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휴직명령, 기소휴직제도, 구속으로 휴직명령을 받은 후 석방된 근로자에 대한 복직거부의 정당성 유무, 사용자의 근로자에 대한 휴직명령의 정당성이 인정되기 위한 요건>】《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 등의 휴직근거규정에 따른 사용자의 휴직명령에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에서 정한 ‘정당한 이유’가 있는지 판단하는 기준(대법원 2022. 2. 10. 선고 2020다301155 판결)》〔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1. 판결의 요지 : [구속으로 휴직명령을 받은 후 석방된 근로자에 대한 복직거부의 정당성 유무가 문제된 사건]
【판시사항】
[1]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 등의 휴직 근거 규정에 따른 사용자의 휴직명령에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에서 정한 ‘정당한 이유’가 있는지 판단하는 기준
[2] 갑 병원의 인사규정에 ‘직원이 형사사건으로 구속 기소되었을 때에는 휴직을 명할 수 있고, 그 경우 휴직기간은 최초의 형 판결 시까지로 하되 계속 구속될 경우 확정판결 시까지 연장 가능하며, 휴직한 직원은 그 사유가 소멸된 때에는 30일 이내에 복직을 신청하여야 하고 갑 병원은 지체 없이 복직을 명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을이 갑 병원의 근로자로 근무하던 중 징역형을 선고받고 구속되자 갑 병원이 인사규정에 따라 휴직을 명하였고, 을이 항소한 후 보석허가결정을 받아 석방된 다음 복직신청을 하였으나, 갑 병원은 휴직사유가 소멸되었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복직신청을 거부한 사안에서, 휴직명령에는 정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볼 수 있으나, 을이 석방된 이후에는 휴직명령의 사유가 소멸하였으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갑 병원은 을의 복직신청에 대하여 지체 없이 복직을 명하였어야 한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에서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정당한 이유 없이 휴직을 명하지 못한다고 제한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보면,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 등이 정한 휴직사유가 발생하였으며, 당해 휴직 근거 규정의 설정 목적과 그 실제 기능, 휴직명령권 발동의 합리성 유무 및 그로 인하여 근로자가 받게 될 신분상·경제상의 불이익 등 구체적인 사정을 모두 참작하여 근로자가 상당한 기간에 걸쳐 근로를 제공할 수 없다거나 근로를 제공하는 것이 매우 부적당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만 사용자의 휴직명령에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
[2] 갑 병원의 인사규정에 ‘직원이 형사사건으로 구속 기소되었을 때에는 휴직을 명할 수 있고, 그 경우 휴직기간은 최초의 형 판결 시까지로 하되 계속 구속될 경우 확정판결 시까지 연장 가능하며, 휴직한 직원은 그 사유가 소멸된 때에는 30일 이내에 복직을 신청하여야 하고 갑 병원은 지체 없이 복직을 명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을이 갑 병원의 근로자로 근무하던 중 징역형을 선고받고 구속되자 갑 병원이 인사규정에 따라 휴직을 명하였고, 을이 항소한 후 보석허가결정을 받아 석방된 다음 복직신청을 하였으나, 갑 병원은 휴직사유가 소멸되었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복직신청을 거부한 사안에서, 위 인사규정은 ‘구속으로 인해 현실적인 근로제공이 불가능한 경우’를 휴직사유로 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을이 형사사건으로 구속됨으로써 인사규정에서 정한 휴직사유가 발생하였고, 그로 인해 상당한 기간에 걸쳐 근로를 제공할 수 없었던 상황이었음이 인정되므로, 휴직명령에는 정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볼 수 있으나, 을이 석방된 이후에는 휴직명령의 사유가 소멸하였으므로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갑 병원은 을의 복직신청에 대하여 지체 없이 복직을 명하였어야 하고, 을이 석방된 이후에도 보석이 취소되거나 실형이 선고되는 등으로 다시 근로를 제공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될 가능성이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복직 거부 당시 을이 상당한 기간에 걸쳐 근로를 제공하는 것이 매우 부적당한 경우에 해당하였다고 단정하기도 어려운데도, 이와 달리 본 원심판단에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2. 사안의 개요 및 쟁점
가. 사실관계
⑴ 원고는 피고의 근로자로 근무하던 중 2017. 2. 9. 징역 8개월(업무방해 및 상해)을 선고받고 구속되었다.
