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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고한 용의자 또르】《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에 사는 즐거움》〔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태풍 마이삭의 영향으로 비가 내린다.
가을비지만, 공기는 습하고 눅눅하다.
집에 들어서는 순간 이상한 냄새가 난다.
목욕시키지 않은 또르의 냄새일까?
또르를 냉큼 들어 올려 배, 등, 목덜미의 털 속에 내 코를 깊이 묻고 냄새를 맡았다.
구수한 냄새만 난다.
그래도 가장 유력한 용의자는 또르다.
구석진 어디엔가 응가를 한 걸까?
토실토실한 쥐를 사냥한 후 그 사체를 비밀 식량창고에 보관해 둔 걸까?
냄새가 강해지는 방향을 따라 킁킁대며 걸음을 옮긴 곳은 다름 아닌 건조기였다.
건조기의 문을 연 다음의 사연은 너무 참혹해서 차마 글로 적을 수 없다.
센서 고장으로 찬바람만 나온 덕분에 물기를 머금은 한 뭉텅이의 빨래들이 마르지 않은 채 고약한 냄새를 풍기고 있었다.
먹이를 찾아 산기슭을 어슬렁거리는 늑대, 짐승의 썩은 고기만을 찾아다니는 하이에나가 근처에 서식하고 있다면 열쇠수리공을 불러서라도 우리집 문을 따고 들어왔을 거라는 점만은 장담할 수 있겠다.
식탁 위에 요즘 구하기 힘들다는 희귀본이 도착해 있다.
조국흑서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다.
예전 허니버터칩을 구입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처럼 힘들었을 때 이를 구입한 사람들의 자랑질에 심한 좌절을 느낀 적이 있었다.
조국흑서는 암시장에서도 구할 수 없다는 소식을 들었다.
사람들은 소망한다.
금지된 것을.
구하기 어렵다니 나역시 호기심이 발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