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윤경/수필

【노안에 설단 현상까지】《또르의 위로가 필요해. 이젠 중년도 아닌 노년이라니!》〔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윤경 대표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2020. 9. 3.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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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안에 설단 현상까지】《또르의 위로가 필요해. 이젠 중년도 아닌 노년이라니!》〔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퇴근길에 안경점에 들렸다.

돋보기 안경을 추가로 주문하기 위해서다.

 

집에서 책을 읽을 때가 많은데, 매번 돋보기 안경을 들고 다닐 수가 없다.

사무실과 집에서 따로 사용할 안경이 필요해졌다.

 

중년과 노년을 구별하는 대표적 증상이 있다.

어느 순간 책이나 신문의 작은 활자가 보이지 않게 된다.

그 순간 인생의 정점을 지났다는 충격에 빠진다.

 

컴퓨터를 보거나 책을 읽을 때 눈이 너무 피로하다.

이제는 눈을 찡그리는 것만으로 부족하다.

나 같은 안경쟁이가 읽기 위해 안경을 수시로 들었다 놓았다를 반복하는 모습은 일상이다.

 

노화는 공평하게도 모두에게 찾아온다.

세속의 영화와 관계 없이 함께 늙는다는 것, 뭐 하나 내세울 것 없는 이들에게는 새삼스런 위안이다.

 

요즘에는 대화를 하다가 수시로 그거 뭐더라?”, “그 사람 있잖아?”라고 팔을 휘젖으면서 기억을 해내지 못해 더듬거리는 설단현상까지 심하게 앓고 있다.

친한 친구의 이름조차 기억해 내지 못할 때가 있다.

 

느릿하게 흐르는 마음의 시간과는 달리 내 얼굴과 신체는 정직하게 늙어간다.

이젠 나도 돋보기안경을 걸쳐 쓴 할아버지가 되어 버렸다.

머리 희끗한 노인이 따뜻한 햇볕이 드는 거실의 흔들의자에 앉아 돋보기 안경을 코 끝에 걸쳐쓰고 독서하는 영화장면은 이제 영락없는 내 모습이다.

나와는 전혀 관계없을 법한 장면의 주인공이 될 줄 몰랐다.

돋보기로 세상을 두 배로 보는 편안함이 있지만, 우울함도 2배로 커진다.

 

1초 전까지 멀쩡했던 내 인생이 재활용 쓰레기통 안의 우그러진 페트병 같아 보인다.

언제나 변함 없이 날 반갑게 맞아 줄 또르의 위로가 필요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