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능력】《의사능력 유무의 판단기준, 의사무능력자가 한 법률행위의 효과》〔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1. 의사능력 [이하 민법교안, 노재호 P.40-42 참조]
가. 의의
의사능력이란 자기 행위의 의미나 결과를 정상적인 인식력과 예기력을 바탕으로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정신적 능력이나 지능을 말한다. 의사능력이 없는 자의 법률행위는 절대적으로 무효이다. 우리 민법은 이러한 의사능력 제도를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지는 않으나, 이는 사적자치의 원칙(특히 자기책임의 원칙)이라는 민법의 기본이념의 당연한 전제가 되는 것이다.
나. 의사능력 유무의 판단기준
⑴ 의사능력 유무는 구체적인 법률행위와 관련하여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 대법원 2002. 10. 11. 선고 2001다10113 판결 : 원고는 이 사건 계약일 무렵 그 지능지수는 70 정도이고, 사회연령은 6세 정도에 불과하며, 읽기, 쓰기, 계산 능력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상태였다고 볼 여지가 있는바, 이러한 원고의 지능지수와 사회적 성숙도에다가, 장애인복지법상 지능지수 70 이하의 사람을 정신지체인(정신장애자)으로서 보호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 점, 원고가 대출받은 금원이 5,000만 원으로서 결코 소액이라고 할 수 없는 점, 계약관계자들은 모두 면 지역의 동네 사람들로서 원고의 정신상태를 알 만한 처지라는 점을 보태어 보면, 원고가 이 사건 계약 당시 5,000만 원이라는 금액을 대출받고 이에 대하여 자기 소유의 부동산을 담보로 제공함으로써 만약 대출금을 변제하지 못할 때에는 근저당권의 실행으로 인하여 그 소유권을 상실할 수 있다는 일련의 법률적인 의미와 효과를 이해할 수 있는 의사능력을 갖추고 있었다고는 볼 수 없고, 따라서 이 사건 계약은 의사능력을 흠결한 상태에서 체결된 것으로서 무효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비록 원고가 이 사건 계약 당시 직접 피고 조합을 방문하여 일부 서류에 서명날인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를 가지고 원고가 그 행위의 법률적 의미와 효과까지 이해하였다고 볼 수도 없다(다만, 이 사건에서 원고가 직접 변호사에게 소송대리를 위임하여 원고의 명의로 소를 제기하였는바, 의사무능력자가 한 소송행위의 효력은 그의 정신능력의 정도, 행하여진 당해 소송행위의 성질, 효과 등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하여 개별적인 소송행위별로 결정되어야 할 것임에 비추어, 이 사건 소제기는 원고 자신의 권리를 위하여 변호사에게 소송에 관한 대리권을 수여한다는 점에서 자신의 이익을 위한 것이므로, 소송행위로서 효력을 인정할 수 있다는 점을 덧붙여 둔다).
⑵ 특히 어떤 법률행위가 그 일상적인 의미만을 이해해서는 알기 어려운 특별한 법률적 의미나 효과가 부여되어 있는 경우 의사능력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그 행위의 일상적인 의미뿐만 아니라 법률적인 의미나 효과에 대하여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 대법원 2006. 9. 22. 선고 2006다29358 판결 : 원심은 제1심판결을 인용하여, 피고 2는 피고 1이 위와 같은 신용보증계약을 체결함에 있어 위 신용보증계약에 기한 피고 1의 원고에 대한 채무 일체를 연대보증한 사실 등 판시 사실을 인정한 다음, 피고 2가 위 연대보증계약을 체결할 당시 의사무능력의 상태에 있었다는 피고 2, 3의 각 주장에 대하여, 피고 2가 2000. 3. 6. 정신지체 3급의 장애인으로 등록되었고, 원심법원의 촉탁에 의하여 실시된 위 피고에 대한 정신감정 결과 위 피고의 지능지수가 58로서 경도의 정신지체 수준에 해당하여 보증이나 대출의 의미를 대부분 이해하지 못한다는 등의 진단을 받았다 하더라도, 위 피고는 위 연대보증계약 당시 만 38세로서 자필로 계약서에 서명하고, 직접 발급받은 인감증명서를 제출하였으며, 위 연대보증행위는 비교적 저도의 판단능력을 요하는 행위이고, 위 정신감정은 위 연대보증계약이 있은 후 약 5년 뒤에 이루어진 점 등 그 판시의 이유를 들어 위 주장을 배척하고, 피고 2, 3에 대한 원고의 각 청구를 모두 인용한 제1심판결을 유지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원심의 조치는 아래와 같은 이유로 수긍할 수 없다. 기록에 의하면 피고 2는 위 연대보증계약 당시 이미 정신지체장애 3급의 판정을 받은 장애인으로서, 2005. 10.