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저지인(吮疽之仁) : 부하병사의 종기 고름을 빨아주는 장군의 자애로움】《지도자는 자신의 지위에서 오는 모든 특권을 포기하고 구성원들과 평등한 수평적 관계를 이루고 원활한 소통을 위해 끊임없는 노력을 해야 한다.》〔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따뜻한 포용으로 감싸 안은 진정한 리더쉽(leadership)>
증선지의 “십팔사략”에 다음과 같은 일화가 나온다.
중국 전국시대(戰國時代) 초기 위(魏)나라의 장군 오기(吳起)가 문후(文侯)의 명을 받아 진(秦)나라를 공격할 때의 일이다.
총사령관임에도 불구하고 오기는 말을 타지 않았다. 일반 병사들과 마찬가지로 등에 개인용 식량과 의복을 짊어지고 행군을 했으며, 똑같은 밥을 먹고, 침대 없이 바닥에서 잠을 잤다.
이런 오기를 병사들은 마음속 깊이 존경하며 따랐다.
어느 날 부하 병사가 등에 악성 종기가 나 고통으로 괴로워했다. 하지만 당시의 의료기술로는 종기의 고름을 빨아내는 것만이 유일한 치료법이었다.
총사령관인 오기가 그 병사의 등에 난 종기의 고름을 친히 빨아내(吮疽) 치료해 주었다.
이 소식이 그 병사의 고향 어머니의 귀에까지 들어갔다.
병사의 어머니가 갑자기 대성통곡을 하며 울부짖었다.
이웃 사람들이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하며 물었다.
“아니, 이보게, 자네 아들은 일개 말단 병졸에 불과한 신분으로 총사령관으로부터 분에 넘치는 대접을 받았는데, 오히려 기뻐할 일이지 왜 이리도 슬퍼한단 말인가, 도대체 그 영문을 모르겠네, 쯧쯧...”
그러자 그 어머니가 대답하길,
“몇 해 전, 그 애의 아비도 전쟁터에 나갔는데, 등에 종기가 났지 뭐요. 그런데 그 종기의 고름을 오기 장군께서 직접 입으로 빨아내 치료해 주셨지 뭡니까. 그러자 그 애의 아비는 오기 장군에게 깊은 은혜를 입었다며, 앞장서서 용감히 싸우다 그만 적에게 잡혀 죽었지 뭐요. 이번에는 아들이 오기 장군에게 그런 은혜를 입었으니 틀림없이 은혜를 갚는다고 용감히 싸우다가 죽을게 뻔한데 내가 울지 않게 생겼습니까!”
<부하에 대한 진솔한 사랑인가, 목적달성을 위한 가식적 사랑인가>
춘추전국시대 위나라의 장군인 오기는 76번의 전투 중 64번을 완승했다.
뛰어난 작전능력때문이기도 하지만, 병사들로부터 마음속 깊이 존경을 받고, 진정어린 충성심을 불러내 사기를 진작시키는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부하의 상처고름을 입으로 빨아낸 행위가 본심(本心)의 발로인지는 의문의 여지가 있다.
어머니가 돌아가셨음에도 집에 찾아가지 않아 스승인 증삼으로부터 출문당한 일, 노나라의 장군이 되기 위해 노나라와 적대국인 제나라 출신 아내를 죽인 일 등, 목적과 출세를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던 그의 전력들을 고려해 본다면 이같은 행위들이 자신의 전과(戰果)를 높이기 위해 철저하게 계산된 행위일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진심의 발로’든 ‘철저히 계산된 행위’든 그의 내면적 도덕성에 대한 판단은 유보하고 그 행위의 양태와 효과에 대해서만 살펴본다면, 오기야말로 사람의 마음이 왜, 어떻게 움직이는지, 그리고 그것이 조직의 힘에 어떻게 기여하는지 정확하게 꿰뚫어보는 안목을 가진 사람임에는 틀림없다.
지도자는 자신의 지위에서 오는 모든 특권을 포기하고 구성원들과 평등한 수평적 관계를 이루고 원활한 소통을 위해 끊임없는 노력을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