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임차보증금의 법적 성질, 임대인의 차임청구권과 임대차보증금의 관계, 임대차보증금의 담보적 효력, 보증금에 의한 우선변제(당연충당)>】《임대차계약이 종료되었으나 목적물이 명도되지 않은 경우 임차인은 보증금이 있음을 이유로 연체차임의 지급을 거절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대법원 1999. 7. 27. 고 99다24881 판결)》〔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1. 판결의 요지
【판시사항】
임대차계약이 종료되었으나 목적물이 명도되지 않은 경우, 임차인은 보증금이 있음을 이유로 연체차임의 지급을 거절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판결요지】
임대차보증금은 임대차계약이 종료된 후 임차인이 목적물을 명도할 때까지 발생하는 차임 및 기타 임차인의 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교부되는 것이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임대차계약이 종료되었다 하더라도 목적물이 명도되지 않았다면 임차인은 보증금이 있음을 이유로 연체차임의 지급을 거절할 수 없다.
2. 쟁점
이 사건의 쟁점은, 임대차계약이 종료되었으나 목적물이 명도되지 않은 경우 임차인은 보증금이 있음을 이유로 연체차임의 지급을 거절할 수 있는지 여부이다.
3. 임차보증금의 법적성질
가. 법적 성질
⑴ 임차보증금은 정지조건부 반환채권을 수반하여 소유권이 이전된 금전이다.
⑵ 보증금계약은 양도담보와 동양(同樣)인 일종의 신탁적 소유권양도계약으로서 임대인은 임대차종료후 차임 기타 임차인의 채무불이행이 없을 것을 정지조건으로 하여, 즉 불이행이 있으면 이를 공제하고 반환할 것을 약정하는 정지조건부반환채무를 수반하는 소유권신탁양도로 보는 견해(정지조건부 소유권신탁양도설)가 판례의 태도이다(대법원 1987. 6. 23. 선고 87다카98 판결, 1988. 1. 19. 선고 87다카1315 판결).
⑶ 여기서의 정지조건이라는 것은 일정한 조건의 성취시점에 임차인의 채무불이행이 없거나 또는 체불임료 등 모든 피담보채무를 공제한 잔액이 있을 것을 의미한다.
나. 정지조건의 성취시기(= 공제의 시기)
⑴ 학설의 대립
임대인이 보증금에서 손해배상액 등을 공제할 수 있는 시기, 임대인의 입장에서 볼 때에 임차보증금 반환청구채권의 정지조건 성취시기에 관하여는 다음과 같은 견해의 대립이 있다.
① 종료시설 : 임대차가 종료하는 때에 임차인의 채무불이행이 없으면 보증금의 전액을 반환하고, 채무불이행이 있으면 그에 상응하는 액수를 공제하고 잔액을 반환하는 조건이라고 보는 견해이다.
② 명도시설(인도시설) : 임대차가 종료한 후 임차인이 임차물을 반환할 때에 임차인의 채무불이행이 없으면 보증금의 전액을 반환하고, 채무불이행이 있으면 그에 상응하는 액수를 공제하고 잔액을 반환하는 조건이라고 보는 견해이다.
③ 절충설 : 종료시설과 명도시설을 절충하여 임대차가 종료하는 때에 보증금의 반환의무가 발생하나, 다만 임차인의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공제는 임차물의 반환시까지로 보는 견해이다. 명도시설과 실제 적용에 있어서는 차이를 보이지 아니한다.
⑵ 구별의 실익
어느 설을 취하는지에 따라 다음의 2가지 점에 대한 구별의 실익이 있다.
① 보증금반환의무와 목적물반환의무 사이의 동시이행관계 : 종료시설 및 절충설에 의하면, 임대차종료시에 임차보증금반환채권이 발생하므로 동시이행관계가 인정될 수 있으나, 명도시설(인도시설)에 의하면 명도(인도)시에 임차보증금반환채권이 발생하므로 결국 명도(인도)의 선이행을 요구하는 결과가 되어 동시이행관계는 성립될 여지가 없다.
② 담보의 시적범위 : 임대차 종료 후 발생된 임대인의 채권이 담보의 범위에 들어가느냐의 문제로서 임대인과 임차인의 지위 변동이 없으면 설령 담보의 범위에 들어가지 않더라도 상계로서 대항할 수 있으므로 어느 설에 의하건 결과적으로 차이가 없게 된다.
그러나 채권양도, 전부 등으로 임대인이나 임차인의 지위와 채권귀속자가 달라질 경우에는 차이가 있게 된다. 종료시설에 의하면 임대차 종료 후에 발생된 채권은 담보의 범위에 들어가지 않게 되나, 명도시설(인도시설)이나 절충설에 의하면 당연히 포함되게 된다.