경 실시된 위 피고에 대한 정신감정 결과 위 피고의 지능지수는 58에 불과하고, 읽기는 가능하나 쓰기는 이름 및 주소 외에는 불가능하며, 기초적인 지식도 제대로 습득하지 못하였고, 간단한 계산능력이나 단순한 주의력도 결여되어 있으며, 사회적 이해력 및 상황의 파악능력도 손상되어 있어, 보증이나 대출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는 진단을 받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위 연대보증계약 체결 당시의 위 피고의 지능지수 및 사회적 성숙도도 위 정신감정 당시와 비슷하였을 것으로 보이는 점에다가, 장애인복지법상 지능지수 70 이하의 사람을 정신지체인으로서 보호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 점, 위 연대보증계약에 기초하여 부담하게 되는 채무액이 2,000만 원이 넘어 결코 소액이라고 할 수 없는 점 등을 보태어 보면, 위 피고가 위 연대보증계약 당시 그 계약의 법률적 의미와 효과를 이해할 수 있는 의사능력을 갖추고 있었다고는 볼 수 없고, 따라서 이러한 계약은 의사능력을 흠결한 상태에서 체결된 것으로서 무효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⑶ 지적장애를 가진 사람에게 의사능력이 있는지를 판단할 때 단순히 그 외관이나 피상적인 언행만을 근거로 의사능력을 쉽게 인정해서는 안 되고, 의학적 진단이나 감정 등을 통해 확인되는 지적장애의 정도를 고려해서 법률행위의 구체적인 내용과 난이도, 그에 따라 부과되는 책임의 중대성 등에 비추어 볼 때 지적장애를 가진 사람이 과연 법률행위의 일상적 의미뿐만 아니라 법률적인 의미나 효과를 이해할 수 있는지, 법률행위가 이루어지게 된 동기나 경위 등에 비추어 합리적인 의사결정이라고 보기 어려운 사정이 존재하는지 등을 세심하게 살펴보아야 한다(대법원 2022. 5. 26. 선고 2019다213344 판결 : 지능지수 70, 사회발달연령 7세 8개월 수준의 지적장애 3급 장애인이 굴삭기를 구입하면서 구입자금 대출을 받았으나, 제3자가 대출금을 실제로 사용하기 위해서 피고를 이용한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드는 사안).
2. 의사무능력자가 한 법률행위의 효과 [이하 민법교안, 노재호 P.40-42 참조]
가. 절대적 무효
의사능력 없는 자가 한 법률행위는 무효이다. 상대방이 그러한 사정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는지 여부는 묻지 않고, 선의의 제3자에게도 이를 주장할 수 있다. 의사무능력자 측에서 그 무효를 주장하더라도 그것이 거래관계에 있는 당사자의 신뢰를 배신하고 정의의 관념에 반할 것 같은 예외적인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 한, 금반언의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
◎ 대법원 2006. 9. 22. 선고 2004다51627 판결 : 원심이 적법하게 인정한 사실과 기록에 의하면, 이 사건 부동산은 원고가 가족들로부터 증여받은 원고 소유의 부동산인 사실, 원고는 정신지체 장애등급 2급으로 독자적인 경제활동이 곤란하였기 때문에, 그의 부모 및 이 사건 배당이의 소송의 특별대리인으로 선임된 여동생 소외 2 등과 오랜 기간 함께 거주하면서 가족들이 원고와 그 자녀의 생활비를 조달하여 온 사실, 원고의 아버지인 소외 1은 정신지체자인 원고의 사실상 후견인의 입장에서 원고를 보조하여 원고 소유의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하여 피고 앞으로 원심 판시와 같은 각 근저당권을 설정하여 주고 원고의 명의로 돈을 대출받은 사실, 소외 1은 이 사건 부동산 이외에도 그가 원고 이름으로 등기해 주었던 경북 청도군 풍각면 송서동 (지번 생략) 대지 및 그 지상 건물에 관하여는 피고 앞으로 1980. 12. 30., 1982. 8. 6., 1989. 6. 7. 각 근저당권을 설정하여 주고 대출받았다가 이를 해지하기도 한 사실이 인정된다. 그렇지만 한편으로 원고가 위 대출계약 및 연대보증계약 당시 직접 피고 조합사무실을 방문하여 피고 조합 직원들 앞에서 관련 서류에 서명·날인하였으나 주소는 소외 1이 대필하여 주고 서명은 소외 1이 다른 종이에 원고의 이름을 쓴 후 원고가 이를 보고 따라 기재하는 방식으로 작성하였음을 알 수 있으므로, 피고 조합 직원들은 원고가 법률행위를 할 수 있을 정도의 충분한 의사능력을 갖추지 못하였음을 알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이고, 위 대출금은 원고가 아닌 원고와 주거를 달리하던 원고의 동생 소외 3을 위하여 사용되었으므로 위 대출로 인하여 원고가 구체적인 이익을 얻은 바는 없으며, 또한 이 사건 특별대리인은 원고의 여동생으로서 원고로부터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하여 매매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받았음을 알 수 있지만 원고나 이 사건 특별대리인이 소외 1과 이해관계를 같이 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 위와 같은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에서 의사무능력자인 원고의 특별대리인이 선임되어 의사무능력자가 한 위 각 근저당권설정계약 및 대출계약 등 무효를 주장하는 것이 거래관계에 있는 당사자의 신뢰를 배신하고 정의의 관념에 반하는 경우로서 신의칙상 허용될 수 없는 경우라고 볼 수는 없다.
