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평석> 채권자 스스로 위험이나 불이익을 감수하면서 가액배상 대신 원물반환을 구할 수 있는지 여부【대법원 2001. 2. 9. 선고 2000다57139 판결】(윤경변호사 / 민사소송전문변호사 / 부동산경매변호사)
【대법원 2001. 2. 9. 선고 2000다57139 판결】
◎[요지]
채권자의 사해행위취소 및 원상회복청구가 인정되면, 수익자는 원상회복으로서 사해행위의 목적물을 채무자에게 반환할 의무를 지게 되고, 만일 원물반환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경우에는 원상회복의무의 이행으로서 사해행위 목적물의 가액 상당을 배상하여야 하는바, 여기에서 원물반환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경우라 함은 원물반환이 단순히 절대적, 물리적으로 불능인 경우가 아니라 사회생활상의 경험법칙 또는 거래상의 관념에 비추어 그 이행의 실현을 기대할 수 없는 경우를 말하는 것이므로, 사해행위 후 그 목적물에 관하여 제3자가 저당권이나 지상권 등의 권리를 취득한 경우에는 수익자가 목적물을 저당권 등의 제한이 없는 상태로 회복하여 이전하여 줄 수 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채권자는 수익자를 상대로 원물반환 대신 그 가액 상당의 배상을 구할 수도 있다고 할 것이나, 그렇다고 하여 채권자가 스스로 위험이나 불이익을 감수하면서 원물반환을 구하는 것까지 허용되지 아니하는 것으로 볼 것은 아니고, 그 경우 채권자는 원상회복 방법으로 가액배상 대신 수익자 명의의 등기의 말소를 구하거나 수익자를 상대로 채무자 앞으로 직접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할 것을 구할 수 있다.
제목 : 채권자 스스로 위험이나 불이익을 감수하면서 가액배상 대신 원물반환을 구할 수 있는지 여부
1. 쟁 점
이 사건의 쟁점은, 채권자가 사해행위취소에 따른 원상회복을 구함에 있어서, 사해행위 후 제3자가 목적물에 관하여 저당권 등의 권리를 취득하여 수익자를 상대로 원물반환 대신 가액배상을 구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채권자 스스로 위험이나 불이익을 감수하면서 원물반환을 구하는 것이 허용되는지 여부이다.
2. 원상회복의 방법
원상회복의 방법은 원물반환이 원칙이고, 원물반환이 가능한 경우에는 가액배상은 허용되지 않으며, 원물반환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가액배상이 허용된다(대상판결인 대법원 1998. 5. 15. 선고 97다58316 판결).
원물반환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할 경우란, ① 목적물의 멸실, 일반재산에 혼입되어 특수성을 상실하는 것과 같이 사실상 불가능한 경우, ② 수익자가 선의의 전득자에게 양도해 버린 경우와 같이 법률상 불가능한 경우, ③ 저당권 소멸로 인하여 공평의 관념에서 원상회복이 불가능한 경우 등이다.
상대방의 가액배상의무는 사행행위와 원물반환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하다는 요건을 갖추면 성립하는 것이고, 상대방의 고의나 과실을 요하지 아니한다.
3. 전득자가 있는 경우 원상회복 방법
가. 수익자, 전득자 모두 악의인 경우
수익자, 전득자 모두 악의인 경우 채권자는 수익자와 전득자를 상대로 원물반환을 구할 수 있다. 물론 저당권말소 등으로 가액배상을 하여야 하는 경우에는 원물반환이 아닌 가액배상을 구하여야 한다.
한편 수익자만을 상대로 하는 경우에는 가액배상을 구하여야 한다. 통설 및 일본의 판례(大審院 大正 6. 3. 31. 판결)의 태도이다. 즉 수익자만을 상대로 할 경우 전득자의 악의를 미리 추정하여 수익자에 대한 원물반환을 구할 수는 없다는 취지이다. 반면 대법원 1962. 1. 25. 선고 4294민상529 판결은 우선 전득자를 악의로 인정하여 수익자 명의의 등기말소를 구할 수 있다고 하였으나 근래의 학설은 전득자의 선의 여부는 항변사유에 불과하여 당해소송의 입증 여하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것이므로 미리 악의를 가정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이유로 이에 반대한다{이백규, “채권자취소권의 행사요건”, 법조 50권3호(2001. 3) 2001 법조협회 80쪽}.
나. 수익자가 선의이고 전득자가 악의인 경우
수익자가 선의이고 전득자가 악의인 경우 전득자를 상대로 원물반환을 구하면 된다.
