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주상보시(無住相布施) 조건 없이 베풀어라.】《신에게는 감사하고, 인간에게는 베풀어라.》〔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무주상보시(無住相布施), 조건 없이 베풀어라.>
백은(白隱)선사(1685-1768 일본)가 어느 추운 겨울날에 큰 절의 초청을 받아 법문을 해 주시고 돌아 오는 중이었는데, 길가에 헐벗고 남루한 옷차림의 문둥병 환자가 떨고 있었다.
그 순간 하도 불쌍하고 보기에 딱하여 자신이 입고 있던 누더기를 벗어 주면서 그에게 입혀 주었다.
그러나 문둥이는 이렇다 저렇다 하는 아무런 한마디의 말이 없었다.
그래서 선사는 그에게 말했다.
“이 사람아! 남의 신세를 짓고 도움을 받았으면 고맙다는 인사나 무슨 표정이라도 지을 일이지 어찌 그러한가?”
그러자 그 문둥이가 말하길,
“여보시오 대사! 내가 옷을 입어주었으니 ‘문둥이님! 보시를 받아주셔서 고맙습니다.’라는 말이나 아니면 표정이라도 좀 지어야 하지 않겠소.”하며 도리어 야단을 치는 것이었다.
이 순간 백은선사는 그만 땅바닥에 엎드려 큰 절을 올리면서
“아직도 소승의 수행이 모자라 성현을 몰라 뵈었습니다. 거룩한 깨우침에 감사드립니다.”라고 말하면서 고개를 들고 일어나보니, 문둥이는 온데간데 없고 아름다운 연꽃 한 송이가 그 자리에 피어 있었다.
그제서야 백은선사는 그 문둥이가 바로 문수보살(文殊菩薩)이라는 사실을 알고, 다시 한번 무주상보시(無住相布施 : 보답을 바라지 않고 하는 보시)에 대한 참뜻을 깨달았다고 한다.
<백은선사의 한결 같은 대답, "아, 그렇습니까">
백은선사에게는 또 다른 일화가 있다.
어느 날 백은선사가 기거하던 동네에 사는 두부장수집 처녀가 임신을 한 사실이 밝혀졌다.
처녀가 임신하였으니 이건 보통 일이 아니었다.
몹시 화가 난 처녀의 부모는 아이의 아버지가 누구인지 대라고 딸을 심하게 추궁하였다. 입이 열 개가 있더라도 무슨 할 말이 있겠는가.
처녀는 한동안 묵비권을 행사하듯 버티며 아이의 아버지가 누구인지 입을 열지 않다가 더 이상 버티기 어려워져 결국은 털어 놓는다는 것이 부처님보다 더 자비롭다고 소문난 백은선사라면 자신을 보호해 줄 것 같다는 판단하에 백은선사와 사통하여 임신하게 되었다고 고백하였다.
대단히 화가 난 처녀의 부모는 당장 백은선사에게 달려가서 험악한 기세로 따졌다.
그러자 백은선사는 아무런 변명도 없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아, 그렇습니까"
처녀는 마침내 애를 낳았고 아이는 태어나자 마자 바로 아버지라고 알려진 백은선사에게 맡겨졌다.
그 일로 인해 '백은선사는 더 이상 고승도 아니고 추잡한 난봉꾼에 불과하다'는 더러운 소문이 퍼져 나갔다.
그러나 선사는 그런 소문에도 전혀 개의치 않았다.
욕을 바가지로 먹으면서도 백운선사는 젖동냥과 음식 구걸로 애지중지 아기를 잘 키웠다.
아기에게 필요한 물건들은 이웃사람들에게 얻었다.
일년이 지났다.
처녀에게는 십년보다 더 길고도 괴로운 시간이었다
더 이상 참을 수 없게 된 처녀는 마침내 부모에게 이실직고하기로 하였다.
아기의 진짜 아버지는 이웃 마을 대장간에서 일하는 젊은 청년이었다.
친부인 대장간 청년, 그리고 처녀의 부모들은 처녀를 대동하고 백은선사에게 달려가 전후 사정을 고하고 용서를 빌며 아기를 돌려 달라고 간청했다.
그러자 백은선사는 순순히 아기를 내어 주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아, 그렇습니까"