⑵ 피고는 원고가 구속되어 노무를 제공할 수 없게 되자 2017. 2. 16. 원고에게 휴직(인사규정 제31조 제2호)을 명하였다(‘이 사건 휴직명령’).
피고의 인사규정은 ① 직원이 형사사건으로 구속 기소되었을 때에는 휴직을 명할 수 있고(제31조 제2호), ② 그 경우 휴직기간은 최초의 형 판결 시까지로 하되 계속 구속될 경우 확정판결 시까지 연장 가능하며(제32조 제2호), ③ 휴직한 직원은 그 사유가 소멸된 때에는 30일 이내에 복직을 신청하여야 하고 피고는 지체 없이 복직을 명하여야 한다고(제35조 제1항) 규정하고 있다.
⑶ 원고는 위 판결에 대해 항소하였고, 2017. 4. 6. 보석허가결정을 받아 석방되었다.
⑷ 원고는 2017. 4. 13. 피고에게 복직신청을 하였으나, 피고는 2017. 4. 17. 휴직사유가 소멸되었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복직신청을 거부하였다(‘이 사건 복직 거부’).
⑸ 원고는 2017. 9. 22. 항소심에서 벌금 500만 원을 선고받았고, 2017. 10. 1. 복직하였다.
⑹ 원고는 ‘2017. 4. 6.자 보석으로 휴직 사유가 소멸하였으므로 이 사건 복직거부는 위법하다’ 고 주장하며 피고에 대하여 복직을 거부한 기간(2017. 2. 9. ~ 2017. 9. 30.) 동안의 미지급 임금의 지급을 구하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⑺ 원심은 원고가 보석으로 석방되었더라도 근로제공을 함이 매우 부적당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해당한다(근로기준법 제30조 제1항 ‘정당한 이유’ 있음)고 보아 이 사건 복직거부가 위법하지 않다고 보았으나, 대법원은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였다.
나. 쟁점
⑴ 위 판결은, 사용자의 근로자에 대한 휴직명령의 정당성이 인정되기 위한 요건이다.
⑵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에서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정당한 이유 없이 휴직을 명하지 못한다고 제한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보면,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 등이 정한 휴직사유가 발생하였으며, 당해 휴직 근거 규정의 설정 목적과 그 실제 기능, 휴직명령권 발동의 합리성 유무 및 그로 인하여 근로자가 받게 될 신분상․경제상의 불이익 등 구체적인 사정을 모두 참작하여 근로자가 상당한 기간에 걸쳐 근로를 제공할 수 없다거나 근로를 제공하는 것이 매우 부적당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만 사용자의 휴직명령에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1992. 11. 13. 선고 92다16690 판결, 대법원 2005. 2. 18. 선고 2003다63029 판결 참조).
⑶ 원고(피고의 근로자)는 형사사건 제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아 법정구속되면서 구속기소되었을 때에는 휴직을 명할 수 있다는 취지인 피고 인사규정에 따라 휴직명령을 받았고(이하 ‘이 사건 휴직명령’), 항소심 계속 중 보석으로 석방되자 복직을 신청하였으나 거부당하였다(이하 ‘이 사건 복직거부’).
이후 항소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고 복직한 원고는 피고에게 휴직기간 동안의 미지급 임금 상당액의 지급을 청구하였다.
⑷ 원심은 이 사건 복직거부가 정당하다고 보아 청구를 기각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제반 사정상 피고 인사규정은 구속으로 인해 현실적 근로제공이 불가능한 경우를 휴직사유로 정한 것으로 보이므로 원고가 석방됨으로써 휴직사유가 소멸하였고, 이 사건 복직거부 당시 원고가 근로 제공이 매우 부적당한 상황이었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이 사건 복직거부가 부당하다고 보고 원심판결을 일부 파기환송하였다(원고가 구속되었던 기간 동안에는 이 사건 휴직명령에 정당한 이유가 있었으므로, 해당 기간의 임금 청구는 원심의 판단이 결론적으로 타당하다고 보아 파기 범위에서 제외함).