⑶ 판례의 태도 [= 인도시설(명도시설)]
① 판례는 초기에는 종료시설의 입장(대법원 1969. 12. 26. 선고 69다853 판결; 임차보증금 반환채무는 임대차 계약기간이 만료되거나 그 계약이 해제 또는 해제된 때에 비로소 이행기에 도달하는 것이다)에 서기도 하고 인도시설(명도시설)의 입장(대법원 1976. 8. 24. 선고 76다1032 판결)에 서기도 하였다가, 대법원 1977. 9. 28. 선고 77다1241, 1242 전원합의체 판결은 “임대차 계약의 기간이 만료된 경우에 임차인이 임차목적물을 명도할 의무와 임대인이 보증금 중 연체차임 등 당해 임대차에 관하여 명도시까지 생긴 모든 채무를 청산한 나머지를 반환할 의무는 모두 이행기에 도달하고 이들 의무 상호간에는 동시이행의 관계가 있다고 보는 것이 상당하다”고 판시하여 절충설의 입장을 취하였다.
② 그런데 대법원 1987. 6. 9. 선고 87다68 판결 및 1988. 1. 19. 선고 87다카1315 판결은, “건물임대차에 있어서의 임차보증금은 임대차 존속중의 임료뿐만 아니라 건물명도의무이행에 이르기까지 발생한 손해배상채권 등 임대차 계약에 의하여 임대인이 임차인에 대하여 갖는 일체의 채권을 담보하는 것으로서 임대차 종료 후에 임차건물을 임대인에게 명도할 때에 체불임료등 모든 피담보채무를 공제한 잔액이 있을 것을 조건으로 하여 그 잔액에 관한 임차인의 보증금반환청구권이 발생한다”고 하여 명도시설의 입장에서 판시하고 있다.
③ 현재 판례의 입장은 인도시설(명도시설)에 따른 것이 주류이다(대법원 1987. 6. 9. 선고 87다68 판결, 1988. 1. 19. 선고 87다카1315 판결, 1999. 7. 27. 선고 99다24881 판결, 1999. 12. 7. 선고 99다50729 판결).
따라서 판례의 확고한 입장은, ㉠ 임대인의 보증금반환의무와 임차인의 목적물 명도의무 사이에 동시이행의 관계에 있다는 점, ㉡ 임대보증금은 임대목적물이 명도될 때까지 발생한 임차인의 모든 채무를 담보한다는 점이다.
4. 임대인의 차임청구권과 보증금의 관계(= 이 사건의 쟁점)
가. 문제점 제기
임대기간 중에 임차인이 차임을 연체하면 임대인은 보증금으로 이에 충당할 수도 있고, 이와는 별도로 차임을 청구할 수도 있으며, 임차인은 보증금이 있음을 이유로 차임지급을 거절할 수 없다(대법원 1987. 6. 23. 선고 86다카2865 판결).
만일 차임지급을 거절할 수 있다고 한다면, 임대인은 자신의 의사와 관계없이 그 후의 차임 등에 대한 담보(보증금)를 상실하게 되고, 또 2기 이상의 차임지급 지체시 임대차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권리를 박탈당하는 결과가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임대차계약이 종료 후에 임차인이 임차목적물을 반환할 때까지 임차인의 채무가 있으면 임대인으로부터 상계의 의사표시가 없더라도 당연히 보증금에서 공제된다(대법원 1987. 6. 23. 선고 86다카2865 판결).
문제는 임대차계약 종료 후에 임대인은 보증금이 남아 있음에도 불구하고 따로 연체차임 등을 청구할 수 없는가 하는 점이다.
나. 검 토
보증금의 성격에 관하여 종료시설의 입장에서는 임대차종료시점을 기준으로 보증금과 연체차임 등 임차인의 채무가 당연히 정산되므로 임대인은 보증금으로 충당되는 범위 내에서는 따로 연체차임 등을 청구할 수 없다고 보게 되나, 명도시설이나 절충설의 입장에서는 보증금은 목적물 명도시까지 임차인의 채무를 담보하는 것이므로, 목적물이 명도될 때까지는 임대차계약이 종료되었다 하더라도 임대인에게 담보의 상실을 강제할 수 없고, 따라서 임대인은 보증금과는 별도로 연체차임을 청구할 수 있고, 임차인은 보증금이 남아 있음을 이유로 이를 거절할 수 없다.
