 9. 선고 90다카7262 판결 등). 결국 원심이 “원고가 위와 같이 채무를 지정하여 변제한 이상 보험료반환금 및 이에 대한 이자지급채무는 소멸하였다고 할 것이고 법정변제충당의 규정은 적용될 여지가 없다”고 판시한 것은 법리를 오해한 것이다.
그러나 원고는 1997. 4. 1. 변제 당시 ①, ②번 채무의 액만큼 이를 지정하여 변제하였는데, 이에 대하여 피고는 원고의 위 변제금을 수령하면서도 단지 원고의 위 변제가 일부변제에 불과하다고 주장하였을 뿐 원고의 위와 같은 지정충당에 관하여는 이의하지 않았으므로, 피고는 원고의 위와 같은 임의충당을 승인하였다고 보아야 한다(묵시적 합의에 의한 합의충당 인정). 대상판결은 원심의 판단은 이유 설시에 있어 부적절하나, 결론은 정당하다고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