나. 부당이득의 반환
⑴ 예를 들어 의사무능력자가 은행에 자기 소유의 부동산에 관하여 근저당권을 설정해 주고 돈을 대출받은 경우, 금전소비대차계약과 근저당권설정계약이 모두 무효이므로 의사무능력자는 은행으로부터 근저당권등기를 말소 받음과 동시에 은행에 대출금에 관한 부당이득을 반환하여야 한다.
⑵ 한편, 민법 제141조는 “취소한 법률행위는 처음부터 무효인 것으로 본다. 그러나 제한능력자는 그 행위로 인하여 받은 이익이 현존하는 한도에서 상환할 책임이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제한능력자의 책임을 제한한 위 조항의 단서는 부당이득에 있어 수익자의 반환범위를 정한 민법 제748조의 특칙으로서 제한능력자의 보호를 위해 그 선의·악의를 묻지 아니하고 반환범위를 현존 이익에 한정시키려는 데 그 취지가 있으므로, 의사능력의 흠결을 이유로 법률행위가 무효가 되는 경우에도 유추적용되어야 한다(대법원 2009. 1. 15. 선고 2008다58367 판결).
⑶ 다만, 법률상 원인 없이 타인의 재산 또는 노무로 인하여 이익을 얻고 그로 인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경우, 그 취득한 것이 금전상의 이득인 때에는 그 금전은 이를 취득한 자가 소비하였는가의 여부를 불문하고 현존하는 것으로 추정되므로, 위 이익이 현존하지 아니함은 이를 주장하는 자, 즉 의사무능력자 측에 증명책임이 있다 할 것이다[대법원 2009. 1. 15. 선고 2008다58367 판결. 이 판결은 의사무능력자인 원고가 피고 조합에 자신의 부동산에 관하여 근저당권을 설정해 주고 5,000만 원을 대출받은 뒤 계약의 무효를 이유로 근저당권설정등기의 말소를 청구하자 피고 조합이 5,000만 원의 부당이득금반환채권에 기초하여 동시이행항변을 한 사안에서, 이 사건 대출금 5,000만 원은 소외 1이 이를 받아 아들 소외 2의 사업자금에 모두 사용한 뒤 소외 2를 차용인으로, 소외 1을 연대보증인으로 한 차용증을 원고에게 교부한 바 있으나 현재는 그 원리금을 제대로 변제하기 어려운 형편인 사실을 인정한 다음, 원고가 회수가능성 등을 고려하지 않은 채 경솔하게 분수에 맞지 않는 대여행위를 한 것은 금전을 낭비한 것과 다를 바 없어 위 대출금 자체는 이미 모두 소비하였다고 볼 것이지만, 소외 1 또는 소외 2에 대하여 대여금채권 또는 부당이득반환채권(위 대여행위 역시 원고의 의사무능력을 이유로 무효가 될 여지가 있어 보인다) 등을 가지고 있는 이상 원고가 이 사건 대출로써 받은 이익은 그와 같은 채권의 형태로 현존한다 할 것이므로, 피고 조합은 이 사건 대출거래약정 등의 무효에 따른 원상회복으로서 위 대출금 자체의 반환을 구할 수는 없다 하더라도 현존이익인 위 채권의 양도를 구할 수는 있다 할 것이고, 공평의 관념과 신의칙에 비추어 볼 때 원고의 위 채권양도 의무와 피고 조합의 이 사건 근저당권설정등기말소 의무는 동시이행관계에 있다고 보아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3. 의사능력에 관한 판례의 태도 [이하 대법원판례해설 제131호, 이봉민 P.3-28 참조]
가. 대법원 2002. 10. 11. 선고 2001다10113 판결
위 판결은, 의사능력 유무는 구체적 법률행위별로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점을 최초로 판시하였다. 이 판결의 사안은 다음과 같다. 원고가 피고 축협으로부터 2차례에 걸쳐 5,000만원을 대출받고 그 담보로 원고 소유 주택과 토지에 근저당권을 설정해 주었다. 원고는 대출약정 및 근저당권설정 당시 의사무능력자였다는 이유로 위 근저당권의 말소를 청구하였다.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원고의 의사무능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① 원고에 대한 정신장애 감정 결과는 이 사건 계약 이후 1년이 경과한 후에 있었고, 이는 원고 가족들의 진술에 상당 부분 의존한 것이다. ② 원고는 종전에도 근저당권설정 경험이 있고, 계약 당시 피고 축협에 방문하여 일부 서류에 직접 서명․날인하였다. ③ 이 사건 계약은 돈을 빌리고 이에 대해 담보를 제공하는 정도로서 비교적 낮은 정도의 판단능력을 요한다.
