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윤경/수필

[젊은 시절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윤경변호사】

윤경 대표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2015. 5. 23.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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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시절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윤경변호사】

 

<세월이 주는 소중한 선물>

 

5월의 날씨가 너무 좋다.

전에는 ‘계절의 아름다움’을 그저 좋다고만 생각했는데, 이제는 ‘눈물겹도록’ 아름답다.

자연과 계절의 아름다움을 마음껏 누리고 싶다.

‘살아 온 날’보다 ‘살아 갈 날’이 점점 줄어 들기 때문에 오는 ‘아쉬움’일까?

 

어릴 적에는 아무 할 일 없는 지내는 노인들을 보면 “무슨 재미로 이 세상을 살까?”하고 생각했다.

표정 없이 지친 얼굴 위에 깊이 패인 잔주름은 그들이 보낸 고된 세월과 시름, 무기력한 지루함을 말해주는 것 같았다.

 

나이 든 지금, 그 생각은 틀렸다.

난 지금도 산다는 게 너무도 재미있고 흥미롭다.

나이 든다는 것은 그렇게 무섭고 슬픈 일이 아니다.

세월은 젊음을 앗아가지만, 그만큼의 다른 선물을 주기 때문이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상실의 연속이다.

건강을 잃고, 직업을 잃고, 경제적인 능력을 잃고,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과정이다.

 

그럼에도 세월은 우리에게 소중한 선물을 준다.

그것은 바로 하고 싶은 것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와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영위할 수 있는 능동성이다.

 

나이 들수록 스스로 자신의 인생을 결정짓고 자신의 인생을 책임질 줄 아는 여유롭고 관대한 사람으로 거듭난다.

세월에 더해지는 나이가 주는 확신과 여유 때문에 당신은 비로소 인생을 즐기며 살 수 있게 된다.

 

<과거로 돌아간다 한들 똑같을 수밖에 없다.>

 

사람들은 말한다.

“그 때 그 시절로 다시 돌아갈 수 있다면, 이렇게 살지는 않을 텐데…”

 

그러나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나는 속으로 생각한다.

절대로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돌아가 봤자 달라지는 건 아무 것도 없다고.

 

내가 지금의 기억과 생각을 고스란히 가지고 그 시절로 돌아가지 않는 이상

아무리 내가 그 시절로 돌아간다 한들 나는 또다시 그때처럼 살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게 바로 ‘나’였으니 말이다.

 

다시 그 시절의 방황, 배고픔, 아픔, 젊은 시절의 열정이 가져다준 고통을 경험하고 싶지 않다.

 

이제는 세월을 거치며 단단해 지고 자신감이 넘치는 내 자신이 좋고,

세상에 대한 좀 더 깊은 이해와 웬만한 일들을 그대로 수용할 수 있는 여유로움을 얻게 되어 편안하고 행복하다.

내 삶에 진정으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볼 수 있는 눈도 가지게 되었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다 경험하고 그 풍경들을 기억하고 있으면서 그 추억의 단편들이 몸으로 배어 나와 사계가 어우러진 한 폭의 그림을 이루는 감성적이고 가슴 뛰는 사람으로 늙고 싶다.

긴 세월을 살아온 고목이 무성한 잎으로 그늘을 드리워 사람들에게 쉴 곳을 마련해 주듯, 자라나는 세대가 힘들 때 마음 놓고 푸념할 수 있는 사람으로 늙고 싶다.

삶의 고통과 역경, 세상의 불합리와 부조리도 웃어 넘기는 여유와 포용력을 가진 따뜻하고 유쾌한 사람으로 늙어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