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임대인과 임차인 사이의 임대차계약이 종료된 이후 임차물을 소유하고 있는 임대인이 제3자를 상대로 차임상당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대법원 2023. 3. 30. 선고 2022다296165 판결)》〔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1. 판결의 요지 : [가설자재 임대차계약 해지 후 가설자재 점유․사용에 따른 부당이득반환 및 가설자재 인도 등을 구한 사건]
【판시사항】
[1] 계약당사자 지위 승계를 목적으로 하는 계약인수의 성립 요건 및 계약인수 여부의 판단 기준
[2] 임차인이 임대인의 동의를 받지 않고 제3자에게 임차권을 양도하거나 전대하는 등의 방법으로 임차물을 사용·수익하게 한 경우, 임대인은 임대차계약이 존속하는 한도 내에서 제3자에게 불법점유를 이유로 한 차임 상당 손해배상청구나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 임대차계약이 종료된 이후 임차물을 소유하고 있는 임대인이 제3자를 상대로 위와 같은 손해배상청구나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
【판결요지】
[1] 계약당사자로서의 지위 승계를 목적으로 하는 계약인수는 계약당사자 및 인수인의 3면 합의에 의하여 계약당사자 중 일방이 당사자로서의 지위를 포괄적으로 제3자에게 이전하여 계약관계에서 탈퇴하고 제3자가 그 지위를 승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계약으로서 3면 계약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보통이나 관계 당사자 중 2인이 합의하고 나머지 당사자가 이를 동의 내지 승낙하는 방법으로도 가능하고, 나머지 당사자의 동의 내지 승낙이 반드시 명시적 의사표시에 의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며 묵시적 의사표시에 의하여서도 가능하다. 이러한 계약인수 여부가 다투어지는 경우에는, 그것이 계약 주체의 변동을 초래하는 등 당사자 사이의 법률상 지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법률행위인 점을 고려하여, 계약의 성질, 당사자의 거래 동기와 경위, 거래 형식 및 내용, 당사자가 그 거래행위에 의하여 달성하려는 목적, 거래관행 등에 비추어 신중하게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2] 임차인이 임대인의 동의를 받지 않고 제3자에게 임차권을 양도하거나 전대하는 등의 방법으로 임차물을 사용·수익하게 하더라도, 임대인이 이를 이유로 임대차계약을 해지하거나 그 밖의 다른 사유로 임대차계약이 적법하게 종료되지 않는 한 임대인은 임차인에 대하여 여전히 차임청구권을 가지므로, 임대차계약이 존속하는 한도 내에서는 제3자에게 불법점유를 이유로 한 차임 상당 손해배상청구나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할 수 없다. 그러나 임대차계약이 종료된 이후에는 임차물을 소유하고 있는 임대인은 제3자를 상대로 위와 같은 손해배상청구나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할 수 있다.
2. 사안의 개요 및 쟁점 [이하 판례공보스터디 민사판례해설, 홍승면 P.3131-3134 참조]
가. 사실관계
⑴ 피고는 이 사건 공사의 시공사로서 철근·콘크리트 공사 부분을 연평건설에 하도급 주었다.
원고는 가설자재 판매·임대업자로서 연평건설과 체결한 이 사건 임대차계약에 따라 이 사건 공사현장에 가설자재를 임대하였다.
⑵ 연평건설의 공사 중단으로 피고는 연평건설과의 하도급계약을 해제하였다. 이후 피고는 2017. 5. 26. 연평건설과 사이에, 이 사건 공사현장의 가설자재에 관한 권리를 양수하는 내용의 양도양수합의를 체결하고, 그 무렵 이 사건 공사현장을 인도받아 나머지 공사를 시공하였다.
⑶ 한편, 원고와 연평건설 사이의 이 사건 임대차계약은 2017. 9. 말경 합의 해지로 종료되었다. 원고는 연평건설로부터 2017. 3.부터 2017. 9. 30.까지의 가설자재 임대료에 관한 거래사실 확인서를 받았고, 원고와 연평건설 사이에 연평건설이 원고에게 위 확인서 기재 돈을 지급하기로 하는 내용의 화해권고결정이 확정되었다.