그러나 대법원은 다음과 같은 사정을 근거로, 원고가 이 사건 계약의 법률적 의미와 효과(돈을 변제하지 못하면 소유권을 상실할 수 있다)를 이해할 수 있는 의사능력을 갖추었다고 볼 수 없다고 하여 원심을 파기환송하였다. ① 원고에 대한 진단과 감정 결과에 의하면, 원고는 이 사건 계약 무렵 지능지수 70 정도, 사회연령 6세 정도에 불과하다고 볼 여지가 있고, 장애인복지법은 지능지수 70 이하의 사람을 정신지체인(지적장애인)으로서 보호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 ② 원고가 대출받은 5,000만 원은 소액이라고 할 수 없다. ③ 계약관계자들은 모두 면지역 동네 사람들로서 원고의 정신상태를 알 만한 처지에 있다. ④ 원고가 계약 당시 직접 피고 조합을 방문하여 일부 서류에 서명․날인하였더라도 이를 가지고 원고가 그 행위의 법률적 의미와 효과까지 이해하였다고 볼 수도 없다. 다만 원고가 변호사에게 이 사건 소송대리를 위임한 것의 의사능력은 있다는 취지를 덧붙였다.
나. 의사능력 유무의 판단 기준
대법원 2006. 9. 22. 선고 2006다29358 판결은 “어떤 법률행위가 그 일상적인 의미만을 이해하여서는 알기 어려운 특별한 법률적인 의미나 효과가 부여되어 있는 경우 의사능력이 인정되기 위하여는 그 행위의 일상적인 의미뿐만 아니라 법률적인 의미나 효과에 대하여도 이해할 수 있을 것을 요한다고 보아야 하고, 의사능력의 유무는 구체적인 법률행위와 관련하여 개별적으로 판단되어야 할 것”이라고 판시하였다.
위 판결 사안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피고2가 妻인 피고1의 신용보증계약상 채무를 연대보증하였고, 원고가 연대보증금을 청구하자, 피고2는 당시 의사무능력이었다고 주장한 사건이다.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피고2의 의사무능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① 피고2는 연대보증계약 당시 만 38세로서 계약서에 자필 서명하고, 직접 발급받은 인감증명서를 제출하였다. ② 연대보증행위는 비교적 낮은 정도의 판단능력을 요하는 행위이다. ③ 피고2에 대한 정신감정은 연대보증계약 후 약 5년 뒤에 이루어졌다.
대법원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피고2의 의사무능력을 인정하였다. ① 피고는 연대보증계약 당시 이미 정신지체장애 3급의 판정을 받았고, 피고에 대한 정신감정 결과 피고 지능지수는 58에 불과하고, 연대보증체결 당시에도 이와 비슷하였을 것으로 보인다(장애인복지법상 지능지수 70 이하의 사람을 정신지체인으로서 보호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 ② 연대보증채무액이 2,000만 원이 넘어 결코 소액이라고 할 수 없다.
다. 의사무능력자의 반환 범위(= 현존이익 한도)
이후 대법원 2009. 1. 15. 선고 2008다58367 판결은 대법원 2006. 9. 22. 선고 2006다29358 판결에서 설시한 의사능력 유무의 판단 기준을 그대로 따르면서 더 나아가 의사무능력의 경우 민법 제141조가 유추적용되어 의사무능력자는 현존이익 한도에서 반환책임이 있다고 하면서, 현존이익의 부존재는 의사무능력자에게 증명책임이 있다고 하였다.