3. 휴직명령과 그 제한 [이하 판례공보스터디 민사판례해설, 김영진 P.1679-1681 참조]
가. 개관
휴직이란 근로자가 어떠한 이유로 채무의 내용에 따른 근로의무를 이행하지 못할 경우에 사용자가 당해근로자와의 근로계약관계를 유지하면서 일정기간 그 근로를 면제해주는 것을 말한다. 휴직은 근로자의 사정으로 근로자가 휴직신청(청약)을 하고 이에 대하여 사용자가 승인(승낙)함으로써 성립하는 경우와 사용자가 일정한 사유를 이유로 휴직을 명하는 경우가 있다. 전자의 휴직은 사용자와 근로자의 합의의 형식을 취하지만 후자의 휴직은 사용자의 일방적 의사표시(형성행위)에 의해 이루어진다. 특히 후자의 조치를 ‘휴직명령’이라 하고, 일반적으로 근로계약 및 취업규칙 혹은 단체협약에 규정하고 있고, 그에 기하여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휴직을 명하는 것으로 행하게 된다. 따라서 이 경우에는 근로자가 휴직을 원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휴직명령(형성권)을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으므로 근기법 제23조 제1항에 의한 정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물론 이러한 휴직제도는 노사간의 합의에 의한 것이므로 그 내용은 각 기업마다 그 사유가 다르다 할 것이다. 구체적으로 전자의 사유로서 ① 공직취임, 연수교육, 군복무 ② 상병, 가사 등이 있고 ③ 형사사건에의 기소 등의 사유가 있다. 특히 ③은 ‘기소휴직’이라고 한다.
나. 휴직신청과 휴직명령의 구분
근로자의 청구와 사용자의 승인에 의해 이루어지는 휴직신청은 사용자의 일방적인 의사표시가 아닌 양당사자의 합의에 의해 성립된다. 따라서 이와 같은 근로자의 휴직신청은 사용자 지시권으로서 행사되는 사용자의 휴직 명령과는 구별된다. 휴직명령은 해당근로자를 직무에 종사하게 하는 것이 불가능하거나 불합리한 경우에 근로계약관계를 해지하지 않고 근로자에게 일정기간동안 근로의 제공을 면제 또는 금지시키는 사용자의 처분으로서 사용자 지시권에 해당한다. 통상적으로 사용자의 휴직명령은 사용자의 일방적 의사표시에 의해 행해지는 형성권의 행사로서 사용자 지시권의 구체적인 내용에 포함시키고 있다. 다만 근로자의 휴직신청과 사용자에 의한 형성권으로서의 휴직명령을 구분하는 이유는 휴직신청은 근로자의 계약정지요구와 사용자의 승낙을 필요로 하는 반면에 사용자 지시권으로서의 휴직명령은 근로자의 [ 116 ] 동의없이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 징계로서의 휴직명령과 사용자 지시권으로서의 휴직명령의 구분
한편 휴직명령이 근로자에 대한 제재적 수단으로서 행사될 수 있는지 의문이다. 왜냐하면 현행 근기법 제23조 제1항에서 예시하고 있는 ‘휴직’의 경우는 징계처분의 한 예로서 해석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생각건대 근기법 제23조 제1항에서의 ‘휴직’은 사용자가 정당한 사유가 존재하는 경우 일방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징계로서의 휴직명령이라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이와 같은 징계로서의 휴직명령은 사용자가 기업경영상의 사유 내지 위험발생의 방지를 위해서 징계와 상관없이 행사할 수 있는 사용자 지시권으로서의 휴직명령과는 구별된다.
