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윤경/수필

[‘때’가 아니라면, 가랑이 밑을 기어가는 치욕도 참을 줄 알아야 한다.]【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윤경 대표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2019. 12. 2.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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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가 아니라면, 가랑이 밑을 기어가는 치욕도 참을 줄 알아야 한다.]【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유방(劉邦)이 항우(項羽)를 이기고 한(漢)나라를 세우는데 가장 큰 공헌을 한 사람은 바로 대장군 한신이다.

 

하지만 젊었을 때 그는 밥을 빌어먹을 정도로 가난했다.

어머니가 죽었지만 장례식도 치를 수 없을 정도로 어려웠다.

그렇다고 뛰어난 재주나 언변도 없어 그저 남의 집에 얹혀 얻어먹곤 했다.

 

그의 고향인 회음(淮陰)에서 있었던 일이다.

어렵게 지내고 있었으므로 다들 그를 보면 업신여기거나 놀려대곤 했다.

하지만 마음 속에 큰 뜻을 품고 있었기에 항상 칼을 차고 다녔다.

 

어느 날 그런 모습이 눈에 거슬렸던 깡패(푸줏간 패거리) 중 한 명이 한신에게 말했다.

“네 놈이 덩치는 큼직하게 생겨서 밤낮 허리에 칼은 차고 다니지만 사실 네 놈은 겁쟁이일 뿐이야.”

 

구경꾼들이 모여들자 그는 더욱 신이 나서 말했다.

“너, 만약 사람을 죽일 용기가 있다면 어디 그 칼로 나를 한 번 찔러 보아라. 그러나 만일 죽기가 싫다면 내 가랑이 밑으로 기어나가라!”

 

한신(韓信)은 잠시 생각하더니 묵묵히 그의 바지가랑이 밑을 기어서 나왔다.

이 일로 해서 온 장바닥 사람들은 다들 그를 겁쟁이라고 비웃었다.

 

‘과하지욕(跨下之辱)’이란 가랑이 밑을 기어가는 치욕도 참는다는 뜻이다.

큰 뜻을 지닌 사람은 사소한 일로 옥신각신 실랑이질하지 않는다.

 

남들이 보기엔 그가 천하의 겁쟁이로 보였겠지만, 만약 그때 그가 치욕을 참지 못하고 불량배들에게 시비를 걸었더라면, 아마 크게 다쳤을 것 이고 나중에 큰 뜻을 이룰 수 없었을 것이다.

 

<뜻이 있어도 세상이 그 뜻을 받아들이지 않을 때는 조용히 ‘때’를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

 

세상에는 지고도 이기고, 이겼지만 지는 그런 승부가 있다.

홀로 우뚝 서기는 쉬워도, 낮추어 굽히기는 어렵다.

뜻이 있어도 세상이 그 뜻을 받아들이지 않을 때, 그 좌절의 역경 앞에서도 묵묵히 자신을 기르며 ‘때’를 기다릴 일이다.

 

그 ‘굽힘’이 뜻을 꺾는 ‘굴종’일 수는 없다.

자존심을 죽이고 굴욕을 극복한 끝에 크게 성공한 역사의 주인공이 많다.

 

주(周)나라의 문왕(文王)은 주왕(紂王)으로부터 자신의 아들을 삶은 국을 받아 마셨고, 월왕(越王) 구천(勾踐)은 스스로 부하가 되겠다며 오왕(吳王) 부차(夫差)의 대변을 찍어 먹어보기도 했다.

흥선군은 상갓집 개, 저잣거리 건달 노릇을 하며 온갖 수모와 모욕을 견딘 후 철종이 승하하자마자 미리 짜놨던 각본대로 자신의 둘째 아들을 왕위에 올리고 대원군이 되었다.

 

주(周)나라의 문왕(文王), 월왕 구천, 흥선대원군 모두 “큰일을 위해 작은 일은 참고 넘기는 인내심”을 가진, 오히려 “자존심이 강한” 사람들이다.

 

이것이 ‘지고도 이기는 승부’인 것이다.

굽히되 굴종하지 않은 것이다.

 

모든 일에는 때가 있고 타이밍이 중요하다.

나아갈 때, 멈춰야 할 때, 물러나야 할 때가 다르다.

홈런은 힘보다 타이밍이 결정한다.

대박도 아이템보다 타이밍이다.

 

타이밍을 찾는 것은 순리를 찾는 일이다.

대세를 읽고 순리를 따라야 무리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