다. 수익자가 악의이고 전득자가 선의인 경우
수익자가 악의이고 전득자가 선의인 경우 원칙적으로 수익자를 상대로 가액배상을 구하여야 한다. 사해행위 목적물이 수익자로부터 전득자로 이전되어 등기까지 경료되었다면 후일 채권자가 전득자를 상대로 소송을 통하여 구제받을 수 있는지의 여부에 관계없이 수익자가 전득자로부터 목적물의 소유권을 회복하여 이를 다시 채권자에게 이전하여 줄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로써 채권자에 대한 목적물의 원상회복의무는 법률상 이행불능의 상태에 있다고 봄이 상당하기 때문이다(대법원 1998. 5. 15. 선고 97다58316 판결).
4. 채권자 스스로 위험이나 불이익을 감수하면서 가액배상 대신 원물반환을 구할 수 있는지 여부(= 이 사건의 쟁점)
가. 전득자가 저당권자인 경우 수익자를 상대로 한 원상회복의 방법
채무자가 부동산을 악의의 수익자에게 양도하고 수익자가 그 부동산 위에 선의의 전득자를 위한 저당권을 설정하였는데, 수익자는 악의이고 전득자는 선의인 경우 원물반환의 방법으로 ① 수익자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의 말소를 구하는 방법(첫 번째 방법)과 ② 채무자 명의로의 소유권이전등기를 구하는 방법(두 번째 방법)이 있다(대법원 2000. 2. 25. 선고 99다53704 판결: 부동산에 대한 원상회복은 소유권이전등기말소청구 외에 소유권이전등기청구도 가능하다).
첫 번째 방법에 의할 경우 원고가 승소판결을 받더라도 등기상 이해관계있는 제3자인 저당권자의 승낙서나 이에 대항할 수 있는 재판의 등본을 첨부하지 아니하면 수익자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를 말소할 수 없게 되는 위험이 있는 반면, 두 번째 방법에 의할 경우 저당권자의 저당권설정등기는 남아 있으나 채무자 명의로의 소유권이전등기는 경료할 수 있다.
어떠한 방법에 의하건 전득자 명의의 근저당권을 말소하기 위하여는 전득자를 상대로 다시 사해행위취소 및 근저당권말소청구소송을 제기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
결과적으로 첫 번째 방법에 의할 경우 채무자가 부동산을 악의의 수익자에게 양도하고 수익자가 그 부동산 위에 선의의 전득자를 위한 저당권을 설정하였는데, 수익자는 악의, 전득자는 선의인 경우 수익자 명의의 이전등기의 말소는 등기상 이해관계인인 전득자의 승낙이 없는 한 불가능하게 되고(부동산등기법 제171조), 두 번째 방법에 의할 경우 이전등기를 하더라도 저당권 등의 부담을 그대로 안아야 하는 불이익을 입게 된다.
따라서 이 한도에서는 원물반환이 곤란하므로 채권자는 이 점을 내세워 가액배상을 구할 수 있다.
나. 가액배상 대신 원물반환을 구할 수 있는지 여부(쟁점의 해결)
채권자로서는 이 경우 가액배상을 구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할 것이지만, 채권자 스스로 위와 같은 불이익을 감수하면서 원물반환을 구할 경우 이를 허용하지 아니할 이유는 없다.
수익자 명의의 등기말소를 구하는 위 첫 번째 방법은 대법원 1998. 5. 15. 선고 97다58316 판결에 의하면 문제가 있다. 즉 97다58316 판결에 의하면 수익자의 목적물에 대한 원상회복의무는 법률상 이행불능의 상태에 있으므로 가액배상을 하여야 하고, 원물반환으로서의 말소를 구할 수 없다는 것이다. 반면 대상판결인 대법원 2001. 2. 9. 선고 2000다57139 판결에 의하면, 말소를 구할 수 있다.
즉 97다58316 판결은 수익자만을 상대로 하는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가액배상만이 가능하다고 한다(대법원 1998. 5. 15. 선고 97다58316 판결: 사해행위의 목적물이 수익자로부터 전득자로 이전되어 그 등기까지 경료되었다면 후일 채권자가 전득자를 상대로 소송을 통하여 구제받을 수 있는지 여부에 관계없이, 수익자가 전득자로부터 목적물의 소유권을 회복하여 이를 다시 채권자에게 이전하여 줄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모르되, 그렇지 아니한 일반의 경우에는 그로써 채권자에 대한 목적물의 원상회복의무는 법률상 이행불능의 상태에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하며 가액배상이 타당하다고 함).
다만 예외로 대상판결인 대법원 2001. 2. 9. 선고 2000다57139 판결은 “ 그렇다고 하여 채권자가 스스로 위험이나 불이익을 감수하면서 원물반환을 구하는 것까지 허용되지 아니하는 것으로 볼 것은 아니고, 그 경우 채권자는 원상회복 방법으로 가액배상 대신 수익자 명의의 등기의 말소를 구하거나 수익자를 상대로 채무자 앞으로 직접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할 것을 구할 수 있다”고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