라. 휴직명령의 구체적 제한
⑴ 징계로서의 휴직명령의 제한
근로자가 휴직을 원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근기법 제23조 제1항에서의 징계사유에 해당하여 사용자가 징계로서의 휴직명령을 행사할 경우에는 정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대체로 근기법 제23조 제1항에서 사용자는 근로자를 정당한 이유 없이 휴직시키지 못하도록 제한하고 있는 취지에 비추어 볼 때,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상의 휴직근거규정에 따라 근로자에게 휴직명령을 내리는 것은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본다. 다만 정당한 이유의 인정범위는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상의 당해 휴직규정의 설정목적과 그 실제 기능, 휴직명령권 발동의 합리성 여부 및 그로 인해 근로자가 받게 될 신분상·경제상의 불이익 등 구체적인 사정을 고려하여야 한다. 그리고 그러한 구체적 사정을 고려해 볼 때, 근로자가 상당한 기간에 걸쳐 근로의 제공을 할 수 없거나, 근로를 제공하는 것이 매우 부적당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만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
⑵ 사용자 지시권으로서의 휴직명령의 제한
사용자 지시권으로서의 휴직명령은 근로계약상 인정되는 사용자의 고유한 권리로서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적절한 제한이 요구된다. 따라서 사용자는 이와 같은 휴직명령을 기업경영상의 필요성 내지 위험발생의 방지를 위해 원칙적으로 행사할 수 있지만, 이에 대해서는 일정한 제한이 요구된다. 즉, 사용자 지시권으로서의 휴직명령의 제한에 있어서 사용자의 이익보다 그로 인해 발생될 근로자의 불이익을 더욱 고려해야 한다. 그 이유는 사용자의 휴직명령권이 남용될 경우에는 근로자의 소득이 감소 내지 박탈되어 생활상의 불이익이 클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법원 2005. 2. 18. 선고 2003다63029 판결과 같이 기소된 근로자의 휴직기간이 만료될 때까지 형사사건이 종결되지 아니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휴직기간을 연장하거나 갱신할 수 있다는 규정이 없는 한, 원칙적으로 당초의 휴직기간이 만료되면 사용자는 근로자를 당연히 복직시켜야 한다. 물론 근로자를 복직시킨 후에도 그 근로자가 계속 구속된 상태여서 사실상 정상적인 근로제공을 할 수 없는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사용자가 그 근로자를 징계해고할 수 있음은 별개의 문제이다.
⑶ 근기법 제23조 제1항과 휴직명령
사용자의 일방적 의사표시로 근로자에게 휴직명령을 내리는 경우에는 정당한 사유가 있어야 한다. 휴직에 관해서는 취업규칙 또는 단체협약에 그 사유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는 것이 보통이다. 대법원 판례는 사용자에게 취업규칙 또는 단체협약상 일정한 사유를 근거로 한 휴직명령권이 주어져 있는 경우라도 “당해 휴직규정의 설정목적과 실제기능, 휴직명령권 발동의 합리성 여부 및 그로 인한 근로자가 받게 될 신분상, 경제상의 불이익 등 구체적인 사정을 모두 참작하여 근로자가 상당한 기간에 걸쳐 근로의 제공을 할 수 없다거나 근로제공을 함이 매우 부적당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만 정당한 이유”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대판 1992. 11. 13, 92다16690).
최근의 판례에 의하면 “휴직명령을 포함한 인사명령은 원칙적으로 인사권자인 사용자의 고유권한에 속하고, 따라서 이러한 인사명령에 대하여는 업무상 필요한 범위 안에서 사용자에게 상당한 재량을 인정하여야 한다.”고 한다(대판 2009. 9. 10, 2007두10440). 그리고 “경영상의 필요를 이유로 하여 휴직명령이 취해진 경우 그 휴직명령이 정당한 인사권의 범위 내에 속하는지 여부는 당해 휴직명령 등의 경영상의 필요성과 그로 인하여 근로자가 받게 될 신분상·경제상의 불이익을 비교·교량하고, 휴직명령 대상자 선정의 기준이 합리적이어야 하며, 근로자가 속하는 노동조합과의 협의 등 그 휴직명령을 하는 과정에서 신의칙상 요구되는 절차를 거쳤는지 여부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결정하여야 한다.”(대판 2009. 9. 10, 2007두10440). 따라서 사용자의 휴직명령은 근기법 제23조 제1항에 위배되거나 권리남용에 해당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무효라고 할 수 없다.