위 판결 사안은 다음과 같다. 원고는 피고 농협으로부터 5,000만 원을 대출받고 담보로 원고 소유 부동산에 근저당권을 설정해 주었다. 대출 당시 원고의 지인 甲이 원고와 함께 피고 농협을 방문하여 대출금 5,000만 원을 수령하여 자기 아들 乙의 사업자금으로 사용하였다. 원고는 지능 64이고, 사회적 연령 7세, 의사소통 영역5.14 내지 6.19세, 작업 영역 7.54 내지 10.4세 정도에 해당한다. 원고는 이 사건 대출계약이 무효라는 이유로 대출금채무의 부존재 확인과 근저당권설정등기의 말소를 청구하였다. 이에 대해 피고는 설령 대출계약이 무효라 하더라도 근저당말소와 동시에 원고로부터 5,000만 원을 부당이득으로 반환받아야 한다는 동시이행항변을 하였다.
대법원은 원고가 의사무능력이라고 판단한 원심판단을 수긍하였다. 그런데 원심은 원고의 현존이익이 없다는 이유로 피고의 동시이행항변을 배척하였으나, 대법원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원심의 이 부분 판단이 잘못이라고 하였다. ① 이 사건 대출금 5,000만 원은 원고가 甲, 乙 측에 경솔하게 대여하여 이를 모두 소비하였다. ② 다만 원고가 甲 또는 乙에 대하여 대여금채권 또는 부당이득반환채권을 가지고 있으므로, 원고의 현존이익은 위와 같은 채권 형태로 현존한다. ③ 피고는 원상회복으로 현존이익의 위 채권의 양도를 구할 수 있고, 원고의 위 채권 양도의무와 피고의 근저당말소 의무는 동시이행관계에 있다.
라. 증명책임과 신의칙
대법원 2014. 3. 13. 선고 2009다53093, 53109 판결은 의사무능력은 이를 주장하는 자에게 증명책임이 있다고 하였고, 대법원 2006. 9. 22. 선고 2004다51627 판결은 의사무능력을 이유로 법률행위 무효 주장이 거래관계에 있는 당사자의 신뢰를 배신하고 정의의 관념에 반할 것 같은 예외적인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 한 신의칙에 반하지 않는다고 하였다.
마. 유언능력
대법원 2014. 3. 13. 선고 2009다53093, 53109 판결은 만 17세(민법 제1061조)에 달한 사람은 의사능력이 있으면 유언을 할 수 있다고 판시하였다. 이 사건에서 원심은 선행 유언과 모순된 후행 유언 당시 유언자의 의사능력이 없다고 판단하였으나, 대법원은 그 의사능력을 부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원심을 파기하였다.
4. 구체적인 판례의 태도 [이하 대법원판례해설 제131호, 이봉민 P.3-28 참조]
가. 의사능력을 부정한 판례
⑴ 지적 장애에 관한 사례
① 대법원 2012. 3. 29. 선고 2012다3906 판결은 지능지수가 69, 지적 장애 3급인 원고가 동생의 피고에 대한 채무를 연대보증하고, 그 담보로 피고에게 근저당권을 설정해 준 것이 의사능력이 없는 상태에서 한 것이어서 무효라는 원심을 수긍하였다.
② 대법원 2006. 9. 22. 선고 2004다51627 판결은 정신지체장애 2급, 지능지수 70 미만의 원고가 피고 농협으로부터 대출을 받거나 父의 채무를 연대보증하고 그 담보로 근저당권을 설정해 준 것은 의사무능력 상태에 있었으므로 무효라는 원심을 수긍하였다.
⑵ 치매 등 질환에 관한 사례
① 대법원 2015. 1. 29. 선고 2014다49425 판결은 망인이 치매로 의사능력이 없는 상태에서 한 이 사건 증여가 무효라는 원심을 수긍하였다.
② 대법원 2007. 11. 15. 선고 2007다48943 판결은 원고가 피고의 대리인으로서 피고의 아들로부터 이 사건 부동산을 매수하였는데, 당시 피고는 치매로 자녀, 나이, 계절을 모를 정도인 사안에서, 피고가 의사무능력 상태에 있어 이 사건 매매계약은 무효라는 원심을 수긍하였다.