⑷ 중간에 원고와 피고 사이에 가설자재 차임지급 등에 관한 논의가 있었으나 가설자재 수량 등에 관한 다툼이 생기면서 임대차계약이 체결되지 아니하였다.
⑸ 원고는 피고를 상대로 ① 피고가 연평건설로부터 이 사건 임대차계약상 임차인 지위를 승계하였음을 전제로 한 임대료청구와 ② 위 계약상 지위 승계가 인정되지 않는 경우에 대비한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하여 2017. 5.부터 가설자재 인도일까지의 차임 상당액 지급을 구하였다.
⑹ 원심은 ① 임대료청구에 대하여 피고가 연평건설로부터 이 사건 임대차계약상 당사자지위를 인수하기로 하는 합의가 있었다거나 이에 대한 원고의 동의, 승낙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기각하고, ② 부당이득반환청구에 대하여 2017. 9. 30.까지는 이 사건 임대차계약이 존속하였음을 이유로, 2017. 10. 1. 이후 기간에 관하여는 급부부당이득의 경우 상대방 계약당사자가 아닌 제3자를 상대로 반환을 청구할 수 없다는 등의 이유로 기각하였다.
나, 쟁점
⑴ 가설자재 임대차계약 해지 후 가설자재 점유․사용에 따른 부당이득반환 및 가설자재 인도 등을 구한 사건이다.
⑵ 위 판결의 쟁점은, 임대인과 임차인 사이의 임대차계약이 종료된 이후 임차물을 소유하고 있는 임대인이 제3자를 상대로 차임상당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이다.
⑶ 임차인이 임대인의 동의를 받지 않고 제3자에게 임차권을 양도하거나 전대하는 등의 방법으로 임차물을 사용․수익하게 하더라도, 임대인이 이를 이유로 임대차계약을 해지하거나 그 밖의 다른 사유로 임대차계약이 적법하게 종료되지 않는 한 임대인은 임차인에 대하여 여전히 차임청구권을 가지므로, 임대차계약이 존속하는 한도 내에서는 제3자에게 불법점유를 이유로 한 차임상당 손해배상청구나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할 수 없다(대법원 2008. 2. 28. 선고 2006다10323 판결 등 참조). 그러나 임대차계약이 종료된 이후에는 임차물을 소유하고 있는 임대인은 제3자를 상대로 위와 같은 손해배상청구나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할 수 있다(대법원 2017. 9. 7. 선고 2014다82002 판결 등 참조).
⑷ 원심은, 피고가 하수급인과의 양도양수 합의에 따라 원고의 가설자재에 관하여 사용 권한을 취득하였다는 등 이유로 부당이득반환청구를 배척하고, 원고 소유의 가설자재가 특정되기 어렵다는 등 이유로 가설자재 인도청구 및 대상청구를 배척하였다.
⑸ 대법원은, ① 임대인인 원고의 동의가 없는 이상 피고는 하수급인과의 양도양수 합의로써 임대인인 원고에게 대항할 수 없고, 원고와 하수급인 사이의 임대차계약은 종료되어 원고는 임차물인 가설자재의 소유자로서 피고를 상대로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할 수 있다는 이유로, 이와 달리 본 원심판결 중 해당 부당이득반환청구 부분을 파기·환송하고, ② 원고의 가설자재는 일정한 재질, 규격을 갖추고 건설현장에서 사용되는 것으로 개성이 중시되는 물건이 아니라 종류물 내지 대체물로 볼 수 있고, 그 종류, 품질 및 수량이 특정되어 있다는 이유로, 이와 달리 본 원심판결 중 가설자재 인도청구 및 대상청구 부분을 파기·환송하였다.