대법원 2005. 2. 18. 선고 2003다63029 판결에 의하면 기소휴직제도의 취지나 목적이란 기소된 근로자를 일시적으로 업무로 부터 배제함에 의해 기업의 대외적 신용과 직무질서의 유지를 도모하면서 기소된 근로자에 게 예상되는 불안정한 노무제공에 대처하여 업무의 원활한 수행을 확보하는 것이다. 그러나 불구속 기소되었다는 사정만으로 근로자가 근로를 제공함이 매우 부적당하다고 판단하여 일체의 근로제공을 하지 못하도록 휴직명령권을 발동한 조치는 사회통념상 합리성을 결한 처분이라고 본 것이다.
마. 기소휴직의 의의 및 정당화 요건
⑴ 사기업의 취업규칙에 “형사사건으로 기소된 자는 그 사건이 법원에 계속되는 기간 동안(혹은 형사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휴직시킨다”라는 규정을 두고 있는 경우가 흔한바, 사용자가 이러한 규정에 근거하여 근로자가 기소되었음을 이유로 그 근로자에 대하여 휴직을 명령하는 조치를 기소휴직이라 하는바, 이러한 기소휴직은 기업의 사회적 신용의 유지, 직장질서의 유지, 징계 또는 해고 등의 처분의 유보나 유예 등을 그 취지로 한다.
⑵ 이처럼 기소휴직은 유죄가 확정되지 않은 근로자에 대하여 휴직이라고 하는 중대한 불이익을 부과하는 것이기 때문에 여타의 인사조치에 비하여 신중한 취급이 요구될 것이다. 특히, 기소된 근로자의 신병이 구속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면 기소에도 불구하고 기소된 근로자는 여전히 노무제공이 가능하고, 또한 피고인이라 할지라도 유죄판결 확정 전에는 무죄의 추정을 받음에도 불구하고 일반적으로 기소휴직 중에는 임금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그 정당성이 더욱 문제될 수 있을 것이다.
바. 휴직사유 소멸의 효력
⑴ 근로자의 휴직사유가 소멸되면 사용자는 근로자를 즉시 복직시켜야 한다. 나아가, 일반적으로 휴직사유는 일시적이며 휴직사유가 소멸한 경우에는 당연히 직무에 복귀하는 것이 예정되어 있다는 점에서, 휴직사유가 소멸된 경우뿐 아니라 휴직기간 중 휴직사유가 소멸하지 않는 때에도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근로자는 휴직기간의 만료에 의해 복직한다고 할 것이다. 이 경우 휴직사유 소멸에 대한 입증책임은 이를 주장하는 근로자 측에 있다고 할 것이다.