③ 대법원 2000. 12. 12. 선고 2000다49275 판결은 유언 당시 유언자의 의식상태가 반혼수상태인 사안에서 의사능력이 결여되어 있었다는 원심을 수긍하였다.
④ 대법원 1996. 4. 23. 선고 95다34514 판결은 망인이 입원치료 중 인공호흡기를 부착한 상태에서 유언공정증서 취지를 듣고 고개만 끄덕이는 방식으로 유언을 한 것은 의사능력이 결여된 상태에서 한 것으로 무효라는 취지의 원심을 수긍하였다.
⑤ 대법원 1993. 7. 27. 선고 93다8986 판결은 피고의 아들 甲이 실제로 이 사건 부동산을 매도하고 소유권이전등기를 넘겨 주었는데, 당시 피고는 뇌혈관질환 후유증인 대뇌기질적 장애로 인하여 사물을 판별할 만한 능력이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을 완전히 상실한 상태였던 사안에서, 이 사건 소유권이전등기는 피고의 의사에 기하지 않은 원인무효의 등기라는 원심을 수긍하였다.
⑶ 나이에 관한 사례
① 대법원 1996. 8. 23. 선고 96다19833 판결은 이 사건 사고 당시 생후 4년 3개월 남짓 된 망인은 의사능력이 없었다고 판시하였다. 다만 이 판결은 망인의 상태에 비추어 유치원 담임교사는 망인 등 원생들이 유치원에 도착한 순간부터 유치원으로부터 안전하게 귀가할 수 있는 상태에 이르기까지 법정감독의무자인 친권자에 준하는 보호감독의무가 있다고 판시한 사례이다.
② 대법원 1976. 12. 14. 선고 76다2191 판결은 만 2세의 유아는 어음을 배서로 취득할 의사능력이 없으나, 다만 법정대리인이 유아를 대리하여 어음을 취득할 수 있고, 그 법정대리 표시가 없어도 무방하다고 하였다.
나. 의사무능력 주장을 배척한 재판례
① 대법원 2012. 3. 15. 선고 2011다75775 판결은 의사무능력 주장을 배척한 원심을 수긍하였는데, 이 판결 사안은 지적 장애 자체가 없었던 경우이다. 이 사건 사안은 다음과 같다. 원고(A, B 부부의 친자)가 甲(A, B 부부의 양자)에게 이 사건 부동산을 명의신탁하였는데, 甲이 피고에게 이 사건 부동산을 대물변제 조로 매도하였다. 원고는 甲이 의사무능력자라는 이유로 이 사건 매매계약이 무효라고 주장하면서 이 사건 부동산의 소유권이전등기 말소를 청구하였다. 원심은 甲이 의사무능력이 아니라고 하였고, 대법원은 이를 수긍하였다. 甲은 뇌병변(보행․일상생활의 현저한 제한), 지체장애(신체적 장애)가 있었을 뿐 지적 장애가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② 대법원 2013. 10. 31. 선고 2013다52387 판결은 원고가 망인의 대리인인 甲으로부터 이 사건 부동산을 매수하였는데, 망인이 甲에게 위임장을 작성하여 주었을 당시 의사무능력이었다고 판단한 원심에 대하여, 망인은 당시 자신의 수술 치료 여부에 관해 주치의와 상담하고 거부의사를 표시할 정도의 정신적 능력 또는 지능을 지니고 있었으므로, 의사무능력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원심을 파기하였다.
③ 대법원 2009. 2. 26. 선고 2008다80616 판결은 원고가 뇌경색 발병 후 체결한 이 사건 부제소합의는 의사능력이 없는 상태에서 체결한 것이라는 이유로 무효라고 판단한 원심에 대하여, 원고에 대한 정신감정도 시행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원고의 의사무능력을 인정하기에 충분한 증거가 없다는 취지로 원심을 파기하였다.
④ 대법원 2002. 2. 5. 선고 2001다72029 판결은 계약 당시 나이가 19세 4월에 이른 사람은 의사능력을 가지기에 넉넉하다고 판시하였다.
⑤ 대법원 1993. 9. 14. 선고 93다21552 판결은 망인이 대학 졸업 후 편집성 정신분열증 진단을 받고 정신병원에 입원 중 병원을 탈출하려다가 병원 9층에서 떨어져 사망한 사안에서, 이 사건 사고 당시 망인이 완전한 의사결정능력을 보유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자신의 신체에 대한 위험성 등을 판별할 수 있는 어느 정도의 의사능력을 갖고 있어 망인에게 과실상계 사유가 있다는 원심판단을 수긍하되, 다만 과실상계 비율이 과다하다는 이유로 원심을 파기하였다.