3. 임대차계약이 종료된 이후 임대인이 제3자를 상대로 불법점유를 이유로 한 차임 상당의 손해배상청구나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할 수 있는지 여부 (적극) [이하 판례공보스터디 민사판례해설, 홍승면 P.3131-3134 참조]
가. 계약인수 관련
⑴ 계약인수는 ‘삼면계약’에 해당한다.
다만, 삼면계약이라 해서 반드시 세 사람이 모여서 합의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고 당사자 3인 중 2인이 먼저 합의를 하고 나머지 당사자가 이를 동의하는 방법으로 3자간 합의가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⑵ 채무인수는 채권자와 인수인 두 당사자 사이의 계약이라는 점에서 계약인수와 구별된다.
㈎ 민법 제453조를 보면, 채무인수는 ‘채권자와 제3자(인수인) 사이 계약’으로 이루어지도록 되어 있다.
● 민법 제453조(채권자와의 계약에 의한 채무인수)
① 제3자는 채권자와의 계약으로 채무를 인수하여 채무자의 채무를 면하게 할 수 있다. 그러나 채무의 성질이 인수를 허용하지 아니하는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 채무자와 인수인이 먼저 합의를 하고 채권자의 동의를 받는 것도 가능하나(민법 제454조), 그렇다 하더라도 채무인수에서 중요한 것은 채권자와 인수인 사이의 합의이다. 왜냐하면 채무자의 동의가 없는 경우에도 채무인수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 민법 제454조(채무자와의 계약에 의한 채무인수)
① 제3자가 채무자와의 계약으로 채무를 인수한 경우에는 채권자의 승낙에 의하여 그 효력이 생긴다.
⑶ 대상판결(대법원 2023. 3. 30. 선고 2022다296165 판결)은 3당사자(원고, 연평건설, 피고) 사이의 계약인수 합의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피고가 연평건설로부터 임대차계약상 임차인 지위를 승계하였음을 이유로 한 원고의 ‘계약상 임대료’ 청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보았다.
나. 임대인의 제3자(임차인 외의 점유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부당이득반환청구 관련
⑴ 임대차계약이 존속 중인 기간의 경우
㈎ 임대차계약 존속 중에는 임대인이 제3자(전차인 등)를 상대로 직접 차임 상당의 손해배상청구·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할 수 없다.
그 핵심 이유는 임대인 자신에게는 목적물을 사용·수익할 권리가 없기 때문이다.
㈏ 대상판결(대법원 2023. 3. 30. 선고 2022다296165 판결)에서는 ‘임대인은 임차인에 대하여 여전히 차임청구권을 가지므로’라고 설시되어 있으나, 단순히 임대인이 임차인에 대한 채권을 가지기 때문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사용·수익권을 설정해 주어 자기는 사용·수익할 수 없고, 사용·수익에 갈음하여 임차인에 대한 차임청구권을 가질 뿐이며, 따라서 임대인으로서는 제3자에 대하여 사용·수익할 권리의 침해로 인한 손해를 주장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⑵ 임대차계약이 종료된 이후의 기간의 경우
㈎ 임차인의 사용·수익권이 소멸하므로, 더 이상 임대인에게 사용·수익권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임대인의 차임 상당의 손해배상청구권·부당이득반환청구권이 부정되지는 않는다.
㈏ 대상판결(대법원 2023. 3. 30. 선고 2022다296165 판결)은 “임대차계약이 종료된 이후에는 ‘임차물을 소유하고 있는 임대인’은 제3자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나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할 수 있다.”고 판시하였다.
소유자로서 불법점유자에게 손해배상청구,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할 수 있음은 당연하다.
㈐ 그런데 위 판시 중 앞부분의 ‘임차물을 소유하고 있는 임대인은’이란 표현이 청구 주체를 소유자인 임대인으로 한정하는 것인지 의문이 있다.
㈑ 소유자 아닌 임대인의 부당이득반환청구와 관련하여, 임대차가 종료된 경우 임대목적물이 타인 소유라고 하더라도 임대인은 임차인을 상대로 차임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할 수 있다는 것이 판례로 확립되어 있고, 타당한 법리이다.