한편, 기소휴직의 경우에는 휴직기간의 도중에 무죄판결이나 보석 등으로 인하여 휴직의 필요성이 없어진 경우, 즉 휴직사유가 소멸한 경우에는 이를 이유로 근로자가 복직을 신청한 때 사용자는 복직을 승인해야 한다. 복직의 절차에 관한 제도로서는 휴직사유가 소멸함으로써 당연히 복직하는 것으로 하는 경우도 있고, 근로자의 복직신청과 이에 대한 사용자의 승인을 거쳐 복직하는 경우도 있으며, 휴직의 종류에 따라 절차를 달리하는 수도 있다. 여기서 ‘복직’은 원직복직을 원칙으로 하다고 할 것이나 경영상의 필요, 작업환경 등을 고려하여 종전과 업무나 작업장소가 크게 다르지 않고 근로자에게 합당한 업무를 시키는 경우에는 원직복직이 아니더라도 근로계약위반이라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사. 대법원 2005.2.18. 선고 2004다63029 판결
위 판결은 “ 근로기준법 제30조 제1항에서 사용자는 근로자에 대하여 정당한 이유 없이 휴직하지 못한다고 제한하고 있는 취지에 비추어 볼 때, 위와 같은 휴직근거규정에 의하여 사용자에게 일정한 휴직사유의 발생에 따른 휴직명령권을 부여하고 있다 하더라도 그 정해진 사유가 있는 경우, 당해 휴직규정의 설정목적과 그 실제기능, 휴직명령권 발동의 합리성 여부 및 그로 인하여 근로자가 받게 될 신분상, 경제상의 불이익 등 구체적인 사정을 모두 참착하여 근로자가 상당한 기간에 걸쳐 근로의 제공을 할 수 없다거나, 근로제공을 함이 매우 부적당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만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라고 하여, 명령휴직의 정당화 요건에 관한 기존의 대법원의 입장을 확인하고, 원고에 대한 휴직처분(이하 ‘본건 명령휴직’이라 한다)의 휴직기간을 원고의 신병이 구속되었는지 여부에 따라 구분한 후, 원고가 업무상 배임의 혐의로 구속됨을 이유로 한 명령휴직의 정당성은 인정되지만, 구속취소로 석방된 이후 원고가 복직을 신청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명령휴직을 지속시킨 행위의 정당성은 부정하고 있다.
기소휴직은 유죄가 확정되지 않은 근로자에 대하여 휴직이라고 하는 중대한 불이익을 부과하는 것이기 때문에 여타의 인사조치에 비하여 신중한 취급이 요구되고, 따라서 그 정당한 이유의 존부는 엄격한 기준이 적용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위 판결의 태도는 타당하다.
4. 사용자의 휴직명령의 정당한 이유 판단기준 [이하 판례공보스터디 민사판례해설, 김영진 P.1679-1681 참조]
가. 관련규정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 정당한 이유 필요)
● 근로기준법 제23조(해고 등의 제한)
①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 휴직, 정직, 전직, 감봉, 그 밖의 징벌(이하 "부당해고등"이라 한다)을 하지 못한다.
나. 휴직명령
◎ 대법원 2005. 2. 18. 선고 2003다63029 판결 : 휴직이라 함은 어떤 근로자를 그 직무에 종사하게 하는 것이 불능이거나 또는 적당하지 아니한 사유가 발생한 때에 그 근로자의 지위를 그대로 두면서, 일정한 기간 그 직무에 종사하는 것을 금지시키는 사용자의 처분을 말하며, (후략)
다. 휴직명령의 정당한 이유의 판단 기준
⑴ 회사의 경영상 필요를 이유로 한 휴직명령의 경우
◎ 대법원 2018. 4. 12. 선고 2015다24843 판결, 대법원 2009 9. 10. 선고 2007두10440 판결 : 휴직명령을 해야 할 경영상 필요성과 그로 인하여 근로자가 받게 될 신분상·경제상의 불이익을 비교·교량하고, 휴직명령 대상자 선정의 기준이 합리적이어야 하며, 근로자가 속하는 노동조합과의 협의 등 그 휴직을 명하는 과정에서 신의칙상 요구되는 절차를 거쳤는지 여부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결정하여야 한다.
⑵ 징벌 또는 대기발령 성격의 휴직명령의 경우
◎ 대법원 1992. 11. 13. 선고 92다16690 판결, 대법원 2005. 2. 18. 선고 2003다63029 판결 : 취업규칙 등에 휴직근거규정을 두는 경우 해당 휴직규정의 설정 목적과 그 실제 기능, 휴직명령권 발동의 합리성 여부 및 그로 인하여 근로자가 받게 될 신분상·경제상의 불이익 등 구체적인 사정을 모두 참작하여 근로자가 상당한 기간에 걸쳐 근로의 제공을 할 수 없다거나, 근로제공을 함이 매우 부적당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만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
5. 대상판결의 내용 분석 [이하 판례공보스터디 민사판례해설, 김영진 P.1679-1681 참조]
가. 기소휴직 제도
⑴ 이 사건은 이른바 근로자가 기소되는 경우 휴직을 명할 수 있도록 하는 ‘기소휴직’제도가 문제된 사안이다.