5. 지적 장애를 가진 자의 의사능력 유무에 관한 판례 [이하 대법원판례해설 제131호, 이봉민 P.3-28 참조]
가. 판례의 주요 판단 근거
지적 장애를 가진 사람의 의사능력을 부정한 선례의 주요 판단 근거로 고려한 요소는 다음과 같다.
⑴ 지적 장애의 정도
지적장애인에 대한 진단 또는 감정 등 객관적 증거의 유무와 그 진단 또는 감정에 기초하여 볼 때 지적 장애 정도가 얼마나 중한지 등을 고려한다. 그 진단 또는 감정이 문제 되는 법률행위 이후에 이루어진 것이라 하더라도, 그 구체적인 내용을 판단의 중요 요소로 고려한다. 즉 그 진단 또는 감정 결과상 지적 장애 정도가 중하면, 법률행위 당시에도 그 지적 장애 정도는 동일할 것이라고 적극적으로 인정한다.
가령 대법원 2006. 9. 22. 선고 2006다29358 판결은 당해 사안에서 문제 된 피고의 법률행위인 연대보증계약이 2000. 12. 19.경 있었으나, 2005. 10.경 실시된 피고에 대한 정신감정 결과 피고의 지능지수는 58에 불과하고, 읽기는 가능하나 쓰기는 이름 및 주소 외에는 불가능하며, 기초적인 지식도 제대로 습득하지 못하였고, 간단한 계산능력이나 단순한 주의력도 결여되어 있으며, 사회적 이해력 및 상황의 파악 능력도 손상되어 있어, 보증이나 대출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는 진단을 받은 사실이 인정된다면, 연대보증계약 체결 당시 피고의 지능지수 및 사회적 성숙도도 위 정신감정 당시와 비슷하였을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하였다.
⑵ 장애인복지법령의 내용
장인복지법령상 지능지수 50∼70인 사람은 교육을 통해 사회적․직업적 재활이 가능하다고 규정되어 있는데, 지능지수 70 이하인 사람은 지적장애인으로서 보호의 대상이 됨을 고려한다.
⑶ 법률행위의 내용과 법률행위의 경위
상당한 경제적 부담이 되거나, 상대적으로 복잡한 내용의 법률행위인지 여부를 고려한다. 또한 거래 상대방 등이 지적 장애가 있는 사람임을 알고 있었다는 점 등을 고려한 것도 있다.
나. 판례 사안을 통해 추출한 참작요소
⑴ 의사무능력자에게 계약 체결에 대한 귀책사유 유무
의사무능력자가 인감증명서를 직접 발급받는 등 의사능력이 있다는 외관을 만든 귀책사유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의사능력 제도는 거래 안전을 희생시키더라도 의사무능력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므로, 의사무능력자의 귀책사유가 의사무능력 불인정 사유가 된다고 볼 수 없을 것이다.
⑵ 의사무능력자가 직접 금융기관에 방문하였다는 사정
이러한 사정은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정도라고 볼 수 있을 뿐 개별 법률행위의 법률적 의미와 효과까지 알 수 있었다는 근거가 될 수 없을 것이다.
⑶ 계약 체결 경위의 합리성
계약의 동기, 결과, 금액 등에 비추어 합리성에 의심이 가는지 여부를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예컨대, 지적 장애를 가진 사람이 특별한 경제적 이득을 취득하지 못하는데도 자신이 거주하는 부동산에 근저당권을 설정하거나 고액의 대출을 받거나 또는 증여를 하는 것은 계약 체결 경위의 합리성에 의심이 갈 수 있는 사정이다.
다. 지적장애를 가진 사람에게 의사능력이 있는지 판단하는 기준(대법원 2022. 5. 26. 선고 2019다213344 판결)
⑴ 이 사건의 쟁점은, 지적장애를 가진 사람에게 의사능력이 있는지 판단하는 기준이다.
⑵ 의사능력이란 자기 행위의 의미나 결과를 정상적인 인식력과 예기력을 바탕으로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정신적 능력이나 지능을 말한다. 의사능력 유무는 구체적인 법률행위와 관련하여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하고(대법원 2002. 10. 11. 선고 2001다10113 판결 참조), 특히 어떤 법률행위가 그 일상적인 의미만을 이해해서는 알기 어려운 특별한 법률적 의미나 효과가 부여되어 있는 경우 의사능력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그 행위의 일상적인 의미뿐만 아니라 법률적인 의미나 효과에 대해서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대법원 2006. 9. 22. 선고 2006다29358 판결, 대법원 2009. 1. 15. 선고 2008다58367 판결 등 참조).
