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윤경/수필

【난 지금도 여전히 많은 꿈을 꾼다.】《당시는 몰랐다. 삶에게 얼마나 많은 것을 요구하든 삶은 기꺼이 내주게 되어 있거늘.》〔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윤경 대표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2024. 3. 7. 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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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지금도 여전히 많은 꿈을 꾼다.당시는 몰랐다. 삶에게 얼마나 많은 것을 요구하든 삶은 기꺼이 내주게 되어 있거늘.》〔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출근할 때마다 와이셔츠를 입고 넥타이를 맨다.

수십년간 반복된 행동이다.

 

그래서인지 주말이나 공휴일에는 절대 정장을 입지 않는다.

청바지에 면티를 입고, 모자를 쓰고, 팔찌나 목걸이를 걸친다.

 

청소년들에게 꿈이 뭐냐고 물으면 지체 없이 좋은 대학에 입학하고, 졸업 후에는 좋은 직장을 갖는 것이라고 말한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과 불안이 커서인지 가장 선호하는 직업은 정년이 보장되는 전문직이나 공무원이란다.

 

그들은 안정적인 직장을 가진 후에는 어떻게 살겠다고 말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좋은 직장에 취직하고 나면, 그들의 꿈은 끝나버리는 것이다.

 

가고 싶을 때 가지 않으면, 가려고 할 때는 갈 수 없다.

꿈을 따르지 않는다면, 식물이나 다름 없다.

한창 꿈을 꿔야할 젊은이들이 냉혹하고 경직된 사회의 현실에 부딪혀 무기력감에 빠진 채 꿈꾸기를 포기하는 모습은 너무 안타깝다.

 

일사불란하고 체계적인 집단행동은 엄숙하고 멋져 보인다.

반면 그 속에서 이루어지는 기계적이고 반복적 행동은 단조롭고 지루하다.

창의적 본능을 억누르지 못하는, 자유롭고 싶은 자들의 억눌린 뇌 속에서는 개미들이 기어다닌다.

 

개미들이 줄을 지어 행진하네.

만세, 만세.

개미들이 줄을 지어 행진하네.

만세, 만세.

개미들이 줄을 지어 행진하네.

만세, 만세.

선두의 작은 놈이 멈춰서서 자기 엄지손가락을 빠네.

개미들이 모두 땅속으로 행진하네.

말썽을 피해서.

우르르 우르르 우르르

개미들이 줄을 지어 행진하네.

만세, 만세.

 

난 어린 시절 하고 싶은 게 참 많았다.

젊은 시절 좋은 직장에서 오랜 동안 편안한 공무원 생활을 하면서 영화 “Antz(1998)”‘Z-4195’가 되어버렸다.

기계적이고, 반복적인 일을 되풀이하다보니, 열심히 일하면서도 사는 것이 너무 지겹고 단조로웠다.

 

모든 것이 재미 없다고 느끼는 순간, 난 내가 꿈꾸기를 멈추어버렸다는 사실을 알았다.

정말 하고 싶고 이루고 싶은 꿈이 없어져 버렸기 때문에 삶이 지루해진 것이다.

 

난 새롭고 낮선 곳으로의 여행을 좋아한다.

아프리카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자 마자 다시 비행기표를 예매했다.

 

낮선 환경에서 새로운 경험을 하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엉뚱하고 황당한 꿈을 꾸게 된다.

남다른 삶을 꿈꾸게 되고, 인생을 살아갈 남다른 방식을 찾고 싶어진다.

 

젊은 시절 난 삶과 흥정을 벌였다.

삶은 더 이상 내게 아무것도 주려 하지 않았다.

매일 저녁 아무리 빌어도 소용이 없었다.

나는 힘들어도 할 일을 해야만 하는 ‘Z-4195’였다.

삶이 내 고용주이고, 정해진 것만 준다고 생각에 절망할 수밖에 없었다.

 

당시는 몰랐다.

삶에게 얼마나 많은 것을 요구하든

삶은 기꺼이 내주게 되어 있거늘.

 

꿈을 꾸면 가슴이 두근거리고 사는 게 재미있다.

무언가를 자기 힘으로 만들어내고 성취한다는 것’, 그러고 싶은 것이 존재한다는 것은 행복하고 즐겁게 살아가는 원동력이 된다.

살아있다는 생동감과 삶의 재미를 느끼게 만든다.

그것이 엉뚱하고 황당한 꿈일지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