근로자가 기소된 경우 직무에 정상적으로 종사하기 어려운 사정이 생긴 것으로 볼 여지가 있고, 특히 구속기소된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나, 불구속기소의 경우에도 일률적으로 휴직을 명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곤란하고 정당한 이유에 대해 구속기소보다 더 엄격하게 해석해야 할 것이다.
⑵ 피고(사용자)의 인사규정 중 관련 내용을 보면, 구속기소되었을 경우 임의적 휴직명령 제도를 두고 있다.
직원이 형사사건으로 구속 기소되었을 때에는 휴직을 명할 수 있고(제31조 제2호), 그 경우 휴직기간은 최초의 형 판결 시까지로 하되 계속 구속될 경우 확정판결 시까지 연장 가능하며(제32조 제2호), 휴직한 직원은 그 사유가 소멸된 때에는 30일 이내에 복직을 신청하여야 하고 피고는 지체 없이 복직을 명하여야 한다(제35조 제1항).
⑶ 원고(근로자)는 불구속기소되었다가 제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되었다.
항소심에서 보석허가되었다가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피고는 원고의 구속 후 원고에게 휴직명령을 하였고, 이후 보석으로 석방되었음에도 원고의 복직신청을 거부하였다.
이후 항소심에서 벌금형이 선고되고서야 피고는 원고에게 복직을 명하였다.
나. 대상판결의 판시사항
⑴ 피고의 복직 거부는 정당한 이유가 없음
피고의 기소휴직 제도는 단순 기소로 인한 휴직이 아닌, 구속 기소된 경우에 대한 것이다. 이는 구속으로 현실적인 근로제공이 불가능한 경우를 휴직사유로 한 것이다.
원고가 구속되어 휴직사유가 발생하였다고 하더라도 석방된 이후에는 휴직명령을 할 사유가 소멸하였다.
원고가 석방된 이후에도 보석취소, 실형선고 등으로 다시 근로를 제공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될 가능성이 있었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원고가 근로를 제공하는 것이 매우 부적당한 경우에 해당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다. 대상판결의 논리
⑴ 근로자의 의사에 반하는 휴직, 특히 기소휴직 제도에 관하여 정당한 이유를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는 점을 확인한 판결이다.
⑵ 보석은 구속영장의 효력을 유지한 채 조건부로 그 집행만 정지한다. 원고가 항소심에서 보석취소가 되는 경우 구속영장 집행이 재개될 가능성이 있었다.
따라서 원고가 보석으로 풀려난 이후에도 피고의 인사규정상 계속 구속될 경우 확정판결 시까지 휴직기간의 연장이 가능하다고 볼 여지는 있었다.
⑶ 그러나 근로자가 근로제공을 함이 매우 부적당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만 휴직명령에 정당한 이유가 있다는 것이 판례의 태도이다.
대상판결 역시 마찬가지로 재구속의 가능성만으로는 근로자의 의사에 반하는 휴직명령의 정당한 이유가 될 수 없다는 시각에 기초하여, 피고의 인사규정 중 기소휴직에 관한 규정을 해석하면서 보석으로 석방된 경우에는 해당 휴직사유가 소멸하였다고 본 것이다.
⑷ 대법원 2005. 2. 18. 선고 2003다63029 판결도, “근로자가 형사사건으로 구속되었다가 불구속 기소된 이상 사용자의 인사규정에서 정한 명령휴직의 사유 그 자체는 발생하였다고 할 것이고 근로자가 석방되기 전까지는 상당한 기간에 걸쳐 근로의 제공을 할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위 근로자에 대한 사용자의 명령휴직처분에는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볼 수 있으나, 구속취소로 석방된 후에는 근로자가 상당한 기간에 걸쳐 근로의 제공을 할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고 명령휴직규정의 설정 목적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볼 때 근로자가 근로를 제공함이 매우 부적당한 경우라고도 볼 수 없어 위 명령휴직처분을 계속 유지하는 것에 정당한 이유가 없다”고 판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