이러한 해석은 임차인에게 지나치게 불이익한 것이 아닌가 의문이 생길 수 있으나, 임차인은 추가적인 채무부담 없이 잔여 보증금을 반환받을 때까지 목적물을 점유할 수 있고[임차인인 임대차종료 후에 동시이행항변권을 행사하기 위하여 목적물을 점유하고 있다면 불법점유에 해당하지 아니하므로 그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이 없고, 또 목적물을 점유하고 있다 하더라도 본래의 임대차계약상의 목적에 따라 사용․수익하지 아니하여 실질적인 이득을 얻은 바 없는 경우에는 그로 인하여 임대인에게 손해가 발생하였다 하더라도 임차인의 부당이득반환 의무는 성립되지 아니하므로 한다. 대법원 1995. 7. 25. 선고 95다14664,14671 판결 등 다수], 또 보증금이 소진할 때까지 목적물을 사용․수익할 수도 있으므로 임차인에게 불이익한 해석이라고만 할 수도 없다.
5. 임대차보증금의 담보적 효력
가. 보증금에 의한 우선변제(당연충당)
⑴ 부동산 임대차에 있어서 수수된 보증금은 차임채무, 목적물의 멸실․훼손 등으로 인한 손해배상채무 등 임대차관계에 따른 임차인의 모든 채무를 담보하는 것으로서 그 피담보채무 상당액은 임대차관계의 종료 후 목적물이 반환될 때에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별도의 의사표시 없이 보증금에서 당연히 공제된다(대법원 1999. 12. 7. 선고 99다50729 판결, 1987. 6. 23. 선고 86다카2865 판결, 1988. 1. 19. 선고 87다카1315 판결 등).
⑵ 이것은 상계권의 행사가 아니고 담보적 효력에 기한 우선변제권의 행사로서 통상 ‘공제'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⑶ 따라서 임차인의 다른 채권자는 임차인의 보증금반환채권에 관하여 임대인에 우선하여 변제를 받을 방법이 없다.
나. 피담보채권의 범위
⑴ 보증금에 의하여 담보되는 채권은 당해 ‘임대차계약에 의하여 임대인이 임차인에 대하여 갖는 일체의 채권’이다(대법원 1999. 12. 7. 선고 99다50729 판결, 1998. 6. 9. 선고 87다68 판결).
⑵ 연체차임 및 그 지연손해금채권뿐만 아니라 임차인의 보관의무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채권도 이에 속한다.
예컨대, 임차인이 임의로 한 공사의 복구비 상당의 손해금도 포함한다.
⑶ 시간적으로 보증금의 교부 전에 발생한 채권이라도 임대차계약으로부터 생긴 것이라면 포함될 것이고, 임대차 종료 후 명도시까지 생긴 채권, 예컨대 차임 상당의 손해배상채권에 대하여도 담보적 효력이 미친다.
6. 대상판결(대법원 1999. 7. 27. 고 99다24881 판결)의 내용 분석 (쟁점의 해결)
⑴ 대상판결은 명도시설의 견해를 취하고 있다.
⑵ 대상판결의 사안을 보면, 임대인은 임대기간이 만료되었고 수령한 보증금이 남아 있다 하더라도 임대목적물이 명도되지 않은 이상 임대기간 동안의 연체차임을 청구할 수 있으므로, 임대인으로부터 그 차임청구권을 전부받은 원고 역시 보증금과 관계없이 연체차임을 청구할 수 있고, 피고로서는 임차목적물을 명도하지 않은 이상 연체차임에서 보증금을 공제할 것을 주장할 수 없다.
⑶ 비록 임대인이 부도를 내어 임차인으로서는 보증금 회수가 불투명하게 되었다 하더라도 보증금은 임차인의 차임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임차인이 지급한 것이므로 그 위험부담은 임차인이 부담할 수밖에 없다(이를 피하려면 다른 담보수단을 확보하였어야 한다). 임차인이 채무를 불이행한 결과로 보유하게 된 연체차임이 그의 보증금반환채권을 담보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고, 또한 양 채무가 서로 동시이행의 관계에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⑷ 결국 임차인으로서는 임대인이 명도청구를 하는 경우 이에 대항하여 동시이행의 항변을 하거나, 보증금이 전액 공제될 때까지 목적물을 계속 사용․수익함으로써 임대보증금을 회수할 수밖에 없다. 대상판결의 사안의 경우 원고의 청구가 인용되더라도 피고는 1998. 9. 1. 이후 12개월만 그대로 목적물을 사용․수익하면 보증금 상당액은 모두 공제되어 피고에게 아무런 손해도 없게 된다.
물론 그 사이에 제3자 앞으로 소유권이 이전되어 버리면 이는 별개의 문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