장애인복지법 제2조 제2항 제2호, 장애인복지법 시행령 제2조 제1항 [별표 1] 제6호, 장애인복지법 시행규칙 제2조 제1항 [별표 1] 제6호에 따르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지능지수가 70 이하인 사람은 교육을 통한 사회적ㆍ직업적 재활이 가능하더라도 지적장애인으로서 위 법령에 따른 보호의 대상이 된다. 지적장애인에 해당하는 경우에도 의학적 질병이나 신체적 이상이 드러나지 않아 사회 일반인이 보았을 때 아무런 장애가 없는 것처럼 보이는 경우가 있다. 반면 지적장애를 가진 사람이 장애인복지법령에 따라 지적장애인 등록을 하지 않았다거나 등록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였다고 해서 반드시 의사능력이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면, 지적장애를 가진 사람에게 의사능력이 있는지를 판단할 때 단순히 그 외관이나 피상적인 언행만을 근거로 의사능력을 쉽게 인정해서는 안 되고, 의학적 진단이나 감정 등을 통해 확인되는 지적장애의 정도를 고려해서 법률행위의 구체적인 내용과 난이도, 그에 따라 부과되는 책임의 중대성 등에 비추어 볼 때 지적 장애를 가진 사람이 과연 법률행위의 일상적 의미뿐만 아니라 법률적인 의미나 효과를 이해할 수 있는지, 법률행위가 이루어지게 된 동기나 경위 등에 비추어 합리적인 의사결정이라고 보기 어려운 사정이 존재하는지 등을 세심하게 살펴보아야 한다.
⑶ 원고가 피고를 상대로 대출원리금의 지급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고, 이에 대하여 피고는 대출약정 당시 의사능력이 없었다고 다투는 사건이다.
대법원은 이 사건 대출약정 당시 피고가 의사능력이 없었다고 볼 여지가 많다는 이유로, 이와 달리 본 원심을 파기하였다.
⑷ 위 판결의 법리 요약
① 지적장애인의 의사무능력 판단 기준과 관련하여 대법원은 ① 지적 장애의 정도와 내용, ② 장애인복지법령에서 일반적으로 지능지수 70 이하인 사람을 지적장애인으로 보호하고 있다는 점, ③ 법률행위 경위의 합리성에 의심이 드는지 여부 등을 고려해 왔다.
② 지적장애인은 외견상으로는 정상인처럼 보일 수 있으나 실제로는 지적 장애가 있을 수 있다는 의학적 내용을 고려할 수 있다. 이러한 점은 특히 사실심이 간과하기 쉬운 부분일 수 있다.
③ 지적장애인이기만 하면 모두 당연히 의사무능력이라고 볼 수는 없다. 지적장애인의 의사무능력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지적 장애 정도에다가 법률행위의 경중, 합리적 의사결정 의심 등의 요건이 부가되어야 할 것이다.
⑸ 장애인복지법령상 지적장애인에 해당하지 않고, 지능지수(IQ) 70을 살짝 넘기는 수준의 사람이더라도 의사무능력이 인정될 수 있다. 대법원 2021. 10. 28. 선고 2021도9051 판결은 장애인복지법상 지적장애인이 아니더라도, 성폭력범죄의 처벌등에 관한 특례법 제6조의 보호대상이 되는 ‘정신적 장애가 있는 사람’에 해당할 수 있다고 판시한 바 있다. 따라서 지적장애인에 한정된 판시가 아니라, 지적 장애를 가진 사람 일반에 적용되는 법리를 판시하는 것이 적절할 수 있다.
다. 대상판결의 내용
이 사건 대출약정이 무효라면 원고는 피고에 대하여 대출금채무의 이행을 요구할 수 없다. 다만 피고의 부당이득반환 의무가 문제 되나, 판례에 의하면 피고는 현존이익 한도에서 반환책임이 있다는 점에서 이 사건 대출약정을 무효로 볼 실익이 있다. 피고의 현존이익 여부는 원고의 청구에 따라 환송 후 원심에서 심리해야 할 사항이기는 하나, 이 사건 대출금은 굴삭기 판매인 측에 지급된 점을 고려할 때, 피고에게 현존이익이 있다고 보기 어려울 것이다. 또한 피고에게 현존이익이 일부 인정되어 만약 피고가 가액반환을 해야 하는 경우에도 이 사건 대출약정에서 정한 약정 연체이율(연 29%)이 적용될 수 없다는 점에서도 실익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