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윤경/수필

【아프리카 세렝게티 초원】《어릴 적 TV 프로그램 “동물의 왕국”이 안겨 준 동경과 환상의 추억이 밤 하늘의 별이 쏟아져 내리듯 내 눈 안으로

윤경 대표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2023. 12. 3. 16:31
728x90

【아프리카 세렝게티 초원】《어릴 적 TV 프로그램 “동물의 왕국”이 안겨 준 동경과 환상의 추억이 밤 하늘의 별이 쏟아져 내리듯 내 눈 안으로 밀물처럼 밀려 들어온다.》〔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https://yklawyer.tistory.com/category/%EB%B3%80%ED%98%B8%EC%82%AC%20%EC%9C%A4%EA%B2%BD/%EC%88%98%ED%95%84
 
매주 토요일 오전에는 또르와 산책을 한다.
반려견 동반이 가능한 카페나 레스토랑에 들러 브런치를 먹고 난 후 근처 공원이나 둘레길을 거닐면서 또르와 시간을 보낸다.
똑같은 곳을 반복해서 가기 싫어하는 성격이라서 매번 산책 장소를 바꾼다.
양재천, 분당 율동공원이나 중앙공원, 인천 대공원, 상암 월드컵 공원이나 하늘공원, 서울숲, 시흥 갯골생태공원, 북서울 꿈의 숲, 반포 한강공원, 선유도 공원 등 다양하다.
 
오늘은 과천 서울대공원 호수 주변을 한 바퀴 돌았다.
날씨가 갑자기 추워서인지 경마장 근처에 있는 반려견 동반카페는 우리 외에는 손님이 없다.
 
이런 한적한 장소가 좋다.
북적거리는 장소보다는 고즈넉한 곳에서 마음이 더 편안하고 여유로워진다.
창밖으로 오래된 한옥 집이 보이고, 카페 창에는 산타할아버지가 매달려 있다.
 
이런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샤케라또(caffè shakerato) 한잔 마시다 보면, 분위기에 취해 괜한 일탈이 하고 싶어진다.
역마살이 발동하는 것이다.
어디론가 훌쩍 떠나 무작정 걷고 싶은 충동이 생긴다.
 
나의 초등학교 시절 TV에서는 “동물의 왕국”이라는 프로그램이 방영되었다.
너무도 신기하고 경이로운 세상이 내 눈 앞에 펼쳐졌다.
언젠가 꼭 가보고 싶은 동경의 세계였다.
 
“아프리카의 세렝게티 초원은 지구상에 얼마 남지 않은 야생동물들의 천국입니다. 지나긴 건기가 끝나고 드디어 세렝게티 초원에 우기가 왔습니다. 세렝게티 초원에 비가 내리면, 얼룩말이 뜁니다.”
잠시 잃어버렸던 꿈을 다시 일깨워준 것은 발달장애 청년의 이야기를 감동적으로 그린 영화 “말아톤”이었다.
위 영화의 주인공 초원이는 “동물의 왕국”에 나오는 저 해설의 말을 맨날 외우고 다닌다.
 
예전에 브래드 피트(Brad Pitt)와 케이트 블란쳇(Cate Blanchett)이 출연한 ‘영화 바벨(Babel)’을 보고 모로코 여행을 다녀왔다.
공유와 임수정이 나온 영화 ‘김종욱 찾기’를 보고 그들의 발자취를 따라 인도의 조드푸르를 향해 훌쩍 떠난 적이 있다.
전도연이 출연한 영화 “남과 여”를 보고서는 그 배경이 된 핀란드로 날라간 적도 있다.
고흐의 발자취를 따라 남프랑스를 갔고, 브레이브 하트를 만나기 위해 스코틀랜드를 방문하기도 했다.
 
이번에는 말아톤의 초원이가 내 마음을 흔든다.
훌쩍 떠나는 것이 두렵지 않다.
처음 찾아가는 여행지는 늘 낯선 곳이고, 설렘과 두려움이 공존한다.
가난이 폭포수처럼 쏟아지고, 불결한 위생상태와 각종 기생충, 전염병이 있는 곳이다.
 
하지만 자유를 누리려면 기꺼이 감수해야 한다.
넘어지고, 깨어지고, 그리고 다시 훌훌 털고 일어나서 앞으로 걸어가야 한다.
지렁이가 꿈틀거리듯, 삶은 그 자체가 불확실성과 꿈틀거림의 연속이다.
삶의 길은 사막과 같아서 이정표가 없다.
 
차가운 가을 바람이 내 심장을 스치고 지나가는 어느 가을 날 난 집에 돌아와 낡은 배낭을 꺼내고 신발을 손질하기 시작한다.
예전 어릴 적 동물의 왕국 속에서 보았던 원시의 자연 속에서 또다른 “행복이”를 찾아내고 싶다.
모로코의 마라케시, 인도의 조드푸르, 남프랑스의 에즈에서 그랬던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