◎ 대법원 1996. 9. 6. 선고 94다54641 판결 : 임대인이 국가 소유의 부동산을 임대하였는데 임차인의 차임 연체로 인하여 그 임대차계약이 해지되었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임차인은 임대인에게 그 부동산을 명도하고 해지로 인한 임대차 종료시까지의 연체차임 및 그 이후부터 명도 완료일까지 그 부동산을 점유·사용함에 따른 차임 상당의 부당이득금을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한 사례
◎ 대법원 2001. 6. 29. 선고 2000다68290 판결 : 임대차는 당사자 일방이 상대방에게 목적물을 사용·수익하게 할 것을 약정하고 상대방이 이에 대하여 차임을 지급할 것을 약정하면 되는 것으로서 나아가 임대인이 그 목적물에 대한 소유권 기타 이를 임대할 권한이 있을 것을 성립요건으로 하고 있지 아니하므로, 임대차가 종료된 경우 임대목적물이 타인 소유라고 하더라도 그 타인이 목적물의 반환청구나 임료 내지 그 해당액의 지급을 요구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임차인은 임대인에게 그 부동산을 명도하고 임대차 종료일까지의 연체차임을 지급할 의무가 있음은 물론, 임대차 종료일 이후부터 부동산 명도 완료일까지 그 부동산을 점유·사용함에 따른 차임 상당의 부당이득금을 반환할 의무도 있다고 할 것인바, 이와 같은 법리는 임차인이 임차물을 전대하였다가 임대차 및 전대차가 모두 종료된 경우의 전차인에 대하여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대로 적용된다.
㈒ 위 기존 판례 법리가 적용된 사안들은 임대인이 소유권 이외의 다른 사용·수익권을 가지는 사안들인바(ex 임대인이 소유자로부터 목적물을 임차하여 자신의 임차인에게 전대한 사안), 위 법리는 타당하다고 보인다.
① 임차인은 어차피 임대인에 대하여 목적물반환의무 불이행을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는데, 임대인의 부당이득반환청구를 기각시키고 다시 채무불이행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도록 하는 것은 효과적인 분쟁해결 방법이 아니다.
② 통상 소유자는 자신이 사용을 허락한 계약상대방으로부터 사용 대가를 지급받기 때문에 손해가 없고, 점유자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이해관계도 없다.
③ 임대인이 사용·수익 기회를 누리지 못하는 것을 손해배상책임이나 부당이득반환책임의 성립 요건인 ‘손해’로 평가할 수 있다.
㈓ 그런데 위 ②, ③의 근거는 임대인의 제3자에 대한 불법행위 손해배상청구·부당이득반환청구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될 수 있고, 임대인이 제3자를 상대로 직접 그러한 청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분쟁의 일회적·종국적 해결 방법이 된다.
따라서 위 판례의 법리는 임차인 외의 제3자에 대한 불법행위 손해배상청구·부당이득반환청구에도 적용될 수 있다고 생각된다(임대차 종료 이후에는 종전에 임차인이었던 자와 제3자 사이에 불법행위·부당이득에 관한 법적 지위에 차이가 없음).
㈔ 한편, 대상판결(대법원 2023. 3. 30. 선고 2022다296165 판결)에서는 “임차물을 소유하고 있는 임대인은 제3자를 상대로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할 수 있다.”고 판시하였을 뿐이고, “임차물을 소유하고 있지 않은 임대인은 제3자를 상대로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할 수 없다.”는 취지의 판시는 아직 없다.
따라서 대상판결(대법원 2023. 3. 30. 선고 2022다296165 판결)을 반대해석하여 소유자 아닌 임대인의 제3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부당이득반환청구는 부정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 소유권을 가진 임대인은 물론 임차권 등 사용·수익권을 가진 임대인도 임대차계약 종료 이후에는 제3자를 상대로 불법행위 손해배상청구·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