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윤경/수필

[코를 고는 남자는 죄가 없다.]【윤경변호사】

윤경 대표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2015. 7. 12. 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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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를 고는 남자는 죄가 없다.]【윤경변호사】

 

다른 사람을 잠 못 이루게 하는 것은 아주 낭만적이고 멋진 일일지 모른다.

하지만 그 것도 그 사람이 다른 곳에서 깨어 있을 때 얘기다.

 

옛 말에 따르면 코를 고는 사람은 죄가 없다.

‘죄를 미워하되 사람을 미워해서는 안된다’고 하지 않던가.

 

코를 곤다고 하면 술에 취한 과체중의 남자를 떠올린다.

코 고는 소리에 잠을 설치고, 등을 떠밀어 옆으로 돌아 눕힐 파트너도 없는 사람 말이다.

 

하지만 불만을 토로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여자인 것 보면, 코 고는 현상은 소수의 남자집단에서만 일어나는 현상으로 볼 수 없다.

당신도 예외는 아닐 거다.

 

여자들도 코를 곤다.

하지만 별 문제가 안된다.

여자들은 갱년기를 한참 지나서야 코를 고는데, 그때는 남자들과 헤어져 자유를 만끽하고 있거나, 남자들이 가는 귀를 먹거나, 아니면 남자가 이미 오래 전에 세상을 떠나 아무도 불만을 터뜨리지 않기 때문이다.

 

코고는 남자는 자신도 힘들다.

어쩔 수 없는 일임에도, 끔찍하고 무자비한 폭력의 희생자가 되고 있다.

‘그 옆에 누워 계신 분’으로부터.

 

깨어 있을 때는 ‘또르처럼 귀엽고 사랑스런 존재’로 취급받는다.

하지만 남자가 잠이 드는 순간, 조금 전까지만 해도 ‘욕망의 대상’이었던 그를 조용히 만들기 위해 ‘옆으로 부드럽게 눕히는 애정 넘치는 조치’가 이루어진다.

 

그 다음에는 ‘음악 틀기’, ‘이름 부르기’, ‘소리 지르기’ 단계를 거쳐 마지막에는 ‘옆구리에 2단 옆차기’를 한다.

 

처음에는 잠버릇이 험해서 자신이 침대 밑에서 자는 줄 안다.

물에 빠져 허우적 거리며 숨이 막혀 죽는 꿈을 꾼 다음 깨어보면, 코에 무시무시한 빨래 집게가 달려 있다.

 

이런 조치들이 효과를 거두는 순간 여자는 말한다.

“거봐, 당신이 조금만 노력하면 되잖아.”

 

당신은 아는가!

잠 잘 때 이루어지는 잔인하고 흉악한 범죄를.

문제는, 목격자가 없는 곳에서는 법 조차 멀다는 것이다.

 

하지만 잠자리를 함께 했던 그녀가 밤 사이에 1년 이상 족히 늙어 버렸음을 발견한다면, 해결방법은 하나 밖에 없다.

알레르기성 비염을 치료할 수밖에.

코골이 수술을 해서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